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봉산은 작지만 큰 산이다.
▲운석공 형태의 분지를 선보이는 마루금.
◐ 프롤로그 ◑
남강물을 오롯이 낙동강에 合一시키는 산줄기는?
논란의 씨앗이 발아되는 지점은,
남강의 북쪽 울타리가 두 갈래로 분기되는 한우산 자락.
이는 산경표의 원칙(산자분수령)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타래를 풀기 위해 그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소위 우봉지맥이라는 아담한 산줄기를 걸어봄으로써
숭숭 구멍 뚫린 기맥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지,
그 퍼즐조각을 맞추기 위해 이상한 소풍을 떠납니다.
세 명의 산꾼이 가진 유일한 장비는 군살없는 자신감 뿐.
산으로 향하는 신나는 소풍은 마냥 여유롭기만 합니다.
◐ 산행 개요 ◑
□ 산행일자 : 2016년 5월 22일.
□ 행복한 동행 : 무심천님, 봄비님, 범산.
□ 산행구간 : 쇠목재-갑을정-매봉산-신덕산-우봉산-막실고개.
※여기 올린 사진들은 봄비님의 카메라로 찍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봄비님의 넓으신 아량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우산과 자굴산을 잇는 생태통로, '연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아침입니다.
▲등산안내도에 박힌 문구(나는 양심을 버리지 않습니다)가 기본을 생각하게 하네요.
▲출발하면서 올려다 본 한우산 고스락.
▲생태통로는 동물들의 길, 우리는 그 아래를 통과합니다.
▲이제, 우봉지맥이라고 통칭하는,
남강기맥 10구간 들머리(갑을정)를 향해 출발합니다.
▲들머리의 돌탑 1기. 출발을 응원합니다.
▲오른쪽 멀리, 하늘금이 병풍을 치고 있습니다.
▲출발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
▲생태통로 지나자 오름길이 갑자기 가팔라집니다..
▲나무계단의 간격과 높이가 조금 불편합니다.
▲중간 전망바위에서 자굴산 배경으로 한 컷.
▲좋은 인연, 삶의 깊은 의미로 새기겠습니다.
▲마루금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갑을리를 품고서 마루금은 신덕산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남명선생이 자주 올랐다는 의령의 진산, 자굴산.
▲5월인데도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그늘 의자에 마음만 잠시 앉혀 놓았다 갑니다.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한우산 고스락은 점점 낮아집니다.
▲보통 이상이거나 이하의 모양들은 모두 눈요깃거리가 됩니다.
▲비슷한 형태의 나무가 연속해서 나타납니다.
▲소위 진양기맥과 우봉지맥의 분기 지점.
남강과 낙동강의 合水点(기강나루)을 향해서, 남강기맥은 매봉산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한우산 해맑은 날에 정자에 홀로 서서 / 스틱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산뜻한 현판 서체.
▲막걸리로 분위기를 업시킨 후, 가볍게 출발합니다.
▲출발하면서 돌아보니, 한우산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고 있습니다.
▲찰비만당에 이국적인 풍차가 돌고 있습니다.
▲찰비만당 당겨보기.
▲남강마루금을 따라 설치된 풍력발전기.
▲멀리서는 전봇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엄청 규모가 큰 시설입니다.
▲활공장으로 내려서는 계단길.
▲허밍으로 흥얼거리면서, 잔잔한 풀밭의 활공장에 내려섭니다.
▲한 순간에 발 아래에 텅 빈 공간이 열립니다.
▲날개 달고, 허공을 그으면서 날아오르고 싶어집니다.
▲운석공 분지형태로 둥글게 돌아가는 마루금.
초계면, 적중면의 '운석공 환종주코스'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특이한 지형입니다.
▲자굴산 돌아보기.
▲푸릇한 잔디 위로 산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일찍 찾아온 후끈한 더위도 이 열정 앞에선 맥을 못 춥니다.
▲돌아보면, 한우산-갑을정-자굴산 라인이 좋은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갑을정 당겨보기.
