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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란 정말 신기해서,
한 단어인데도 의미는 상반되는 경우가 있으며,
한 글자인데도 의미가 수십가지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고' 라는 글자는 무슨 한자를 쓰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고가 높을 고/뛰어날 고의 의미를 가지면 "가장 뛰어남" 이라는 뜻을 가지지만
괴로울 고/고통스러울 고의 의미를 가지면 "가장 괴로움" 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이런 단어는 없지만 말이다.)
재미있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선생님과 어린이들은...
'같은 단어의'...
그러나 전혀 다른 의미의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오늘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요술풍선(길쭉한 파티용 풍선)을 불기 위해 진땀을 뺐다.
핸드펌프도 없고- 그렇다고 좋은 펌프도 있는 것도 아니라 입으로 / 빨대로 열심히
불어봤으나 대 실패. 결국 어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급 휴식을 취했다.
"동영상에선 입으로 잘도 불던데...."
괜히 기린/강아지/칼 만들기 방법을 배웠네- 하고 궁시렁 거리며
대신 작은 민지의 그림을 슥슥슥 그려 완성!
그리고 아이들과 아이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진희가 받은 선물을 발견 +_+
물감 문신인가보다.
나이에 맞지 않게..
내가 어깨에 해달라고 징징 거리자,
주연이가 어깨에 직접 해주었다.
고마워~ ^_^
어느덧 시계는 2시를 가리켰고.
그때부터 센터엔 제 1차 전쟁이 시작되었다.
구강검진을 위해 출발하기까지 1분도 안남았는데 아이들은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여자애들은 꼬마애들대로 놀이터에서 서성거리고 있고...(물어보니 삔을 잃어버렸댄다)
남자애들은 뽑기 앞에 모여앉아 장난감을 뽑고 있었다. (네 이녀석들!!)
한 명을 붙잡으면 다른 한명이 사라지고, 그 한명을 찾으면 누군가 빠져있고.....
"충치 없길 바란다~!" 하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해준 뒤...
떠나가는 버스를 보며 잠시 정신을 놨다.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 서쌤은 이런 걸 몇 번이나 반복한걸까- 하고 생각했다.
제 1차 전쟁이 끝나고 한산해진 센터...
여기서 자신있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는 전쟁이 없는 국가가 아니며, 천국 또한 아니다.
아이들이 자리를 비운 센터 안... 그것이야 말로 진짜 평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느긋하게 원장 선생님 컴퓨터 앞에 앉아, 서쌤이 부탁하신 설문지 작성을 시작했다.
아~ 편하다~
이게 천국이야~~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급하게 센터 내를 깔끔하게 정리해야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 -_-
아무래도 위생상태를 체크하러 높으신 분들이 오나보다.
제 2차 센터 전쟁은 시작 되었고,
물통 교체 하랴, 책상 정리 하랴, 아주 난리도 아닌 상황이 시작 되었다.
재학군과 재학군 친구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없었으면 서쌤하고 나하고 수학쌤... 이렇게
셋이서만 해야했을 거다..
일단 이것으로 제 2차 전쟁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검사 뿐.
어찌저찌 청소를 다 끝내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시계는 3시를 가리켰고...
얼마 후 아이들이 우르르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구강검진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제 2차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제 3차 전쟁이 시작 되었다. -_-
허둥지둥 준비한 음식들.
밖에선 애들이 굶주린 채 선생님의 방어막이 뚫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굶주린(!!!) 아이들은 생일파티 준비도 안 된 센터 안으로 몰려오려 으르렁 거렸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말리랴, 준비를 하랴, 그 와중에 자료로 쓰게 될 사진들을 찍어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다들 얼굴은 빨갛게 익어 지쳐보였고...
얼마 후, 생일을 맞은 다섯 아이부터 시작하여 들어오기 시작해,
그 조그만 교실은 한가득 차버렸다.
비좁은 교실 여기저기를 누비며, 축하 노래를 부르곤 정신없이
와구와구 먹어대는 아이들을 열심히 찍어댔다.
이쁜 주연이와 우석이, 나라, 채연이, 규빈이가 계속 내게 먹여주던
과자를 입안에 한가득 물고... 답답한 공간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사진을 찍으려니 죽겠더라.
