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의 한라산, 그리고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이 마치 달나라의 표면처럼 보인다(펌)
한라산을 정점으로하여 고구마 형상으로 동서방향으로 가로놓인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훨씬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풍습이 그러하고 풍광이 그러하다.그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의 산물과 풍광을 즐기고자 모여들고 있다. 제주도의 방문객을 2007년까지 조사발표한 관련 통계를 보면 5월이 15%로 가장 많았다. 이는 5월이 어버이날이 있는 가족의 달이고, 또한 해외여행이 다소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제주도가 그만큼 심적부담없이 관광하기에 알맞아서 그럴 것이다.
내가 이번에 제주도를 찾은 것은 관광에 뜻을 두기보다 한라산 등정에, 그 목적이 있었다.
나이 예순을 넘기면서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고, 작년 5월 21일에는 당일치기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38 이남에서 높은 산, 셋 가운데 하나만 남기고 둘에 오른 셈이다. 이제 제일 높은 한라산이 남아 있었기에 출가한 딸내외가 제주도로 동행하자는 제안에 내심 얼씨구나 싶었다.
남아진 생에서 몸이 건장만하다면야 아직 오르고 싶은 산이 많이 있겠으나, 의욕과 달리 몸은 하루가 다르게 노쇄해감을 현실적으로 느끼고, 그에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오르고 싶은 산이 있은들 그저 노욕에 그칠까 저으기 걱정이 앞설 뿐이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 일정을 잡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자료를 얻고 등정코스를 잡았다. 여럿이 동행하는 게 아니라 아내와 동행을 해야 했기에 내가 길라잡이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얻어 내린 결론은 성판악으로 등정하여 관음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어리목과 영실코스로는 해발 1,700m까지만 오를 뿐, 백록담으로 갈 수 없기에 그 코스는 이번 여정에서 마음에 두지 않기로 하였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안내도(펌)
정상으로 걸어올랐다내려야할 길이 18.3km로 잇수로 치면 사십 오리고, 소요시간이 아홉 시간 삼십 분의 여정이다. 오름길이 성판악에서 9.6km이고, 내림길이 관음사까지 8.7km인데, 오름길은 완경사이지만 내림길은 급경사와 긴 계곡의 길이다. 또한 작년에 휘몰아쳐간 태풍 나리의 횡포에 내림길이 많이 유실되어 힘들꺼라 했다. 아침 6시, 합덕숙소에서 택시를 불러 상판악휴게소에 도착하니 6시 30분, 김밥 두어 줄 챙겨들고 아내와 정상으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코스(펌)
비가 오던 어제와 달리 해발 1,000m로 벗어나자 하늘은 청명하게 개여 있었다. 특히 안개가 자주
낀다는 한라산에서 청명한 날씨는 정상으로 오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행운인 셈이다. 그
행운이 바닷길을 넘어온 처지를 외면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름길은은 평탄한 길이어서 누구라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인데, 주변은 온통 만병초들의 군락을
이뤄 하늘이 보이지 않아 밀림속으로 걸어가는 느낌인데, 밀생하는 산죽들이 바람길에 머리를
내젖고 있었다. 육지의 산죽과 달리 흰테가 잎가장이로 돌아 쎄라복을 한 여학생같았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바라다본 정상
7.4km 지점, 진달래대피소 근처에 와서야 훤히 터진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청명한 하늘아래로
들어난 한라산 정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밋밋한 오름길이지만 긴 길이어서 숨이 목밑에 가파르게
차 올랐다. 진달래대피소에서부터 정상까지 2.3km의 까만 현무암이 깔린 빳빳한 오름길이
이어졌다. 아내는 잘 참아냈는데, 나는 급한 걸음에 왼쪽 발에 쥐가나 쉬엄쉬엄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운동부족을 절감했다.
정상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내려다보는 둔덕엔 털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어 볼만한 장관을
연출하여 곳곳이 분홍색으로 얼룩져 보였다.
