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기맥 6구간: 성황재~만리성~묘봉산~(월미산)~세계원재]. 호랑이 꼬리(虎尾)를 잡으려다 달 꼬리(月尾)를 밟았네.

[범산]

▣ 호랑이 꼬리(虎尾)를 잡으려다 달 꼬리(月尾)를 밟았네.

▲삼봉산 근처에사 돌아본 월미산.

◐ 산에 가는 마음 ◑

산꼭대기에는 먼저 해가 영글고 달이 영글고 별도 영급니다.

높음으로 해서 비바람도 먼저 맞고 천둥소리도 먼저 듣습니다.

해서 꼭대기들 연결인 마루금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입니다.

오늘은 만리성, 묘봉산, 삼봉산, 덤으로 월미산까지 이음으로써

떨어져 있는 산들이 별개가 아님을 온몸으로 깨닫고 싶습니다.

시간의 파도에 쓸려간 자신을 찾아서 마루금 놀이터로 향합니다.

◐ 산행 얼개 ◑

때 : 2019년 3월 3일.

출연배우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

무대 : 성황재-만리성-묘봉산-월미산-삼봉산-세계원재).

(17.3km, 약5시간 44분 소요)

▲산이 고파서,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마루금을 찾아 왔습니다..

▲시작부터 네발로 기어오릅니다.

우리들의 따스한 양지가 된 조용한 산모퉁이. 

▲저 환한 미소로 인해 산자락 전체가 환하게 변했습니다.

▲오붓한 산길을 만나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정겨운 산길은 마음에서 먹구름을 몰아내는 마력으로 작용합니다.

▲산길이 이렇게까지 참해도 되는 걸까.

가슴으로 파고든 평화가 오히려 불만을 토로할 지경입니다.

▲돌아보니, 참한 산길에 어울리는 참한 산사람이 걸어옵니다.

▲누군가는 항상 불만을 섞어 진단을 합니다.

진탕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술버릇은 藥果라고,

산 구석구석을 진탕  훑어야 직성이 풀리는 버릇은 병이라고, 그것도 고질병이라고.

▲그런 마눌님의 투정에 이렇게 항변합니다.

그런 진탕 산행은 어떤 고질병도 말끔하게 쓸어내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 우리는 산에 고용된 행복한 포로.

▲산중호걸!  저 늠름한 소나무에 딱 어울리는 말.  

 ▲소리보다는 시각적 풍경으로 먼저 정체를 알리는 산꼭대기들.

꼭대기라서 보여줄 게 많아 참 좋겠다고, 질투 섞인 고마움을 전합니다.

▲(390봉 조망 1). 잠깐 지난구간으로 돌아갑니다.

▲(390봉 조망 2). 무장산에서 운제산으로 향하는 산들.

▲(390봉 조망 3).

▲아직은 맨몸둥이로 겨울냄새 풀풀 풍기는 산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막힌 풍경에 고개 끄덕이는 제스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성황재. 오늘 출발지인 성황재는 가짜?

▲돌아본 성황재.

▲봄빛 하나없는 삭막한 풍경 속에서 기다림을 읽어냅니다.

용광로 열기를 버틴 덕분에 단단히 벼려지는 강철이 연상됩니다.

▲서어나무.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보다 더 모진 세월이 보입니다. 숙연해집니다.

▲풍경은 아직 겨울. 겨울은 반성의 계절인가.

뒤늦은 반성과 후회로 점철되는 게 인생이라더니,

필요했던 것은 인생이라는 용광로 안으로 뛰어드는 용기였음을 깨닫습니다.

▲말은 입으로만 하는게 아닙니다.

산행은 발로 말하는 것이며, 그 말들이 쌓여 마루금이 됩니다.

▲마루금 여행은 거름주기입니다.

삶이라는 밭에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게 하는 거름주기.

▲갑자기 튀어나온 허물어진 풍경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돌아보면, 무사히 지나왔음이 감사함으로 바뀝니다.

산길 하나을 걸을 때도 마음을 다해야 함을 새삼 알게 됩니다. 

