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2024년 마지막 별밤 글쓰기를 마쳤습니다. 참가자 한 분이 보내주신 소감문을 읽으며 가슴뭉쿨했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았습니다. 나의 기도는 내년에도 계속 별밤 글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재무 시인의 말처럼 기도가 바람부는 벌판에서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듣는 것이라면 별밤 글쓰기는 기도입니다. 잠들기 전 오롯이 나와 마주하여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받아적으며 글로 쓰고 글쓰기 벗들과 고요히 나눕니다. 때론 침묵으로, 때론 소리없는 눈물로, 때론 도란도란 이야기로 ...
모든 참가자 분들에게 고개숙여 진심 감사해요. 그대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한번 해볼까, 즉흥으로 시작했다가 얼마나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6개월 동안 21회차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참가자분들 덕택입니다. 꾸준히 함께 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끝에서 다시 시작으로. 2024년 별밤 글쓰기는 끝났지만, 마음은 끝이 없듯이 글쓰기도 끝이 없습니다. 2025년에도 별밤 글쓰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1월 8일에 다시 또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만남을 기다립니다.
참가자들이 나누어준 글을 여기에서 함께 공유할게요.
별밤 글쓰기 수업을 마치며 ...
24년은 저를 찾아가는 한 해였습니다. 그 과정에 글쓰기 수업이 있어 참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수업시간이 밤 10시 아이를 재워야 하는 시간이라 살짝 걱정도 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참여하지 못한다해도 한번 해보자 했습니다. 수업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그 시간만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나를 위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나를 찾는 과정에서 무언가라도 잡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절박함과 불안함 속에서 '나 잘하고 있나?'라고 어디에도 물을 곳이 없었습니다. 별밤 글쓰기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마음을 추스려 보고, 그렇게 글을 쓰면 내가 가야 하는 인생의 항로가 0.1도 쯤은 바른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전감을 느꼈어요. 속마음을 글로 쓴다는 것은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었어요. 두서없이 눈물을 쏟으며 써내려가던 글 속에는 후회, 미련, 분노, 원망이 있었고 그 뒤에 흘리던 눈물에는 미안함과 자책,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디시 글을 써봤어요. 하면 할수록 생각이 선명해지고 정리가 되어갔어요. 이제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글쓰기 노트도 여러 번 바뀌고 한 해가 지나면서 제 마음도 바뀌어가요. 노트 속 다짐들을 다 해내진 못했더라도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음을 저는 이제 알아줘요. 이런 과정들이 저를 알아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막연히 나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과 선명하게 나를 아는 것은 차이가 크더라구요. 예전에는 느끼지 않던 나에 대한 연민과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나를 조금 더 알고 싶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싶고, 나에게 좀 더 관심 가져 주고 싶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런 과정들이 있어서 24년이 끝나가는 지금, "나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라는 기분이 들어요. 흔들려도 나고, 모자란 것도 나고, 그런 나를 그저 바라보는 나도 나였음을 알았으니 25년에 한 해는 그런 나를 보듬어주고 아껴주고, 위해주며 보내려고 해요.
25년에도 글쓰기 수업이 계속 된다고 했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신청했어요. 저는 25년 한 해 변함없이 '지금'을 살아가겠다고, 저 스스로에게 약속했거든요. 그 여정에 마음 글쓰기가 저의 방향키가 되어줄 거라 생각해요.
별밤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놀이치료 선생님의 권유에서였어요. 글쓰기에 어려움이 많은 저에게 별밤글쓰기는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일주일에 한번 밤 10시에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처음에는 3분,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뭘 써야 하는지 고민만 하다가 한 글자도 못 쓴 때도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게 쑥쓰럽고 용기가 안났거든요. 그러다가 다른 분들이 쓴 글들을 보니 멋지고 폼나게 쓴 글이 아니라 담백하고 솔직하게 쓴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저도 용기를 내어 한 문장씩 써내려가고 다른 분들께 간단하게 내 이야기를 나눔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 뿐인 그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 되어가는 걸 느꼈어요.
과거의 시간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내 인생을 되짚어보고 글을 쓰고 읽었더니 어느새 노트 한권이 채워지고, 다시 새 노트에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혼자였다면 글쓰기가 쉽지 않았을 거에요.
별밤 글쓰기 시간이 있어서 내 인생을 감싸 안아주고 치유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별밤 글쓰기 수업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치유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있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들도 궁금해지지 시작했거든요.
덕분에 글쓰기 취미가 생겼고 안내를 받으며 글쓰기를 하니 좋더라구요. 매회마다 스스로에 대해 알아차리며 자각되는 게 있네요. 일하고 돌아와 늦은 시간이다보니 피곤해서 조는 경우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구요.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쓰면서 문득 아이들에게도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도 편지를 써요. 다들 너무 좋아하네요. 전할 수 있는 마음을 글로 쓸 수 있으니 좋아요.
그림책, 시, 음악 등 익숙한 매체를 이용한 글쓰기가 참 편안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진행자가 글쓰기 참여하신 분들에게 정성드리는 모습도 좋구요.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에 감사하네요.
첫댓글 우왕~ 글라라샘 글 읽으며 감동했는데 참가자 소감 읽으니 더 감동이네요!! 2025년에도 별밤 글쓰기 아자아자!!!
정말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깊은 밤 서로 나누는 깊은 위로의 시간
항상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