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한파가 번갈아 가며 세밑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영하 14도, 30년만의 강추위라고 뉴스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장미광장>에도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지만,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은 '자연산'인 <장미광장>의 눈은 본래의 흰색을 고스란히 지켜내고 있어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한파가 몰아쳐도 <장미광장>은 아늑합니다.
지난 6월 개장한 <장미광장>의 장미는 아직 뿌리가 완전히 내리지 않아 처음 맞는 겨울이라 채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화단을 덮었던 우드칩(나무조각)을 다 긁어낸 후, 배수가 잘 되라고 굴착기로 화단의 땅을 파서 배수시설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장미 가지를 키가 가지런하게 자르고, 끈으로 묶고, 볏짚으로 감싸고, 다시 묶고, 그런 후 화단 바닥에 짚을 깔았습니다.
짚은 쌀 농사를 많이짓는 이천에서 품질 좋은 짚을 선별하여 구해 왔습니다.
또 바람과 사람들의 훼손을 막기 위해 화단을 가마니로 울타리처럼둘러 쳤습니다.
덩굴장미가 뻗어 있는 장미 폴대는 가지치기와 묶기를 한 후 ,
지붕을 씌우고 짚으로 한 단 한 단 묶어가며 짚옷을 외투처럼 발 아래까지 단단히 감쌌습니다.
두 사람이 공동 작업을 했는데 장미폴 하나 싸는데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10월말부터 시작한 겨울채비는 12월 중순까지 두 달 가량이나 걸렸습니다.
짚으로 울타리를 친 화단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짚옷을 입고 짚 이불을 덮은 장미들이 한 형제처럼 식구처럼 옹기종기 다정하게 앉아 있습니다.
영하 40도 시베리아 찬 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을 것 같이 따뜻한 온기가 감돕니다.
노랗게 물든 볏집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장미광장>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지나는 사람마다 감탄을 하고,
아내는 민속촌에 온 것 같다고 좋아합니다.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장미를 보고 있자니 내 처지가 별로라서 어째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
밤새 내린 흰눈이 <장미광장>에 내려 앉았습니다.
눈의 흰색과 볏짚의 노란 색깔이 어울려 <장미광장>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지금 장미는 볏짚옷을 입고 숨어 있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천연색 칼라 얼굴을 들고 향수보다 더 진한 향기를 뿜으며 우리들 앞에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겨울이 춥지 않고 기다림을 간직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