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클 연남, 어제는 또 셋팅날입니다. 돌아나올까 망설이다가 은지씨가 보이길래 들어갔습니다. 하는 둥 마는 둥 홀드 몇 개를 잡아보는데 영 재미가 없습니다. 신명이 없으니 힘만 듭니다. 이제 다섯번째라는 어느 청춘이 빨간색을 하겠다고 대드는데 할 것 같습니다. 그걸 보니 더 기운이 빠집니다.
집으로 가는 길, 오후 늦게 병원 진료예약이 있습니다. 집까지 걷기로 합니다. 터덜터덜 걸음은 늦고 생각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따라 촛점없이 흔들립니다. 연세세브란스 맞은편 벤치에 앉아 꽃구경을 합니다. 마치 제 생각처럼 벚꽃잎들이 분분히 떨어집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메뉴가 무엇일까 늘 궁금해하던 이름도 거창한 식당 '존재의 이유'에 들러 8,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했습니다.
공기밥+김치찌개+반찬3종(마카로니샐러드, 어묵무침, 고등어튀김2토막)을 마주하고 도무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존재의 이유와 백반과 팔천원의 가치를 생각했습니다.
하필 그곳에 떨어져 뿌리내리고 살아야하는 제비꽃에게 "왜 거기서 그렇게 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됐고, 니 갈 길이나 가"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침에 KBS FM에서 소개된 어느 청취자의 사연이 떠오릅니다. 조금 통통한 편에 속하는 중학생 딸과 함께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한 아저씨가 몰상식한 말을 했답니다. '작작 좀 먹으라'고.
도대체 그게 할 소리입니까.
옆에 있다면 "닥치고, 니 볼 일이나 보라"고 내뱉어주고 싶습니다. 나이 먹은 게 무슨 대단한 벼슬인 양, 할 소리 못 할 소리 구분도 못 하는 주제에.
'존재의 이유', 좀 성찰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꼴랑 6.5km를 걸었는데 삭신이 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