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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드라마 맨발의 청춘 제13회
방송일 1988년 3월 16일 월요일.
씬 1 KBS 홀 앞 (밤)
경광등 켠 경찰차량이 여러 대 와 있고, KBS홀의 안팍에 정복과 사복 경찰들이 여러명 바쁘게 오간다.
여기저기서 무전음이 어지럽게 들려오고...경찰 간부와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승준.
그때 비디오테잎 하나를 들고 오는 지훈.
지훈 다행히 로비의 CC-TV가 라인이 끊기기 전에 30초 정도 작동을 했습니다. 이걸 분석해 보면 기습에 참가한 놈들 신상을 파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씬 2 병원 복도(밤)
길고 긴 복도. 찢어진 셔츠에 반쯤 풀려진 넥타이, 흐트러진 머리칼, 거기다가 이마와 손등에도 상처가 있어 피가 묻어 있고..
그런 형편없는 몰골인 채로 담배 연기를 초조하게 내쉬며 병원 복도를 서성이고 있는 상엽...
호위 건달들도 여기저기 피가 묻고 찢어지거나 흐트러진 옷 차림인 채 저만치 떨어져서 서성이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두려움 섞인 눈으로 보며 피해서 지나가는 환자들과 의료진들.
씬 3 수술실(밤)
부인과적 처지를 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절박유산'의 상태.
자궁구가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처지를 해주고 있다. 이마에 식은 땀 맺힌채 누워 있는 예주.
씬 4 병원 복도(밤)
벽에 두 팔꿈치를 기대고 그 손 등에 이마를 묻고 있는 상엽. 격하게 치받아 오르는 분노와 서러움을 겨우 억누르고 있다.
씬 5 서울지검 승준의 사무실(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커피를 마셔가며 분석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승준, 지훈과 수사관 서너명.
여직원 하나도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의 작업을 돕고 있다. 벽엔 기습한 자들의 계보도가 그려져 있다.
지휘를 한 리더 사진 아래에 가지가 그려져 있고, 거기에 찾아 낸 사진들이 붙어 있다.
아직 공란으로 남아 있는 가지도 두어 군데 된다. 사진 밑에는 이름과 전과 등이 각기 기록되어 있다.
승준 (그 계보도 보며)이 정도면 대충 그림이 되는 거 같은데...?
지훈 기습을 지휘한 놈은 석달 전에 출소한 놈입니다. 현재 아무 계보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승준 그럴까....?
하고는 한쪽 책장에 꽂혀 있는 수십개의 파일 중에서 하나를 찾아내서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거기에서 어느 한 페이지를 찾아 보여준다
거기엔 기습을 지휘한 자의 사진과 함께 이력과 배경 등을 빼곡히 기록한 메모가 첨부되어 있다.
승준 선친께서 남기신 파일예요. 수집 가능한 모든 자료가 여기 다 들어 있죠.
지훈 아, 예에...
승준 박태석이... 지사장파의 행동대장이었어요. 앞뒤를 안 가리는 놈이지.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이 지사장파의 보스가 독립하기 전에 양선이파에 들어 있었는데, 바로 이 양선이파가 장명석이의 직계 부대였다는 겁니다.
지훈 아니, 그렇다면...?
승준 그래요, 결국 이건 장명석이 직계부대의 쿠데타라고 할 수가 있죠.
씬 6 장명석의 거실(밤)
보조 조명만 켜져 있을뿐 어둑한데, 거기 혼자 소파에 깊숙이 앉아 있는 장명석. 호두알 두개를 손에 쥔채 천천히 굴리고 있다.
분노로 입술 가늘게 떨리다가...호도를 쥔 손아귀에 조금씩 힘을 준다. 빠드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호도알이 박살이 난다.
손바닥을 천천히 펴면...바스러진 호도가 떨어진다.
장명석 (천천히 혼잣말)...이 놈들...
씬 7 산부인과 과장실(밤)
산부인과과장 벌써 4개월이 다 돼 가는데, 부인이 임신을 한걸 몰랐단 말입니까?
상엽 ...아이는 어떻습니까?
산부인과과장 하마트면 그대로 유산이 될뻔 했습니다. 지금 겨우 막아 놨습니다.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예후를 지켜 봐야 됩니다.
씬 8 입원실(새벽)
어두운 창에서부터 고개 깊이 떨군채 앉아 있는 상엽. 눈 뜨고 반대편 벽 쪽으로 외면한 채 누워 있는 예주.
상엽 왜 말을 안 했니?
예주 ...
상엽 나한테...한마디 쯤은 했어야 되는거 아냐?(고개 천천히 들어서 보며, 그러나 목소리 크지 않게) 내 아이야! 내자식이란 말야! 나도 니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걸 알 권리가 있어!
예주 (외면한채)...자신이 없었어.
상엽 뭐가?...깡패의 자식을 낳는다는게? 그래서 말을 안 했다구?
예주 (외면한 채로)...당신 인생이란게 이런 거야...언제 어느때 또 이런 지경이 될지, 아무도 몰라...늘 비계덩어리들을 끌구 다녀야 되구,아무도 믿지를 못해.
상엽 ....
예주 근데...내 아이한테도 또 그런 인생을 주라구?
상엽 (보며 입술 떨린다)...
예주 차라리 유산이 되는게...나을 뻔 했는지도 몰라.
그 타이트한 예주의 얼굴 위에서..하고 입원실 문이 탕 닫히는 소리가 난다. 텅빈 입원실..
