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중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가사와 육아로 인해 쌓인 불만은 부부간의 대화를 조금씩 줄어들게 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정서적 유대감까지 결여되면서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부부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와 신뢰의 회복이 급선무다.
부부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로 평소 대화 나누는 시간이 부족한 점을 꼽을 수 있다. 2013 인구보건복지협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의 평균 대화 시간은 3쌍 중 1쌍이 하루 30분 미만이었다. 공통의 화제나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다 보니 대화거리가 사라진 결과다. 부부가 각자 직장과 가사, 육아에 전념하는 사이 대화 없는 남편은 ‘돈 버는 기계, 하숙생’이나 ‘동거인’으로 전락한다. 대화 시간이 줄어들 경우 소통의 결여는 물론, 서로에 대한 이해심까지 부족해져 부부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다.
부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신뢰다. 신뢰가 깨졌을 때 부부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된다. 신뢰가 없는 부부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고, 대화가 단절된다. 그러다 보면 부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를 깨뜨리는 대화를 시작한다. 이렇게 ‘원수 되는 대화’를 지속할 때 괜찮은 이성이 나타난다면 외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외도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은 부부 신뢰를 깨뜨리는 치명적인 사건이 된다.
최근 사회적 화두인 ‘오피스 아내’, ‘오피스 남편’은 우리 사회의 부부간 신뢰를 위협하는 외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배우자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성 동료를 말하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오피스 아내’, ‘오피스 남편’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30%)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배우자보다 이성 직장 동료와 더 많은 정신적 교감을 하게 되는 것. 이럴 경우 정서적 외도 혹은 육체적 외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 동호회와 모바일 동창 모임 등을 통해 친밀한 이성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가 해주지 않는 애정 표현을 주고받는 사이 정서적 교류가 생긴다. 이를 통해 형성된 유대감은 동호회 회원이나 동창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되어 결국 외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남녀가 생각하는 ‘외도’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자의 외도 기준을 육체관계 유무로 생각한다. 반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성의 외도를 정서적 관계의 유무, 즉 마음을 줬느냐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흔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통보받고 경찰서에 출석한 남편이 아내에게 묻는 첫 질문은 ‘너 이놈하고 잤어?’인데 이 현실은 그 시각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성 심리 전문가인 필자의 시각으로는 배우자가 모르는 비밀을 만들기 시작한 때를 외도의 기준으로 본다. 외도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외도는 습관이다. 때문에 발생 초기에 부부 전문가와 상의해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외도 이후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싸우지 않는 대화법을 실천해야 한다. 상대에게 분노를 드러내거나 비난하기 전에 본인의 상태를 먼저 말하는 것이 대화법의 핵심이다. 그리고 과거 부부가 젊었을 때 함께 ‘즐겨 했던 것’을 하면서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배우자의 장점을 생각하고 부부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행과 휴식을 통해 천천히 관계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