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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二 章
천외섬대살천(天外三大殺天),
지옥(地獄)의 학살자!
지옥(地獄)의 사형집행인!
우연하게도 비슷한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법!
긴장이 풀려 쓰러진 흑의 미청년은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으음..."
깨어남과 동시에 그는 묵직한 신음성을 터뜨렸다.
광풍노도와도 같이 막강한내공이
자신의 내부에서 치달리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퍽! 퍼퍽! 무엇인지 모를 거대한 진력은
그의 전신 혈관을 거침없이 뚫고 있었다.
순간,
흑의 미청년은 뭔가 청량하고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다.
폐부마저 시원스럽게해 주는 시원스런 향기...
마침내, 흑의 미청년은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대는..?"
허나 그의 말은 목구멍에서 다시 삼켜지고 말았다.
아직도 채 정신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은 그의 귓가에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에...
"말을 하지 말고 빨리 진기를 유도 시키시오!"
낭랑한 음성에는 신비로운 매력이 스며 있어
흑의 미청년은 자신도 모르게황급히 심법을 운용했다.
순간, 콰--콰콰! 자신의 내부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지며
전신혈맥 뿐 아니라 이제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모세혈관들까지모조리 시원하게 확 트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간단히 끊겼던 혈관들이 뚫리다니..
오갑자 이상의 내공과
천고의 의술(醫術)을 지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흑의 미청년은 의혹이 어린 불신의 눈빛으로 사사린을 자세히 살폈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저토록 가공할 내력을 지니고 있다니.!)
그는 내심 경탄과 경이의 눈빛으로 사사린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그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사린이 싱긋이 웃으며 손을 털고 일어섰다.
흑의 미청년은 사사린이 손을 떼는 순간
자신이 상쾌한 느낌이 들어 날아갈듯이 몸이 가벼웠다.
(전보다 내공이 훨씬 증진됐군.)
희열에 들뜬 흑의 미청년은
언제 내상을 입은 적이 있느냐는 듯이 가뿐하게일어서더니
사사린에게 포권을 했다.
"구해 주심에 감사드리오!"
허나, 타고난 천성이 어디로 가겠는가?
그는 분명 웃고 잇었건만
그 모습이마치 얼음으로 빛은조각 같았고,
치하의 말은 북풍한설처럼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쯧! 차라리 웃지를 마시구료! 원.. 나무토막 같이 뻣뻣하긴.."
혀를 차는 사사린의 말에
흑의 미청년은 언뜻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후후...! 하기는 감정의 표현이란.내게 너무도 사치스러운 것이지!)
그는 쓸쓸한 미소를 입꼬리에 흘리며 냉막하게 말문을 열었다.
"나는. 전태랑(田太郞)이라 하오!"
사사린의 눈가에 이채가 어렸다.
"동영(東瀛)의 인물이셨군!
어쩐지..무적일도류문(無敵一刀流門)의
절대도법을 사용한다 했더니..!"
사사린이 무심코 한 말에 전태랑은 의외라는 듯 흠짓했다.
(한 눈에 내 출신이 어딘지를 알아내다니..
중원에는 본문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거늘...)
전태랑은 상념에 잠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요!
그렇소. 내가 바로 무적일도류문의 이십 일대 문주,
은형잠밀종(隱形潛密宗)이오!"
"역시...! 그런 신분이기에
지옥의 사형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구료!
과연 그 성명에 부족함이 없소!"
사사린이 담담하게 칭찬의 말을 늘어놓자
흑의 미청년도 감탄했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하핫! 지옥의 사형집향인과 지옥의 학살자라...
뭔가 통하는 데가 있군!"
사사린도 기분이 몹시 좋은 듯 싱긋이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헌데...그 먼 동영에서 이곳까지 오시다니 어찌된 일이시오?"
순간,
사사린은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은형잠밀종 전태랑의 전신에서
구름처럼 일어나는 가공할 살기(殺氣)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수련을 쌓아
오욕칠정을 끊고 인간의 감정을말살한 그가 이토록 분노하다니..!)
전태랑의 눈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했으나,
사사린은 절실 한 분노와 한을느낄 수 있었다.
잔잔함 뒤에 응축되어 있을 엄청난 분노..
하늘마저 찢어발길 듯한 거대한 한...
이때, 전태랑이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는 듯
텅빈 허공을 주시했다.