비로소 눈물이 소리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예주...
씬 9 건물 지하 주차장(새벽)
가쁜 호흡으로 여기로 들어와 서는 상엽. 다친 팔뚝을 목에 고정시켜주고 있던 끈을 냅다 풀어서 팽개친다.
헤드라이트 켠 자동차가 저만치에서부터 빠르게 달려온다. 그리고 상엽의 앞에 요란한 타이어 소리와 함께 멈춰선다.
즉시 올라타는 상엽.
씬 10 동 차 안 (새벽)
지하주차장의 나선형 출구를 달려 올라가는 자동차. 운전하고 있는 사도도 흐트러진 옷차림에 군데군데 피 묻은 얼굴이다.
상엽 알아 봤어?
사도 예!
상엽 어디야?
사도 조광 호텔 사우납니다...그런데 이렇게 직접 가셔도 되겠습니까?
상엽 (버럭) 주둥이 다물고 몰기나 해!
씬 11 호텔 사우나 (새벽)
늦은 밤이라서 손님이 거의 없다. 그때 밖에서 퍽! 퍽! 억!...하는 소리들이 들리다가...
상대 조직의 호위 건달 하나가 사우나의 문을 부술 듯 굴러 떨어진다. 여기로 옷 그대로 다 입은 채 들어서는 상엽과 사도.
상엽의 뒤를 따라가다가 뒤 이어 뛰어드는 건달 하나를 상대로 팔을 꺽어쥐며 한방에 날려 버리는 사도.<너무 폭력적이지 않게 간단히>
상엽은 뒤쪽의 똘만이들은 상관도 하지 않고 곧바로 습식사우나 쪽으로 걸어간다.
습식 사우나의 김 서린 창 너머로는 몸에 문신을 한 50대의 사내가 느긋하게 눈 감고 앉아 있다.
12부의 씬18 나이트클럽 내실에서 사도에게 목을 졸리우던 그 군소 조직의 보스이다.
씬 12 습식 사우나 안 (새벽)
사내, 밖의 사정은 눈치도 못 챈채 느긋하게 땀을 빼고 있는데 문 탕 열리며 들어서는 상엽.
뭐야?하는 기색으로 눈만 슬그머니 뜨다가...기겁을 하는 사내. 상엽이 천천히 문을 등뒤로 닫아건다.
사내 사...상엽이...!!
상엽 다른 건 다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내 마누라를 다치게 했어! (버럭) 내 자식이 죽을뻔 했단 말야! 이 세상엔 나와 보지도 못하고 핏덩이가 돼서 사라질 뻔 했어! ...그것만은 절대로 용서 못한다!
사내 자...잠깐만! ...잠깐만, 상엽이...! 내 말을 들어봐! 응?
그러나 그대로 사내의 머리칼을 움켜쥐는 상엽.
분노로 입술 떨며 사내를 가쁜 호흡으로 내려다 본다. 바닥에 거의 두 무릎을 꿇은채 공포로 떨며 올려다 보고 있는 사내...
사내 사...상엽이...상엽이...
상엽, 그렇게 분노의 눈으로 내려다 보다가...
상엽 야아...!!
하는 벽력같은 소리와 함께 화면 암전! 동시에 쾅!! 하는 효과음 덮히며
씬 13 나이트클럽 내실
방개, 털복이 등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건달들이 너댓명쯤 뽀얗게 담배 연기를 뿜어가며 초조하게 앉아 있거나 서 있다.
방개 (전화) (놀라며) 뭐야? 너 그게 정말야? ...그래서? 지금 어디 계셔? 미치겠구만! 어디 계신지 빨리 찾아!- 삐삐를 치든, 핸드폰을 하든 빨랑 찾아내란 말야, 이놈에 자식아! (하는데)
그때 문 부서져라 열림 상엽이 사도와함께 들어선다.
방개 어, 아냐! 됐어! 끊어! ...(버럭) 끊으란 말야 임마!
수화기 던지듯 부서져라 내려놓고
방개 (담배 급히 눌러끄며) 어떻게 된겁니까? 지금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상엽 그건 알아서 뭐해? (캔맥주 따며) 애들 다 소집해! 지방에 있는 애들도 다 올라오라구 그래!
방개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사정이야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도대체 나중에 어쩔려구 그러십니까? 지금 영등포 쪽 애들하고, 주만이파, 양선이파 다 모이고 있단 말입니다!
상엽 전쟁을 하자구? 하면 되는거야! 겁 날게 뭐 있어?
방개 손을 볼게 있으면 저희가 봅니다! 우리 애들이 몇입니까? 근데 사장님이 직접, 이게 뭡니까? 더군다나 그 형님은 사장님이 직접 손을 대선 안되는 분입니다! 어쨌든 족보 저 윗대가리에 있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상엽 먼저 싸움을 걸어 왔어!
방개 그게 �니까? 애초에 특공대를 보낸게 주만이 쪽 애들이면 우리가 조용히 찾아내서 손을 보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형님들은 다 불러모아서 망신을 주지 않았습니까?
상엽 (멱살 확 휘어잡고) 그래서? 겁 나? 나하고 같이 있는게 겁나냐구!! (모두들 둘러보며 격하게) 여기서 겁나는 놈들은 다 꺼져! 그런 놈들은 필요없어! 다 꺼져버려!
방개 (기가 막혀 멍하다)...!!
