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詩>
봄내길 파스 한 장
장미자
봄내길을 걷는다
강물 쪽으로 몸 기울인 나무들
유독 구부정한 소나무에 붙어 있는 파스 한 장
너도 나처럼 그늘을 거느리느라 허리가 휘었구나
동병상련 누군가 파스 한 장, 마음을 얹고 지나갔구나
화장火葬을 마치고 나온 고인이 보인다
이승을 넘지 못한 굵은 뼈 몇 조각과
금속판과 금속 핀 몇 개 유골처럼 남아 있다
“엄마, 할아버지 몸속에 왜 쇠가 있어요?”
“할아버진 가족을 거느리느라 허리가 휘도록 일하셨어,
저 쇠는 인생을 지고 오시느라 아픈 허리를 수술 할 때 삽입했던 거야”
“그럼 쇠도 할아버지 유골이에요?”
아이의 말은 허공을 맴돌고
유가족들은 과적된 슬픔을 토해 낸다
친구의 화장을 기다리던 나는
뜨거워지는 울대뼈를 움켜잡았다
이십여 년 전 산업재해로 허리가 꺾인 후
부서진 척추 뼛조각을 금속판과 금속 핀으로 고정시킨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도 언젠가 고인과 같은 모습으로 남겨지겠구나
동병상련 북받치는 눈물을 남모르게 고인의 영정에 얹고 지났다
내 삶에 그늘을 거느리게 해 준
척추 뼈 아닌 척추 뼈들 가슴 저미도록 차갑다
<일반 자유시>
고마워요, 굽은 씨!
장미자
어깨가 굽었다고 기죽지 말아요
당신은 우리를 위해 북어를 힘껏 두드리고
홍두깨로 밀반죽을 밀었을 뿐이에요
등이 굽었다고 기죽지 말아요
당신은 누구보다 더 깊이 허리 굽혀 씨앗을 심고
소금밭에서 대패질* 하였을 뿐이에요
쯧쯧 혀를 차며 누군가
당신의 등을 쓰다듬더라도 기죽을 필요 없어요
굽은 씨!
당신은 우리를 위해 늘 바쁜 어깨로 살았고
몸을 빠르게 수그렸을 뿐이에요
아시나요, 당신은 지금
박꽃보다 해맑고 햇살보다 더 빛나고 있다는 것을
고마워요, 굽은 씨!
당신이 있어서 파란 하늘이 바퀴를 달고
세상을 둥글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대패질 : 염전에서 밀대를 이용해 소금을 모으는 것
장미자약력:
2025년 『시와 소금』시 등단
2019년「님의 침묵 백일장」 장원 외 백일장 다수 입상
2019년 「가평문학상」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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