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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극 지도 자료]
1. 아동극의 개념
일반적으로 아동극하면 인형극, 빛그림자극, 연극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아동극이란 아동의 정서 발달과, 언어사용능력의 함양이나, 창의적인 예체능 활동을 위한 아동 대상 연극을 말한다. 아동극은 연극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아동을 위한 연극’으로서의 아동극과 ‘아동에 의한 연극’으로서의 아동극 구분한다.
아동극은 아동문학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으므로 동요·동화·각본을 종합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무대 위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음악·동작·무용·무대장치(미술)·극장(건축)·배우의 분장(미용술)·의상·조명의 조화를 필요로 하며, 여기에 관객(심리학)이 참여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교육에 가장 효과 있는 실천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극을 공연하는 방법은, 첫째 어른들로 구성된 배우가 공연하여 어린이들에게 관람시키는 방법, 둘째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공연하는 연극, 셋째 어린이들만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관람시키는 공연방식의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 공연방식 어느 것에나 어른들의 지도와 협조가 필요하다.
아동극의 근본 목적은 학부형이나 어른들의 관객도 포함할 수 있지만, 특히 어린이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어른들로 구성된 극단, 또는 어른과 어린이 배우가 함께 공연하는 기성극단의 아동극의 경우에 주의할 점은 그 내용이 어린이들의 생리에 맞도록 꾸며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이들만이 출연하는 아동극은 주로 학예회의 일부로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도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어른들은 그 배후에서 선도하는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특히, 출연하는 어린이들의 분장·의상·무대장치 등은 단순하게 상징적으로 처리하며, 모든 것을 어린이 자신들이 직접 작업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화와 행동의 연습에 있어서도 교사나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고 어린이들의 말과 몸짓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고, 또 그들끼리 의견을 교환시켜보는 것이 아동극을 교육적으로 효과 있게 다루는 방법이다.
아동극을 내용에 따라 분류해보면, 첫째 요정이야기, 둘째 영웅이야기, 셋째 우화, 넷째 신화 등이 있다. 요정이야기는 꽃·나비·새 등의 요정, 초자연적인 존재인 귀신·도깨비·천사·신선 등이 등장하며, 자연물인 돌·나무·바람·해·달 등이 어린이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꿈과 상상력을 키워준다. 영웅이야기는 영웅과 위인들의 생애나 씩씩한 행위를 극화해서 보여줌으로써 어린이들의 용기와 선행을 북돋운다.
우화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교훈을 들려주며, 특히 멋과 해학을 전달한다. 신화는 우주나 만물의 창조에 관련된 이야기로서, 어린이들이 현실에만 만족하지 않고 세상의 신비에 눈뜨며 이상을 키우도록 한다.
아동극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동극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요나 동화보다 훨씬 늦게 등장하였다. 유럽에는 14세기경부터 소년극단이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18세기경에 아동극이 시작되었다. 루소(Rousseau, J. J.)는 어린이의 천진성을 강조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부르짖고, 또 구속 없는 아동교육의 모델로서 소설 ≪에밀≫을 발간함으로써 아동문학이나 아동극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에 영국의 자연시인 워즈워드(Wordsworth, W.)가 동심을 예찬하는 등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아동극은 20세기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과과정에 아동극을 채택한 이후부터 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아동극은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연구단체인 색동회가 창립된 이후부터 출발하였다. 그 주동 구실을 한 방정환(方定煥)은 아동을 민족갱생의 뿌리로 보고, 처음으로 아동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어린이‘라는 존댓말을 쓰기 시작하였고, ≪어린이≫라는 아동잡지를 창간하였으며,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어린이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1921년에 천도교소년회(天道敎少年會)를 조직하였는데, 1923년 1월 14일에 그 회의 주최로 독일의 동화극 <한네제의 죽음>(2막)과 우리 나라의 <별주부전>(2막)을 동화대회 때 공연하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아동극의 효시이다.
1923년 7월 23일에는 서울 천도교강당에서 색동회와 어린이사 공동주최로 1주일 동안 제1회 아동문제강연회 겸 아동예술강습회를 개최하였는데, 지방 아동단체 16개 및 유치원·국민학교 교사들이 다수 참가하였다. 초창기 아동예술에서는 동화가 가장 우세하고, 그 다음이 동요이고, 아동극이 가장 부진하였다.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때 성극(聖劇)으로 아동극을 공연하기도 하였지만, 본격적인 아동극은 잡지 ≪어린이≫를 통해서 개척되었다. ≪어린이≫의 창간호와 제2호에 혹부리영감 이야기를 소재로 한 <노래주머니>(1막 3장)가 실렸는데, 방정환은 이를 ’학교·소년회 아무나 하기 쉬운 동화극‘이라고 설명하였다.