씬 14 건달 입원실
이마에 붕대를 칭칭 감고, 얼굴엔 화상 꺼즈를 켜켜로 바른 채 부러진 팔은 기부스까지 하고 거의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그 50대 사내.
건달 여러명이 둘러 서 있다. 그때 문 열고 들어서는 지훈. 침대를 가로 막고 있던 건달의 불을 손등으로 가볍게 턱 쳐서 비키게 한다.
아직 의식이 없는 그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 보는 지훈. 그 모습에서 선행되는.
지훈 (E) 정말 엉망이더군요.
씬 15 승준의 사무실
승준, 자기 자리에 앉아 있고, 지훈은 창가 난간에 기대 서 있다.
지훈 아직 의식불명 상태라 직접 증언을 듣진 못했습니다만, 장상엽이가 직접 손을 댄게 틀림 없습니다.
승준 (곰곰히 끄덕)...
그 얼굴 위에 선행되는.
서형도 (E) 로마가 무너진 건...
씬 16 주혜란의 까페, 룸
서형도, 나미와 나란히 앉아 있고, 그 앞에 술에 취한 채 앉아 있는 상엽...만취해 있다.
서형도 ...저 밑바닥 민중이 흔들려서가 아냐, 공룡처럼 거대해진 몸뚱이를 지탱해 줄 머리가 없었던 거지.
상엽 당신, 장가를 가 본 적있어? 자식을 가져 본적 없지? 흐흐. 마누라가 자식을 가졌어 근데...4개월이 다 되도록 나한텐 말한마디도 하질 않었던 거요. 깡패 마누라까지는 돼도...깡패 자식은 낳고 싶질 않았다는 거요...
서형도 슈팽굴러의 문명혼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나?
상엽 이런 빌어먹을! 잡소리 좀 그만 하쇼! 응? 서형도 이런 조직도 마찬가지야. 어느 정도 커지게 되면 그때는 첨에 가졌던 엄청난 확장욕과 정교한 판단력이 흔들리면서 목적에 대한 의지가 상실돼. 그리곤 순간의 작은 실수가 중첩이 되면서...흐흐 그대로 사라져 가는 거야. 무너지는건 순간야.
상엽 (취해서 천천히 탁자에 머리를 기대고)...
서형도 그걸 문명의 겨울기라고 하는데, 지금 이 신세기파도 바로 그런 겨울로 접어 들었어...찬바람 부는 겨울.
이미 취해 잠이 들었는지 미동도 없는 상엽. 서형도, 천천히 일어선다.
서형도 (나미에게) 이봐, 남자한테 여자가 필요한건....바로 이럴때야.
하고 코트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나미, 상엽의 곁으로 다가가서 머리를 받쳐들면 그대로 나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 상엽...
씬 17 서울지검 복도(밤)
걸어오는 승준과 지훈.
지훈 장명석은 노쇠했고, 큰아들 장상엽은 계속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국내 최대 계보 하나가 무너지는걸 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승준 잊으셨군.
지훈 예?
승준 거긴 장상엽이만 있는게 아녜요. 아들이 하나 더 있지...장요석.
지훈 (그 소리에 표정 굳어지고)...
씬 18 초등학교 운동장
어린아이들과 함께 농구를 하고 있는 요석. 그 밝고 맑은 표정. 아이를 들어올려 텅크슛을 하게 해주기도 하고...
씬 19 시골길
달려오는 경수의 소형차
씬 20 경수의 차 안
사복을 입은 경수가 운전하고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지훈.
지훈 모처럼 휴일인데, 쉬지도 못하게 하고 미안하다.
경수 아냐, 나도 어차피 한번 다녀와야 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응, 저기 언덕만 넘어가면 돼.
씬 21 초등학교 운동장
농구를 계속 하고 있다. 웃고 장난을 쳐가면서 게임을 해나가는데, 공이 코트 밖으로 벗어나서 데구르르...굴러간다.
그 공을 집어드는 손. 바로 지훈이다.
요석 (보며 놀라고)...!
지훈 (빙긋이 미소로 보다가)...오랜 만이다.
경수 나하구 같이 왔어. 널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지훈 한게임 어때? (아이들에게) 아저씨들끼리 한 게임 해도 되지?
공을 들고 요석의 앞으로 오는 지훈. 웃옷을 벗어서 경수에게 툭 던져주고 공을 요석의 가슴에 툭 던져준다.
요석, 그 공을 다시 지훈에게 툭 던져주면, 즉시 드리블을 시작하는 지훈.
여기서부터 슬로우의 화면. 드리블을 해나가고...슛을 하고...빼앗고...리바운드를 하고...그런 여러 모습들.
온통 땀에 젖은 채 팽팽한 게임을 해 나간다. 땀이 흩날리는 얼굴들...
그러다가 요석이 몰고가서 점프를 하며 공을 집어 넣는다. 동시에 요석의 몸에 부딪쳐 뒤로 나가 떨어지는 지훈.
그 흙먼지 뒤덮힌 모습으로 요석을 올려다보며 피식 웃는 지훈. 그런 지훈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요석.
씬 22 동네 대폿집
고기를 구우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세 사람.
지훈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같이 술을 마셔 본 적이 한번도 없었구나.
경수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지, 뭐.
지훈 그래...내 잘못이 크다. 그때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몰라.
요석 여유가 없었던 건 나도 마찬가지야. (씁쓸히 웃고) 사실 내가 경찰 대학을 졸업 한다는건... 무리한 일이었어...아무리 달아나고 싶다고 하더라도, 내가 신세기파를 이끌어 온 장씨 집안의 핏줄이라는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니까.