▲오르는데, 더위를 부채질하는 후덥지근한 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고,
▲마루금을 깎아먹고 눌러 앉은 풍력발전시설.
▲솔 한 그루, 신나게 훌라춤을 추고 있습니다.
▲찰비만당.
▲인간 이정표.
▲마루금 따라서 줄지어 선 풍력시설. 풍력시설도 돌아가고 마루금도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아직도 풍력발전시설은 공사중.
▲닦아놓은 임도가 넓어서 좋기는 하지만, 영 따분합니다.
▲임도와 마루금을 반복하며 오락가락.
▲바람이 잠잠하니, 풍차 돌아가는 속도도 엄청 느립니다.
속도를 위반해 찾아온 더위는 기계까지 느리게 만듭니다.
▲아마도 여기가 양성고개이지 싶습니다.
공사로 인해 예전의 마루금과 이정표 등 마루금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우측 마루금으로 오르겠습니다.
▲쉭! 쉭! 하면서 가쁘게 돌아 갈 풍차가 소리없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니,
한편의 팬터마임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상처난 마루금에 제 살이 돋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자두산?
▲헬기장이 잡목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돌아보기.
▲당겨서 돌아보기.
▲시야가 열려 좋기는 한데, 차라리 시야가 막힌 산길이 더 좋습니다. 우리는.
▲이제 풍력발전시설 구간이 끝나려나 봅니다.
▲한번의 걸음에 모든 걸 담는다는 심정으로, 주변의 풍경들을 정독하면서 밟아나갑니다.
▲중요한 부분을 밑줄 그어놓고 반복해 읽듯이,
만날수록 정이 우러나는 이 분들 밑에 굵은 줄을 그어 놓으렵니다.
▲한 봉우리에 문패가 둘.
▲진행방향 좌측, 국사봉-천황산-미타산 라인, 오른쪽 멀리 비슬산도 보이네요.
▲당겨보기.
▲오랜만에 바위 전망대 등장.
▲전망대에 올라, 진행할 마루금 을 가늠해 봅니다. 전방의 신덕산에서 마루금은 급좌틀합니다.
▲카메라 렌즈를 꿰뚫을 것 같은 두 분의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부자재로 내려서면서 돌아보니, 풍차가 슬로우 모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음도, 옷 색깔도, 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점점 산길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기온이 표시되지 않지만, 후덥지근, 불쾌지수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솟구치는 불쾌지수를 잠재우기 위해,
집요하게 돌아가는 초침소리를 흉내내면서 오릅니다.
▲신덕산 오르면서 돌아보니, 매봉산이 뒷짐지고 서 있네요.
▲짜증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여유를 챙깁니다.
▲오르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나무계단이 잡풀에 묻혀 있습니다.
▲산마늘?
▲팔 벌려 환영 동작을 취하고 있는 소나무.
▲굽은 등허리를 보고 세월을 생각합니다.
▲헛돌이 주의지점. 좌틀해야 합니다.
▲표지판 뒤로 들어서면, 길 없는 정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글을 헤집다가, 잠깐 공간이 열려서 고개를 쳐들었더니,
놀랍게도 비슬산 자락이 물끄러미 서 있습니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집요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마루금을 경계로, 좌우 뚜렷이 구별해서 식목을 했네요.
▲이 지점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헛돌이하다가,
GPS 도움으로 간신히 제 길을 찾았습니다.
▲길은 답답하고 막막해도, 소나무들의 쭉쭉빵빵은 시원함을 선물합니다.
▲임도와 나란히 뻗은 마루금으로 들어섰다가 혼줄이 납니다.
가시덤불에 찔리고, 정강이를 채이고, 엎어지고......
▲오늘 자주 눈에 띄는 백선(봉삼).
▲잔잔한 솔잎길이 인상적입니다.
▲돌을 에두른 산소들이 자주 눈에 보입니다.
▲열린 공간 속으로 막혔던 숨통을 틔웁니다.
▲주인장은 없고 문은 굳게 잠겨 있고,
▲길을 만들면서 구오목재로 내려서고 있습니다.
▲구오목재.
