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현장을 찾아서] “애벌레 쿠키 먹으면서 지구환경 고민”
“으악! 내가 먹은 쿠키 안에 애벌레가 있었다고요? …흐흐 그런데 고소해요”
생태해설사가 애벌레를 넣은 쿠키와 곤충 튀김을 나눠줬다. 학생들이 혀에 대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개 눈 감추듯 씹어 삼켰다. “과자 씹는 맛이네요. 진짜 고소해요”
이게 애벌레쿠키다
“미래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대신 곤충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체험장에 모인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깔깔댔다.
25일 경북 울진군 온정중학교 전교생이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일대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교육에 참여했다. 전교생은 총 14명. 모두가 가족 같은 관계다. 그나마 3학년은 뽑지 못해 단 한명도 없다. 자유학기제 주인공은 1학년이지만 학생이 적어 전교생이 수학여행처럼 함께 다닌다. 교사 7명 전원이 진로체험여행에 함께했다.
생태원 에코리움 주변 수생식물 연못(둠벙)에서 곤충채집을 하고 있는 학생들.
이날 천안 가온중학교 1학년 40명도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일대에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에 합류했다.
◆동물 대량 사육, 지구환경에 최악 = 오후가 되자 여름 폭우처럼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국립생태원 수생식물원 주변 갈대와 가을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학생들이 채집망을 들고 키보다 큰 갈대밭 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괴성이 들려온다. 각종 벌레와 곤충이 채집망 안에서 꿈틀댔다.
생태해설사가 익충과 해충을 구분해 설명한다. “쌕새기 귀뚜라미 배짱이 여치 방울벌레 메뚜기는 익충입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이기도 하고요”. 해설사는 미리 녹음한 각종 벌레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벌레소리 맞추기 퀴즈시간으로 변했다.
고무나무아래서 생태해설사가 건네준 곤충튀김과 애벌레 쿠키 맛을 본 아이들은 곤충과 쉽게 친해졌다. 방금 전까지 곤충이 징그럽다며 소리를 질러대던 아이들 손에는 메뚜기와 귀뚜라미가 들려있다. “쌤~! 사마귀 잡았어요. 근데 사마귀나 쌕새기도 먹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채집망을 든 아이들이 수생식물원과 금구리못, 용화실 연못(둠벙) 주변까지 곤충채집 영역을 넓혀갔다.
“그런데 왜 사람이 고기를 많이 먹으면 지구가 아파요?” 아이들이 생태해설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대량 사육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료가 필요하겠지요?” 인간의 육식소비가 급증하면서 지구환경에 끼치는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거대한 숲은 곡물생산지로 변할 것이고, 사료 공급으로 곡물이 대량 소비되고 있습니다. 세계 식량 3분의1 이상이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매년 10억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설명에 아이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산림을 목초지와 사료재배단지로, 가축 배설물에 의한 메탄가스는 오존층 파괴로, 병든 가축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과 엄청난 항생제 사용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해설사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곤충(익충)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미 곤충을 식량화하는 연구와 제품이 개발되고 있어, 미래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하자 놀라는 눈치다.
사막관 아이들은 말린 병풀(허브식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냈다. 잠시 후 오일 두 방울을 섞어 천연 해충기피제를 만들었다. 조우진(가온중 1학년)군은 “어릴 때 시골에서 듣던 벌레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기분이 좋아졌다”며 “평소 고기를 좋아해 많이 먹었는데, 식단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자유학기제 위해 특별 야간개장 = 저녁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오후 7시부터 생태원 에코리움(ECORIUM)탐방에 나섰다. 4D 입체영상영화도 감상했다. 극지관에 들어서자 펭귄이 아이들을 반겼다. 펭귄을 처음 본 아이들은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이곳에서는 사진기 불빛이나 시끄러운 소리는 금물이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날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을 위해 찾아온 아이들에게 개원 최초로 ‘야간개장’이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에코리움은 세계 5대 기후 동식물을 모아놓은 곳으로 열대관 온대관 지중해관 사막관 극지관을 갖춘 작은 지구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동물원이나 식물원과는 차원이 다른 생태원”이라며 강조했다. 2만1000㎡가 넘는 공간에 각 지역 기후를 대표하는 식물과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 5400여종의 동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개미굴에서
우선 기획전시실에 설치된 ‘개미과학기지’에 들어섰다. 개미굴로 들어간 아이들은 한국홍가슴개미, 가시개미, 광택불개미 등 국내에서 서식하는 개미 8종과 흰개미 1종, 벌 2종 등 모두 11종이 전시된 곳을 살펴봤다. 잎꾼개미(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들여온 개미) 움직임에 아이들 눈동자도 따라서 움직였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만년 전에 불과하지만, 개미는 6500만년 전부터 ‘농사’를 지었다”는 설명에 ‘와~’하며 감탄사를 쏟아낸다.
불꺼진 에코리움 탐험에 나선 아이들은 탐험가로 변신했다. 열대관 고무나무 아래에서 또 한 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사막관에 들어선 아이들은 뱀과 사막여우 움직임을 관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가온중학교와 울진 온정중학교 아이들은 한나절만에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두시간만에 세계일주를 마친 기분이 든다”며 즐거워했다.
생태원 둠벙에서 곤충채집
26일 진로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으로 이동했다. 해양생물자원관인 ‘씨큐리움’(SeaQrium)은 ‘바다와 질문, 공간’의 합성어다. 바다에 대한 호기심으로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꾸몄다. 이곳에서 7000여종의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을 볼 수 있다.
특히 진로체험 교육프로그램으로 ‘유전자 X파일, 사라진 표본을 찾아라’는 아이들이 직접 유전학자 입장에서 체험이 가능하도록 학습목표를 정했다.
내용은 유전자 분석으로 씨큐리움 안에서 도난당한 장어를 찾는 과정이다. 우선 PPT로 이론수업을 한 후, 전기영동장치, 해양생물 DNA 샘플 3종, 파이펫, LED 램프 등을 활용해 실험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실험기구 사용법을 숙지하고 유전과 유전자의 개념을 공부한다. 전기영동장치로 유전자 검사를 마친 아이들이 결과를 발표하며 마무리했다.
레고해양구출작전
해양생물자원관에서 아이들 발길을 잡은 곳은 ‘레고 구조대’ 전시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28일에 개장한다.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에 맞춰 특별히 26일에 문을 열었다. 레고조립을 직접 하며 보호대상 해양생물을 찾아 구출 대작전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해양생물자원관에 가면 청소년 직업흥미 검사도 해준다.
◆지역사회 연계, 진로체험처 확보 =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은 지역사회가 함께 결합하면서 양질의 융합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는 양질의 진로체험 제공을 위해 개선된 교과수업 내용을 분석, 이에 맞는 체험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특화산업과 공공기관을 묶어 수준 높은 ‘지역맞춤형 진로체험’처를 개발했다.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43개 기관이 나서 지역별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승태 교육부 진로교육정책 과장은 “지역 맞춤형 진로체험은 진로교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주요 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역과 상생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소통으로 양질의 진로체험처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단위 노력만으로는 양질의 체험처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농산어촌 학교 현장의 편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 유수대학과 도서벽지를 연계한 진로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진로캠프를 운영중이다.
울진 온정중학교 김 익 진로상담교사는 “자유학기제가 학교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울진 밖으로 나갈 기회 적은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이고 체험”이라며 “교육부가 깔아놓은 ‘꿈길’ 진로체험 로드맵을 꼼꼼히 살펴보면 양질의 체험처를 골라가며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는 농산어촌 시골학교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해 전면시행이 되면서 체험처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