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돼버린 하루
소정 하선옥
비 오고 바람 불고 궂은날이 며칠간 지속될 때 나는 그랬다. 누가 반긴다고 쓸데없는 비가 내리나? 사람까지 칙칙해지고 온 삭신이 쑤시고 아프게…. 그리고 오늘처럼 화창하게 맑아지면 나도 덩달아 맑아진다. 하늘이 하는 일인데도 무지해서 하늘을 원망하고 탓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아침 끼니를 때우다 혀를 깨물고 말았다. 내 입안에 들어있는 혀를. 맛난 고기나 뭐 특별한 음식을 먹다가 그랬으면 나 자신을 이렇게나 책망하지 않았으리라. 이십여 년 이상을 아침은 아주 간소하게 아주 간단한 그거로 아침을 때운다. 커피 한 잔에 과일 고구마 같은 걸로 먹고 아침을 시작하는데….
내 입안에 들어있는 내 몸도 조절 못 해서 일어나는 일인데 각자의 많은 사람의 생각과 말과 개성과 행동들을 우리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것만 같다. 그래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하나 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나 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날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오가는 인연 따라 나름의 의미를 깨우치고 즐기면서 살라 하나 보다.
나는 크고 환하게 피는 꽃보다 야생화처럼 잡초에서 피는 작은 꽃이 더 좋아한다. 밟히고 뜯기고 메말라도 어떤 고난을 헤치고서라도 꽃을 피우니까. 작고 보잘것없는 꽃이지만 나를 설레게 하고 미소 짓게 해주니까.
대부분 사람은 본인의 삶이 평탄하고 원만하기를 원하지만, 원하는 것만큼 살아지든가요? 하루 비 오면 하루 바람 불고 꽃피면 미운비가 와서 떨어뜨리고 열매 맺을 만하면 바람 불어 잎과 꽃을 날려 버리고 비 안 오면 시들 듯이. 인생 사는 것이 그리 평탄하고 순조롭지만은 않듯이 다.
내 입안에 들어있는 혀도 깨물고 볼때기도 깨물고 문 닫다 손가락도 치이고 발뒤꿈치도 찍히고 사는 게 그것이 인생입디다. 내 몸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인생. 나이 먹어 운동신경이 느려져서 생기는 일은 절대로 아닙디다. 어릴 때도 소녀 때도 그랬으니까요.
얼마 전 코감기가 심하게 들었는데 비염으로 돌아서 드니 사흘을 아침 세수 때마다 코안에서 피가 뭉쳐서 나오네! 혈전 덩어리도 같이. 혹시나 해서 입안을 캑 캐 그려 받아보니 입안에서도 한 덩어리 뱉어지고. 평소에 혈전용해제와 혈관확장제를 먹고 있었는데…. 사흘 후부터는 깨끗이 그런 증세가 말끔히 가라앉아 버리네. 걱정도 살짝 했었는데. 날씨만 궂은 게 아니고 나도 흐렸다 맑기를 반복 중이네. 혀가 아프니까 말도 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지혜로워지자고 주문을 거는 중이다.
2024년 5월 9일
첫댓글 하선옥 님 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저역시 혈전용해제와 혈관확장제를 먹고 있습니다.
전번에는 임풀란트 하기위해서 1주일간 입원하여 혈액농도를 조절한 다음에 발치를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