한라산 동능(東陵)에 마침내 올랐다. 2008년 5월 25일 10시 40분쯤 일이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볼거리는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왕봉에 미치지 못했다. 1,950m이라
분명 더 높이 올랐으나. 텅빈 백록담을 내려다 볼 때는 허망하기까지 했다. 그저 높이 올랐다는
느낌뿐이다. 아니 경치가 비교적 뛰어나다는 영실코스를 택하지 않았던 탓일게다. 기약은
없지만 후일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를 택하여 윗세오름까지 오를
것이다.
한라산 동능 정사에서 백록담 바닥이 보인다.
한라산 동능 끝자락
물론 안전을 위하여 방책을 세운 것은 이해는 하지만, 몸과 마음이 가로막힌 듯 정상에
올랐어도 답답함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상승하려는 가이없는 욕망이 1.950m에 쳐진
통나무 방책 때문에 그대로 주저앉는 형국이 되었다. 등산의 하나의 묘미가 가이없이
높이 오르려는 욕망의 분출인데 그것이 답답하게 방책에 갇쳐진 느낌이 들었다.
바닥을 드러낸 백록담.
짐작은 했었다. 함덕해변숙소에서 아침 일찍 한라산에 오르고자, 택시를 불렀다. 제주를 낱낱
이 안내하던 택시기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가물어서 마늘을 캐지 못했으니 한라산에 오른들
만수위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어제내린 비를 등산하기 위하여 원망했던 내 짧은 소견이
그에게 그저 한없이 무안하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올라와보니 아내의 표현대로 백록담의 물은 두어 초롱밖에 되지 않았다. 내
상상으로는 만수위는 바랄 수 없지만 아래 사진만큼의 물은 있을 줄 알았는데, 바닥에
들어붙은 물을 보고 그저 실망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어이 하리, 그러해도 백록담은
영원히 백록담인 것을....... 산노루에겐 그만 물도 능히 풍족하리라.
만수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쯤이라야.
한라산은 처음부터 1,950m로 높은 건 아니었다. 한라산은 제3기에 약 950m에 이뤘고, 제4기에는 곳에 따라 해안까지 흘러간 시흥리 현무암·성판악 현무암 등에 이어서 한라산 정상부 주변의 산간지대에 분포하는 한라산 현무암이 분출하고, 그후 한라산 조면암질 안산암의 분출로 해발 1,750~1,950m에 걸친 한라산 산정 서반부에 남아 있는 종상화산체가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한라산은 전체적으로 이중화산(二重火山)의 형태를 갖게 되었으며. 제5기에는 대규모의 폭발분화가 일어나 종상화산체가 파괴되면서 백록담화구가 형성되고 이와 더불어 백록담 현무암이 소규모로 분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라산 서능 정상
동능정상에 올라서면 서능이 마주 서고 좌우로 삥둘러 동능선에 닿아있다. 동서 직선거리가
600m이고, 둘레가 1,720m이며, 깊이가 108m이다.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 해산(海山) 편을 보면 한라산을 이렇게 말했다.
- 제주도의 한라산은 곧 영주산(瀛州山)이라고도 한다. 산위에 큰 못이 있어, 매양 사람
소리가 요란스러우면 구름과 안개가 크게 낀다. (중략) 향기로운 바람이 온산에 가득하다.
때때로 젓대와 피리소리가 들리는데, 어디로부터 들려오는지 알 수가 없다. 속담에 신선이
항상 노니는 곳이라 한다.
긴 부리 까마귀들
진달래휴게소로부터 따라온 까마귀가 먼저 정상에 올랐다. 날개를 가진 놈이 다리를 가진
자에게 이긴 것이다. 제주에서만 서식한다는 긴부리 까마귀란 놈이다. 정상부근임에도 먹이를
취하려고 감돌아들고 있다. 등산객에게 버린 음식지꺼기나마 버리라는 것일테지. 그러나
어이하랴. 등짐을 줄이고자 김밤 두줄과 떡 두 팩만 챙겨온 빈한한 등산객에게는 베풀어낼
여유가 없는 것을........