"오 년 전.. 본문에 일단의 혈의인들이 방문한 적이 있소.
그들은 치욕스럽게도 전대문주이신 아버님께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아니겠소?
허나, 동영인자들은 그대도 알다시피
자존심을 생명이나 가문 보다도 중시하는 전통이 있소."
말을 잊고 있던 그의 얼굴 근육이
극히 미약하기는 하지만 푸들푸들 떨리고있었다.
"아버님은 당연히 거부했고,
결국..놈들의 손에 본문 전체가 몰살당하고말았소.
아랑(亞琅)..
나의 귀여운 여동생이 놈들에게 납치된 것은 말할것도 없고.."
전태랑의 안색은 어느 새 무섭도록 담담해져 있었다.
가공할힘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무색투명한 분노..
그것은 차라리 피빛으로 응어리진
어떠한 분노 보다도 가공하고 공포스런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당시.. 본인은 본문의 최후비기를 연성하느라
폐관수련중이었기에 화를면할 수 있었소."
사사린은 전태랑의 무색투명한 분노를 보며 탄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었군! 지옥혈벌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들이
잠자는 악마의 수염을 뽑은거야!)
이때, 전태랑이 사사린을 응시하며 무엇인가를 건네주었다.
"받으시오!"
슥...!
"이것은.?"
사사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검은 깃발(黑旗),
그것은 손바닥 크기의 자그만한 깃발이었다.
<무(無).. 적(敵)..>
검은 깃발의 중앙에는 선열하게 붉은 피빛으로
두 개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것은 본문의 장문영기요!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악양의 무적천비루(無敵天秘樓)의 현판에 꽃으시오!
그럼..."
전태랑은 사사린이 뭐라고 말할 여가도 없이 포권하더니,
쐐-액! 귀청이찢어지는 듯한 파공음을 동반하고
섬전처럼 사라져 버렸다.
"무적일도류문.. 뜻하지 않게 인자(忍者)의 하늘(天)을 얻었군!"
무적흑기(無敵黑旗)를 품 안에 갈무리하는 사사린의 옥용에
싱그러운 미소가감돌더니,
슷..! 사사린의 신형도 묵천을 향해 날아 올랐다.
무적일도류문(無敵一刀流門)!
인자의 하늘..
암흑 속이라면 천하에서 이들을 당적할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사사린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신강의 오지에서 우연히 얻은 기우(奇迂)가
훗날 .. 엄청난 변수로 떠오르리라는 것을..
*
<대과벽(大戈壁).>
여인의 새하얀 둔부처럼 탐스럽게 현공(玄空)에 떠 있는 만월..
휘-이이잉!
끝없이 펼쳐진 대분지를 양단한
무저심연의 단층 밑에서 불어오는대강풍은
천지를 휘말아 올릴 듯 강맹한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헌데..까마득히 바라보이는
지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이어진 단층의 중앙.
폭이 평균을 잡아도 일백 장이 넘는 단애 끝에
자그만한 인영이 우뚝 서 있다.
표표하게 휘날리는 장발이 수초처럼 달빛을 받아 너울거렸다.
비록 대자연의 위용 속에서 작게 파묻혀 있으나,
그 웅장한 대자연의 위용으로도 억누를 수없는
가공할 기도를 지닌 인영(人影)...!
그는 사사린이었다.
"이제.. 이곳만 넘으면 막북이로군!
새황의 절대자..새북천도영이있는 곳..!"
사사린은 휘말리는 강풍속을 받으며 장발을 시원스럽게 쓸어올렸다.
만월의풍염한 발빛을 받아, 잘게 부서져 내리는 은하의 물결..
이 순간,
사사린의 모습은 정말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월궁의 항아는 지금 단잠에 빠져 있으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미쳐 버렸을 테니까..
사사린의모습은 가히 극미(極美)라 할 만했다.
이때, 사사린의 유연하던 동공에서 강렬한 안광이 폭출되었다.
"새북천도영..세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곳이.. 천년무적도가인 막북천류영인지를..."
아아.. 그럴 수가!
새북천도영(塞北天刀影)!
막북의 패자(覇者)이자
오직 도(刀)에 미친 광인(光人)들 만으로 구성되었다는
천하제일의 도문(刀門),
헌데, 그 새북천도영이
환우팔대종가의 천년무적도가인 막북천류영이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후후...! 이 사실은 운혜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
빙긋 웃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사사린은 계곡을 향하고 있었다.
