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 생활을 비교적 즐겁게 한 사람입니다. 밀덕으로서 미군전투부대는 천국이죠. 미군 지상전 부대가 사용하는 권총부터 50cal까지 모든 개인화기를 다 써보고, 주임원사덕분에 저의 보직이 아님에도 브레들리 장갑차의 실사격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총기교관으로 미군들을 갈구기도 했습니다. 저 방탄복과 제 개인화기가 아직도 그립군요...
그래서 였을까요? 미국에서 짬날 때마다 간 곳이 사격장이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제가 Holliston 이라는 곳에 있는 Mass Fire Arms 사격장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격클럽이기는 하지만 총기판매상도 겸하는 곳인지라 다양한 총기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메사추세츠는 좀 독특한 곳인데, 경찰서장이 허가만 한다면 외국인도 임시 총기면허를 발행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총기 사용은 오직 사격자으로 제한되며, 총기를 공개적으로 꺼낼 수 있는 곳은 사격장과 집으로 제한됩니다. 이외의 경우, 특히 총기가 반드시 자물쇠로 잠긴 총기함 안에 항상 들어가 있어야 하며, 자동차로 이동시에는 트렁크 안에 총기함을 두어야 합니다. 실탄 역시 반드시 총기함과 외부에 따로 보관되어야 하며, 역시나 트렁크 안에 있어야 하지요. 나름 규정은 엄격합니다.
자. 생각해봅시다. 대한민국은 현재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덕분에 총기로 인한 범죄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건 자랑할 만한 일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왜 총기를 합법적으로 유통시킬까요?
위의 사진은 보스턴 근교에 Yawkee 역 근처에서 찍은 겁니다. 내용은 연방총기 그러니깐 자동사격과 버스트 사격이 가능한 소총 보유를 전면 불법화 시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발생한 각종 총기 난사 사건들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도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특히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요. 덕분에 캘리포니아 같은 주에서는 제법 엄격하고 깐깐한 총기 규제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텍사스 같은 곳에서는 아예 Open Carry (공개적으로 소총과 권총을 티내고 들고 다니는 것)을 자유화 시키라며 총기 소지자들이 공개적으로 총기를 소지한채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었으면 거의 내란 음모죄가 적용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사진으로만 보면 민병대가 정부청사를 인수한 걸로 보일 지경입니다. 이 들은 한국인들이 인터넷을 거의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총기의 자유로운 소지와 합법적인 이용을 기본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자. 그럼 왜 이렇게 상반된 사고가 나타나는 걸까요? 단순하게 한국의 잣대로만 보면 텍사스 사람들은 또라이임에 분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총기에 의해 아이들, 선량한 상인들과 시민들이 죽어가는데요.
이 것을 이해해보기 위해 일단 미국의 총기 규정부터 살펴봅시다. 단순화를 위해 메사추세츠 주법을 기준으로 총기법을 간단히 살펴보면...
1. 총기를 소지하려는 자는 반드시 총기등록카드(FID)를 소지해야 하며 총기등록카드에는 보유 무기의 일련번호와 종류가 명확히 기재되야 한다. 설령 텍사스 같은 다른주에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취득했다고 할지라도, 총기등록카드 혹은 메사추세트주가 인정하는 양식의 유사 면허증이 없다면 그 총기는 불법 총기로 간주된다. FID로는 오직 반자동 소총과 샷건 같이 몸에 숨기기 어려운 무기만을 살 수 있다. 또한 상위 면허가 없는 한 보유가능한 탄창은 실탄이 10발 이하로 장전되는 것에 한한다.
2. 총기의 사용목적인 자기 방위, 사격연습, 합법적인 야생동물 사냥, 본인의 집에서 총기관리를 수행하는 중이 아닐 때에는 모든 총기가 총기 보관함에 잠겨진채로 보관되야 하며, 이동 중에는 총기함에 보관된 상태로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되어야 한다. 이 때 실탄은 반드시 총기가 보관된 함 내부에 있어서는 안되며 집안에 있는 경우가 아니면 총과 탄창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어서는 안된다.
3. 집밖에서 총기를 장전한채 몸에 소지하기 위해서는, 직업을 이유로 총기면허를 부여받거나 (경비원, 경찰 등등) 은닉휴대허가(Concealed Carry)를 받아야한다.