정상에서 관음사로 내려가는 길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은 뒤, 관음사코스로 하산길을 잡았다. 상판악코스보다는 길은 카파랐
지만 경치는 한결 낳았다. 잠깐, 잠깐 숨을 고르면서 낯선 풍광을 둘러볼 수 있었다. 화산으로
이루진 산이어서 쇠덩이가 산처럼 다듬어진 느낌이다.
관음사코스의 하산길
사계절 강한 비바람을 이겨낸 고산목이 살아온 이력을 보이듯 날카로움만 남아 있어 이채롭다.
높은 곳에 살아가자면 강한 바람을 이겨내는 날카로움도 필요하리라. 그 깊은 뜻을 어찌 짧은
삶을 영위가는 인간이 알까.
한라산의 나무들(1). 구상나무의 고사목
한라산의 나무들은 졸참나무·개서나무·서나무·단풍나무·북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
굴거리나무 등의 낙엽활엽수가 주요수종이다. 해발 1,500m 이상의 한대림은 구상나무·
주목나무·고채목·분비나무 등의 침엽수로 이루어져 있고,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부는 산정부에는 털진달래·암매·눈향나무 등의 관목림이 자생하고 있다.
한라산의 나무들(2)
구상나무의 고사목
관음사 코스로 하산길에 바라본 한라산 서능 정상.
안개에서 벗어나는 삼각봉
용진각 대피소부근에서 바라본 한라산.
태풍 나리의 피해는 참혹했다. 용진각대피소는 내리쓸리는 계곡물에 흔적없이 사라지고 화장실
하나와 임시 안내원의 조그마한 숙사가 서 있을 뿐이다. 제주도의 하천은 일반적으로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이 없는 건천(乾川)이 대부분어서 나무뿌리가 뒤엉켜 있는 계곡은
삭연하기까지 했고, 길은 무참하게 유실된 채, 세수가 풍족하지 않은 지방관청의 복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림길은 걸어내려도 걸어내려도 끝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간수라도 있으면 목을 추기고 발을 담아
쌓인 피로를 풀어내고도 싶었으나, 계곡마다 건천이어서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지난 해 태풍으로
계곡의 물까지 쓸어간 듯 싶다. 탐라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더러 바위에 고인 물웅덩이를 찾아내고 보면 바위색이 그래서 그런지 온통 검은빛이어서 발을 넣기가 께름직했다.
제주 역사는 고을나(高乙那)·양을나(良乙那)·부을나(夫乙那)가 삼성혈(三姓穴)에서
용출한 것으로 시작된다. 1271년(원종 12)에 삼별초(三別抄)가 제주도에 웅거하면서
몽골에 마지막까지 항쟁을 벌이다가 1273년에 패한 후 제주도는 원나라의 직할지가
되어 목마장(牧馬場)이 설치되었다. 원의 직할지였던 까닭에 다른 곳 보다도 몽골의
문화적인 영향이 컸으며, 대규모 목마의 흔적으로 환경에도 뚜렷한 자취를 남겨놓았다.
주요농작물은 맥주보리·조·콩·고구마·유채(油菜)·채소 같은 밭작물과 감귤이다. 해녀들은
전복·해삼·소라 등을 주로 채취한다.
제주도는 동서남북의 토양색깔이 다르듯 산물이 각각 달라 너르지 않는 땅덩어리지만
다양하다.
우도
섬의 형상이 소가 돌아누운 모습과 같다해서 우도(牛島)라 명명했단다. 우리나라 지명
에는 유독 우(牛)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와우산, 우면상, 우도, 등등. 곳곳마다 그런
지명이 흔하다. 우리 조상은 그렇게 소와 가까이 하면서 살아왔던 게다. 그런 민족인데,
요즘은 쇠고기 때문에 나라기강조차 흔들리고 있으니.
우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제주
중국에 서상팔경이 있듯 우도에도 우도 팔경이 있다고 했다. 서빈백사(西濱白沙), 주간명월
(晝間明月), 천진관산(天津觀山), 야항어범(野港漁帆), 동안경굴(東岸鯨屈), 지두청사(地頭靑沙),
후해석벽(後海石壁), 전포망도(前浦望島)이라 했다.