술 한잔 마시고 잔을 지훈에게 건네주며
요석 그걸 깨달은 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씬 23 부대 일각(밤)
보초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요석..단독군장에 이병 계급
요석 (E) 자대에 배치돼서 첫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
영락없는 건달 분위기의 덩치가 큰 병장 하나가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요석, 그를 발견하고 먼저 경례를 한다.
요석 필, 승!
헌데, 그 병장은 가만히 주위를 둘러 본후...갑자기 모자를 벗고 90도 이상의 깊숙한 절을 한다.
요석 ...어?
병장 서울에 계신 형님들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기 계신 동안은 제가 장기를 지원해서라도 전역복 수령하실 때까지 편히 모시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아무 때라도 불러 주십쇼.
요석 (기가 막혀서 멍하니 보고)...
요석 (E) 알고 보니, 입대 전에 조직의 행동대원으로 있던 친구였어.
씬 24 다시 대폿집
요석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건 이미 날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구.
지훈 ...
요석 내가 부인 한다고 없어지지 않아. 그림자가 싫다고 그걸 떼 버리고 다닐 순 없는 것처럼 말야...아마, 날 평생 따라 다니겠지.
지훈 (묵묵히 보고)...
요석 (천천히 잔 들어서 마시고)...
지훈 알아...니가 얼마나 힘들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요석 나한테 하고 싶은말 ....편하게 해두 돼.
지훈 그래....우린 이제 폭력단하고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너희 아버지와 형이 주목표가 될 꺼야.
요석 그렇겠지.
지훈 그 싸움의 와중에서 널 만나게 되지 않길 바란다...널 체포하고 싶지는 않아.
요석 (그저 술잔만 보고)...
지훈 ...
요석 (천천히 고개 들어 보며)...그럴일 없을 거야.
잠시 침묵...
경수 (그런 분위기 깨며) 야, 야, 야 오랜만에 만나서 겨우 할 얘기가 그런 밖에 없냐? 그래도 우리가 대 경찰 대학의 입학동기들인데 말야!
지훈 (빙긋이) 그래 들자!
요석, 미소로 건배한다.
씬 25 백화점 디자인실(밤)
넓직한 디자인실이 모두 텅 비어있는데, 혜준이 혼자 남아 디스플레이 계획을 디자인 하고 있다.
한족 구석에 놓인 오디오에선 턴 테이블에 걸린 L.P판이 다 돌아간 채 그저 달그닥 거리는 소리만 내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들어와 L.P판 위에서 헛돌아가고 있는 바늘을 살며시 들어올려 제자리로 갖다가 놓는다.
인서 (E) 이 회사는 어째...
인서 맨날 너 하나만 부려 먹는 거니?
혜준 (그제서야 돌아본다) 어떻게 들어왔니? 우리 백화점 경비 아저씨는 거의 터미네이터 수준인데.
인서 (턴 테이블의 바늘을 레코드판 위에 올려 놓으며) 기자 아니니? 너랑 인터뷰 있다구 했지 뭐.
레코드판에서 "파리의 하늘밑" 같은 잘 알려진 샹송이 흘러 나온다.
인서 음.. 좋아요! 기혜준은 역시 올드패션야!
혜준 저기 폿트에 커피 있어 우리 회사는 손님도 커피는 셀프서비스야. 그리고 끝나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돼.
인서 그 정도 인내는 있으니까, 걱정 말구 해.
하며 이것 저것 그림책 등을 들춰본다. 그러다가 문득 혜준의 수첩이 눈에 든다.
무심히 한장을 넘겨본다. 헌데, 거기 끼워져있는 요석의 반쯤 타다 만 사진.
인서, 굳으며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손이 화면으로 확 들어와서 그 수첩을 탁 나꿔채 간다.
혜준 (굳은채 외면하고 그대로 서있고)...!
인서 (가만히 바라 보고)...
혜준 (그대로)...
인서 ...미안하다. 그게...니 수첩인 줄 몰랐어.
씬 26 엘리베이터 안 (밤)
약간 외면하고 선 채 묵묵히 굳어 있는 혜준과 인서
씬 27 길거리 (밤)
혜준이 운전하고 있고,그 옆에 앉아있는 인서.
씬 28 가로수 길(밤)
적당한 곳에 차 세워져 있다.
씬 29 동 차안 (밤)
혜준 너한테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진 마.
인서 ...
혜준 잊으려고 애쓰고 있어...잊을 수 있을꺼야.
하는데, 그 눈에 반짝이는 이슬,
인서 원하면...그 사람 있는 델 가르쳐 줄 수 있어.
혜준 (보면)...
인서 니가 나한테 맡긴 반지...그거 돌려주러 한번 찾아 간 적이 있어
혜준 ...
인서 차라리 만나, 만나서 정리해. 정말 정리한 용기가 있다면.
혜준 (눈물 거두고 단호한 표정 되며)..아냐, 그런 필요 못 느껴...필요없어.
씬 30 방송국 스튜디오
적당한 프로가 녹화중이거나 셋트 설치 작업중이다. 카메라, 그런 스튜디오의 풍경을 훑어 나가다 보면...