소파 방정환은 또 ≪어린이≫ 10호에 동극 <토끼의 재판>을 발표하였다. 색동회 동인 윤극영(尹克榮)은 1924년 봄에 어린이예술단체 ’다리아회‘를 조직하고 아동극을 가극(歌劇)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하였다. 그때의 각본은 방정환이 지은 <까막잡기>와 메테르링크의 <파랑새>를 박팔양(朴八陽)의 번역으로 내청각(來靑閣:지금의 서울신문사 자리)에서 공연하였다.
1924년 ≪어린이≫ 3월호에는 김운정(金雲汀)이 <메아리>(1막)라는 동화극을 발표하였고, 1925년 ≪어린이≫ 4월호에는 하기 쉬운 동화극이라고 하여 <시골쥐·서울쥐>(1막)를 발표하였다. 같은 해 ≪어린이≫ 5월호에는 색동회 동인 마해송(馬海松)이 동화극 <장님과 코끼리>(1막)를, 같은 해 8월호에는 소년극 <두꺼비의 배>(1막)를 발표하였다. 같은 해 9월호에는 김일석(金一石)이 <끝 없는 옛말>이라는 동화극을 발표하였다. 색동회 동인 정인섭(鄭寅燮)은 1926년부터 아동극을 전문적으로 ≪어린이≫에 발표하였다.
그 해 1월호와 2월호에 독일 그림동화집에 있는 <백설공주>(7장)를 동화극으로 발표하였다. 그 뒤 그는 계속해서 <소나무>·<잠자는 미인> 등을 발표하였다. 이 밖에도 ≪어린이≫지에 신고송(申孤松)·연성흠(延星欽)·최경화(崔京化) 등이 동화극을 발표하는 등, 1920년대는 비교적 아동극이 ≪어린이≫의 지면을 통하여 활발하게 발표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조선총독부가 1927년에 어린이날을 금지시키는 등 어린이운동에 탄압을 가하자, 일부 아동운동가들이 방향전환을 하기도 해서 일반 아동극은 빈사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당시 보모를 양성하는 보육학교에서 어린이문제를 취급하는 학생 아동극을 시도하였다.
1931년 11월에는 경성보육학교가 공회당(公會堂:지금의 조선호텔 건너편 상공회의소 2층 강당)에서 녹양회(綠羊會) 주최로 동요회(童謠會)를 개최하고 정인섭 작 동요극 <허수아비>(1막)와 <파종 破鐘>(4막)을 상연하였고, 다음해에는 동극 <쳉기통>과 동화극 <사람늑대>(5막)를 상연하였고, 유치원의 아동극으로 정인섭의 <오뚝이>·<맹꽁이> 등이 발표되었다.
광복 후에는 어린이신문들이 나와서 그 지면을 통하여 많이 발표되었다. 또한 아동극단으로 광복 직후 김영일(金英一)·연성흠이 창설한 ’호동‘이 활약하였으며, 1946년에는 방송극 <똘똘이의 모험>이 등장하여 아동극의 영역이 방송극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1946년에는 방기환(方基煥)의 <손목잡고>, 강소천(姜小泉)의 <꽃나비>, 주평(朱萍)의 <낮과 밤> 등이 국민학교(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됨으로써, 아동극이 교과과정 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6·25전쟁 후에는 어린이잡지를 통한 아동극 발표 외에도 아동극집의 발간 및 상연이 약간씩 이루어졌고, 한국아동극연구회·한국아동극협회 등의 주관으로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전국아동극경연대회’가 12회 개최되었고, 아동극단 ‘새들’이 큰 활약을 하였다. 1979년에는‘세계아동의 해’ 기념으로 제19회 전국아동극경연대회가 열려 14개 국민학교가 참가하였으며, 주최는 문예진흥원, 주관은 한국청소년연극교육협회였다.
근래에 와서 아동문학단체로서 한국문학가협회·한국아동문학회·새싹회·현대아동문학회 등이 조직되었으며, 박병두·박홍근·이석현·이원수·장수철·윤석중·박홍민·주태익·한낙원 등 많은 아동문학가들이 아동극집을 펴냈다. 오늘날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매일 아동극이 방송되고 있으며, 또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도 상연되고 있고,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1) 아동을 위한 연극
주로 전문 극단에 의하여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성인 중심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극본, 무대, 의상, 조명, 음향, 소품 등의 제작 과정이 전문적이고 오랜 기간의 준비가 요구된다.
