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 23
이번 서부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LA에 왔다.
우리가 모뉴먼트와 알치스를 가는 동안
패키지 일행은 하루 전 LA에 도착하여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문 등 자유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저녁 늦은 비행기로 서울로 간다.
LA에 대한 내 기억은 침울하다.
30여년 전 방문했을 때 LA에서는 지진이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지진이었고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 일행은 헐리우드 거리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주요 관광루트를 관광하도록 되어 있었다.
당시 LA에는 나와 청년기를 함께 했던 동년배의 삼촌이 살고 있었고
불행히도 그의 상점인 술 판매 전문 리커가게가 큰 피해를 입었다.
술병을 진열했던 선반들이 무너지고
그 위에 있던 많은 술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일행과의 관광동행을 포기하고
그의 가게에 찾아가 하루종일 깨진 병을 치우고
끈적이는 가게 바닥을 닦았다.
청소를 마치고 다음 일정 때문에 부득이 LA를 떠나야 했을 때
우린 산타모니카 해변 모래밭에 앉아
딱딱한 멕시칸 타코 하나씩을 먹으며 삶의 고난을 씹었었다.
내게 LA의 추억은
지진과 교각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하이웨이,
온통 술병이 깨져 끈적이던 상점,
산타모니카의 망연했던 바다 태평양,
그리고 딱딱하고 맛없던 눈물 젖은 빵 타코였다.
그는 일찍 삶을 거두었다.
요세미티를 정복하자 했던 약속을 이루지도 못했고
이제 그의 모습도 볼 수 없다.
이번 LA 방문은 그래서 슬프고 침울했다.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은 시간동안
다시 산타모니카 해변에 갔다.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번화해졌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해변이라기보단 시장통이었다.
LA 그린데일에 있는 삼촌의 집을 들러
헐리우드 거리를 걸었을 때 느꼈던
생기있고 미국다운 복잡함과는 다른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