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 규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삼성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이 두 회사의 합병비율 이외에 삼성그룹의 출자구조까지 반대이유에 넣은 것은 미국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 등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한국의 독적규제법마저 어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주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삼성물산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이 합병법인과 상호출자 관계에 새로 놓이게 되어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법상 신규 상호출자제한 규정에 어긋나게 된다.
합병으로 인한 신규 상호출자인 경우 6개월 이내에서 해소하기만 하면 되는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13일 합병후 족속회사인 제일모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1일 이런 내용의 ‘합병계획 정정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정정신고서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 다음날인 5월 27일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엘리엇은 기존에 알려진 ‘1대 0.35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주주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외에 △합병 후 건설산업에서의 경쟁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상호출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SDI는 현재 제일모직(3.7%)과 삼성물산(7.4%) 주주이고, 현 합병비율을 적용하면 합병법인 지분 4.8%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화재도 현재 삼성물산 지분(4.8%)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비율에 따라 향후 1.4%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보유하게 되는 총 6.1%의 합병법인 지분이 신규순환출자로 유권해석이 내려질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6개월내 매각해야 한다.
제일모직은 이와관련 “합병 완료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구체적은 순환출자 내용 및 예외 인정 여부, 해소방안 및 해소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법정 기한 내에 해소를 하지 못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시정명령, 과징금, 의결권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일모직은 엘리엇의 합병반대 움직임과 관련 “향후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 등이 국내외 법원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그 결과에 따라 합병 일정이 지연되는 등 절차상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정정신고서에 명시했다.
또 “반대 주주가 적극적으로 합병 반대 주주의 의결권을 결집하는 경우 위임장 경쟁(Proxy fight)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외 손해배상 청구, 소수주주권 추가 행사 등 가능성이 있는 바, 그로 인해 합병 절차가 직접 제한되는 것은 아니나 결과에 따라 합병 절차 진행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우선주에 대해 보통주 합병비율과 같은 비율로 배정하는 것은 등가성을 해치지 않아 우선주의 주주는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종류주주총회의 결의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우선주를 보유한 일부 외국기관투자자들은 우선주 주주를 위한 별도 주총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제일모직의 우선주가 상장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두 회사의 우선주 합병비율을 상장주인 보통주에 준해서 정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근거가 없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