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일(5월 20일. 문길리-두가리) 굿바이, 보성강!
맑음. 27℃

비 덕분에 어제 하루를 푹 쉬고 나니 노노3인 모두 몸이 한결 가뿐해 졌다. 06:30에 삼남식당에서 곰탕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 편으로 어제 도보를 끝냈던 문길리에서 내렸다. 08:30. 다시 문길리에서 도보를 시작한다.
밝은 햇살이 눈부시고 비 온 뒤라 도로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창촌리에서 목사동 가는 길을 물어본다. 지난번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한 이후 아는 길도 물어서 가기로 했다. 길가의 아저씨, "아따, 멋지네요잉." 하면서 길을 가리켜 준다.

오산리를 지나 수 백년된 느티나무 아래 천오정(泉鰲亭)이라는 정자가 있어 잠시 쉬었다. 마을의 한 아주머니가 '푹 쉬다가 가쇼잉.' 하면서 지나간다. 이곳 전라도 지방 사람들의 말은 어쩌면 이렇게 말 한마디라도 정감이 넘쳐날까? 무뚝뚝한 경상도 태생인 나도 많이 배워야 겠다.

찻길을 버리고 논두렁길로 내려섰다. 지금 농촌은 일손이 한창 바쁠 때인 모내기철이다. 모 심느라고 이앙기가 바쁘게 움직인다. 예전처럼 마을 사람들이 한 줄로 죽 늘어서서 모심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두 농부의 양해를 구해 일하는 모습을 사진 찍는데 멋지게 포즈까지 잡아준다. 뒤늦게 나타난 한 아주머니는 자기는 왜 안 찍어 주냐고 웃으며 애교를 부린다.

곡성군 경계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단감 농원, 배 농장이 보인다. 뻐꾸기 소리, 개구리 소리가 한가롭게 들리고 백로가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이다. 길 걷는 동안 나이든 분들만 보다가 모처럼 젊은이 내외가 뽕나무 가지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가워서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농촌에 젊은이가 없고 아이들 구경을 못하니, 지나는 길에 심심찮게 폐교(廢校)가 보여 안타까웠다.

목사동에 11:00 도착. 하나로마트에 들어가 우유를 사서 간식과 함께 먹었다. 죽곡이 가까워 지는 지점 원두막 쉼터에서 양말까지 벗고 쉬었다. '호프, 치킨 배달' 이라는 광고도 붙어있다. 아스팔트 복사열 때문에 무덥다. 온도계는 27℃.
보성강 줄기를 타고 걷는 18번 도로는 차량도 드문드문 다녀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죽곡에서 '큰손가든' 식당에 들려 수제비로 점심을 시켜 먹었다. 대사리(다슬기의 이곳 말)를 넣고 끓여서 국물 맛이 아주 시원하였다. 서비스로 대사리 호박전도 내 준다. 마음씨 좋게 생긴 주인아주머니는 우리보고 한 숨 자고 가라고 하기도 하고 길 가다 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다시 와서 자라고 일러준다. 자기는 돈도 안 받고 잘 재워 준다고 너스레도 떤다. 그렇잖아도 식당이 하도 시원한데다 식곤증까지 몰려와서 우린 잠시 누워 눈을 붙였다.

단잠에서 깨 다시 길을 걷는다. 길가에 약수터가 보인다. '북소약수터'에서 약수 한 바가지씩을 시원하게 마시고, 드디어 압록에 도착하였다. 16:00.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치는 지점으로 경치가 좋아서 유원지로 알려져 있다. 압록 사거리 슈퍼에서 쭈쭈바 한 개씩으로 갈증을 달랬다. 계획상으로는 이곳 압록에서 자는 걸로 되어있었는데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더 걷기로 했다. 압록에서 17번 도로를 따라 곡성 방면으로 걸었다.

섬진강 경치를 보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4km를 걸어 가정역까지 왔다. 여기서 오늘 걷기를 끝내기로 했다. 강 건너를 바라보니 민박집도 보이고, 곡성군 청소년수련관이 있어서 인지 젊은이들이 강변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
민박집을 구했는데 4만 원을 달란다. 경로우대 해달라고 졸라서 3만 원으로 깎았다. 창문을 열면 섬진강이 보이는 멋진 방이다.
▶오늘 걸은 거리 : 25.5km(6시간)
▶코스 : 문길리(순천시 주암리)-(18번 도로)-창촌-오산리-목사동-죽곡-압록리-(17 번 도로)-가정역(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식사>
아침 : 곰탕(순천)
점심 : 수제비(죽곡)
저녁 : 재첩국(두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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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백)가출한지 보름이 돌아오네요. 야~ 참 욕봤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나. 그러나 3인방 가는 길은 달고나....ㅋㅋ
06.05.21 22:13
(wanju42)얼굴 단장은 ? 피곤하시죠? 그래도 힘내시고 계속 화이팅! 전화하면서 쉰다고 하신 정자가 바로 거깁니까
06.05.22 08:46
(캡화백맏딸)앗! 온도계 27도!! 일정 맞추시는 것 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거, 꼭 잊으시면 안되요! ^^ 06.05.22 09:13
(늘푸른)샘, 오시며 잡순 음식점, 나중에 맛집 정보로 올리시는 게 어떠신지요? 선생님 글과 사진을 보면 그저 입이 침이 고
인답니다. 난 먹는 걸 넘 밝혀 탈이야... 향. 06.05.22 17:31
(파랑새)온도가 상승하면 휴식시간을 길게 가지십시요. 서울은 지금 비가오고 있습니다. 06.05.22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