2) 아동에 의한 연극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활동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역 단체나 극단을 중심으로 아동에 의한 연극제나 공연 활동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교과서 극본이나 아동 창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극본, 무대, 의상, 조명, 음향, 소품 등을 아동이 직접 창작하거나 제작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다양한 학습 활동과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2. 아동극의 교육적 가치
1) 온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의 연극을 관람하고 제작하는 데에 참여 함여 함으로써 아동의 정서 발달에 기여한다.
2) 극본 창작, 대본 연습, 공연을 통하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의 언어사용능력의 발달을 도모한다.
3) 무대, 조명, 의상, 음향, 소품 등의 제작 과정을 통하여 음악, 미술 교과와 관련된 기능을 익힐 수 있으며, 움직임과 율동을 통하여 체육 교과와 관련된 기능을 익힐 수 있다.
4) 연극 제작과정과 공연 홍보 과정을 통하여 구성원 간의 협동과 화합, 사회적 교류를 경험하며, 나를 둘러 싼 세계와의 소통으로 인하여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격을 형성한다.
3. 연극교육과 교육연극
연극교육은 연극 자체를 교육하려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교육연극은 연극을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연극을 교육 방법론으로 도입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이다. 말하자면 교육연극은 특별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고자 여러 가지 연극적 기법을 교육 활동에 도입하는 것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교육연극을 전문 극단에 의해서 공연되는 아동극과 청소년 극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교육연극은 전문 극단의 아동 및 청소년 연극이 공연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교육적 효율성과 비교할 때 더 적극적인 교육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모양새도 다르다.
전문 연극은 순수 예술로서의 연극을 지향하며,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각 분야를 담당하여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관객은 객석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감상한다. 반면에 교육연극은 연극적 방법을 통한 교육 효과를 지향하며, 과정 중심의 작업이기 때문에 학생이 작업의 주체자가 되며 교사는 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관객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모두가 참여자이다. 객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전통적인 연극 감상을 지양하는 것이다.
4. 연극대본 맛보기
[피터팬과 세 아이, 꾸러기 나라에 가다]
등장인물
피터팬
팅커벨
첫째아이
둘째아이
셋째아이
엄마
아빠
해적1
해적2
이름을 먹는 벌레
꿈을 먹는 괴물
아이1
아이2
아이3
아이4
꾸러기 나라
아이1: 우리 꾸러기 노래 부르지 않을래?
아이2,3,4: 그래, 그래
꾸러기 노래: 피터팬 팅커벨 어디에 살까요/ 우리들은 꾸러기 나라에 산단다
꾸러기 나라는 모든걸 믿어요/ 그러므로 꾸러기 나라는 행복해
(여러 아이들이 평화롭게 꾸러기 나라의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1: 우리 다른 놀이를 하는건 어때?
아이2,3,4,: 좋아, 좋아
아이2: 어떤 놀이를 할까?
아이1: 좋은 생각없어?
아이3: 우리 꾸러기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아이4: 그래그래, 오랜만에 해보자.
아이2: 그럼 누가 술래 할래?
아이3: 내가 술래할래.
아이4: 나도 나도
아이2: 나도 술래할래
아이1: 아, 그러면 어떻게 노냐?
아이4: 쉽게 가위바위보로 해
아이1,2,3: 그래
아이1: 자, 다들 준비됐지? 가위바위보
(다리로 가위바위보를 정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를 정하고 꾸러기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재미있게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이름을 먹는 벌레가 등장한다.)
벌레1: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아,아,아
벌레2: (소리가 이상하다) 으,으,으,으
아이2: 애들아 어서 도망쳐 이름 먹는 벌레가 나타났어.
아이1: (아이3을 보고) 그 쪽이 아니야, 이쪽으로 어서
아이4: 빨리 도망쳐, 잡히면 큰일나!
아이3: 아, 나한테 오지마.
아이1: 자 빨리 도망쳐,
아이2: (아이1)…(생략)
5. 아동극 극본이 갖춰야 할 요소
1) 아동극의 주제
가. 목적 의식화된 주제는 좋지 않음
나. 아동들의 생활과 밀접한 주제
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는 것
라. 독창적이고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것
2) 아동극의 구성
가. 아동들의 연기력, 감상력, 견딜 수 있는 시간, 무대 조간 등을 고려한 구성이 되어야 하므로, 1시간 안팎의 길이가 좋다.
