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3일, 금요일, Cuzco, Hostal Familiar (오늘의 경비 US $28: 숙박료 20, 시내 관광 35, 점심 12, 저녁 7, 컵 라면 6개 20, 인터넷 2, 환율 US $1 = 3.50 sole) Bolivia 정세가 심상치 않다. 국경이 닫혀서 들어갈 수 없다는 여행객을 둘이나 만났다. 아침에 인터넷을 하면서 미 국무성 사이트에 들어가 볼리비아 여행에 관한 경고가 있나 체크했는데 아무 것도 없다. 무언가 있어야 되는데 정부 일하는 게 시원치 않기는 선진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앞으로 15일간 살 돈을 ATM에서 찾았다. ATM에서 돈을 찾을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나라마다 시스템이 조금씩 달라서 실수를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또 문제가 생겼다. 남미의 ATM은 보통 그 나라 화폐만 찾을 수 있는데 페루 ATM은 페루 화폐 Sole과 미화 두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찾는 액수를 선택하는 화면은 우선 미화 화면이 먼저 나온다. $10, $20, $50, ..., $200 선택이 나오고 $200 밑으로 페루 화폐인 "Sole" 선택이 나온다. "Sole"을 누르면 화면이 바뀌면서 Sole 액수들이 나온다. 나는 페루 화폐를 원해서 "Sole" 버튼을 눌렀다. Sole 화면으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화면이 바뀌질 않는다. 그러다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무슨 버튼인지 눌렀더니 (아마 취소 버튼) 영수증이 나온다. 영수증을 읽어보니 내가 $200을 찾았다고 나와 있다. 혼비백산해서 은행 직원을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정확히 설명한다. 내가 "Sole" 버튼을 누른다고 눌렀을 때 "Sole" 버튼을 누른 게 아니고 바로 그 위에 있는 US $200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이 나왔는데 내가 화면만 보느라고 돈을 꺼내지 않아서 돈이 다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3초 기다려서 꺼내가지 않으면 돈은 다시 들어가 버리고 일단은 내 계좌에서 빠지나 약 3일 후에는 내 계좌로 다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3일 후에 내 계좌를 체크해 보라 하면서 다시 돈 찾는 것을 도와준다. 문제는 버튼과 버튼 라벨이 제대로 정열이 안 되어서 "Sole"를 누른다는 게 바로 위에 있는 US $200을 누른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돈이 나왔을 때 무슨 소리라도 나서 내 시선을 돈 쪽으로 끌었으면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곳 은행은 매우 혼잡하다. 항상 줄이 길어서 카운터에 가서 미화나 여행자 수표를 이 나라 돈으로 바꾸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다행이 ATM은 줄이 없어서 쉽게 사용 할 수 있다. 은행이 혼잡스러워서 그런지 Cuzco에는 어디가나 환전상들이 많다. 은행 근처 길 네거리에는 환전상들이 길에 깔렸고 기념품 상점이나 여행사에도 항상 환전 코너가 있다. 주로 미화나 유로를 사고팔며 차액을 남겨먹는 장사인데 차액이 미화 1불에 페루 돈 0.2 sole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루에 $100을 바꾸면 20 sole 수입이 되는 셈이다. 이곳 사람들의 임금을 추정해보니 시간 당 1 sole (약 350원)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니 환전상들이 힘 안들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1주일 정도 머물고 가는 외국 여행객들은 이곳 돈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 눈으로 보면 돈을 물 쓰듯 하고 가니 이곳 사람들은 하던 것 다 집어치고 외국 사람들 뒤만 졸졸 따라 다니게 된 것이다. 관광 붐이 이들의 생활방법을 뿌리째 바꿔 버린 셈이다. 오늘은 관광그룹에 끼어서 Cuzco 관광을 하는 날이다. 우선 시내에 있는 Coricancha라 불리는 옛 Inca 신전 터를 가 봤다. 옛 신전 기초 위에는 Iglesia de Santo Domingo란 성당이 세워져 있다. 옛 Inca 건물을 허물고 그 기초 위에 건물을 허물어서 나온 돌로 스페인 건물을 지은 좋은 예다. Coricancha란 "Golden Courtyard, 금의 마당" 이란 뜻으로 Inca 시대에는 이 신전 건물의 벽을 700개의 금판으로 (개당 무게가 2kg) 덮었다고 하는데 Inca 제국을 정복한 Pizarro가 다 뜯어내서 가져가 버렸다. 무지막지한 Pizarro 일당은 Inca 제국 전역에서 거둬들인 금은을 스페인으로 수송하고 자기네들끼리 분배하는데 쉽도록 전부 녹여서 덩어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이 Inca 제국의 금은 예술품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이 신전 부근에 있는 Loreto라 불리는 차가 안 다니는 좁은 길이 있는데 양편에는 Inca Walls (Inca 벽) 라고 불리는 옛 Inca 건물들의 기초와 하부의 돌 벽이 남아있어서 볼만하다. 