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비싼 이스탄불, 왠만한 식당에 들어가선 맛없고 비싸기만해 괜히 바가지 썼다는 기분을 느끼기 일쑤. 그렇다고 매 끼니를 고등어 케밥이나 닭고기 케밥같은 길거리 패스트푸드로 때울 수는 없는 일.
밥도 먹고 싶고, 야채 요리도 먹고 싶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터키인의 가정식 백반 메뉴를 소개한다.
터키인의 주식은 빵이다. 밥도 물론 먹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고, 게다가 터키식 밥은 짜고 기름지다. 그렇지만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한국인들에겐 밥, 밥, 밥.. 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관광지가 아닌 터키인들이 사는 지역에 있는 사마티아홈 주변은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사마티아 광장에선 홍합밥과 홍합튀김, 생선 튀김, 구이 종류를 파는 식당이 많다. 하지만 버스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사마티아 병원(samayta hastanesi) 주변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저렴한 식당이 많다. 이곳엔 수프와 술루 예맥이라고 하는 야채 요리, 밥!도 있다.
도무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터키말로 된 음식 이름 한 두 개 정도는 기억해 두도록 하자.
우선 아래의 식당 간판을 주의해 보시라.
Doner, Lahmacun, kebap.는 이 집의 대표 메뉴이고, 터키인들이 외출할 때 간단하게 점심으로 때우는 메뉴다.
doner는 돌돌 돌려 굽는 고기를 빵 사이에 야채와 함께 끼워 먹는 샌드위치 같은 거다. 한국 터키 식당에서(특히 백화점 식당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케밥 하면 이것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되네르 케밥은 케밥의 일종이고, 아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터키 음식이다.)
lahmacun은 넓적한 빈대떡 모양으로 이걸 야채와 레몬즙을 뿌려 돌돌 말아 먹는 저렴한 한끼 식사다. 터키식 피자라고나 할 까. kebap은 각종 고기류를 꼬챙이에 꽂거나 다진 고기를 야채와 함께 직화로 굽는 요리를 말한다.
oz agam 이라는 건 이 집은 이름, aile salon 이라는 것은 '가족 거실'이라는 뜻으로 가족식당, 즉 가정식 백반집이란 뜻이다. 그 옆의 cay, tost, nescafe 모두 메누를 말한다. 차이, 노스트, 네스카페(우리식 밀크 커피로, 우유(크림)과 설탕을 넣을지 말지를 주문할 때 말해야 할 때가 많다.) sutlu(슈틀루-밀크 넣을래?)" sekerli(세켈리-설탕은?) 이라고 물을 때가 많으니, 미리 대답을 준비하도록.
'밥'을 찾는 이들에게 중요한 건 그 밑에 작은 글씨로 kebap, lahmacun 옆에 쓰여 있는 'sulu-yemek'이다. '물기가 있는 음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대체로 고기와 야채를 토마토 소스에 복거나 지진 야채 요리다. 이 메뉴가 있는 집엔 밥(pilaf 필라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림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야채 요리를 고르고, 필라프를 주문하자. 밥과 야채 요리(조림과 찌개처럼 먹을 수 있다)를 곁들여 먹으면 한 끼가 든든할 것이다.
사마티아 병원 앞에 있는 sulu yemak 과 케밥 식당.
그 옆집 식당인 아래의 간판을 한번 읽어보자. et doner(고기 되네르 케밥. 고기라 함은 양고기(kuzu)와 소고기(dana)가 일반적), tavuk doner(닭고기 되네르 케밥), 그 옆에 드디어 corba(초르바-수프)가 나왔다.
mercimek corbasi(메르지멕 초르바스-녹두 수프)다. 터키인의 가정식 메뉴에 빠질 수 없는 이 녹두 수프, 담백하고 레몬즙을 뿌려 넣어 새콤한 맛이 난다. 아침 식사로 이 수프와 빵 하나면 거뜬하다. 수프 한 그릇에 3리라라는 뜻.
왼쪽 세로 간판에 있는 메뉴 중 iskembe corbasi 도 터키인들이 좋아하는 수프다. 우리 식의 내장탕 비슷한 기름진 수프다. 우리가 깍두기국물 넣어 먹듯, 터키인들은 레몬즙과 다진 마늘을 넣어 먹는다. 겨울에 특히 스태미나 식으로 인기가 있고, 병원 근처라 여름에도 이 메뉴가 있다.
이런 집들은 포장도 가능하다. 포장을 하고 싶을 땐 'paket'라고 하면 된다.
터키 음식이라면 고기요리인 케밥과 고등어 케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3대 요리라고 자랑할 만 하다 싶을 만큼 다양한 재료와 요리 방법이 있으니,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Afiyet Olsun! (많이 드세요)
사마티아홈에서 가까운 사마티아 병원 앞의 저렴한 서민 식당
첫댓글 이렇게 간판 보고 설명을 해 주시니... 확 들어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 여행하며 맛난 음식 많이 드시길 afiyet olsun!
음식을 먹을때 마시는것은 뭘로 주로 마시나요
물, 콜라, 아이란(짭쪼름한 요구르트 음료) 등을 곁들여 먹습니다. 맥주 파는 식당은 그다지 흔하지 않아요, 여긴 이슬람 국가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