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 <16>영광 불갑산
<최근 꽃무릇이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불갑산(佛甲山)의 진가가 드러났다.
불갑산은 한국의 100명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은신처가 될
만큼 작은 체구에 비해 수림이 울창한 산이다. 초가을이면 산속에 자생하는 꽃무릇과 오래된
고목들, 그리고 암자가 어울린 풍경은 불갑산에서만 볼 수 있는 그윽한 풍광이다.>
불갑산은 불갑사를 품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제 땅에 처음으로 불법을 전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남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 침류왕 원년 영광 땅 아무포(현 법성포)로 들어와 이곳에 절을 세웠는데,
‘제불사(諸佛寺)의 시원(始原)이요 으뜸이 된다’고 해서 불갑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최근 불갑사 앞에는 49만5천여㎡에 이르는 꽃무릇 단지가 조성돼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불갑산 산행은 동백골을 들머리로 정상 연실봉으로 둘러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가 좋다.
불갑사~구수재~연실봉~해불암~불갑사 구간으로 거리는 4.5km 넉넉하게 3시간쯤 걸린다.
꽃무릇이 특히 장관인 곳은 동백골 저수지 근처와 해불암 일대다.
주차장에서 불갑사 입구로 들어서면 드넓게 조성된 꽃무릇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은 매년 꽃무릇 축제(올해는 9월 23~25일)가 열리는 곳으로 개울을 따라 무리 진 꽃들이 요염한
빛을 내뿜는다.
본래 꽃무릇은 절꽃이다.
금어(탱화를 그리는 스님)가 물감에 꽃무릇 뿌리를 찧어 넣으면 그림에 좀이 슬지 않아서 많이 키웠다.
이름은 운치 있지만 코끼리도 쓰러뜨리는 독초다.
꽃길을 지나면 불갑사에 닿는다. 지금으로부터 1천700여 년 전인 384년,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는 인도를 떠나
10년의 여정을 거쳐 당시 백제 땅이던 영광 법성포구를 밟았다.
그리고 세운 것이 불갑사. 이곳 대웅전에는 지붕 용마루 한가운데에는 스투파(탑), 남쪽을 보고 있는
석가모니상 등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남방불교만의 독특한 양식이 남아 있다.
대웅전으로 가기 전에 눈이 부리부리한 사천왕상을 만난다.
이는 조선후기 작품을 추정하는데,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엽 사이에 전북 고창 소요산에 있던 연기사의
터가 좋다하여 당시 현감이 절을 소각하고 집을 세웠는데, 이때 이곳에 있던 사천왕상을 바다건너 불갑사로
모셔왔다고 구전되고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 소슬 빗살문의 연꽃·국화꽃·보리수의 섬세한 조각과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면 닫집의 화려한 조각이 눈부시고, 모서리 공포 부분에 새긴 용머리는 곧 살아서 날아다닐
듯하다.
절 구경을 하고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면 동백골을 만난다. 길은 저수지를 따르는데, 주변이 온통 꽃무릇 군락이다.
과연 전국 최대 규모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꽃무릇은 처음에는 붉은색 꽃만 눈에 들어오지만, 점차 땅에서 길쭉하게 뻗어나온 연녹색 줄기의 고운 자태도
매력적이다. 해불암 갈림길을 지나면 구수재가 지척이다. 길도 순하고 꽃구경에 힘든 줄도 모른다.
구수재부터는 본격적인 능선길. 제법 나무들이 울창한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 암봉을 하나 넘으면 정상인 연실봉에
올라선다.
정상 비석 옆에 서면 영광과 함평 일대가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북쪽 나무 계단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온다.
곧 해불암에 닿는데, 암자 근처에는 오래된 고목들과 꽃무릇이 어울린 모습이 일품이다.
해불암에서 불갑사로 내려오는 제법 가파른 비탈에도 꽃무릇이 그득하다. 20분쯤 내려오면 동백골을 만나고
곧 불갑사에 닿는다.
불갑산을 길게 즐기려면 불갑사에서 덫고개에 올라 구수재까지 시원하게 능선 타는 코스가 좋다.
이 경우 불갑사~덫고개~연실봉~구수재~불갑사 코스로 거리가 6.5km 4시간 30분쯤 걸린다.
불갑사에서 왼쪽 길을 따라 40분쯤 오르면 덫고개에 오른다.
여기서 노적봉ㆍ법성봉ㆍ투구봉ㆍ장군봉ㆍ연실봉을 차례로 거치는데, 길이 완만하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거리도 상당히 짧은 편이다.
장군봉 팔각정에서 전망을 둘러보고 정상을 넘어 불갑사로 내려온다.
<이 기사는 대구시체육회가 후원합니다.>
▨주변 명소
△백수해안도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뽑힌 백수해안도로는 답동마을에서부터 시작되어
법성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옆으로는 서해답지 않게 검은 바위로 이뤄진 절벽이 이어지고 옛날 조기 파시로 유명한 칠산 앞바다의
모습이 장관이다.
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서 차분히 해안절벽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전시관, 해수탕 등 편의 시설이 있다.
△법성포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법성포 좌우두마을은 인도승 마라난타가 기원전 384년에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뜻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용루, 탑원,
간다라 유물전시관, 4면 대불상을 건립하였고 특히 부용루의 벽면에 석가모니의 출생에서 고행까지의 전 과정을
23개의 원석에 간다라 조각기법으로 음각 되어 있는 등 관광명소로 개발했다.
법성포는 영광 굴비를 말리는 포구로도 유명하다.
▨교통
자가용은 호남고속도로 동림 나들목으로 나와 불갑사를 찾아간다.
버스는 동대구버스터미널에서 광주를 경유해 영광에 이른다.
광주에서 영광행 버스는 수시로 있고 1시간쯤 걸린다.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불갑사로 가는
군내버스는 오전 9시~오후 7시30분까지 하루 8회 있다.
▨숙식
불갑사 입구에는 별다른 숙박시설이 없다.
영광 읍내에는 비교적 저렴하면서 깨끗한 모텔이 많이 있다.
시카고모텔(061-351-7300). 그리스모텔(061-351-1010).
영광의 맛은 굴비다. 굴비정식은 구이와 찜, 조기찌개 등으로 푸짐하게 한정식을 차린다.
영광읍 문정식당(061-352-5450)과 법성포 만나식당(061-356-2377)이 유명하다.
불갑사 앞의 할매식당(061-352-7844)은 24가지 반찬이 나오는 보리비빔밥이 유명하다.
또한 영광에서는 일명 ‘머슴송편’으로 부르는 큼직한 모싯잎 송편(모시송편)이 별미다.
팥소보다는 모싯잎을 삶아 섞은 떡맛이 일품이다.
만나떡집(061-351-1462). 해불암 아래의 꽃무릇 군락지는 고목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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