무슨 과자를 먹었고, 무슨 맛이 났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래도 내게 과자를 나눠주던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ㅎㅎ
생일파티 준비~!!!
먹는게 남는거야~! 많이 먹어!!
현경이와 작은 민지가 챙겨준 과자. ㅠㅠ
감동의 눈물 ㅠㅠ
나라가 받은 생일 선물을 내가 해보았다.
....어쩐지 나라보다 내가 더 잘 어울리는것 같은.. -_-
얼마 후 제 3차 센터 전쟁은 끝이 나고...
어린 양들 한무리가 지나간 곳에는 음식의 흔적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 선생님들과 나, 재학, 그리고 재학 친구는 음식을 즐길 시간도 없이
또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재학 친구는 전생에 뭘 잘못 했길래 하필 이런 날 온건지... 참 안쓰럽더라.
오늘 신나게 놀아주려고 지난 밤 푹 자뒀는데...
이상한 곳에만 에너지를 다 퍼부어 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몇번이고 한 것 같다...
5시쯤이 되자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흐느적흐느적 걸어다녔고...
엎드려 있으려고 가다가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캐쌤!(캐나다 쌤)"에
한참을 끌려다녔다.
그림을 그려달라-
놀아달라-
게임 알려달라-
나가서 놀자-
이거하자- 저거하자-
.....
나 좀 냅둬 ㅠㅠㅠㅠ
그렇게 멍 때리며 돌아다니다가 문득 원장실을 보았는데...
서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혼을 내고 있는건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게다가 내가 이뻐하는 애들 뿐이다.
분명 뭔가 잘못을 했으니 혼나겠지...
혼날 땐 혼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냥 원장실 앞에 주저앉아
시도때도 없이 서쌤에게 장난을 치려는 용우와 현석이를
막았다.
내 앞을 지나가던 정야와 동화 이야기를 하다가 인어공주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쇼크.
당장 컴퓨터를 틀고 인어공주의 명장면 "Under the sea"를 보여주었다.
큰 흥미를 보이는 정야.
채연이가 마피아 게임을 그만두고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더라.
마침 정야는 갈 시간이 되어 자리를 내줬고... 채연이는 옆에 앉아
특유의 히~ 하는 웃음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어보니 채연이도 인어공주를 본 적이 없댄다.
허... 이거 참. 그 명작을 본 애들이 별로 없구나...
노트북을 꼭 가져와서 보여줘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난 또 다시 일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한참 이 동영상 저 동영상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집에 갈 시간이 되었고...
애들을 보낸 나는 설문지를 대강 완성한 후, 창문 너머로 놀고 있는 은선이에게
새끼 햄스터 다섯마리에게
캐나다 선생님 1호
캐나다 선생님 2호
...
식으로 이름을 짓거나
잘생긴 캐쌤 1호
착한 캐쌤 2호
...
식으로 영광스러운 이름을 지으라는 둥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져댔다.
그 와중에 등장한 시화데블스 (Si-hwa Devils).
시화 데블스가 뭐냐면...
한국말로 말해 캐나다 선생님 괴롭히기 군단이다.
이 군단의 멤버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내 미운정 고운정을 받아먹고 자라는 아이들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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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악마 군단의 총대장이자, 내게 하루 열 통 이상의 문자를 보내는 총 지휘관, 터프 진희,
- 전투력 :: 10만
착한듯 하다가도 기회만 되면 떼쓰며 앙탈 부리는 징징 현경,
- 전투력 :: 5만
귀여운 미소로 내가 폭발할 쯤에 교묘히 화를 풀어버리는 냐웅 민지,
(툭 던지듯 냐웅~ 하는 민지는 정말 귀엽다..ㅠ_ㅠ, 근데 입만 열면 ㅎㄷㄷㄷ)
- 전투력 :: 1만
간간히 나타나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하며, 내 말은 모조리 무시하는 부끄 진선(진희의 귀여운 동생이다),
- 전투력 :: ????? <- 날 깔끔히 무시하기 때문에 대화조차 나눌 수가 없어 전투력 측정 불가.
무조건적인 대쉬로 내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게 만드는 똥꼬발랄 유쾌 미옥,
(가끔.. 나는 인간과 인간으로서 대화를 나누는건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만큼 자기페이스.)