어느 한 구석에 무당으로 분장을 한 채 쪼그리고 앉아서 엽서를 쓰고 있는 수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모습들 위에서
수아 (E)(엽서)(에코) 내가 지금 어디서 이 엽서를 쓰고 있는 건 줄 아니? 후후, 놀라지마, 방송국 스튜디오 안야. 어젯밤에 갑자기 캐스팅 됐어. 일단은 단역이지만, 어쩜 고정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야...아, 모든 일이 너무너무 잘 되고 있어. 너무 잘 돼서 오히려 겁이 날 정도루.
F.D (셋트 저쪽에서) 무당 어딨어! 무당!
수아 네? 아, 녜 여기요!
F.D 뭐해요? 빨랑 와서 스탠바이 하지않구!
수아 (E) (급히 적는다) (편지) (에코) 이번 주말쯤에 내려갈게. 그래두 되지?
F.D 아, 빨랑 오라니까!
수아 (허겁지겁 그 엽서 등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네, 네!!
씬 31 초등학교 운동장
그네에 앉아 편지를 읽고 있는 요석.
수아 (E) (편지) (에코) 혹시 바쁘거나 다른일이 있으면 연락 줘, 나 핸드폰 있는 거 알지?...그리구, 내가 오는게 귀찮거나 그러면 솔직히 말해도 좋아.
요석, 그 엽서 다 읽고 나서 가만히 피시시 웃는다. 그리곤 조금 쓸쓸한 표정 되며 먼 하늘 바라본다.
수아의 순정을 알지만, 그걸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씬 32 산속
메주, 개코의 가슴이 떡 벌어진 다른 깡패 대여섯 명이 함께 극기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웃통 벗은 채 도끼로 통나무도 패고 가파른 산언덕을 타넘기도 하고, 비윗돌을 어깨에 짊어지고 허덕거리며 산을 오르기도 하고,
그런 모습 묘사된 후...메주와 개코, 거의 기진맥진하여 바위 구석에 살짝 숨어 옹색하게 쪼그려 앉아서 쉬고 있다.
다른건달들은 저만치에서 여전히 훈련을 하고 있다.
메주 으따, 저놈들은 녹용 인삼만 먹고 자랐냐? 뭔 힘이 저렇게 세다냐?
개코 지금 생각해 보니께 창천에 그냥 있는 것이 좋았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야.
메주 그려, 고 때가 꽃 피는 봄날이었다. 난 시방 삭신이 저리다 못해 아려 죽겄다니까!
개코 담배 있냐?
메주 그딴게 어딨냐?
개코 아까 강수 형님 주머니에서 하나 슬쩍 하는 거 봤는디도?
메주 아까 뒷간에서 피웠다니께!
개코 뒤져서 나오면 으쩔껀디? ...싸게 꺼내라잉?
메주 (흘기다가)...인간!
담배 꺼내는데, 그 담배를 쏙 빼앗아가는 손...강수다.
개코,메주 아고, 형님!
강수 이 놈 자식들이 훈련을 하라니께, 숨어서 탱자 탱자 놀아?
개코 아유, 그런게 아니고 말입니다...
강수 니들이 그러고도 건달이냐? 몸뚱아리 하나 갖고 먹고 살겄다는 놈들이 겨우 고거 뛰고 허덕거려? 그래 갖고 뭔 일을 허겄냐?
메주 근디 도대체 이 훈련은 뭣 땀시 한다요?
강수 이 놈들아, 인자 우리 주먹계도 엄청난 세대교체 바람이 불게 된다 고거여! 그때 우덜은 손가락만 빨고 있을 거냐고! 응?
개코 예? 아니, 그럼...?
강수 그려! 창천의 고강수가 물 설고 낮 설은 이 서울땅에서 왜 왔겄냐? 다 이때를 기다리고 온 것이여! 알겄냐?
그때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방개와 털복이. 후다닥 일어나서 허리를 꺾는 메주, 개코.
<시간경과>
방개와 털복이, 강수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앞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메주, 개코 등...
방개 머지 않아서 너희들을 부르게 될 날이 오게 될 거다. 그때까지 열심히 단련을 계속 하도록 해라! 니들은 내 직계부대야 알겠냐?
일동 예!
씬 33 나이트클럽 내실
방개, 털복이 들어온다.
방개 어, 덥다! 야, 누구 찬 물 좀 하나 가져와라!(하는데)
재식 (E) 어딜 갔다 오는거야?
방개 어? 아고, 형님!
재식이 저 안쪽에서 앉아 있다.
재식 너 할일이 뭐야? 사장님 곁에서 항상 5미터이상 떨어지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필요할 때마다 넌 어디가 있었어?
방개 아, 그게 말임다, 형님...
재식 (OL) (다른 건달들에게) 니들은 다 나가 있어.(버럭) 어서!
방개만 남고 모두 다 나간다.
재식 (천천히 다가오며) 너 요즘 무슨 생각해?
방개 형님...왜 그러십니까?
재식 무슨 생각 하느냐고 물었다.
방개 (무릎을 끓으며) 형님...뭔가 오해 하시는 거 같은데, 저 정말 그런거 없습니다.
재식 없는 놈이 애들은 왜 훈련 시켜?
방개 예?
재식 사내라면 치사하게 변명 같은 거 하지마.
방개 ...안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 독립부대가 아닙니다. 단에 쓰자고 단련시키는 겁니다.
재식 ...이빨 물어.
방개 ...형님...형님이 제대로 치시면...저 죽습니다.
재식 죽는게 겁나냐?