콰- 콰콰콰-! 화르르르르르...!
십여 장 정도 되는계곡 입구에는
가공무비한 대폭풍강기가 소용돌이치며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시커먼 묵운 사이로 작열하고 있는 가공할 뇌기와 거대한 화염!
<사(死)...곡(谷)...>
계곡 입구의 이끼 낀 바위에는
선열한 피빛글씨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죽음의 계곡이라...뭔가 어두운 냄새가 나는 걸..."
사사린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운혜누님이 고생하고 있는데.
빨리 새북천도영으로 가야지."
사사린은 아쉬운 듯 계곡을 주시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신형을 날렸다.
이때 돌연,
쐐애-액! 한 줄기 귀청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대기를 가르고,
퍽! 사사린의 발 앞에 한 폭의 깃발이 꽃히는 것이 아닌가?
깃발에는계곡 입구의 바위와 마찬가지로
피빛 글자가 공포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입곡자필견염라(入谷者必見閻羅).>
"곡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염라대왕과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천하의 악동이었던 사사린이 나이가 조금 들었다고
조용히 지나칠 수 있겠는가?
"후후!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들어와 달라고 사정을 하는군!"
사사린은 입가에 짓굿은 미소를 머금고 사곡(死谷)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실수한 것이다
. 하늘조차 알지 못할 괴벽을 지닌 사사린,
남이 하지 말라고 기를 쓰고 말리면 말릴 수록
그것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견디지 못하는 사사린의 성격을 모르고
불을 질러 놓았으니..
문득,
눈안에 가득 장난기를 담고 걸거가던 사사린이 멈춰섰다.
(조금 전까지도 없었던 살기가 백 장 이내를 뒤덮고 있다!
인기척은 느낄 수없는데..)
사사린은 지그시 눈을 내리 감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후후! 보이지 않는다면 나도 안보면 되지.)
슷...! 사사린의 신형이 허공으로 둥실 떠 올랐다.
"그리고 나 또한 안보이게 하면 그만이야!"
스스스..! 사사린의 신형이 만월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헌데...
쐐- 액!
"어엇!"
만월 속으로 빨려들든 사사린에게
한 줄기 예리한 파공음이 덮쳐오는 것이아닌가?
사사린은 그만 대경실책하고 말았다.
허나, 사사린으로 하여금 경악토록 한 것은 그 뿐이 아니었다.
오오.. 여인! 달(月)의 요정인가?
월궁의 항아인가?
새파란 검망뒤로 새하얀 나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떠 있는 여인..!
"감히 경고를 무시하고 이곳에 들어 오다니.. 죽엇!
월락검극무(月落劍極舞)!"
십 오륙세나 되었을까?
흡사 암코양이 같은 귀여운 소녀..
그녀는 전신에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수치심도 없이 덮쳐 오는 것이 아닌가?
앙칼진 교갈에 정신을 추스린 사사린은 그만 실소를 하고 말았다.
"훗! 벌거숭이로 한 밤중에 나돌아 다니다니..쯧쯧!
뉘집 딸자식인지 교육 하나는 잘시켜놨군!"
그-윽! 사사린은 쌍수를 치켜 들면서도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츠으으
사사린의 쌍수에서 휘황찬란한 금광이 솟구치고 있었다.
일순, 카-카캉!
"아- 악!"
날카로운 쇳소리에 뒤이어 여인의 신음이 귀를 찢었다.
휘- 익! 뭔가가 만월에 반짝이며 땅 위로 떨어졌다.
패-- 액!
"으음...!"
사사린의 신형이 착지를 하다가 흠짓했다.
월녀(月女)는 이미 핏물을 토하며지면으로 떨어졌다.
헌데, 암흑 속에서 수천 줄기의 도망이
사사린의전신을그물처럼 뒤덮는 것이 아닌가?
허공에 떠 있던 사사린은 다급히 신형을 솟구치며 쌍수를 내밀었다.
"뇌룡등천무(雷龍謄天舞)-!"
쐐- 애액! 십여 장을 솟구친 사사린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다.
"천(天)- 뢰(雷)- 마(魔)- 벽(碧)- 강(鋼)!"
콰우우우-웅! 대기가 시퍼런 뇌전에 발기발기 찢어지더니
사위가 대낯처럼 밝아졌다.
암흑의 저편,
콰지- 직!
