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끄트머리, 바야흐로 송년의 계절이다. 한 보름 전부터 송년 모임에 대한 공지 문자가 적지 않게 날아든다. 다 응하려면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꼼꼼하게 의미를 따져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중 중동기독신우회의 것은 좀 특별하다. 해를 여러 번 거듭해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1년이 채 안 된 모임인데도 발전의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이다. 20 명, 30 명, 40 명을 넘더니 이번 모임엔 70 여 명이 참석했다. 위로 한상찬 선배(52회)로부터 아래로 오정호 후배(94회)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 번 백강수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손양원 목사님에게 모교인 중동고가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더니, 손 목사님은 중동기독신우회를 선물로 주셨다"는. 것 말이다. 우리 신우회는 2014년 손양원 목사님 ’명예졸업장’ 건으로 인해 태동했다.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일을 했다. 명예 졸업장 전달식(여수 손양원순교기념관), 기념 음악회 개최(여수, 서울), 기념석 건립(함안 생가 터), 농촌 작은교회와 선교사 후원, 외국 신학생 후원, 회원 단합대회 등. 되돌아보면 섬세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오늘(12월 5일) 모임의 정식 명칭을 보니 생각한 것보다 많이 길다. '2016년 중동기독신우회 정기모임 및 송년의 밤' 이런 행사를 가질 때 가장 큰 문제는 장소이다. 재정이 넉넉하면야 좋은 곳을 빌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형편도 아니다. 아니, 형편이 되어도 그런데 쓸 사람들이 아니다.
다행스런 일은 백강수 회장이 장로로 섬기고 있는 교회-순복음강남교회-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모이는 숫자가 많지 않을 때는 7층 임마누엘성가대 연습실, 오늘과 같이 사람이 많을 때는 5층 예배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 선배의 교회 내 영적 신뢰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 참석자 중 포항에서 온 이승환 선배(58회)가 가장 멀고 그 다음이 내가 아닌가 한다. 경북 김천에서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는 순복음강남교회까지 왕래하는 길이 만만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육체적 에너지 소진도 적지 않을 터이다.
편남영 선배(67회)는 그럴 때마다 수호천사를 자처한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내가 돕지 않으면 누가 도우랴'는 마음일 것이다. 형을 만날 때마다 예수님의 아가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서울역에서 만나 교회에 도착하니 모임 한 시간 전이었다. 오후 5시.
몇 사람들이 와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명찰을 찾아 달아주고 의자를 정돈하고 나누어 줄 선물을 꾸리고 방송 시설을 점검하는 등의 일에 솔선하고 있었다. 중동의 사자 정신은 이런 데에서도 발현되는 것인가. 주님 안에서의 만남은 무조건 좋다. 어느 모로 보나 유익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저녁 식사부터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육해공(陸海空)이 골고루 준비된 뷔페식 식탁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앞서 먹은 점심 식사가 부실했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 차려진 갖가지 음식들이 입맛을 북돋게 한 이유가 더 컸다.
예배 전 찬양의 시간을 가졌다. 신우회 예배부 차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정진 후배(84회)가 찬양을 인도했다. 그는 순복음강남교회 안수집사이고 또 오늘 가야금 연주로 은혜로운 선율을 선사한 임현숙 집사(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신실한 남편이기도 하다. 매사에 열심이다.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는 통성으로 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경 확장의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해외 선교사 동문들의 사역을 위해 기도했다. 이현수(53회, 우간다), 이한우(57회, 브라질), 김경생(63회, 네팔), 전대웅(63회, 방글라데시), 이용주(65회, 아프리카), 한영호(67회, 미국), 김명호(70회, 브라질) 선교사 등이 중동의 영적 기상(氣象)을 만방에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모임은 1부(예배)와 2부(회무처리 및 친교)로 나뉘어 있었다. 순서의 개략은 다음과 같다.
1부 예배(사회/이성환 장로, 65회)
찬송(269장)-대표기도(이웅재 장로, 63회)-말씀 봉독(김동진 장로, 70회)-말씀 증거(빌 2:5-11, 성경은 진실이다, 강덕영 선배, 58희)-특송(서명석 집사, 70회)-가야금 3중주(임현순 집사 외 3인)-찬송(505장)-축도(김진석 목사, 62회)
이성환 선배는 우리 신우회에서 친교부장을 맡고 있다. 침체되어 있는 곳에 이 선배가 가면 활기가 돌고, 갈등이 있는 곳을 화해를, 분쟁이 있는 곳엔 평화를 만들어 주는 장기를 갖고 있다. 그의 톡톡 튀는 사회가 시간을 압축해 주어 참석자들 모두에게 공감을 얻었다.
말씀을 증거한 강덕영 선배(58회)에 대해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강 선배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주) 회장,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기독교 문화의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성경은 진실이다'라는 제목으로 구약과 신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다.
2부 회무 처리 및 친교(사회/황병직 총무, 67회)
인사 말씀(회장 백강수 장로)-회계 보고(회계 장인수 집사)-경과보고 및 광고(황병직 총무)-차기 총동문회장 인사(우이형 교수, 66회)-이상현 목사(60회) 단기선교 보고-다문화 신학생 장학금 수여 및 특송-단체사진 촬영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신우회 회장 백강수 장로는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하게 성장한 우리 중동기독신우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지경을 넓히자고 강조했고, 중동고 차기 동문회장으로 내정된 이우형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총동문회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상현 선배는 중국 선양에서 한센인 사역을 하고 있는 김상현 선배(60회)에게 가서 80일 동안 동역한 내용을 풀어 놓았다. 김 선배는 선양 사역을 내려놓고 그곳에서 먼 남쪽으로 이동해서 한센인 사역을 이어 갈 계획에 있다고 한다. 시간을 내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늘의 특별순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유학 온 다문화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 아프리카와 동남아 그리고 중국과 몽고 등지에서 공부하러 온 청년들이었다. 장학금은 선배 기수인 한상찬(52회), 문 억(56회), 강덕영(58회), 이승환(58회) 등 장로들과 백강수 회장이 분담해서 전달하였다. 선물(방한용 파커)은 김명철 장로(64회)가 찬조했다. 김 선배는 베푸는 데 늘 풍성하다.
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도 첨언해 두어야 하겠다. 협찬금과 선물을 준비해 준 귀한 손길들. 강덕영 선배가 저서 한 권과 회사에서 제작한 고급 비누, 백강수 선배가 고급 커피 세트, 김명철 선배가 아식스 파카(외국인 유학생용), 이성환 선배가 장바구니와 피터래빗 주방세트 등을 황병직 선배가 신년 달력과 다이어리, 편남영 선배가 커피 잔 안에 마련한 간식 등.
우리의 송년 모임은 밤 10시가 가까워졌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예배당 앞자리에 정렬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입구에서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하나씩 받아 들고 가뿐한 마음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 하나님이 보시고 좋았더라, 몹시 좋았더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중동기독신우회 2916년 송년예배, 전면에 붙인 알림판 안에는 그동안의 주요 사실들을 담고 있었다.
중동기독신우회 2016년 송년모임엔 70 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강덕영 선배는 '성경은 진실이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중동기독신우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들
임현숙 집사(한국예술종합학교) 외 3인의 피아노 3중주는 저물어 가는 한 해의 의미를 아름다운 선율로 전달해 주었다.
영승관 집사(70회)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우리를 이렇게 사진 한 컷으로 만들어 주었다.
중동기독신우회 2016년 송년모임의 피날레를 장식한 기념사진 촬영. 모두들 빛나는 얼굴들로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명했다.
2016년 중동기독신우회 정기모임 및 송년의 밤 순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