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천주교와 조상제사
과거에 교회는 조상께 제사를 드리지 않는 불효 집단이어서 박해를 받았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조상제사를 허락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맞는 말일까요?
둘 다 맞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조상제사 문제로 인해 순교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조상제사를 조상에게 효성을 표하는 미풍양속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조상제사 문제가 발단이 된 것은 16세기 말 중국에서였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여러 수도회들이 선교하고 있었는데, 대표적 수도회로 예수회와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예수회 회원들은 중국의 유교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천주교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예수회원들은 조상제사를 조상에게 효성을 바치는 미풍양속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은 조상제사를 미신 행위로 보았습니다.
선교사들의 이런 견해 차이로 이른바 ‘제사 논쟁’이 시작됩니다. 약 100년 동안 계속되던 제사논쟁은 1715년 교황 클레멘스 11세의 교황령과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의 교황령으로 일단락됩니다. 이 두 교황의 교황령들은 조상제사를 미신행위로 보고 엄하게 금했습니다. 이런 가르침이 1790년 북경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습니다. 유교 문화인 당시 조선 사회에서 제사를 엄격히 금한다는 것은 이제 갓 천주교에 귀의한 신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천주교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때 진산(현재 충남 금산군)에 사는 윤지충 바오로는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집에 모시고 있던 신주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런 가운데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는 외사촌 형 권상연 야고보와 상의해 전통 제례 대신에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돼 두 사람은 전주 풍남문 밖(현 전주 전동성당 자리)에서 참수당했습니다. 이렇게 한국 천주교회 첫 순교자들이 탄생합니다.
이에 관한 가르침이 바뀐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교황 비오 12세가 1939년 ‘중국 의식에 관한 훈령’을 통해 조상제사에 대해 관용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200년 전과 달리 조상제사가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 풍속이라고 전향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는 시신이나 무덤, 죽은 이의 사진(영정)이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서는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음식을 차리는 행위 등은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축문을 읽거나 합문하는 것은 금했습니다. 또 위패에 ‘신위’ 또는 ‘신주’라는 글씨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참된 신은 하느님 한 분뿐이시기 때문입니다.
1995년에 발효된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에서는 제례와 관련해 이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를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제134조 1항)
또한 이런 조항도 있습니다.
“설이나 한가위 등의 명절에는 본당 공동체가 미사 전이나 후에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조상에게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함이 바람직하다.”(제135조 2항)
그래서 추석이나 설 명절에 합동 위령미사를 거행할 때 신자들이 나와서 분향을 하는데, 바로 이 규정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상 제사를 드리더라도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위령기도를 바치는 것이 교회의 고유한 전통이어서 교회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권하는 차례 예식들은 자료들을 찾아보면 잘 나와 있으니, 활용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첫댓글 사진 삽화까지.
공동체가 함께하는 위령 기도, 연도
참으로 소중한 우리의 자산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나라의 고유의 명절인 설, 추석과 부모 또는 조상들이 돌아가신 날에는 위령기도를 올리고, 연도를 합니다. 조상님들에 대한 효를 행하면서 하느님께 우리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되는 우리의 의무 또는 책임인 듯 합니다.
천주교와 조상 제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정성껏 드리는 것은 물론,
부모와 조상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해 달라고 기도드립니다. 다만, 신주나 지방을 모시는 것은 우상숭배로 여겨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설/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생명과 부활의 주인이신 주님께 조상님들과 우리
자신을 봉헌하면서 정성된 마음으로 이 예절에 참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연도와 위령 미사봉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