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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술 사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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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청주인 ‘사케’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반기 사케 수입량이 작년에 비해 네 배 가까이 성장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사케를 마실 기회가 많아진 요즘이다. 그런데 이 술, 만만치가 않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술이니만큼 그 종류나 마시는 법 등이 와인 못지않게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알아야 더 즐길 수 있는 술이다.
고급 사케에는 와인처럼 일련번호와 함께 제조회사, 제조산지, 출하연도, 도수, 재료명 등을 표시하는 라벨이 붙어 있다. 따로 한글로 표기된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이상, 일본어와 한자로 쓰인 라벨을 읽기는 쉽지 않지만, 조금만 눈을 부릅떠 보자. 사케와 친해질 수 있는 길이 그곳에 있다.
일단, 준마이(純米)인가를 살핀다 | 사케는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순수하게 쌀과 누룩만으로 발효시킨 술을 ‘준마이슈(純米酒)’라 하고, 여기에 제한된 양의 양조 알코올을 넣어 발효시킨 술을 ‘혼죠조(本釀造)’라고 하는 것. 대체로 준마이슈가 더 고급으로 여겨진다.
고급인가 살피는 기준, 정미율 | 다음은 정미율(쌀을 깎은 정도)을 살핀다. 사케의 등급은 정미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쌀을 절반 이상 깎아(정미율 50%) 만든 술을 최고 등급으로 친다. 준마이슈 타입의 최고급 술은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 혼죠조 타입은 다이긴죠(大吟梁)다.
각 주조회사의 얼굴이며 대표 격인 준마이다이긴죠와 다이긴죠급은 최상품의 쌀을 이용해 혼신의 노력과 기술, 정성을 들여 빚어내므로 매우 고가다. 쌀을 40% 깎은(정미율 60%) 준마이슈 술은 준마이긴죠, 혼죠조 술은 긴죠다. 30% 이하로 깎은 술(정미율 70%)은 각각 준마이슈와 혼죠조라고 불린다.
알코올 도수를 확인해보자 |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은 술이 아니다. 보통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상이면 겐슈(原酒)라고 하여 물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청주이고, 15도 정도면 보통의 사케다.
마실 술의 맛을 짐작해보자 | 사케의 라벨에는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부호와 함께 숫자가 붙어 있는데, 이를 일본주도라고 한다. 일본주도란 술, 즉 니혼슈(日本酒)의 비중을 나타낸 것인데, 플러스 수치가 높으면 ‘가라구치(dry)’라고 해 맛이 쓴 편이고, 마이너스 수치가 높으면 ‘아마구치(sweet)’라고 해 단 편이다. 사케 초보자라면 -2 정도의 달콤한 맛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니혼슈의 맛은 산도나 알코올, 마실 때의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1과 +1을 비교해 어느 것이 더 드라이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함께 먹을 음식을 골라본다 | 사케와 함께 즐길 요리를 고를 때는 요리의 강도가 강한가 약한가, 뜨거운 요리인가 차가운 요리인가, 사시미와 같이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린 것인가 아닌가를 본다. 사시미와 같이 조리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전하는 섬세한 음식에는 준마이다이긴죠나 준마이긴죠 등과 같이 깨끗하고 드라이한 맛의 사케가 좋고, 튀김이나 조림, 데리야키 등 열을 가한 음식(소스나 맛이 강한 음식)에는 긴죠나 혼죠조, 겐슈 등이 어울린다. 와인처럼 디저트 사케도 있는데, 그중에 ‘하나히토 하치넹 고슈’라는 긴죠는 아이스크림에 소스로 뿌려질 정도로 사랑받는 디저트용 사케다. 또한 사케를 마실 때는 점점 더 주도가 가라구치한 사케를 마시는 것이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