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분신도, 소유물도, 대리성취대상도 아닙니다
- 태어난 아이들 생명보호정책을 최우선으로 강화해야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원장 / 양정자
며칠 후면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 위해 이 땅에 빛으로 오신 평화의 사자 예수그리스도의 탄신일 크리스마스이고, 2020년 쥐띠해가 마감되고 2021년 하얀소띠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전 세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19 위기를 사랑과 평화의 사자이신 예수님께서 역사해 없애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정자기증을 받아 아들을 낳은 일본 여성 사유리의 기사, 부모가 삶을 비관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자녀를 살해한 사건, 80%에 가까운 친부모의 자녀 학대 비율,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우리들에게 큰 충격과 애통함, 그리고 다시 한번 경각심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 것인지,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점을 공유하고, 출산율 독려정책과 낙태죄 폐지 반대에 퍼붓는 정력과 돈을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이 존중될 수 있는 여건과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데 지원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제도와 사회의식이 뒷받침되면 낙태죄가 폐지되어도 선험국(先驗國)들의 예를 참고할 때 현재 불법 낙태비율보다 그 비율이 낮아질 것입니다.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친부모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결과, 아동학대 가해자 가운데 친아버지가 45%로 가장 많았고, 친어머니는 32%로 친부모 비율이 80%에 육박했습니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계모와 계부보다 수십 배나 많습니다. 훈육이란 미명아래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통계청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생이 사흘(2.74일)에 한 명꼴로 자살하고, 청소년 자살의 주된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가정불화 등 가정교육의 문제(35%)도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토대로 유추컨대 가정에서의 가족 간 여가활동 및 대화결여, 가정의 불화, 성적‧입시위주의 가정, 학교 교육 풍토 등이 학생들로 하여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불행감을 느끼게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것입니다. 실례로 초‧중학생이 행복의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꼽은 것과,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나 상황’에 대해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23.3%)’과 ‘학습 부담(20.8%)’ 등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이런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 ‘시스템’ 갖춰 아동 학대 감시
미국은 주에 따라 부모가 만 8살~16살 이하 미성년자를 집에 혼자 있게 할 경우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결석할 경우 반드시 사유를 학교에 신고해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무단결석을 한 학생의 부모에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소환 조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학대를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 교사와 이웃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공공기관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과 법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우선 부모의 친권을 빼앗거나 제한한 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린이를 가정에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입양이나 위탁 부모 지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합니다.
출산장려정책에 우선해서 이미 태어난 아이들 생명보호정책 강화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정책의 하나로 ‘만혼(晩婚) 추세 완화’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2006년부터 10년 간 66조 원을 저출산비로 퍼부었지만 합계출산율(1.19명) 반등에 실패했고, 초혼 연령 낮추기로 방향을 바꿔 2020년까지 1.4명을 만들겠다고 하였으나, 2020년 전반기 합계출산율은 0.9명에 그쳤습니다.
교육 수준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결혼이 늦어지는 건 이미 세계적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혼인율이 낮은 호주는 합계출산율이 1.93명입니다. 유엔은 ‘2014 인구상황 보고서’에 “결혼과 출산의 연관성이 약해졌다. 아시아와 북아프리카를 제외하곤 지난 20년간 태어난 아기들의 절반이 (동거를 비롯한) 혼외(婚外) 출산이다.”고 적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 혼외출산자로 6천974명이 신고돼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2.3%의 혼외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52.6%), 스웨덴(54.7%), 영국(45.4%), 미국(36.8%), 독일(32.1%) 등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결과는 혼외 출생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다른 까닭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동사무소 등에 가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외 출생아는 누락될 가능성도 큽니다.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출생 즉시 등록을 하는 미국과는 대비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생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질 뿐 아니라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지만, 유엔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여전히 현 출생신고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급락했다가 2.1명으로 회복된 프랑스는 1993년 출산율 1.65명을 위기 신호로 인식한 후 출산‧육아 관련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넘게 책정했습니다.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정책뿐 아니라 양성평등의식, 자녀에게 올인하지 않는 문화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처럼 미혼‧비혼모 등 혼외 출산에 대해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사회적 차별로 비혼모는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충실히 갖추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 정부가 가족 수당을 지급합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돌보는 보모 혹은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육아 휴가를 얻을 경우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출산 후 직장에 돌아오면 출산 전과 같은 지위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출세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며 걱정할 필요 없이 아이를 출산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자녀 생명권보장을 ― 미성년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죽이고 자살기도 한 부모는 일반 살인범 보다 더 극형에 처해야
생활고 등으로 시달린 부모가 자식을 먼저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아이들만을 두고 죽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에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동정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일부라도 우리 사회에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계속 존재하는 한 자녀를 자기와 별개의 한사람의 인격체로 생각지 않고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살하면서 자녀들을 살해하는 부모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살해 당하는 자녀가 한 사람도 없게 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죽이고 자살하는 부모를 사회가 절대로 다소라도 이해해주는 태도를 앞으로는 보여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리고 미성년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죽이고 자살기도 한 후 살아난 부모가 있다면 일반인을 살해한 살인범보다 더 극형으로 다스려야 미성년자녀를 죽이는 행위가 근절될 것입니다.
미성년자 임산부 학습권을 보장해야
3% 수준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임신비율은 대만(13%), 싱가포르(8%), 일본(4%) 등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불법 낙태가 만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 미혼모에게 미국이나 유럽 각국처럼 재정 지원까지 해주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국가들처럼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교와 사회에 보호의무를 부여하는 조치는 필요합니다. 불법 낙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담론을 시작하면서 미혼모 학습권 보장에 대한 논의부터 먼저 매듭짓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대만에서도 2004년 『성평등교육법』을 제정, 임신한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및 보호의무, 임신‧출산 학생을 위한 시설 등을 갖추어야한다는 법을 제정하고, 2007년 9월부터는 학생 출산휴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미혼모는 56일의 출산휴가, 육아휴가 2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산‧육아휴가 기간은 출석으로 인정되며, 성적은 휴가 후 재시험으로 대체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입법기관과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준비하는데 전통적인 가족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이미 그런 어려움을 경험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정책을 마련한 선험국들의 제도를 참고하여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이미 태어난 생명, 잉태 중인 생명,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생명 보호정책을 지원하고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