얼마나 정교하게 돌을 쌓았는지 돌 사이 틈 사이가 거의 안 보일 정도다. 다음에는 중앙광장에 있는 대성당으로 갔다. 오늘 자세히 보니 성당 벽의 상당 부분이 Inca 돌로 되어있다. 스페인이 Inca 제국을 정복한 후 옛날 Inca 건물을 부셔버리고 거기서 나오는 돌로 새 도시를 세우는데 쓴 것이다. 이 성당도 Inca 돌과 Inca 노동력을 사용해서 지은 것이며 완성하는데 100여 년이 걸렸다 한다. 성당의 규모는 거대해서 중앙의 대 성당과 좌우의 부속 성당의 세 성당으로 이루어 졌고 제단도 금박으로 된 것, 순은으로 된 것, 나무로 된 것 등 여럿이 있었다. 금박으로 된 것은 옛날에 이 고장에 흔했던 세다 (cedar) 소나무로 만든 후에 그 위에 금박을 한 Cuzco 독특한 기법이라 한다. 성당 안에는 360여 개의 그림들이 있었는데 그 중 제일 유명한 그림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인데 식탁 위에 이 고장의 이름난 쿠이 (cuy, 기니 픽 구이, roasted guinea pig) 요리가 놓여있는 것이 재미있다. 성당을 떠나서 관광버스를 타고 Cuzco 북쪽 산 위에 위치한 Saqsaywaman으로 갔다. Cuzco 시내가 발밑으로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안내원이 Saqsaywaman 발음이 힘들면 "sexy woman"이라고 하면 된다고 농담을 한다. 한때는 요새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신전이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무엇이었던 간에 스페인 사람들이 부셔서 나오는 돌로 Cuzco에 성당, 관청, 저택을 짓는데 사용했으나 밑 부분의 돌은 너무 무거워서 (300t 이상) 부실 수가 없어서 그냥 놔뒀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있게 됐다. 3층으로 된 성 같은 건물인데 지그재그 형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건축 양식이라 한다. 이곳을 요새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Inca 제국이 정복된 직후에 Inca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이곳에서 스페인 군대와 마지막 혈전을 치렀기 때문이라 한다. 다음에 간 곳은 Qenko란 곳으로 굴 안에 있는 조그만 성전이었다. 굴 안에는 조그만 돌로 만든 제단이 있었는데 그 위에서 야마 (llama) 혹은 사람을 죽여 피를 내어서 신에게 제사 지냈다 한다. 신대륙에서 발생한 세 문명, 즉 멕시코의 Aztec 문명, Yucatan 반도와 과테말라의 Maya 문명, 그리고 페루의 Inca 문명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사람을 죽여서 제물로 바친 것이다. 멕시코, 중남미 사람들은 이 세 문명의 찬란함과 우월성을 (예를 들면 정확성이 뛰어난 Maya 문명의 달력 문화) 자랑하면서도 인간 제물은 감추려고 한다. 그런데 신대륙에서 발생한 세 문명이 모두 남미와 중미에 있고 북미에는 그렀다할 문명이 없었던 것이 좀 이상하다. Qenko 다음에는 "붉은 요새" 란 뜻의 Puca Pucara, Inca 왕의 야외 목욕탕 이였던 Tambo Machay를 구경했다. 오늘 간 모든 곳에는 행상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가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덤벼들었다. 좀 일찍 구경을 끝내고 버스에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10여분 좌석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에 30명은 다가와서 물건을 사란다. 제대로 앉아서 쉴 수도 없다.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여섯 군데를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피곤하다. 관광 그룹에 끼지 않고 혼자 구경을 나가면 하루에 이렇게 많은 곳을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그룹에 껴서 구경 다닌 날은 항상 피곤하다. 피곤한 몸을 끌고 지난번에 봐뒀던 근처 햄버거 음식점에 가서 2 sole 짜리 (700원) 햄버거를 사다 숙소에서 먹으니 훌륭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여행지도 Saqsaywaman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Cuzco, 바로 밑에 중앙광장이 보인다 Saqsaywaman 신전의 밑 부분, 윗부분은 스페인 사람들이 다 허물어 버렸다 Inca 제국의 마지막 싸움터였다 돌을 아주 정교하게 쌓았다 사진 한번 찍고 1 sole (약 120원) 받는다 돈벌이가 힘들어 보이지만 농사보다 훨씬 쉽고 더 이득이 된다 Guanaco는 아주 귀엽게 보인다, 아니 llama인가? Alpaca인가? Puca Pucara, 혹은 "Red Fort" El Bano del Inca - Bath of the Inca에는 아직도 물이 흐른다 날씨가 좋을 때는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서 햇빛에 말리던 곳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