나. 주제와 거리가 면 내용은 철저히 배제
다. 대사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좋음
라. 아동들의 자연적 연극놀이와 유사한 제시적 연극 유형
마. 추억, 회상 등 지나간 시절에 대한 언급은 좋지 않음
바. 해설, 장외(場外) 사건 묘사는 흥미를 주지 못함
사. 어린이들과 연관성을 갖고 있는 소재와 주제
3) 아동극의 대사
가. 필연적인 동작이 수반되는 대사
나. 훈계식 대사가 많은 것은 좋지 못함
다. 작자의 사상이 짙게 배어 있는 대사는 피할 것
라. 등장인물 전원에게 안배되어 있는 대사
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표준말을 쓰게 하는 것이 좋음
바. 생활극, 동화극이냐에 따라서 대사도 달라져야 함
사. 어른이 나올 때는 어른이 쓰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 좋음
아. 대화는 줄거리의 재현을 위한 유기적 연관성을 가져야 함
자. 아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는 말을 사용함
6. 아동극 대본의 실제
[까꿍]
무대는 진후네 아파트 거실과 주방이다.
사실적 공간, 거실에는 소파와 진열장이 있다.
주방에는 식탁과 싱크대가 있다.
무대 위에 조명이 들어오면
진후와 친구 1, 2가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다.
깔깔거리며 쫓고 쫓기는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드높아진다.
이윽고 지쳐서 소파에 앉아 숨을 고르는 아이들
친구1[우리 숨바꼭질 할까?]
친구2[그래, 좋아.]
진후[찬성!]
(아이들,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진후가 져서 술래가 된다.)
진후[내가 술래네. 얼른 숨어. (벽에 얼굴을 파묻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 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친구1,2 둘이서 수군거리더니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열심히-)
진후[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찾는다!]
(진후, 돌아서 거실과 주방 여기저기를 살핀다. 친구들이 보이지 않자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방에서 나온 진후, 화장실 문을 열고 안을 살피더니 화장실 문을 닫는 다.)
진후[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진후, 아이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다시 살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진후[난 니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다 알고 있어. (지그시 눈을 감고는) 숨소리가 들 리거든. 웃음을 참느라고 힘들지. 참지 말고 웃어봐. 깔깔거리란 말이야.]
(진후, 눈을 뜨고 주방으로 향한다.
진후, 주방을 어슬렁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가 식탁 밑을 살피며)
진후[까꿍!]
(하지만 식탁 밑엔 아무도 없다.)
진후[어어, 꼭꼭 숨었다 이거지. 그렇다고 못 찾을 내가 아니지.]
(진후, 살그머니 싱크대 쪽으로 걸어간다.
진후, 싱크대 서랍장 문고리를 확 잡아당기며)
진후[까꿍!]
(서랍장 안에 아이의 엉덩이가 보인다.)
진후[야, 비좁은 곳에 어떻게 들어갔어. 나와!]
(진후, 아이의 엉덩이를 잡고 끄집어낸다.)
진후[(놀라)어?]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보는 아이다.)
진후[누구니, 너?]
진후1[진후.]
진후[뭐, 진후. 나랑 이름이 똑같네. 근데 여기 어떻게 들어갔어?]
진후1[어떻게 들어오긴. 니가 까꿍 해서 날 꺼냈잖아.]
진후[뭐?]
진후1[(손으로 진후의 어깨를 툭 치며)자식, 많이 자랐네.]
진후[너, 누구야?]
진후1[진후라니까.]
진후[누구든 상관없어. 여긴 우리 집이야. 나가.]
진후1[나갈 수 없어.]
진후[왜? 너 이제 보니 도둑이구나. 당장 나가!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진후1[신고하든 말든.]
진후[애 좀 봐.]
진후1[날 꺼낸 건 너잖아. 날 집어넣든 말든 맘 대로하셔.]
진후[싱크대 속에 집어넣어달란 말이야?]
진후1[아니, 니 마음속으로.]
진후[무슨 소리야.]
진후1[바보! 내가 바로 너야. 난 니 마음속에서 나왔어.]
진후[말도 안 돼.]
진후1[날 자세히 봐. 너랑 닮지 않았니?]
(진후, 뚫어져라 진후1을 보더니)
진후[하나도 안 닮았어.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야. 너, 창동초등학교 다니니?]
진후1[창동초등학교는 니가 다니잖아. 창동초등학교 5학년 3반 27번 최진후.]
진후[어떻게 그걸 알아?]
진후1[난 너니까.]
