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여행 설두산(시커우 장씨고거, 등산대회, 설두사, 장쉐량 구금지, 무산묘)
장제스의 고향 시커우溪口의 거리는 중화민국 시대 풍물이 많습니다. 민국 시대 사람들 모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 지방 특산인 토란이 거리 곳곳에 즐비한데 담백한 고구마 맛이 나며 영양가도 좋습니다. 시커우에서 가장 흔한 과자인 천층병千层饼도 눈길을 끄는데 토란가루와 바다이끼 등을 원료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넣고 굽는 과자입니다.
총통 장제스 고향 집 건물에는 두 마리 용이 넘실거리고 벽마다 관우처럼 용장이 조각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조상 신위가 모셔져 있는 고거의 보본당报本堂 지붕 위에 있는 쌍용창주双龙抢珠와 삼성고조三星高照를 보고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두 마리 용이 구슬을 가지고 노는 것은 베이징 고궁이나 공자 사당에서나 어울리는 황제의 위상인데다가 중국인들이 가장 선망의 대상인 복, 녹, 수 삼성의 신이 나란히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寓理帅气" 편액은 장제스가 끔찍하게 아낀 장자 장징궈 40세 생일에 써준 문구로 「맹자」에 나오는데 "이치를 마음에 품어 통솔의 기상을 펼치라"는 뜻....
무엇보다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과 두 언니와 함께 서 있는 조각상이 반가웠습니다. <중국인이야기> 4편에 쑹메이링과 장쉐량의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가 떠올라 인증 샷도 하나 찍었습니다. 장제스 닮은 사람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설두산등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중국사람들도 참 많이 참가한 한중 친선대회. 이 지방 무형문화재인 용춤 공연과 ‘모리화茉莉花’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의 열창도 좋았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중국악기인 얼후二胡, 피파琵琶, 구정古筝, 디즈笛子를 본 것도 즐거웠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모두 설두산의 폭포를 향해 열심히 걷기 시작합니다.
장제스가 가마 타고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 등산대회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길 중간에 민국시대 옷차림의 아가씨와 <13억 인과의 대화>를 붓글씨로 쓰고 기념사진을 찍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사진은 현지 언론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장제스와 쑹메이링의 별장 묘고대妙高台 근처의 높이 186미터의 천장암千丈岩폭포를 케이블카를 타고 찍기도 했습니다.
설두산의 미륵보살 성지 설두사雪窦寺를 들렀습니다. 높이 33미터의 미륵보살이 웅장한 자태, 배 불룩하게 앉은 모습이 멀리서도 보입니다. 설두사의 창건은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시대까지 역사가 거슬러올라가나 당나라 시대 본격적으로 건축됐으며 1932년 민국 시대에 이르러 중국 5대 명산의 불교사찰로 꼽히게 됩니다. 오등회원五镫會元 편액이 걸린 작은 사당에는 문수보살의 성지 오대산, 관음보살의 성지 보타산, 보현보살의 성지 아미산, 지장보살의 성지 구화산과 함께 5대 사찰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륵보전에는 승려들이 봉양하고 있었으며 천왕전 뒤편에 늘 칼을 차고 있는 위태보살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설두사 바로 옆에는 <중국인이야기> 4편에 나오는 장쉐량의 첫 번째 구금 장소입니다. 1936년 12.12 사태, 시안사변의 주인공 장쉐량은 1937년 1월 13일 이곳에서 53년이나 되는 연금생활을 시작합니다. 그와 72년간 옆을 지켰던 자오이디 여사의 백색의 조각상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책에서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의 장제스, 쑹메이링, 장쉐량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르니 자연스레 인증 샷 찍습니다.
설두산에서 내려오니 5성급 인봉리조트의 하늘에 구름이 멋집니다. 간단히 씻고 시내 호텔에서 만찬을 했는데 역시 토란요리가 흔히 볼 수 없는 맛. 처음에 잘 몰라 물었더니 '위터우(yutou)'랍니다. 헐 물고기 머리? 역시 성조가 달랐습니다. 鱼头와 芋头를 착각하다니...토란은 동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도 합니다.
만찬 후 무산묘로 이동해 등산대회 뒷풀이를 했습니다. 무산묘는 시커우의 중요 제사행사를 치르던 사당으로 장蒋씨를 비롯 임任, 송宋, 단单, 장张씨 5개 성씨가 합동으로 행사를 하던 곳입니다. 치파오 무용, 노래 등등 재미난 공연과 등산대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도 있었는데 추첨으로 뽑는 1등(상금 50만원)에 중학생이 당첨돼 화제였습니다. 사회를 본 한국 중국여행동회 정규호 대표의 진행도 재밌습니다.
무산묘는 평소에는 박물관이고 저녁에는 공연장소이기도 합니다. 주위에 민국시대 풍물사진이 많은데 역시 장제스와 쑹메이링 사진이 눈길을 끌고 성냥과 담배를 팔던 아가씨가 인상적입니다.
무대가 모두 끝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다파이당大排档, 즉 노천 포장마차로 옮겼습니다. 1000여명이 한꺼번에 모여 술을 마셔도 될만큼 큰 마당입니다. 양고기꼬치 양뤄촬羊肉串 파는 위구르족 청년이 인상적입다. 실크로드 부근 가면 자주 보는 모습이건만 이곳 절강성에서 만나다니 반갑웠습니다. 평소에 동그란 흰색 모자를 쓰고 다니는 무슬림인데 중국에서는 위구르족과 회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한눈에 투르크(돌궐)계 얼굴이니 위구르족입니다. 바이주와 맥주, 다양한 안주로 거나하게 취한 후 우리 일행 다섯명은 택시 하나에 함께 타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즐겁게, 많이 마신 밤...내일은 신선거 절경을 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다음은 신선거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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