방개 죽어야 한다면, 그래서 형님 손에 죽는다면...저 정말 억울할 거 없습니다. 하지만 제 진심은 알아 주십쇼. 이 방개, 그렇게 더러운 놈 아닙니다.
재식 이빨 물어.
방개 (공포로 떨리며)...!!(이마에 식은 땀 맺힌다)...!!
씬 34 나이트클럽 내실 앞
털복이의 등에 업혀서 나가는 방개.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다.
씬 35 나이트클럽 내실
왠지 허탈한 표정으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눕히고 있는 재식. 점차 무너져 가는 단의 형편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그 얼굴 위에.
장명석 (E) (나직히) 재식아...
씬 36 장명석의 침실 (밤)
수옥이 장명석의 침실 수발을 들어주고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재식.
장명석 니가 올해 몇이냐?
재식 불혹이 넘었습니다. 회장님을 모신 지 벌써 20년이니까요.
장명석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너두 이제 독립을 해야 되는데...
재식 회장님 돌아가실 때까지는 곁에 있겠습니다.
장명석 재식아...
재식 예...
장명석 (깊게) 어떠냐...니가 한번 단을 맡아보지 않겠냐?
재식 예? ...아닙니다, 회장님, ...상엽이가 있지 않습니까?
장명석 아니야... 그 놈은 안돼...틀렸어.
재식 그래도...전 아닙니다...회장님 돌아가시고 나면 단을 떠날 겁니다.
장명석 떠나서...?
재식 그리 못 나지 않은 여자 하나 구해서 장가도 가고 자식도 한번 키워 볼 참입니다...이젠 제대로 사는 법도 한번 배워보고 싶습니다.
장명석 너까지 떠나고 나면...우리 단은 어찌 될꼬...
재식 (무겁고)...
장명석 내일 아침에 상엽이 놈 들어오라구 그래.
씬 37 장명석의 거실
장명석 ...너 단에서 손을 떼.
상엽 예?
장명석 (재식에게) 이 놈, 단의 일엔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재식 회장님...!
장명석 내 말대로 해!
상엽 허어, ...!
장명석 그리고...옷 준비해라...갈 데가 있다.
씬 38 건달 입원실(밤)
아직도 엉망인 몰골이지만, 그래도 의식은 돌아와 있다. 여기에 문 열리며 재식과 함께 들어서는 장명석.
안에 있던 건달들, 일제히 고개 꺾는다. 장명석, 누워 있는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다들 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건달들, 사내를 바라보면...사내, 힘겹게 끄덕여준다. 그제서야 모두 밖으로 나간다.
장명석 내가 어떻게 보상해 줄까?
사내 ...그런거, 필요 없습니다.
장명석 오늘도 경찰이 다녀갔다는 얘길 들었어...어찌 할 참인가?
사내 ...
장명석 자고로...우리 건달들 일은 우리 건달들 세계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야. 여기 일을 경찰로 까지 가지고 가지 않는다는 건 오랜 전통이다.
사내 (외면해 버린다)...
장명석 빌라면 빌지.
하고 깊이 머리를 숙인다.
재식 (얼른 붙잡으며) 회장님!
장명석 이거 놓지 못 하겠냐?
재식 ...회장님.
장명석 어서 놔!
재식 (별 수 없이 놓는다)...!
장명석 (깊이 고개 숙인다)... 경찰로까지 가져가선 안돼. 그 놈만은 보호해주고 싶어. 철없는 녀석야.
사내 (그대로 외면한 채)...
장명석 자네가 부탁을 들어 준다면..., 대신 녀석을 이 바닥에서 영원히 떠나게 만들겠어. (비장하게)이제 신세기파는 내 대에서 끊어지는 거야...그러면 되잖나?
사내 (천천히 고개 돌려 바라본다)...!!
장명석 (참담하고 슬픈 눈으로) 그대신..., 그대신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그 놈은 건드리지 마. 그저 제 새끼 키워가며 조용히 살게..., 그렇게 내버려 둬.
재식 (분노와 억울함으로 입술 깨물고)...!!
사내 (놀라움으로 보고)...!!
장명석 자네가 약속 지키면...나도 틀림없이 약속 지킨다.
씬 39 장명석의 거실
외출에서 돌아 온 양복 차림의 장명석.
장명석 너, 지금 당장 짐 싸들고 시골로 내려 가!
상엽 아버지!!
장명석 그리고..., 내가 부를 때까지 두번 다시 올라오지 마! (버력) 어서 가!!
씬 40 시골길
멀리에서부터 달려오는 상엽의 차. 호위차 하나 없이 홀로 달려오고 있다.
씬 41 동. 차안
사도가 운전하고 있고, 뒷자리에 앉아 있는 상엽과 예주. 상엽, 울분으로 눈물 그렁한 채 창밖만 보고 있다.
예주, 그런 상엽의 손을가만히 잡아준다.
씬 42 기성재의 거실(밤)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혜준.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운데..., 2층으로 가려던 혜준, 문득 멈칫한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가늘게 흘러나오는 불빛. 혜준, 가만히 그 쪽으로 다가간다.
씬 43 기성재의 서재(밤)
스탠드 하나만 켠 채 그 아래 무겁게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승준.
혜준 (조금 열린 문가에서 바라보고)...
승준 (그대로 앉아있는)...
혜준 오빠..., 술 마셨어?
승준 그래...(그러다가...나직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햇수로 5년이다. (허탈하게) 어느새...5년야.
혜준 ...
