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학창시절 경주를 처음 갔을 때 계림을 지나 경사진 언덕을 올랐더니 사위가 뻥 뚫리고 잡초만 우거지고 별 볼거리도 없어 마치 황성옛터(개성•만월대)를 보듯 무상감이 더하면서도 한편 정겨운 느낌을 받았다. 참 묘한 곳이라고 생각했더니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이 월성(月城•半月城)이란다. 지금도 경주를 생각하면 월성과 감은사지에 덩그렇게 외롭게 서 있는 두 탑이 떠오른다. 그 탑에서 보이는 바다쪽 반대편 산풍경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월성은 신라5대 파사왕(婆娑王) 때 성채를 쌓아 신라초기 이후의 왕궁이 되었다. 지금의 월성은 아름답게 가꾸고 해자(垓子)도 복원했지만 지난 날의 잡초무성한 월성의 모습이 도리어 신라천년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이하에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책 『慶州の傳說』(大坂六村著, 田中東洋軒,소화2년(1927년))의 내용 중 「월성」 부분을 옮겨보고자 한다. 내용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일본어문장이 좀 난해해 번역공부 삼아 시도해 보았다.
「월성(月城)」
-탈해(脫解)의 위계로 호공(瓠公)을 굴복시키다-
월성은 계림(鷄林)의 바로 남쪽방향에서 남천(南川• 蚊川)의 오른쪽 언덕을 따라 동남방향으로 꾸불꾸불 뻗어있는 토성이다. 당초는 돌성(石城)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초석이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얼마 되지 않는 돌들이 쌓아올린 성채 안에 조금씩 남아있을 뿐 짧게 깎아 손질한 풀들이 주위를 아름답게 둘러싸고 있다.
처음 탈해(昔脫解)가 동해안에서 토함산(吐含山)에 올라 멀리 서쪽방향 육촌(六村)의 분지를 바라보니 봉우리 하나에 초승달(三日月) 모양의 지형이 뛰어난 언덕이 눈에 띄였다. 「이곳은 좋은 땅이다. 산다면 여기다」 라고 생각하고 산을 내려와 그곳으로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그 땅에는 이미 당시 신라의 중신 호공(護公)의 저택이 있었다. 아무리 지형이 좋다고 하지만 타인의 땅이라 탈해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여러 생각 끝에 한가지 계책을 생각하고 어느날 밤 몰래 숯을 그 집 주변에 묻어두고 다음날 아침 시치미를 떼고 호공의 집을 방문했다.
탈해가 말하기를 「귀공의 저택은 원래 제 조상의 소유입니다. 조속히 집을 비워주십시오」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담판을 하자 호공은 일시적으로 크게 당황했지만 물론 그럴 리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호공도 크게 항변했다. 여하튼 탈해는 계획한 일이기 때문에 좀처럼 굴하지 않았다. 일찍이 마한왕(馬韓王)의 비호를 받아온 그 대단한 호공도 결국 처지가 난감해 사건을 관아에 넘겼다.
관아의 관리는 「보아 하니 그대는 아직 소년이 아닌가. 게다가 타인의 저택을 갈취하려는 것은 대담하기 짝이 없는 행위아닌가. 도데체 무슨 증거가 있어 그런 말을 꺼낸 것인가」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을 한 탈해는 「지당한 말씀입니다.저는 아무 이유없이는 말씀드리지 않습니다.저의 조상 모두는 대장장이 이었습니다만 사정이 있어 잠시 타국에 나가 살았습니다. 그 사이에 타인으로 인해 압류되어 버렸습니다. 조상이 대장장이 이었던 증거로는 이 집의 주위를 파 보시면 반드시 얼만가의 단서가 나올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디 조사해 주십시요 」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따라 관리가 집안주위를 파 본 바 과연 대장장이들이 사용하는 숯이 땅 속에서 많이 나타났다. 결국 탈해의 계책은 잘 들어맞아 유유히 승리를 거두었다.
호공은 탈해를 보며 「어린 나이에 참으로 훌륭한 자로구나. 귀공은 도데체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묻자 탈해는 상세하게 자신의 신상을 밝히고 동쪽의 나라에서 신라의 동해안에 표착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사정을 들은 호공은 놀라며 하는 말이 「아 그런가? 실은 나도 호리병박을 타고 동쪽의 나라에서 멀리 이곳으로 온 사람인데 그러고보니 참 기이한 인연일세. 좌우간 이곳은 귀공에게 양도하고 나는 알천(閼川• 신라 육촌중 하나)에 있는 별장으로 옮기겠네」 라고 양보하여 사건은 마무리되었고 따라서 월성은 탈해의 거처가 되었다. 당시 신라2대왕 남해(南解)는 이후 이러한 탈해의 기지에 혹해서 자신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하게 했다. 후년 탈해는 제4대 왕위에 즉위하게 되고 자연 월성은 왕성(王城)의 땅으로 정해졌고 제5대 파사왕(婆娑王)은 성채를 쌓아 멋진 성(城)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