진후[장난치지 말고 말해.]
진후1[불쌍한 녀석. 왜 이렇게 못 믿니.]
진후[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지.]
진후1[내가 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볼까. 난 니가 어젯밤에 무슨 꿈을 꿨는지 알고 있어.]
(진후, 순간적으로 얼굴이 빨개진다.
이내 짐짓 태연한 척 하는 진후)
진후[거짓말. 그걸 어떻게 알아. 말해봐, 말해보라고.]
(진후1, 키득거린다.)
진후[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진후1[너 다솜이랑 뽀뽀하는 꿈꿨지.]
진후[(강하게)아냐!]
진후1[가슴이 두근거렸잖아.]
진후[아니라니까.]
진후1[(하품을 하고는)니가 뒤척이는 바람에 잠을 설쳤더니 하품이 쏟아지네.]
(진후,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후[어떻게 알았어?]
진후1[다솜이랑 뽀뽀한 거?]
진후[도대체 넌 누구야?]
진후1[난 너야.]
진후[정말 나란 말이야?]
진후1[그래.]
진후[근데 왜 이렇게 못 생겼어?]
진후1[애가! 넌 얼마나 잘 생겼다고 그래!]
진후[내 안에서 나왔단 말이지. 그럼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말해봐.]
진후1[아빠 휴대폰 전화번호 생각하고 있구나.]
(진후, 놀란 낯빛이다.)
진후1[아빠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
진후[아냐. 이건 꿈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진후1[겁먹을 거 없어. 너와 난 하나야. 우린 남이 아니라고.]
진후[어떻게, 어떻게! 넌 덩치도 크잖아. 내 안에 들어간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내 안에 있는 것도 불가능해.]
진후1[불가능한지 가능한지 보여줄까?]
진후[어떻게?]
진후1[넌 하나가 아냐. 여럿이야.]
진후[난 하나야. 난 나야!]
진후1[니 뒤에 있는 아이는 누구지?]
(진후,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진후[장난치지 마. 놀랬잖아.]
진후1[아유, 겁은 많아 가지고. 항상 니 뒤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니가 있어.]
진후[난 하나라니까.]
진후1[그 아인 항상 니 뒤에 있지.]
진후[거짓말. 어떻게 들키지 않고 날 따라다닌단 말이야.]
진후1[까꿍, 해봐.]
진후[왜?]
진후1[니 뒤에 있는 아이를 보여줄게. 해봐, 해보라니깐.]
진후[(억지로)까꿍.]
진후1[좀 크게.]
진후[까꿍!]
(그 순간 진후의 등 뒤에서 양손이 나와 진후의 가슴을 더듬는다.
진후, 쭈뼛하니 서 있다가)
진후[뭐야, 도대체 이건?]
(진후, 소스라치게 놀라 뒤 돌아보면
진후2가 빙긋 웃는다.
진후, 놀라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진후2[안녕. 놀랬니? (진후에게 손을 뻗으며) 내 손 잡아.]
(진후, 진후2를 피하며 재빨리 일어선다.)
진후[너희들, 누구야? 나한테 왜 그래?]
(진후, 너무 놀란 나머지 울먹거린다.)
진후2[(진후를 토닥거리며)울지 마. 니가 울면 내 마음이 아프잖아.]
진후1[사내자식이 울긴.]
진후2[충격이 클 거야. 진후야, 잘 생각해 봐. 난 늘 너의 뒤에 있었어. 난 항상 니 뒤에 있기 때문에 눈으론 볼 수 없어. 하지만 날 느꼈을 거야. 어때?]
(진후, 집중하려 애쓰며 진후2를 느끼려 한다.)
진후[느껴져. 그래, 넌 내 뒤에 있었어. 뒤에 뭔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았어. 그 게 바로 너였구나.]
진후2[그래, 바로 나야. 너의 뒤에 있는 또 다른 너지.]
진후[(진후2를 유심히 보더니)너, 여자잖아. 난 남자야. 여자가 어떻게 내가 될 수 있어.]
진후1[자식, 남녀 차별하는 거야.]
진후[그게 아니고.]
진후2[(미소 지으며)인간은 누구나 뒤에 또 다른 자신을 달고 다니는데, 여자 뒤엔 또 다른 자신인 남자가, 남자 뒤엔 또 다른 자신인 여자가 따라다닌단다.]
진후[난 남자라니까.]
진후1[자식아, 넌 여자로도 태어날 수 있었어. 그리고 넌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으니까 너의 반은 여자라고 할 수도 있고.]