"허- 억! 저럴수가...!"
한 혈의 장한이 두 눈을 찢어지게 부릅뜨며 대경실책했다.
천라지망같던 도망은 갈가리 부서지고..
콰-콰쾅!
"크- 아앗!"
피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혈의 장한은 분육이 되고,
후두둑..!
육편은 사방으로 비산했다.
사사린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후후! 나를... 건드리는 자는 무조건 죽인다!"
스- 윽! 사사린은 살소를 머금으며 모래바닥 위로 내려섰다.
헌데..사사린의 신형은 또다시 한 자 허공 위에서 멈춰야 했다.
그 순간, 푸-화악!
사풍(沙風)!
한 웅큼의 모래가 천 근의 힘을 싣고 사사린의 전신을 강타했다.
일순, 콰- 지지직!
"천뢰(天雷)- 탄강(彈崗)!"
파- 파파파팟!
"크- 아아악!"
폭죽이 터지듯 모래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날아올 때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그와 동시에, 전신 혈맥이 가닥가닥 끊기는 듯한 비명이
밤하늘을 찢어 발겼다.
혈인(血人)...! 모래는 티끌보다 조금 클 뿐이다.
허나, 사사린이 반탄시킨 모래 하나하나에는 족히 만 근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탄사(彈沙)에 전시이 꿰뚫렸으니...
모래 속에 숨어 사사린을 공격했던 사나이는 벌집이되어 처참하게 죽었다.
"크으.. 모래의 제왕인 나.. 혈사잠룡이 모래에 맞아 죽다니.."
쿠- 웅! 그는 고목이 쓰러지듯 모래 위에 쓰러졌다.
스- 윽! 그때서야비로소 사사린은 지면으로 내려섰다.
그의 안색은 몹시 침중했다.
"달의 여인..암흑의 유혼... 사인...그렇다면..?"
사사린의 뇌리로 문득 한 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천외. 삼대살천...!"
천외삼대살천(天外三大殺天),
월영살막(月影殺寞),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달(月)의자객집단,
달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월녀(月女)들이 항상 존재한다.
암흑백야혼(暗黑百夜魂),
백인(百人)으로 이루어진 공포의 자객집단,
밤(夜)..암흑속에서처절한 공포를 느끼며 사라져가는 원혼!
대야혼(大夜魂)에서 백야혼(百夜魂)까지 존재하는
암흑 속의 지배자들이다.
혈사평(血沙坪)!
혈사(血沙)의 대지!
사막의 무법자들이라 불리우는 자객집단,
척살대상자가 모래 위에 있다면
이미 그는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니다.
황 사는 혈사로 화한 지 오래되고..
문득,사사린이 신형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쪼그리고 앉아
사사린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소녀의 앙증맞은 젖가슴 사이로는
금빛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나쁜 자식! 미요(美妖)를 아프게 하다니...!"
그녀는 앙칼진 눈초리로 사사린을 쏘아보고 있었다.
헌데..그제서야 소녀를 찬찬히 흩어보던 사사린의 눈가에
경탄의 기색이 떠올랐다.
소녀는 기껏해야 십 오륙 세 정도였다.
허나, 그녀의 교구는 나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숙성한 것이 아닌가?
초생달 같은 아미는 귀 위로 휘어져 올라가
앙칼진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약간 치켜 올라간 봉목은 오히려 귀엽기 조차하였다.
새하얀 백학을 닮은 목의 곡선..
그 아래... 비록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으나
조그만 교수로는 다 가리지 못하여
손가락 사이로 여실히 드러난 풍만한 유방..!
그것은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가 날만큼 팽팽했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새류요...
급격히 퍼져나간 둔부의풍만함은 대지와도 같이 풍요로운 느낌을 주었다.
쪼그리고 앉아 두 다리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비궁!
수초는 소녀의 마음인 양 파르르 떨리고 있다.
(훗! 꼭... 성난 암코양이 같군!)
사사린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스-윽! 그가 미요에게 다가선 순간,
"죽- 엇!"
퍼- 억! 미요의 두 손이 활짝 펴지자
새파란 청광이 사사린의 십대사혈을 노리고 짓쳐들었다.
허나, 사사린은 이미 에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빙긋웃으며
두 손을 마주 쳐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쐐- 애액! 파-파파팟!