- 전투력 :: 7만
울땐 너무 착하고 불쌍해보여서 항상 잘해주고 싶은 순둥이, 그러나 웃을땐 꼬마 마녀로 변하는 냐!! 채연.
(높은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로 나를 야! 하고 부르는데, 이게 마치 "냐!!!" 하고 부르는것 같아 냐!! 채연이다.)
- 전투력 ::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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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이다!!!
채연이가 빠졌으니 그나마 지금 후기라도 쓰는 것이다.
6명의 멤버가 동시에 날 괴롭혔다면...
아마 난 지금쯤 후기도 못 쓰고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전투력 40,000 의 멤버가 빠졌으니... 그 차이는 가히 큰 것이지..
놀아달라는 멤버들을 상대해주며...
아주 죽을 힘을 다 해 발펌프로 풍선을 만들어 주었다.
그야말로 초 근성으로....
12개 정도 만들었던가...... -_-
내가 센터에 와서 3kg 의 체중이 줄고..
상체 근육 및 하체 근육이 발달해 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상체는 애들이 매달려서, 하체는 매달린 애들을 질질 끌거나 이런 펌프질을 해야해서)
무한 펌프질!!!
그 때 잠시 센터에 들리신 채연/규희의 어머니.
엄하고 무서운 분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자하신 모습에 놀랐다.
채연이 요전에 문자를 엄청나게 보내며 답장을 요구했지만;;
가정용 전화번호라 답장보내기가 조금 껄끄러워 "목욕한다 ㅎㅎ"
라고 딱 한통 보냈었다. 그게 무서운 분일거라고 생각해서.. -_-;;
이야기를 들어보니,
후기도 가끔 읽으신다고 하시고...
애들이 너무 자랑한다고 해서 궁금했다고 하시더라...
아휴... 좀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로 첫 대면을 했었어야 했는데 ㅠ
"니들 돈 모아서 파스 사와~! 내 허리에 붙일거야! 펌프질만 몇 번째야~!"
라고 말하며 죽을 힘으로 펌프질을 하다가 만나버렸으니... OTL
모자도 집어던지고 풍선과 전투중.
...이런 모습을 채연이네 어머니께 보였다는거다.. OTL
어쨌든 아이들은 재밌게 놀만큼 놀았는지 자연스럽게 해산하고...
난 현경이를 데려다 준 뒤 터덜터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오는 진희의 문자에 답장을 보내곤...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며 오늘 있었던 전쟁들을 마무리 지었다.
토,일,월 푹 쉬며 에너지를 보충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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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후기는 사진이 붙어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어요^^ㅋㅋ 특히 오늘은 우리 쌤들이 너무 수고하셨어요 ㅋㅋ
아까 저녁시간떄 너무 힘들어 하시길래 저와 친구가 반반 나눠 가져간거 아시죠?ㅋㅋ 좀 쉬쉬라고~ 너무 힘들어 보이셔서 ㅋㅋ
ㅋㅋㅋㅋㅋㅋ오늘은 정말 최고의 하루였네요
ㅋㅋㅋ그때 진짜 재미있었어여~~내가 쌤이 불어준풍선 2개다 터뜨리고...미옥이도 한개 터뜨리고...아 나 손톱에 매니큐어바르고 머리띠고샀어여~~시원하려구~
너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머리띠랑 매니큐어 화요일에 보여줘 ㅋㅋㅋ
무조건적인 대쉬로 내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게 만드는 똥꼬발랄 유쾌 미옥, (가끔.. 나는 인간과 인간으로서 대화를 나누는건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만큼 자기페이스.) - 전투력 :: 7만 울땐 너무 착하고 불쌍해보여서 항상 잘해주고 싶은 순둥이, 그러나 웃을땐 꼬마 마녀로 변하는 냐!! 채연. (높은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로 나를 야! 하고 부르는데, 이게 마치 "냐!!!" 하고 부르는것 같아 냐!! 채연이다.) - 전투력 :: 4만 당장!!!지우세요!!!
ㅋㅋㅋㅋㅋㅋ 정곡을 찔러서 그렇구나?
그렇게생각하진마시고요~~쌤이 제입장 생각해보시면 아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