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이 주일학교 개학을 앞두고 본당마다 주일학교 교리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보도한 데 이어 이번호에서 10년 이상 장기근속 교리교사들에게 봉사활동의 기쁨을 들어봤다.
장기근속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주일학교 봉사는 아이들 마음에 참 좋으신 하느님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보람 있는 활동이다. 시간을 많이 내야 하고, 마음고생을 할 때도 더러 있지만 그런 어려움은 아이들 속에서 얻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교사들 고백이다.
그럼에도 매년 교사 수급난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학부모들에게 있다고 본다. 물론 주일학교는 사목자ㆍ교사ㆍ학부모의 공동 책임하에 운영되는 것이지만, 핵심은 학부모의 자녀 신앙교육 열의와 운영 지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매년 떨어지는 유아영세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나는 유아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유아세례를 받는 현실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아울러 '아이들에게 신앙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싶어서'라는 설득력 없는 이유 때문에 이렇게 낮다. 부모들의 이런 생각이 16세기 종교분열 당시 가톨릭과 루터파 양쪽으로부터 배척받은 재세례파(Anabaptist)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재세례파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신앙을 스스로 고백할 때 세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무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은 주일학교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서울 ㄷ본당이 최근 발간한 사목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주일학교 참여율은 초등부 20%, 중고등부 16%로 매우 저조하다. 또 본당 청소년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것'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신자 부모들이 학업(학원)을 중시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한국 교육여건과 부모들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이 주일학교에서 신앙의 기초를 다지고 선후배와 돈독한 우애를 쌓으면 이들이 대학생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주일학교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 본당마다 이런 선순환적 연결이 매끄러웠다. 학업과 취업준비로 바빠도 주일학교의 유익함을 알고, 권유하는 선배를 신뢰하기에 망설이지 않고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주일학교를 비롯한 청소년 사목의 열쇠는 사목자가 아니라 부모들이 갖고 있다. 부모 의식이 변해야 주일학교가 활성화되고, 그럼으로써 교사 수급난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