혈란한 불꽃이 튀며 어느 새 미요가 날린 암기들은
모조리 사사린의수중에 들어갔다.
"하핫! 내게도 투명혈각이라는 것이 있지!"
찰칵! 사사린의 손톱 위에 투명한 손톱을 덧끼우며 대소를 터뜨렸다.
사사린의 손 안에는 조그맣고 파란 손톱이 열 개 들려 있었다.
이어, 휘-
익! 사사린이 섬전처럼 미요의 손목을 잡았다.
"놔! 이 색한!"
사사린은 앙탈을 부리는 미요를 꽉 붙들고
자신의 금라의를 벗어 그녀에게둘러 주었다.
사사린은 미요를 번쩍 들어 안았다.
순간
미요는 순한 양처럼 얌천해지는 것이 아닌가?
(예쁘다!)
동공을 뚫고 들어오는 사사린의 영상은
소녀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느낌을각인해 놓았다.
그리고..미요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창한 힘이 자신을 감싸고 있음을..
(이 사람...하늘 같아!)
하늘(天)!
미요의 눈에 지금 이 순간
사사린은 하늘보다도 더 거대하게 투영되었다.
그것은.하나의 시발점이었다.
미요, 그녀는 이제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사사린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미요의놀란 토끼같이 부릅뜬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후훗! 자고로 여자는 남자가 옷을 벗겨주어야 하는 법이야!
함부로 옷을 벗고 다니면 곤란하지!"
사사린의 질책에 미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줍음으로 옥용이 새빨개졌다.
마요는 어느 새 정인에게 하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막의 무공을 펼치기 위해서는 할 수 없어요."
"월영투명신공 말인가?"
사사린의 반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뜩였다.
잠시 후, 미요의 안색이 갑자기처연하게 변했다.
"자객에게 패배란 곧 죽음을 의미하지요.
허나.. 본막의 여인들은 실패하면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맡겨요."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나... 월후(月后)도 예외는 아니에요!"
사사린은 어이가 없어 실소했다.
"허...! 월영살막에는 그런 율법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미요가 고개를 반짝 치켜들고 사사린을 주시했다.
"본막의 무공을 펼치려면 그 특이성 때문에 옷을 벗어야 해요.
실패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보이게 되는데 어찌 하겠어요?"
"만약 내가 거절 한다면..?"
사사린이 정색을 하며 발하자 미요의 안색이 절망적으로 변했다.
"버림 받는다면 죽음 뿐이지요!"
사사린이 미요를 번쩍 들어 올리며 빙긋 미소지었다.
천하의 사사린이 미녀가 당신밖에 없다고 접근하는데 마다할 사람인가?
다만 미요가 어떤 표정을지을지 짖굿은 장난을 친 것이다.
"후후! 그건 그렇다치고..
천외삼대살천이 이런 황량한 오지에 무슨 이유로 몰려 있는 것이오?"
"그것은...소첩도 알 수 없어요."
미요는 사사린이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달빛처럼 빛나는 봉목으로
사사린의 미안을 뚫어질 듯 주시하며 말을이었다.
"본막을 비롯한...
천외삼대살천은 하루에 황금 일만 냥씩으로
사곡을 지켜주기로 청부를 받았어요."
그녀의 말에 사사린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루에...만 냥! 일 년 이면... 삼백 육십 만냥인데...
그런거액을 단지 이곳을 지키는 것 만으로 지불했단 말인가?"
"그래요."
미요는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사린은 고개를 저으며 사곡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런 정도의 거금으로 지킬 정도로..
엄청난 무엇이 저 안에 있다는애기인데..)
사사린은 어떤 결심을 굳힌 듯 미요를 내려놓았다.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미요의나신을 보듬어 안았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만일 누군가가 오면 연락을 하고.."
이어, 슷..! 사사린은 미요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사곡의 안으로 신형을 날렸다.
미요는 막 사곡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사사린의 등 뒤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시선을 얼려 만월을 바라보며 나직이 입술을달싹거렸다.
"이제..달의 신화는 끝인가?"
미요는 멍하니 만월을 주시하다가
이내 체념한 듯이 고개를 떨구며
옷깃을여몄다.
사내의..겅렬한 체향은 그녀의 나신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어쩌면.. 잘 됐는지도.."
미요.. 달(月)의 신화를 간직한 월영살막의 지존,
월후(月后) 미요는 태양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다.
월영살막...달의 신화와 함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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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