▲마루금 여행은

태어나고 살아가는 우리 산하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확인하는 과정.

▲잎사귀라곤 떨어져 뒹구는 낙엽밖에 보이지 않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녹색의 나무가 있었으니, 그 나무의 이름은 희망봉에서만 자라는 거목.

▲엉겨붙어서 싸우기도 하지만, 엉겨붙어서 죽고 못사는 사이도 있고,

배배 꼬여서 안 풀리는 일도 있지만, 배배 꼬여서 떨어지지 않는 情이란 것도 있지요.

▲마루금 오른쪽 옆탱이에 자리한 흙집.

암자라 하기에는 좀 뭣한, 조촐한 산신각이었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앉히는, 정갈한 마음터라고나 할까.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무쇠솥에 내려앉아 있고,

술병은 어디 가고 포장지만 쓰레기 되어 불쏘시개로 대기중.

▲옹달샘 물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장기, 양포 쪽 해안이 뿌연 미세먼지 속에 잠겨있네요.

짙은 미세먼지가 조망을 방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산행도 일상의 삶과 같아서 그날의 운명이기 때문이지요.

▲산에 들면 모두 묵언 수행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발 밑에 바스라지는 낙엽소리와 토해내는 숨소리가 메아리 질 뿐.  

▲걸었던 순간순간의 설렘을 담아 흔적 남기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아직 색감은 한겨울이지만, 햇살은 완연한 봄.

포근한 봄기운은 여기 산꼭대기 무덤가에도 내려앉았습니다.

▲산이름이 독특하게 만리성이네요.

문수기맥 만리산 늘못에 떨어지던 빗방울이 선합니다.

▲만리성이 제공하는 오후의 마루금 밥상.

▲흔적이 되었든, 삶이 되었든,

걸으면서 소화하는 산속에서의 시간들은 낙엽이 쌓이듯 쌓여갑니다.

▲발동무로 같이 걸으면서 곁에서 말동무가 되어주는 산벗님들!

 생각해 보면, 산행하면서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한편의 스토리텔링입니다.

▲수많은 길 중 산길만이 가지는 매력은,

다양한 생각을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좋은 노래가 전염성이 강하듯이,

산행이 풍기는 많은 장점들도 전염성 강한 매력덩어리입니다. 

▲캬, 기막힌 명당을 고르셨습니다.

만찬장소로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곳이네요.

▲어떤 지적인 사람도 마루금이 담고있는 지혜를 100% 깨닫을 수는 없는 법.

욕심 내려놓고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수수께끼 같은 지혜가 저절로 쌓이면 좋겠습니다 .

▲이름하여, 공터봉.

▲풍경과 이름을 연결하는 법을 잊은 듯,

한참을 이렇게 서서 산풍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공터봉 조망 1). 지금 시점에서 제1차 목표물은 묘봉산.

▲(공터봉 조망 2). 만리성이 벌써 과거가 되었습니다.

▲(공터봉 조망 3).

▲살아가면서 깊은 혼란이 일어났을 때,

 산행은 가끔 마음의 부랑상태에서 자신을 끄집어내 주는 일을 하곤 합니다.

▲현실의 무게를 지고 산길을 걷다보면, 문득 묘한 전율이 흐를 때가 있습니다.

시원하면서도 뭉클한, 바람 같기도 한...... 아마 욕심이 떨어져나가는 흔적이겠지요. 

▲'푹 빠진 산꾼'이라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직업이라 할 수 없음이 항상 불만입니다.

▲묘봉산은 단박오름을 거부합니다.

두세 번의 워밍업을 통한  단계적 접근을 요구합니다.

▲관심을 끄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는지,

산은 오름길 기울기에 강세를 조금 넣었습니다.

▲잉크를 빨라들이는 압지인 양, 산길 풍경을 뜯어보면서 걸어갑니다.

▲마루금은 편을 가릅니다.

좌우 물길을 가르고, 좌우 환경을 가릅니다.

▲묘봉산 오름길의 2차 단계는 나무계단길이네요.

