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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쇠어’는 ‘되어’처럼 ‘쇄/돼’
추석 잘 쇠라(X) / 쇄라(O)
“추석은 세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쉬라고 있는 날”
최근 명절에 관해 바뀐 시각, 새로운 명절 풍속도를 대변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약간은 꺼림칙한 느낌이다. 곧 한가위다. 그것도 11일 동안의 황금연휴에 낀 올해 한가위는 ‘고향방문을 위한 민족의 대이동’과 ‘여행을 위한 공항으로의 대이동’으로 사람들을 가르고 있는 듯하다. 이번 추석기간에 해외여행으로만 100만 명 이상이 빠져나갈 예정이고, 대부분의 국내외 항공권은 이미 동이 난 상태란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아예 귀향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2명은 그냥 편히 쉬고 싶어서, 나머지는 여행을 위해, 또 고향방문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들어서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추석은 세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쉬라고 있는 날”, “추석 새러 고향에 갈 거야” 등 두 예문에서와 같이 명절은 ‘세는’ 것인지, ‘쇠는’ 것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명절인 ‘추석’은 세거나 새는 게 아니고 ‘쇠는’ 것이다.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라는 뜻으로, ‘추석이나 설을 쇠다’, ‘환갑을 쇠다’, ‘생일을 쇠다’ 등과 같이 쓰인다.
또 흔히 주고받는 인사말인 “추석 잘 쇠라”, “추석 잘 쇄세요”는 과연 맞는 표기일까? 결론적으로 ‘쇠다’의 활용형 '쇠/쇄'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쇠/쇄’도 ‘되/돼’와 마찬가지로 발음이 같다보니 많이 헷갈려 한다. ‘쇠/쇄’도 ‘되/돼’를 구분하는 방법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본형+아/어’를 적용하는 구분법으로 기본형에 아/어를 적용한 뒤 말이 되면 ‘기본형+아/어’가 맞고, 안되면 기본형이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그건 안 되고 이건 돼요”를 “그건 안 되어고 이건 되어요”로 적용해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되다’의 ‘되어’, ‘돼’와 마찬가지로 ‘쇠다’의 기본형 ‘쇠’와 ‘어’를 붙여 ‘쇠어’, ‘쇄’처럼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시 말해 ‘되어/쇠어’, ‘돼/쇄’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추석 잘 쇠라”에서 ‘쇠+어+라’가 되므로 ‘쇠어라’의 준말 ‘쇄라’가 맞다. “추석 잘 쇄세요”에서는 ‘쇠+어+세요’가 되는데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따라서 기본형 ‘쇠’가 맞는 말이므로 ‘쇠세요’라고 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