진후[(진후2를 유심히 보더니)너, 다솜이랑 많이 닮았어.]
진후2[(피식 웃더니)니가 다솜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랑 닮았기 때문이야.]
진후[정말?]
진후1[속고만 살았어. 왜 이렇게 믿질 못해.]
진후2[넌 이다음에 커서 나와 비슷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할 거야. 그 때가 되면 난 사라질 거야.(서글프다)]
진후[왜?]
진후2[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진후[그건 좀 슬프다. 내 뒤엔 아무도 없게 되는 거야?]
진후2[그 대신 너를 졸졸 따라다니는 자식이 생기잖아.]
진후[(부끄러워하며)만약 내가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다면]
진후1[어쭈!]
진후[내 아기 속에도 내가 있겠구나.]
진후1[옳은 소리 한번 하네.]
진후2[그럴 거야. 너의 안에 엄마 아빠가 들어있는 것처럼.]
진후[그래, 내 안에 날 낳아준 엄마 아빠가 계셔.]
진후1[나도 니 안에 있지.]
진후2[난 니 뒤에 있고.]
진후[(진후1을 보며)근데 넌 뭐야?]
진후1[너라니까.]
진후[어떤 나냐고?]
진후1[난 너에게 밀려나 마음속에서 살게 된 거야? 니가 나보다 강했던 거지. 니가 보기에도 난 아주 약간 뚱뚱한 편이지.]
진후[많이 뚱뚱한 걸.]
진후1[아냐, 포동포동한 거야. 어쨌든 넌 비만에 걸릴 수도 있었어. 만약 니가 과자 며 빵을 마구 먹었다면 내가 되었을 거야.]
진후[참 다행이다.]
진후1[뭐가 다행이야.]
진후[내가 훨씬 잘생겼잖아.]
진후1[아유, 아유!]
진후[만약 니가 날 대신했다면 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을 거야.]
진후1[(툭 치며) 까불고 있어!]
진후[너희들 말고 내가 또 있어?]
진후1[그럼, 많이 있지.]
진후2[아기 때 너도 너의 가슴 속에서 기어 다니고 있어.]
진후[정말?]
진후1[(노래하듯이)한살 때 너, 두 살 때 너, 세 살 때 너, 네 살 때 너, 다섯 살 때 너, 여섯 살 때 너, 일곱 살 때 너, 여덟 살 때 너, 아홉 살 때 너, 열 살 때 너, 열한 살 때 너. 아유, 숨 차.]
진후[그러고 보니 난 열두 살 때 나네.]
진후2[그래, 맞아. 열세 살 때 니가 나타나면 넌 사라지게 돼. 가슴 깊은 곳으로.]
진후[그래. 몰랐어. 내가 사라진다니.(울상이다)]
진후1[저 자식, 또 울려고 하네. 이 우람한 몸으로 비좁은 네 안에 갇혀 지내는 날 생각해 봐.]
진후2[너무 슬퍼하지 마. 열세 살의 넌, 더 멋있어 질 거야.]
진후[(환해져서)정말?]
진후1[아유, 누가 좀 말려줘, 저 왕자병.]
진후[어른이 된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데 벌컥 방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쁜 진후가 나온다.
나쁜 진후는 다부진 체격에 험상궂은 얼굴의 어른이다.
나쁜 진후, 야수처럼 고함을 지른다.
진후, 깜짝 놀란다.)
진후1[큰일 났네.]
진후2[진후야, 달아나.]
(하지만 날쌔게 달려온 사내가 진후를 덮친다.
진후1과 진후2가 진후를 지키려 하지만 사내의 완력에 떠밀려 쓰러진다.
나쁜 진후, 진후의 멱살을 붙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나쁜 진후[뭐야, 이거. 아직도 젖비린내가 나잖아.]
진후[(겁에 질려)아저씨!?]
나쁜 진후[젠장! 어렸을 때 내가 이랬다니 부끄러운 일이야.]
진후[그렇다면?]
나쁜 진후[그래, 니가 크면 내가 되는 거야.]
진후[아냐, 그럴 리 없어. 난 나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나쁜 진후[그래서 내가 이렇게 나타난 거지. 새싹을 잘라내려고.]
진후1[악당!]
나쁜 진후[입 닥쳐! 한 마디만 더 하면 부셔버릴 거야.]
진후2[그 아일 놔줘요, 그 아인 아무 것도 몰라요.]
나쁜 진후[잔말말구 가만히 있어. 난 화 나면 무서운 사람이야. 얌전히 굴면 니들은 해치지 않을 게. 하지만 (진후를 더욱 높이 들어올리며) 넌 사라져줘야 겠어.]
