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5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못 살겠다며 그들에게 쓰레기와 물을 끼얹는 도시.
인구 200만의 도시에 연간 3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
오버투어리즘의 상징이 되어버린 바르셀로나에 왔다.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 가 그 오버투어리즘의 원흉?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바르셀로나 그 자체의 어떤 매력이 더 큰 원인이라고 봐야할까.
어쨌든 은근히 걱정이 된다. 나도 쓰레기를 뒤집어 쓰게 되려나?
막바로 시내로 들어서기보다 외곽으로 은근히 접근한다.
몬주익(=유대의 산)에 있는 마라도너 황영조의 흔적을 찾아 간다.
그의 발자욱이 남겨지고 그의 달리는 모습이 바위에 그려져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다.
2024년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이제 가우디의 세상이다.
이미 100여년 전에 사망한(1926.6.10) 한 천재적인 건축가의 유산이
온 바르셀로나에 넘쳐나고 오버투어리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남긴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엘공원, 까사 바트요나 까사 밀라 등은
이제 건축학적 유산으로서만 존재하거나 한정되지 않는 듯하다.
그가 남긴 예술적 감각이나 종교 철학, 사회적 관심 등이 그를 평가하는 주제가 되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동문 (탄생의 문) | 동문 (탄생의 문) 세부 조각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서문 (수난의 문) | 서문 (수난의 문) 예수 십자가상 |
그의 건축학적 철학의 본질은 그의 종교 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느님은 자연을 창조하였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따라서 인간의 모든 행위는 하느님의 창조행위인 자연에 귀의한다는 것이다.
문득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의 도가적 사고에 근접했음을 느낀다.
도가의 道는 기독교의 하느님 말씀과 같다.
사람 사는 이치는 땅의 변화에 맞아야 하고
땅의 변화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하늘세계의 이치에 따른다.
하느님세계의 이치는 하느님이 이미 말씀으로 펼쳤다.
그 하느님의 말씀은 곧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모습과 일치한다.
자연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건축 속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하는가는 설계자와 건축가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상하는 것은 그것에 다가가는 개개인의 몫이다.
어떤 이는 그 환상적인 모습에 경탄할 것이고 어떤 이는 그 생경함에 기괴하다고 놀라워할 것 같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미완의 성당이고 여전히 열심히 짓고 있다.
너무 많이 소개되고 알려진 건축물이므로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 독특한 외관과 내부의 초현실적 건축양식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파밀리아성당 동문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나무들의 밀림에 들어선 기분이다.
매끈하고 하얀 나무기둥의 숲은 천정에서 커다란 꽃으로 피어난다.
해바라기를 닮은 그 꽃들은 사실 성모를 상징하는 백합꽃이다.
성전은 기존의 유럽성당이 지니고 있는 무겁고 장대하며 근엄한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밝고 경쾌하며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그 속에서의 사람들의 움직임도 자유스럽다.
정규미사시간이 아니면 방문객들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태도가 특별하다.
이 아름다운 성전에서 간절하고 뜻깊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이런 개방적 공간과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못마땅하게 비쳐질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톨릭에 대한 비신자나 방문객들에게 더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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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새겨진 주기도문 첫 문장 | 스테인그라스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표기 |
다만 누가 보더라도 이 성당이 평범하지 않으며 개성적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고딕과 바로크의 서구 유럽사회의 성당 외관과 판이하게 다르고
거대한 바오밥 나무처럼 솟아 오른 내부의 기둥과 커다란 꽃잎 장식들은 새롭게 창조된 우주와 같다.
잘 알려진데로 구엘은 성당뿐만 아니라 구엘공원, 까사밀라, 까사 바트요 등으로 바르셀로나를 채색하고 있다.
특히 구엘공원은 그의 자연주의적 사고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곳이다.
각종 조형물에 투영된 그의 자연주의적 성향은 놀랍도록 독창적이다.
현장에서 채석된 돌들을 활용하여 쌓은 여러 형태의 교각과 통로들은
자연에 뿌리박은 튼튼한 나무줄기를 형상화하면서도
효울적이고 미적으로 충만한 건축양식이다.
무데하르 양식인 블루타일을 차용한 그의 건축 장식은 개성적이고 독자적이지만 전통적이기도 하다.
구엘공원의 인체공학적 벤치는 다양한 채색과 문양의 타일장식을 하고 있으며
벤치의 차가운 느낌은 다소 더운 날씨의 바르셀로나에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