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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態萬象 쉼터
 
 
 
카페 게시글
카페회장의 생각 스크랩 막걸리 한잔의 여유
김상열 추천 0 조회 41 11.08.19 17: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막걸리 한 되의 여유

 

 어릴 때 집에 손님이라도 오시면 꼭 하는 심부름이 있다. 읍내 술도가(양조장)에 가서 막걸리 한 되 사오는 심부름이다. 약 20분을 걸어 가서 막걸리 한 되 사고 손님께서 주신 동전 한푼으로 알사탕 몇 개 사서  신작로로 걸어 오다 보면 주전자에 가득찬 막걸리가 출렁거려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까워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신다. 맛이 그런데로 괜찮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어 오면서 또 몇모금 더 마신다. 


  

   그렇게 하여 집에 도착하여 아버지께 드리면 술도가에 가지 않았느냐고 물어신다. 술도가에서 사 왔다고 말씀 드리면 이상한 표정을 지으신다. 어떤 때는 집에 거의 다 와서는 샘터에서 술주전자에 물을 타서 아버지께 드린다. 그럴 때도 아버지께서는 술도가에서 사 왔느냐고 물어신다. 그렇다고 말씀 드리면 불그스레한 내 얼굴을 보시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며 수고하였다고 말씀 하신다.


    아버지와 손님께서는 감치나 간단한 나물 한 두가지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담소를 나누신다. 술상이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나 초라하다. 술상은 비록 초라하지만 그 정겨운 모습 만큼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광경은 요즘 우리의 술문화와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조그마한 술상에 술주전자 하나 술잔 두개 그리고 김치나 나물그릇 한 두개가 전부인 술상에 밭에서 김을 메다가 손님이 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바쁘게 오긴 어머니께서 급하게 집 뒤 텃밭에서 베어 오신 정구지(부추의 부산 경남지방의 사투리)로 부침게라도 부쳐 술상에 올리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어미니의 덕택에 푸짐해진 술상으로 분위기는 더욱 더 정겨워진다. 손님께서는 어머니께 몇번이나 고맙다며 잘 먹겠다고 인사를 하신다. 아버지와 손님께서는 막걸리 한 되로 한 두시간 길면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술잔을 나누시며 담소를 나누신다. 아마 요즘 손님께서 찾아 와서 이정도의 시간이었으면 주인이나 손님은 거의 만취에 가까운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내 어릴 때의 아버지와 손님께서는 그저 담소를 하시면서 목이 마를 때 술 한 모금씩 마셨고, 요즘의 손님접대는 시작은 담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직 술을 마시기 위한 자리로 변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작은 곳에도 만족할 줄 알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아머니 시대의 소박한 삶과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끝 없이 행복을 추구하며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 중 과연 누구가 진정 인간다운 행복감을 느끼고 사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참으로 대답하기 힘 들겠지만 이제는 작은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고 살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흔히들 현대사회를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한다. 물질은 풍요로운데 끝 없는 욕망의 포로가 되어 마음이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여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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