우도의 해안
이곳이 바다를 등지고 바라보는 석벽의 아름답다는 후배석벽(後海石碧)이다. 풍파에 잔주름이
여지없이 드러나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는데, 검은 석벽 위에 앉은 푸른 풀들이 햇볕을 받아
눈이 시리게 빛나고 있다.
우도의 후해석벽
우도의 서빈백사(西濱白沙) 해수욕장
이곳이 산호로 형성된 서빈백사(西濱白沙) 해수욕장이다. 하얀 모래색에 눈이 부셔 시선을
바로 둘 수 없다. 서천진동과 상우목 사이에 위치한다.
우도의 지두청사(指頭靑沙) 초원으로 달려나가는 제주말.
이곳이 지두청사(指頭靑沙) 초원이다. '물위에 뜬 둔덕'이라 했던가. 푸른 바다 위에다
초록카펫트를 깔아놓은 느낌이다. 그곳에서 말등에 앉으면 푸름에 물든 마음과 몸이
하늘자락에 닿는다. 고려 땅을 밟은 몽골의 발길이 보일 듯하다.
말로 초원을 달려보는 것도 제주도 여행에서는 빠뜨릴 수가 없을 게다. 비록 비싸기는
하지만.......
제주도(濟州島)는 우도를 비롯하여 비양도(飛揚島)··상추자도(上楸子島)·하추자도
(下楸子島)·횡간도(橫干島)·가파도(加波島)·마라도(馬羅島) 등 8개의 유인도와 5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우도에서 일출여행으로 유명한 일출봉이 보인다.
우도에서 바라본 일출봉
제2기말에는 산방산(395m)·성산일출봉(182m)·단산(140m)·송악산(135m) 등 10여 좌의
기생화산이 형성되었다. 산방산은 유동성이 작은 조면암질안산암이 분출하여
이루어진 종상화산으로 화구가 없고, 일출봉은 해저에서의 폭발분화로 방출된
화산쇄설물이 수중에서 쌓인 성산층(城山層)으로 화산체에 비하여 화구가 대단히
크다.
일출봉 주차장 앞에서.
제일 먼저 찾은 일출봉이 안개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행여 싶어 계단길을 올랐다. 제일
높은 곳에 올랐지만 분화구는 커녕 안개뿐이었다. 눈을 밝게 뜨고보면 분지가 보인다고
젊은 아낙네의 익살이 실감이 난다.
일출봉으로 오르기 전 분지의 절벽(1)
일출봉에 오르기 전 분지의 초지.
천지연폭포
하늘과 땅과 만나는 곳의 연못이라해서 천지연.1km 상류인 송반천에서 솟아오른 물줄기가
흘러내려 이룬 폭포로 천연기념물 제163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난대식물인 담팔수,
구실잣밤나무, 천선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낯선 곳에 들어선 느낌이다.
안개에 쌓인 산방산은 몽환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 여행에서 화산으로 이루어진 산방산(395m)을 제외할 수 없다. 산방산은
성산일출봉(182m)· 단산(140m)· 송악산(135m) 등 제2기말에10여 좌의 기생화산이
형성되었는데, 유동성이 작은 조면암질안산암이 분출하여 이루어진 종상화산으로
화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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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머리에 끼인 안개.
용머리해변
하멜의 배가 이 이곳에 표류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듯 마침 기상상황 악화로 용머리해변
바위길이 통제되고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게의 의자에 앉아 문어 한 마리를
사서 소주로 목을 추겨보았다. 주인아낙의 제주사투리를 되물어 가면서.
하멜의 상선 모형
1653년부터, 이곳에 머물러 355년이 흐른 지금, 고향 네들란드로 금방이라도 닻을 올리고
돌아갈 듯 출항준비를 끝낸 듯 하다. 상선에 오르면 네들란드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하멜, 그 양반 그랬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천만에 올시다. 본토의 뭍에 올라 2008년
여름 서울 중심가의 밤풍경은 절대로 그렇하지 않습니다요.
