나고야에는 몇번 내리거나 대기해본 적이 있지만, 이 지역 명물 미소카츠(된장양념 돈까스)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4일차와 5일차에 연속으로 대기시간이 제법 되는 이번 여행에야말로 제대로 먹어보겠노라 벼른 상태였습니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먹을 정도로 여유가 있진 않아서..OTL
미소카츠로 제일 유명한 체인점, 야바톤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서도 도시락을 팔더군요. 이거다 싶어서 나고야 역 앞 지하상가인 에스카 지점을 찾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더 가까운, 역에 붙은 타카시마야 백화점 푸드 매장에도 지점이 있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여기가 정답이었습니다. 다음날 두번째 도시락을 고르는 얘기에서 자세히 풀기로 하고.
17시 조금 넘어 나고야역을 출발하는 오사카행 시나노를 기다리는 사이 온거라 16:40분 정도였습니다. 평일의 식사 사이 애매한 시간대였는데도 자리는 간신히 줄을 안서가나 잠시 기다릴 정도의 만석이 꾸준히 유지되더군요. 테이크아웃 주문과 식사손님의 계산을 입구에서 같이 보기 때문에 잠시 기다려서 주문을 했는데, 5분 걸린다고 안내하고 거의 정확한 시간에 나왔습니다. 점심/저녁 때나 주말에는 좀 더 걸리지 않나 싶네요.
이 지점의 최고 장점은, 테이블 식사가 메인이라 '도시락에도 갓 튀긴 돈카츠를 올린다'는 겁니다. 열차에 올때까지 온도 자체는 조금 내려갈지 몰라도 차가운 도시락은 물론, 담아놓고 온장고에 보관하는 것과도 급수가 틀린 거죠.
주문한 건 도시락 중 제일 저렴한 로스카츠(1080엔. 가계부를 보니 IC카드 지불이 가능해서 동일본 스이카로 계산했네요)
야들야들 따끈한 살결에, 처음 먹어보는 된장소스와의 궁합은 발군이었습니다..TT
같이 담아준 겨자도 시험해봤는데, 이것도 재미있더군요. 처음 한입은 그냥, 나머지는 된장소스 반, 소스+겨자를 뿌려 반을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이날밤 시라하마 종점 쿠로시오+막차 각정열차를 타고 혼슈 최남단 쿠시모토역까지 간 뒤에, 다음날 새벽 카시노사키 등대를 보고 나서 기세이 본선을 마저 돌아 카메야마 찍고, 카메야마에서 간사이 본선으로 나고야 역에, 거기서 히카리530호를 타고 도쿄에 돌아오는 게 다음날 귀국을 제외하면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두번째 도시락은 그렇게 히카리호를 기다리는 사이 구입한 것.
전날만큼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역에 붙은 타카시마야 백화점을 적당히 돌아보기로 합니다. 아참, 위의 야바톤 지점 얘기는 뭔가 하면, 여기 타카시마야 지점은 판매대 뒤쪽에 주방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워낙 손님도 많고 판매량도 많고 하다보니 미리 담아놓고 온장 보관한걸 꺼내주더군요. 가격은 똑같으니 손해죠..ㅠㅠ
처음엔 전에 먹어본 히다 규마부시-장어 히츠마부시처럼 소고기를 그냥/양념/찻물에 말아먹는 오차즈케/셋 중 맘에 든 방식으로 한번 더, 이렇게 네번으로 나눠먹는 요리-가게에서 탐스러워보였던 햄버거 도시락을 살까 했는데, 이 놈이 눈에 띄더군요.
야바톤처럼 미소카츠 체인점인 KYK의 로스카츠덮밥입니다. 야바톤은 카츠 밑에 양배추를 깔아 흘러내린 된장양념과 함께 먹는 방식이었는데, 여기는 철저하게 샐러드로 취급하더군요. 별도 용기에, 심지어 별도 비닐봉투에 담아 보냉재까지 넣어줍니다[..] 따뜻하게 포장해주는 밥+돈카츠하고는 온도가 다르다 이거죠. 샐러드 소스는 당연히 별도봉지; 양배추 아삭함에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업체는 처음 봤습니다[...] 돈카츠도 맛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756엔[...]입니다; 브랜드 에키벤이 넘어야 할 적은 편의점 말고도 많다고 이 순간 절절히 실감했습니다; 아, 백화점이라 이건 가볍게 신용카드로 계산했네요..^^;
말 나온 김에 에키벤에 대해 고기교도로서 푸념을 좀 해보자면, 언제까지 '차가워도 맛있다'는 허황된 문구 하나에 매달려 판매점에 전자렌지 하나 안 들여놓는 구태를 계속할건지 모르겠습니다. 해산물 등 일부를 빼고는, 차가워도 맛있다는게 '판매자가 조치할수 있는' 베스트는 아니잖습니까. 편의점과 가격차를 따지기 이전에 쉽게 개선할수 있는 '온도'라는 중요한 요소 하나를 왜 이렇게 계속 냅두는 걸까요.
혹여나 발열식 도시락의 팀킬을 걱정하는 거라면 그건 정말 삽질인데요. 그건 그거대로 구입후 먹을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 제역할을 하니까요.
P.S 다음은 말 나온김에 저 히다규마부시 도시락 삽질 얘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첫댓글 온도문제도 있지만 편의점이 압도적으로(...) 편한게 결제문제죠-_-;; 그나마 최근엔 IC교통카드를 통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가 안먹는 곳이 많은게...
저는 정작 편의점에선 ic카드 충전이 되는데 본진(?)인 역 매점에선 충전 안되는 곳이 많은 것도 불만입니다.ㅠㅠ
@earendil 그럴법도 한게(...) JR 동일본처럼 매점(NEWSDAY였나요)을 운영하는 회사의 매점이라면 시스템이 녹색창구처럼 자기네 카드만 충전 될수도 있을거 같네요;;
언제까지 '차가워도 맛있다'는 허황된 문구 하나에 매달려 판매점에 전자렌지 하나 안 들여놓는 구태를 계속할건지 모르겠습니다.
>> 저도 동의합니다. 에키벤이 이젠 잘 안끌리는 이유중 하나죠. 그래도 제작년 겨울에 아키타역 내 매점에서 산 닭고기 에키벤은 "데워드릴까요?" 는 묻더라고요. 당연히 전자렌지에 데워달라고 했습니다.
전국 확대가 시급합니다ㅠㅠ
사실 야바톤말고도 미소카츠가 맛있는 집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외국인에겐 야바톤이 대명사처럼되어 버렸죠
역 밖에서 먹을 시간이 있었으면 타베로그부터 찾았을텐데 말입니다ㅠㅠ
선점효과죠. 사실 이게 그 정도 값을 줘야 하는 음식인가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