4. 운전 중 경찰의 검문을 받을 때는 상대가 묻지 않아도 본인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즉각 알려야 한다.
5. 어떤 총기법이든 어긴 사람은 향 후 총기소지시 제약을 받게 된다.
뭐...이정도로 간략화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메사추세츠의 총기면허는 미국 내 39개의 주에서 인정된다 하니 나름 표준에 가까운 총기정책을 펼친다고 봐도 될까요? 미국도 생각보다 총기정책이 말랑랄랑 하지는 않습니다. GTA가 왜 인기있는 게임일까요? 그만큼 그런 일이 없다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깐 제 생각에 미국 총기 정책에 대한 논쟁은 생각보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상식의 대결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총기 불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총기의 소유 자체를 불법화해서 총기로 인한 나쁜 점을 예방하자는 의견이라면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측은 총기 소지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작동하는 것이며, 건국 이래 지속되어온 고유의 권리이니, 소지를 불법화해야 하는게 아니라 불법적인 총기 사용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죠. 그래서 나름 법도 엄한 편입니다.
위의 동영상은 맥풀 다이나믹스로 유명한 트레비스 헤일리가 수정헌법 2조 총기소지 권리를 옹호하는 동영상입니다. 대체로 제가 대화해본 공화당 지지자들이나 총기 옹호자들의 논지가 대부분 담겨 있지요. 저 사람은 비록 업계종사자이지만 총을 사랑하는 것으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입니다. 말 주변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상당히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이 친구의 말(총기옹호론자들의 논지)을 간단히 요약하면, 정부가 나를 보호하지 못할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정부가 민주주의를 무력화 시킬 때 저항하기 위해서, 위기의 빠진 타인을 구하기 위해서 수정헌법 2조가 존재하며 본인은 그 논리를 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설령 총기가 나쁘게 이용된다 할지라도 그건 총기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개인의 문제이자 잘못된 사용에 있는 것이지 그런 문제 때문에 모두의 권리를 앚아가는 건 잘못이라는 내용입니다.
특히 한 학생은 히데요시의 가타나가리(칼사냥)의 목적이 본인의 권력을 안정화 시키고 민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까지 총기 소지가 왜 민주주의에 중요한지 설파하더군요.(동양사에 관심이 정말 많더군요 ㅡ.ㅡ;;)
자 그럼 반대 논지를 봐야죠?
뭐...이 들의 논지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것은 수차례 반복된 학교내 총기 난사 사건과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입니다. 대체로 한국에서의 총기에 대한 인식과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니 길게 이야기 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정리해보면 애초에 총기 없었다면 이 정도로 일이 커졌겠냐는 질문입니다. 아마 총이 없었으니 제압하기 쉬웠을거고 당연히 피해도 현저히 적었을 거라는 거지요.
그리고 총기 소지 자체를 금지하다보니 당연히 범죄에서의 총기 이용도 급감하리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총 맞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거죠. 경찰 들의 과잉 진압 역시 상대가 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크다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이러한 총기규제 및 불법화에 대한 움직임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현재 오바마 역시 총기 규제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글쎄요? 과연 미국이 개인의 총기를 금지하게 될까요?
아...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정부는 애초에 전능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모두가 총기를 가진다고 해피엔딩이 나올만큼 총에 숙련된 것도 아니지요.
일단 주저리 주저리 적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서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군요 ㅋㅋ
그런데 마지막 2,3번째짤은 실제인가요?
실제라면 19금이라고 위에 써주시는게..
아 3번째 사진은 실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태를 재현해본 겁니다.^^
두번째 사진은 볼티모어에서 누군가의 총에 맞은 흑인 소년을 경찰과 구급대가 이송하는 장면입니다. 다만 저건 피와 상처가 노출되지 않아 게재해도 상관없다 판단했습니다.
야외공터에서 탄박스 쌓아놓고 허공에다가 갈겨대는거 부럽긴하더군요... 한국에서 합법화해준다해도 그럴여건은 않될꺼고, 시간적 경제적있는사람들이야 이미 실내사격장이든 해외든 비싼돈들여가며 취미생활을 누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