지삿개의 주상절리대(1)
지삿대, 신은 이곳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터져나오는 압맥과 솟아오르는 응회암으로 삼각이건, 사각이건, 육각이건 돌기둥이 해상
누각을 지을 듯 치솟아 올랐다. 주상전망대에서 부딪쳐오르는 파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2005년 1월 9일 천년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다.)
지삿개의 주상절리대(2 )
지삿개의 주상절리대(3)
지삿개의 주상절리대(4)
지삿개 주상절리대를 수묵화로 표현해 낸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신비의 도로 표석
일명 도깨비 도로라 부르는 신비의 도로다. 입구의 빈집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빈
캔으로 도로 위에 던져보았다. 구르기를 한참이나 머물지 않았다. 사람의 눈대중이
얼마나 허술한지 담박에 판단난다. 전해오는 말에는 그랬다. 신혼여행 중인 신부가
대절택시 뒤에 숨어 일을 보았는데. 물기가 반대로 흘러가더란다. 그래서 도깨비에
홀렸고 도깨비도로라고 했다나 뭐나. 지어내도 좀 서툴다.
신비의 도로
오설록 차밭
관광지를 돌다가 지칠 때쯤, 차밭에 들렸다. 차밭을 바라보면 몸도 마음도 푸르게 물든다.
차밭사이로 걸으면서 새싹을 따 이빨로 씹으면 떫은 맛이 입안에 고인다.
전시장에 들려 관람도 하면서 차탁에 앉아 녹차를 마시면 심신이 개운해 진다.
합덕해변
숙소를 정하였던 합덕해변이다. 중문단지보다 여름철이 아니어서 조용하다 못해 적적하기까지
했다. 맑은 바다에 회색 모래밭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합덕해변에 인접해 있는 조그마한 어항포구. 흡사 아이들의 놀이터같다.
합덕해변의 조그마한 모래밭. 회색와 검은 바위, 또 파란 해초의 어울림이 눈길을 잡는다.
돌담으로 울타리를 한 합덕포구의 슬레이트집.
제주도의 돌담. 어디로 가나 쉽게 눈에 뜨이는 풍경이다.
주어진 삶의 연명을 위하여 척박한 대지를 손끝에 피가 맺히도록 일궈가면서 골라 쌓은 돌담이
제주도의 명물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골라내는 돌이 한 두 개가 아니어서 버릴 곳도 만
만치 않고보면 거센 바람길을 막는 방패막이로 일거삼득을 취했을 것이다. 이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강인함에 경외심을 느낀다.
붙임2: 제주도의 식물들
천지연 가는 길에 만난 비파나무
비파나무다. 중국현악기인 비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그런 연상은 왜일까. 노랗게 익은
열매는 식용으로 좋다하며, 잎은 진해, 건위, 이뇨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만화
주인공 코난도 살인사건 해결에서 이 열매로 단서를 잡았던 게다.
멀구슬나무에 보라꽃이 한창 일었다.
멀구슬나무다.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해서 목구슬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합덕해변 숙소 앞에서 만난 정큼나무의 열매
천지연 가는 길에 만난 콩짜개란
여미지 식물원에서 만난 참골담초가 화사하게 관람객을 반긴다.
참골담초를 찍었다.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그래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는 여미지 식물원
에서다. 북한에서만 자생하던 식물로 알려져 있다가 2007년 강원도 평창, 정선지역에서
발견되어 특별보호를 받고 있는 식물이다. 뿌리는 신경통,고혈압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병초 군락지는 상판악으로 오르는 코스에 연이어져 있었다.
제주도 해발 1.000m이하에서만 자란다는 참꽃나무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관음사로 내려오는 탐라계곡에서 자주 눈길을 사로잡는 꽃인데,
마치 남해안 동백나무에서 보듯, 아니 그보다 더 선명한 꽃들이 어지러히 떨어져 있다. 인적 드문
심산유곡의 그런 자리는 사람의 마음을 더욱 애절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