▲산길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산기슭을 에둘러 돌아가는 길, 묘한 묘봉산 산길입니다.

▲우측, 묘봉산을 찍고 돌아오겠습니다.

▲묘봉산을 만나러 가는 중.

▲산이라는 놀이터에 또 하나의 산이 있습니다.

오름이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쌓여 큰 산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쌓고 쌓아야 할 때라고 저 돌탑들이 일러줍니다.

▲지금은 2019년.

지금 이 산길을 걸어가듯, 각자 자기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가고 있겠지요.

▲송전탑 덕분에 조망이라는 선물이 주어집니다.

풍경들을 둘러보면서 단음절의 인삿말만 주고받습니다. 안녕!

▲운토종주길이 하늘에 선명한 금을 긋고 있네요. 

▲무장산 일대 클로즈업.

▲산벗님들과 산행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

벗이라는 이름으로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서 분에 넘친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마루금을 생략하고 우측 점선을 따라 질러가지만,

원칙을 기둥처럼 지키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 그게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작은 흔적이 후답자들의 올바른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음택이 때로는 좋은 조망을 선물하지요.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가 선명한 부대깃발! 

그 뒤로 월미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건너다 보입니다.

▲진행방향 오른쪽 아래, 방산저수지.

▲꽃밭의 수많은 꽃 가운데서 태양을 향해 고개를 쑥 내민 해바라기.

마루금과 월미산의 관계를 꽃밭의 꽃들과 해바라기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月尾山을 다녀오겠습니다.

가장 큰 목적은 조금 떨어져서 마루금을 바라보는 것.

▲월미산 가는 도중.  세계리·용산리 갈림지점.

▲산길을 걸어가는 이 순간도 째각째각 시계의 훈계소리가 들리는 듯.

▲자연은 소중한 것이여.

여유로운 벗님의 동작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맛뵈기로 잠깐 모습을 보여주는 월미산 용봉정.

▲(월미산 고스락 풍경 1).

벤치들이 오붓하게 조망을 즐기고 있습니다.

▲(월미산 고스락 풍경 2).

▲(월미산 고스락 풍경 3).  올려다 본 용봉정 천장 모습.

▲(월미산 고스락 풍경 4).

마루금 안주삼아 소주 한 잔하면 딱! 이겠다 싶은 구도.

▲(월미산 고스락 조망 1). 

장기·양포 방향을 기점으로 시계진행 방향으로 조망을 즐겨보겠습니다.

▲(월미산 고스락 조망 2).

묘봉산에서부터 월미산까지 능선이 태극을 그리고 있고.

▲(월미산 고스락 조망 3).

운토종주코스의 운제산 시루봉 능선이 장쾌합니다.

▲(월미산 고스락 조망 4).  운제산은 산사람에게는 보물 같은 존재.

▲(월미산 고스락 조망 5).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합동작전으로 시야가 고약해졌습니다.

육안으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보현산은 카메라의 한계를 벗어났습니다.

▲(월미산 고스락 조망 6).

대단한 권세를 부리는 권력처럼 미세먼지가 모든 걸 지배하고 있습니다.

▲(월미산 고스락 조망 7). 영일만은 미세먼지의 집중포화에 초토화되고.

▲(월미산 고스락 조망 8).

호랑이 꼬리를 잡으려다 달의 꼬리만 잡았다는 아쉬움.

호미곶은 미세먼지의 횡포에 꼼짝 못하고 꼬리를 감추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의 횡포가 여간 아니지만,

산벗님의 머릿속에는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올랐을 겁니다.

▲마루금으로 복귀. 마루금 여행은 계속됩니다.

▲문득 돌아보니, 만리성이 멀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마루금 너머로, 월미산도 둥그렇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최근에 설치된 군부대 철책으로 인해, 마루금 풍경이 변했습니다.

▲직진하면 삼봉산이 지척.

▲삼봉산. 조망은 꽝.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이지만, 마루금에 설치된 철책은 산사람들에겐 불청객.