승준 그동안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 (책상에 얼른 묻으며) 아무것도... 장명석이는 여전히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구.
혜준 ...
승준 (술 취해 책상에 엎드린 채 울먹) 아버지가...이렇게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가 있어...난 아버지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질 못하고 있는데...
혜준 (바라보다가...눈물 맺혀 흐른다)...다가와서 오빠를 안아준다.
씬 44 방죽길
회초리 같은 긴 나뭇가지 하나 손에 들고 그걸로 바닥을 툭툭치며 그저 맥없는 걸음으로 걸어오는 상엽.
날개 꺾인 매처럼 맥이 풀린 모습이다. 헐렁한 셔츠에 편한 복장이다. 그렇게 오다가...문득 멈칫한다.
저만치에 역시 시골 처녀처럼 헐렁한 통치마에 편한 셔츠 차림으로 방죽가에 앉아 있는 혜주. 상엽, 보다가...다가간다.
상엽 (옆에 가서 서면)...
예주 (그저 올려다 보면서 밝게 웃어 보이고)...
상엽 뭐해?
예주 (먼 데 보며) 여기...너무 조용하지? 5년 동안 당신하고 살면서 한번도 이런 느낌 가져 본 적 없었어...언제나 뭐에 쫓기는 거 같았구, 맨날 등뒤에서 뭔가 떨어지는 거 같은 기분이었어.
상엽 (쓰게 먼 산 보고)
예주 이런 데서 애 낳구...농사 같은 거 지어두 좋아, ...그렇게 살구 싶어...왜 진작 여기루 올 생각을 못 했지?
상엽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여기서 몇 달만 있다가...다시 서울 갈 꺼야. (혼잣말처럼 스스로에게 다짐 주듯) 난 이런 촌구석에선 절대로 못 살아...이번 일만 정리되면 아버지가 곧 불러주실 꺼야. 몇달만 견디면 돼.
씬 45 장명석의 거실
서형도, 소파에 앉아 있다. 잠시후 장명석이 방에서 나온다.
장명석 신수가 좋구만.
서형도 (그저 빙긋이)
장명석 불러도 안 오더니...어쩐 일야? 제 발로 나를 다 찾고.
서형도 나이가 드시더니 판단력이 흐려지셨습니다.
장명석 내가...?
서형도 지난 번에 병원에 찾아가서 몸소 허리를 굽히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후후, 얼핏 듣기엔 그것 만으로도 아주 감동적이더군요. 장명석 회장이 아들을 위해서 예전에 거느리던 똘마니한테 고개를 숙이고...예에, 정말 교과서에 실어도 될 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장명석 ...그런데?
서형도 이제 그 정도 해놨으니 일은 다 잘 끝났다고 생각 하시겠죠?
장명석 ...아니란 말인가?
서형도 (깊이 보며) 회장님은 이제 예전에 장명석 회장이 아닙니다. 말씀 한 마디, 헛기침 한번으로도 뒷골목을 충분히 호령하던 때가 아니란 얘기죠.
장명석 무슨 소리를 하자는 게야?
서형도 지난 번에 습격을 한 돌격대는 바로 회장님의 휘하에 있던 조직들의 연합군이었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 가장 혐오스러운 하극상이죠. 결국 회장님의 가슴 속에도 깊은 원한으로 남아 있을 테구요. 자신에게 칼을 들이 댄 상대는 절대로 용서를 안 하시는 분이 바로 회장님입니다.
장명석 그러니까...내가 조금씩 다시 기력을 회복해서 보복을 할 거라구?
서형도 아닙니까?
장명석 (대답 못 하고 허를 찔린 분노로 노려보고)!...
서형도 회장님을 20년씩 모신 사람들입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얘기죠. 결국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회장님을 쳐야 됩니다.
장명석 뭐라구?...나를?
서형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회장님을 직접 공격할 순 없습니다. 이 바닥의 최고 어른이니까.
장명석 그렇다면?
서형도 예에, 결국 상엽이죠. 영원히 단에서 추방 하겠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언젠가는 다시 불러 들일 테니까.
장명석 (어떤 전율에 번쩍 일어나고)그럼 이 놈들이?!!
서형도 예에! 한 시라도 빨리 불러 올리십쇼. 촌각을 다투는 일입니다. 시간이 늦어진다면, 어쩜 이번 일은...회장님 생애에서 가장 큰 실수가 될 지도 모릅니다.
장명석 (굳고)!...
씬 46 지방도로 (밤)
맹렬히 달려가는 여러 대의 차량!!
씬 47 판사 안방(밤)
비어 있는데,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씬 48 방죽 위(밤)
세워져 있는 상엽의 차.그 안에서 가늘게 들려오는 삐삐 소리와 핸드폰 소리.
씬 49 동 차안 (밤)
벗어놓은 옷가지들 속에서 울려대는 삐삐와 핸드폰!
씬 50 개울 (밤)
솜방망이에 석유를 적셔서 불을 피우고 그 불빛을 보며 몰려드는 물고기를 손그물로 잡고 있는 상엽과 요석.
사도가 석유가 담긴 통을 들고 따르고 있다. 물가엔 예주와 리디아가 신이 나서 지켜보고 있다.
적당한 애드립하며 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씬 51 방죽길 (밤)
저만치에서부터 달려오는 차량들...달려오면서 차례로 라이트를 모두 끈다.
어둠 속에서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와서 멈춰선다.거기서 내려서는 건달들.