▲꽉 막힌 마루금 속에서도,
평상심을 놓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다시 오릅니다.
▲구오목재에서 우봉산 오르는 구간의 산길은 비교적 양호합니다.
▲소나무 밑의 잔잔한 산풀들이 산의 건강함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봉산 전위봉 자락.
▲이 새뜻한 산길을 걸으면서 산이 주는 산뜻함에 전율합니다.
▲드디어 우봉산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습니다.
▲우봉산 고스락 풍경 1. 산불감시초소가 독불장군인 양 의기양양합니다.
▲우봉산 고스락 풍경 2.
두 분으로 인해 우봉산이 훨씬 환해졌습니다.
▲우봉산 고스락 풍경 3.
▲우봉산 고스락 풍경 4.
남강을 바라보면서 소처럼 우직하게 세월을 담아내고 있는 산.
흐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청명하지도 못한 날씨를 원망하면서,
우봉산은, 의병처럼, 남강기맥의 끝자락을 총지휘하고 있습니다. (시계방향 순 조망)
▲조망 1. 희미한 벽화산.
▲조망 2. 하늘과 맞닿은 자굴산.
▲조망 3. 진행한 마루금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조망 4.
▲조망 5. 놀랍게도, 비슬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망 6. 앞으로 진행할 마루금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망 7. 바로 앞 우측의 3개봉은 삼봉산.
▲희미한 기맥 끝자락을 굽어보면서, 우봉산과 석별의 정을 나눕니다. 헛돌이 주의!!!
▲마루금 상태는 다시 정글수준으로 돌변합니다.
▲거친 밀림 속을 헤매다가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시원시원한 소나무들이 안구를 정화시켜 줍니다.
▲산에 빠져 있는 시간만큼은 인생의 코너 같은 건 망각되는 법이려니......
▲"미쳤어, 완전히 맛이 갔어."
한 곳에 빠지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산이든, 일이든.
▲이제 화살표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날머리가 나타날 터.
▲해답이 안 나온다고 노력을 멈출 수 없듯이, 발품이 힘들다고 해서 산행을 멈출 순 없지요.
▲막실고개.
▲화살표는 진행형이지만, 오늘의 산행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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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하루 산행의 느낌들을 모으려고 눈을 감아봅니다.
산행의 기억들이 폭약처럼 응축됐다가 터지면서
좋은 기억들이 뭉클뭉클 강물처럼 흐릅니다.
기억의 압권은 갑을리를 둘러싼 운석공 형태의 마루금.
그 산미인의 고혹적인 목덜미가 산객을 녹였습니다.
또 하나의 압권은 남은 산줄기의 총지휘본부 우봉산.
낮지만 큰 산인 우봉산 앞에서 산객은 자꾸 작아집니다.
그 우봉산이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던집니다.
높이나 길이의 잣대로만 산줄기를 바라보지 말고
산줄기 타기의 도화선인 산경표의 원칙에 충실하라고.
마루금을 걸으면서 無愧於心의 기본을 생각합니다.
고루고루 감사합니다.
첫댓글 님의 산행기를 읽고 더위와 잡목숲의 고생은 온데 간데 없고 즐거움만 생각납니다.
좋은 산행 감사합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무더위가 사람을 힘들게 한 하루였습니다.
산사람의 시원한 정으로 그 더위가 맥을 못 춘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오름의 충실함보다 내림의 신선함이 담보된 무심천님과의 산행이었습니다.
산행하시느라,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드리고, 다음을 또 꿈꾸어 봅니다.
함께 산행했지만 당시는 앞길 찾아가기에만 급급해서 산줄기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범산님의 자세한 산행기를 보며 당시 산행을 이해할수있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든든한 산우님들과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습니다...감사합니다
봄비님과의 산행은 언제나 가슴 속을 데워주는 유쾌함이 동반됩니다.
양초가 많은 눈물을 흘려야 빛이 되는 것처럼, 산행에서 많은 값진 땀을 흘리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 산행의 보람이 봄비님으로 인해 더 진해지는 것을, 범산은 크나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