진후[(몸부림치며)안 돼. 난 니가 싫어. 너처럼 되고 싶지 않아.]
나쁜 진후[니가 없어져야 난 완벽해질 수 있어.]
(나쁜 진후, 왁살스런 손아귀 힘으로 진후 목을 조르려 한다.
그때 방문 안에서 튀어나오는 착한 진후)
착한 진후[그 아이, 놔 줘.]
나쁜 진후[뭐야, 넌!]
(착한 진후, 약간 왜소한 체격에 순해 보이는 얼굴이다.)
나쁜 진후[옳거니. 나의 라이벌이구나. 그래, 너부터 처치해 줄게.]
(나쁜 진후, 진후를 내려놓고는 착한 진후에게 덤빈다.
필사적으로 싸우는 나쁜 진후와 착한 진후)
진후2[진후야. 괜찮아?]
진후[저 사람은 누구야?]
진후1[니가 바르게 자라면 저 사람이 될 거야.]
진후2[니가 못된 마음을 먹으면 저 악당이 될 거고.]
(착한 진후와 나쁜 진후의 난투극이 극에 달한다.
차츰 밀리기 시작하는 착한 진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나쁜 진후가 힘으로 착한 진후를 압도한다.)
진후2[저러다 지겠어.]
진후1[아무래도 질 것 같아. 저 악당은 싸움으로 단련된 몸이야.]
(착한 진후, 기진맥진해서 쓰러진다.
나쁜 진후, 구둣발로 착한 진후를 찍어 누른다.)
나쁜 진후[넌 내 상대가 못 돼.]
착한 진후[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악한 마음 버리고 착하게 살아.]
나쁜 진후[(발길질하며)착하게 살라고. 바르게 살라고. 귀에 못이 박하도록 들은 소 리야. 하지만 결국에 넌 쓰러졌고, 내가 이겼어.]
착한 진후[넌 이긴 게 아니야.]
나쁜 진후[(착한 진후를 올라타고)넌 패배했어! 그것도 모르는 바보야.]
착한 진후[착한 마음은 패배하지 않아.]
나쁜 진후[닥쳐! 힘이 모든 것을 말해. 난 널 힘으로 쓰러트렸어.]
착한 진후[힘은 중요하지 않아. 옳지 않은 건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결국에 지기 마련이야.]
나쁜 진후[하, 이 자식 봐라. 내가 아무 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주지.]
(나쁜 진후, 착한 진후를 칠 듯이 주먹을 번쩍 든다. 바로 그때-)
진후[아저씨, 나빠.]
진후1[괴물!]
진후2[정신 차려!]
나쁜 진후[하, 요것들 봐라.]
진후[난 절대 아저씨처럼 되지 않을 거야.]
나쁜 진후[장담하지 마. 넌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될 거야.]
진후[아냐. 안 그럴 거야.]
착한 진후[(신음하며)진후야, 내게 힘을 불어넣어줘.]
나쁜 진후[(손바닥으로 착한 진후를 후려치고)가만 있어! (진후에게) 넌 남의 물건 을 훔치고 빼앗을 거야.]
진후[어림없어. 난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나쁜 진후[넌 욕심이 많아.]
진후[아냐!]
나쁜 진후[너, 정직하지 못하구나. 그렇지? 왜 아무 말도 못해.]
진후[그래, 난 욕심이 많아. 놀고 싶고, 먹고 싶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아. 하지만 옳 지 않는 방법으로 갖지 않아. 나쁜 짓은 안 해.]
착한 진후[진후야!(도와줘.)]
나쁜 진후[과연 그럴까?]
진후[난 놀고 싶지만 참고 공부할 거야. 아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거야.]
나쁜 진후[넌 게으름뱅인걸.]
진후[그렇지 않아. 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거야. 난 운동도 열심히 할 거야. 모 욕도 깨끗이 할 거고 청소도 할 거야.]
나쁜 진후[그런데 어쩌지. (착한 진후를 가리키며) 이 녀석 끝장난 것 같은데.]
(착한 진후, 죽은 듯이 누워 있다.)
진후[안 돼! 안 돼! 눈을 떠. 일어 나! 힘을 내!]
(진후, 마침내 울음을 터뜨린다.
나쁜 진후, 몸을 일으키더니 깔깔대며 웃는다.)
나쁜 진후[이젠 널 처리해야겠어.]
(나쁜 진후, 진후에게 다가온다.)