씬 52 개울 (밤)
웃고 떠들면서 계속 고기를 잡아 나가는데...,어느 순간, 문득 등뒤가 이상해서 돌아보는 리디아.
보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예닐곱의 검은 그림자. 리디아, 놀라서 예주 옆구리를 친다.
예주 (돌아보곤...놀라다가 즉시 크게) 피해요!!! 빨리!!! 피해!!!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드는 검은 그림자들!
상엽 뭐야, 니들!!
그 즉시 난투극이 벌어진다. 솜방망이도 물속으로 던져지고,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그 즉시 방죽 위로 달려 올라가는 리디아. 미친 듯이 어디론가로 달려간다.
씬 53 방죽 위 (밤)
숨이 턱에 닿게 미친 듯이 달려가는 리디아.
씬 54 개울 (밤)
상엽, 사도와 함께 증파부적이지만 이리 치고, 저리 쳐 넘기며 필사적인 싸움을 해나가는 요석. 형제가 등을 붙이고 함께 싸워 나간다...
씬 55 방죽 위 (밤)
멀리에서부터 요란한 사이렌과함께 달려오는 경찰차!
씬 56 개울 (밤)
싸우던 건달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야, 철수해!”하며 쓰러진 동료를 질질 끌고 허겁지겁 달아난다.
상엽, 까쁜 숨 몰아쉬다가...문득 개울가를 바라본다. 거기, 모로 쓰러져 있는 예주.
상엽 ...!! 예주야!! ...예주야!!
급하게 달려나가 예주를 끌어 안는다. 이 위에 요란한 전하벨 소리 선행되며
씬 57 기정재의 거실 (밤)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벨...잠옷 차림으로 2층에서 내려와 수화기를 드는 승준.
승준 네에...(놀라며) 뭐라구? 누가 또 습격을 당해? ...장상엽이하고 장요석이?
여기서 카메라, 뒤로 이동하면...계단참에 잠옷 차림으로 서 있는 혜준...그 놀란 얼굴!
그 얼굴 위에서
승준 (E) 상태는 어때? ...사망자는 없어? ...아직 그건 확인이 안 된다구? 그럼 빨리 알아 봐! ...아냐, 아냐, 내가 지금 나갈 테니까, 쫌만 기다려!
씬 58 길거리 (밤)
뒤에 취재 가방을 멘 채 산악자전거를 몰고 달려오는 인서. 그때 울려대는 핸드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핸드폰을 받는다.
인서 네에, ...아, 혜준이구나? 어쩐 일야. 이 시간에? ...응? 어디? ...(굳으며) 장요석?
씬 59 지방도로 (밤)
달려오는 혜준의 차...
씬 60 동 차안 (밤)
초조함으로 손톱을 깨물며 핸들 잡고 있는 혜준. 급하게 핸들 꺽어가며 속도를 높여 나간다.
씬 61 시골 병원 복도 (새벽)
복도의 벽에 기대 서 있는 요석. 여기로 다가오는 사도.
요석 (보면)...?
사도 거기 또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니까, 학교로 가 계시랍니다. 여긴 제가 지키겠습니다.
요석 형수님은...?
사도 ...유산 하셨습니다.
씬 62 학교 앞 길 (새벽)
천천히 무겁게 걸어오는 요석...선새벽의 어스름속에서 그렇게 걸어온다.
씬 63 학교 운동장 (새벽)
텅 비어 있는 선새벽의 썰렁한 운동장- 거기, 조그맣게 그림자 처럼 걸어오는 요석...그렇게 오다가...문득 걸음 멈춘다.
요석 (갸웃하고 보다가)...고모님? ...리디아 고모? ...왜 거기 서 계세요? ...리디아...(하다가 멈칫한다)...!!
슬로루의 화면으로 천천히 돌아보는데...., 바로 혜준인 것이다.
혜준 ...!!
요석 ...!!
혜준 ...!!
요석 ...!!
새벽의 어스름 속에 10미터 정도 떨어져 선 채 그대로 굳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혜준, 그렇게 바라보다가...서서히 눈에 이슬이 고인다.
그러다가...그대로 소리없이 흘러 내린다. 그저 말 없이 마주 보고 있는 요석...
씬 64 학교 운동장 벤취(새벽)
서서히 동이 터오는 시각인데, 등을 보인 채 벤취 끝에 앉아 있는 혜준.
요석은 반대편 쪽에 시선 떨군 채 서 있고 그러닥 천천히 일어서는 혜준.
요석 (보면)....
혜준, 천천히 걸어간다.
요석 ... 잠깐만
혜준 (잠시 등 보인 채 서서)... 아뇨... 무사한 거 봤으니...그걸로 됐어요...그걸로 충분해요...그저, 그거만 확인하러 온 거예요.
그런 후에 그대로 간다. 운동장 저 끝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그렇게 저만치 가는 혜준의 뒷모습을 그저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는 요석.
그러다가 차마 잡지 못하고 돌아섯 입술만 깨문다. 그 사이, 혜준은 점점 더 멀어져서 뒷모습 조그맣게 보이고..
그렇게 있다가, 어느 순간, 결심한 듯 홱 돌아선다. 그리곤 그녀에게 달려간다. 혜준의 어깨를 잡아 그대로 돌려 세운다.
아주 짧게 잠시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그와 동시에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 아는 요석.
새벽빛 속에 그 두사람의 격한 포옹이 아름답게 길게 묘사 되면서, 거기서 음악 고조되고-스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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