▲운제산을 보면서 철책으로 인해 상한 마음을 달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항상 교차하며 움직인다는 사실을.

▲마루금 산행은 걷는 이의 마음이 알알이 박혀 산과 사람의 마음이 교감하는 과정.

▲솔밭재.

출입문이 열렸으니 떳떳하게 통과해도 될 듯.

하지만 더 떳떳한 길을 따라 우회하기로 합니다.

▲점선은 이동한 경로. 실선은 원마루금.

▲각개전투장이 좌측으로 보이고.

▲옛기억의 폐허 위에 새로운 뿌리가 내려, 푸른 빛으로 자라는 꿈을 상상합니다.

▲청보리의 싱그러움이, 철책으로 인해 다친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비록 미세먼지 지옥이지만,

자연의 치유력이 태양과 별들 아래서 나날이 강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어렴풋이 그리던 꿈에서 시작해 이제는 확고한 동반자가 된 산.

▲온종일 끓던 산열정이

이제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졸아서 사라지려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해· 병· 혼이 독립글자인 줄 았았는데,

세 글자를 합하고 보니 '해병혼'이라는 완전한 단어가 되네요.

'魂'이라는 말은 사람을 뭉클하게 합니다. 산사람에게 혼은 '山'입니다.

▲마루금이 아닌 곳으로의 마루금 여행. 그런 건 짧을수록 좋은 거지요.

▲저 앞 좌우로 흐르는 선이 마루금인 세계원재.

여기서도 마루금은 편을 가릅니다. 오천읍과 장기면으로.

▲사격기동대 정문으로 나왔어야 할 원마루금은 마음 속에 접어둡니다.

▲다음구간 아침, 어김없이 서 있을 곳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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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벗에게 쓰는 편지 ◑

자연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풍경과 소리를 품에 안고,

 거기 담긴 따스한 온기로 자신을 키워가는 산벗이여.

청년의 예리한 냉소도 노년의 온화한 비아냥도 물리고,

그저 자연 그대로 마음 붙드는 힘을 키워가는 산벗이여.

그런 님을 벗의 이름으로 새길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오.

영혼의 허기 채우려 앞뒤 재지 않고 산에 꽂혔던 마음!

산으로 향한 그 마음은 내남 한가지로 닮아있음도 알았고,

산엔 산 닮은 사람은 있어도, 산 고수는 없음도 눈치 챘다오.

생각해보니, 산벗의 미소는 가려운 데 긁어주는 약손이었고,

산정에 불던 훈풍은 우리 인생으로 걸어 들어온 손님이었다오.

추신: 우리는 한 방향을 바라보는 가족임을 깨달았다오. 그 점이 참 고맙구려.

[법광(혜인,수월)]

감사합니다~
함께 산행할수있어 행복했습니다~

[범산]

산마루금을 몽땅 먹어치울 기세로 맹렬하게 불태우고 있는 산 열정!
산우님의 뜨거운 열정에 데일까 두렵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이 산에서의 마음 나눔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달그림자]

만리~묘봉~월미~세계원 .... 이름들이 묘한매력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 호랑이 꼬리 잡는 날엔 지나온 산자락에 뭉클함으로 새겨질 봄날산행, 함께한 한겨레 배우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범산]

산에 가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남 누구나 산사람의 마음은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산행은 그런 마음들이 포개져서 만들어지는 것.
좋은 배우와 같이 하는 아름다운 산행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달그림자]

사진4장 담아갑니다~ merci😊

[무심천]

님의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즐겁게 감상하고 사진 두장을 퍼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범산]

조용하게 건네는 산우님의 미소는 하루를 지탱해주는 선물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루를 기분좋게 만드는 부적이자 마법이었습니다.
같이 땀을 흘려서 좋았고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마리오]

범산님의 세상속에서 내 편리한데로 잘 놀다 감니다

[범산]

마루금은 우리들을 위해 설계된 즐거운 낙원!
산우님들과 함께 마음 풀어놓고 뛰어다니는 놀이터!
열심히 뛰다 보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우정도 탄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