진후1[(막아서며)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진후2[(두 주먹 불끈 쥐고)널 무찌르고 말 거야.]
진후[덤벼봐. 난 착한 어린이야. 결코 악당에게 지지 않아.]
(세 아이, 나쁜 진후에게 덤빈다.
사력을 다하지만 나쁜 진후를 압도하지 못한다.
나가떨어지는 진후, 진후1. 진후2)
나쁜 진후[(진후의 목을 조르며)넌 끝났어.]
진후2[누가 좀 도와줘.]
진후1[이럴 땐 어떻게 해야지?]
(나쁜 진후가 더욱 바짝 진후의 목을 조른다.
진후, 고통에 하얗게 질린 얼굴이 구겨진다.)
진후1[하느님, 도와주세요.]
(진후, 숨이 막혀 새파랗게 질린다.)
진후2[예수님, 진후를 살려주세요.]
(차츰 죽음의 그림자가 진후를 덮는다.)
진후1,2[우린 주님을 믿어요!]
진후[(비명처럼 가까스로)예수님.]
(바로 그때, 신비로운 음악이 들리면서 거룩한 빛이 무대를 진동시킨다.)
나쁜 진후[(당황하여) 이건 뭐야?]
(나쁜 진후, 갑자기 힘을 잃고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진후를 내려놓는다.)
나쁜 진후[이건 말도 안 되잖아. 안 돼, 안 돼!]
(나쁜 진후, 고통의 몸부림을 치더니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진후1,2 쓰러져 있는 진후에게 달려간다.)
진후1[진후야?]
진후2[진후야, 괜찮아?]
(진후, 죽은 듯이 누워 있다.)
진후1[진후가?]
진후2[안 돼!]
(진후, 신음을 깨무는가 싶더니 눈을 뜬다.)
진후1,2[진후야?]
진후[(몸을 일으키며) 예수님, 예수님은 어디 계셔?]
진후1[예수님이라니?]
진후[어둠 속에서 예수님을 봤어. 예수님이 날 살리셨어.]
(착한 진후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진후1[예수님이 정말이야?]
진후[응.]
착한 진후[만나게 돼서 반갑다.]
진후[나도 반가워. 10년 후엔 너처럼 된단 말이지?]
착한 진후[아니. 내가 되는 거지. 하느님이 널 인도해 주실 거다.]
진후[그래, 예수님 안에서 착하고 바르게 자라서 다시 널 만날 거야.]
착한 진후[기다리고 있을게. 약속 지켜.]
(착한 진후, 뒤로 물러선다.)
착한 진후[안녕.]
진후[안녕.]
(착한 진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진후1[우리도 그만 가봐야겠어.]
진후[가지 마.]
진후1[바보. 나는 멀리 가는 게 아니고, 네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진후[알아, 하지만.]
진후2[너의 뒤에 꼭 붙어 있을 게.]
진후[그래도 기분이 이상해. 왜 이렇게 슬픈 거지.]
진후1[잊지 마, 우린 항상 같이 있다는 거.]
진후[꼭 기억할 게.]
진후2[우린 하나야.]
진후[그래, 우린 하나야!]
(무대, 암전된다.
곧이어 진후를 향해 스포트라이트 쏘아진다. 진후, 손으로 제 가슴을 더듬는다.)
진후[잘 들어갔니? 뚱뚱해서 들어가기 힘들었을 텐데. 알았어, 미안. 뚱뚱하단 말 안 할게. 이젠 알겠어. 내 마음속에 수많은 내가 있다는 거. 오직 주님 안에서 만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 널 느낄 수 있어. 사랑해.]
(진후2가 살며시 진후 뒤로 다가간다.
진후, 갑자기 확 뒤로 돌아선다.
어느새 진후2는 진후 등 뒤에 자리 잡고 있다.
진후 다시 뒤로 돌아선다.
그 순간 진후2는 진후 뒤로 가서 살며시 진후 등을 두드린다.)
진후[알아. 언제나 내 뒤에 있다는 거. 늘 뒤에 있어서 볼 순 없지만 날 느낄 수 있 어. 난 너희들을 사랑해. 난 나를 사랑해. 난 주님을 사랑해. 나를 아끼고 소 중하게 간직하며 열심히 예수님께 기도할 할 거야.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 지도 않지만 난 느낄 수 있어.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다는 거, 내가 예수님 품 안에 있다는 거.]
(진후, 은총으로 충만하여 환한 얼굴이다.
스포트라이트 꺼진다.)
- <아동극> 까꿍 / 최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