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이 보이는 언덕
정진윤
멀리 보이는 산도
잘라 먹은 파처럼 올라온 신축 아파트도
새벽 안개 속에서 그루잠이 들었다
서 있는 형제들만
내가 걷는 보폭에 맞춰 다가온다
거뭇하게 시들어가는 덩굴에 매달려
조롱박이 솜털을 벗는 시간
한 무리의 철새들이
전과 달라진 지구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별들이
운행기록을 타전한다
기울기와 속도에 이상이 감지 되고 있음이---
틈을 메우다
정진윤
‘적삼 하나 찾아오너라.
나이롱 섞이지 않은 걸로’
적삼이란 말은 낯설었고
하얀 블라우스를 찾았다
입관을 하면서
아들 옷은 머리께
한 평생 그림자로 산 엄마와
봄냉이 같은 고명딸의 옷은
발치로 가고
관뚜껑이 닫힌다
보공(補空)을 잘 해야
저 세상에 가서도
서로 틈이 생기지 않는다고
그 오랜 약속,
관으로 들던 틈새마다
보공처럼 쓰이던 나뭇잎들이
텅 빈 가을을 몰고 온다
*정진윤: 2008년 [한국 작가] 시부문 등단
제 1회 가평 문학상 수상
제21회 여성환경백일장 대상 수상
한국 문인 협회 회원
현,가평문인협회 회장
저서: 시집 『귀밥치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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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이 보이는 언덕 외/정진윤
나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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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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