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야기 18
몇 가지만 기억해도 편리한 띄어쓰기-둘
<본용언과 보조용언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말에서는 본용언에 보조용언을 이어 씀으로써 의미를 다양하게 넓혀 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먹다’라는 동사에는 ‘먹어 보다, 먹어 주다, 먹고 싶다, 먹게 하다, 먹지 못하다, 먹어 버리다, 먹는 척하다, 먹는 듯하다’와 같이 여러 가지 보조용언을 이어 쓸 수 있습니다. 보조용언은 본용언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몇 가지는 붙여 써도 됩니다.
먼저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것과 붙여 써도 괜찮은 것으로 나누어 보고, 이어서 덧붙여 기억해야 할 것 몇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반드시 띄어 써야 하는 것
‘~게’, ‘~지’, ‘~고’, ‘~아(어)야’ 등에 이어 쓰는 보조용언은 붙여 쓰면 안 됩니다. 반드시 띄어 씁니다.
<보기>
- 잘살게 되다, 못쓰게 만들다
- 하지 마라, 쉬지 않는다, 좋지 못하다
- 놀고 싶다, 일하고 있다, 죽고 말았다
- 먹어야 한다
(2)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되는 것
- ‘~아/어’ 뒤로 이어지는 보조용언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됩니다.
<보기> 꺼져-가다, 견뎌-내다, 이루어-놓다, 먹어-대다, 먹어-두다, 읽어-주다(드리다), 썩어-빠지다, 먹어-버리다, 누워-보다, 밝아-오다, 말해-주다
- 관형형 다음에 나오는 보조용언 또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됩니다.
<보기> 먹을-만하다, 죽을-뻔하다, 잘난-척하다, 살아난-듯싶다, 살아날-듯하다, 그럴-법하다, 아닌-성싶다, 학자인-양하다, 아는-체하다
이 두 가지가 ‘본용언+보조용언’ 띄어쓰기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 가운데 (1)은 헷갈릴 것이 전혀 없습니다. 무조건 띄어 쓰면 되니까요. 그런데 (2)가 복잡합니다. 이제 이걸 좀 더 따져보겠습니다.
(3) (2)와 같은 경우라도 본용언이 합성어이거나 중간에 조사가 끼어들면 띄어 써야 한다.
<보기>
- 떠-내려-가 버렸다, 덤벼-들어 보아라, 집어-넣어 두어라
- (값을) 물어-만 본다, (약을) 먹어-도 보았다, 아는 체-를 했다, 살아날 듯-도 하다, 믿을 만-은 하네
(4) 본용언이 합성어라도 보조용언과 붙여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다.
(3)과 같이 합성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을 붙여 쓰지 않도록 한 것은 그 표기 단위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한 음절짜리가 이어진 경우라면 그다지 길어지지 않으므로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합니다.
<보기> (방에서) 나-가 버렸네→나가버렸네, 빛-나 보이는군→빛나보이는군, 손-대 본다→손대본다, (내가) 힘-써 줄게→힘써줄게
(5) 아울러 ‘본용언+보조용언+보조용언’의 꼴이라면 첫 번째 보조용언은 앞말에 붙여 써도 됩니다. (물론 ‘~아/어’ 꼴의 본용언에만 붙일 수 있습니다.)
<보기> 기억해-둘 만하다, 읽어-보는 척하다, 도와-줄 법하다, 되어-가는 듯하다
일단 이 정도면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는 정리가 된 셈입니다.
그러나 “아, 이래서 띄어 쓰고 이래서 붙여 쓰는 거로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아니, 띄려면 다 띄고 붙이려면 다 붙일 일이지 뭐가 이리 오락가락 복잡해?”라고 짜증을 내는 분이 훨씬 많으실 겁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을까요?
이는 ‘돌아가다, 늘어나다, 밀어내다, 봐주다’ 등과 같이 널리 쓰여서 하나의 단어로 인정하는 말들, 즉 합성어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말들은 띄어 쓰자니 너무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에 아예 하나의 단어로 인정하고, 따라서 당연히 붙여 씁니다.
이런 합성어들과 ‘–아/-어’로 이어지는 용언들을 구분하기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만큼 미묘하기에 일반인들에게 그것까지 일일이 따져서 쓰라고 강요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보조용언의 띄어쓰기’ 규정은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띄어 쓰되, 정 헷갈리면 너무 따지지 말고 대충 알아서 쓰라’는, 한글 맞춤법에서는 매우 드물게 융통성을 발휘한 규정입니다. 그러니 먼저 (1)과 (2)를 기본으로 기억하시고, (3)부터는 왜 이런 규정을 만들었을까를 곰곰 따져 가면서 살펴본다면, 복잡해 보이긴 해도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띄어쓰기를 한두 번 더 다루고자 하는데, 그때는 합성어가 아닌 말과 합성어의 구별,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조건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경우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효곤/둔촌고등학교/ccam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