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나 세상은 일제와 매국인들로 인하여 자신의 소망조차 마음 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임을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거문고’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거문고’가 1행의 주어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자를 나타내는 거문고가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번 바뀌었는데/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화자가 운 때는 20년 전이다. 조국을 의미하는 ‘노인의 손’은 거문고인 내 ‘가슴을 퉁 흔들’며 태평한 시대를 노래했는데, ‘지금’은 일제의 침략으로 이 땅에서 쫓겨나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자 다시 이 땅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있을 것이다. ‘노인’이 곁에 없어 ‘땅 우의 외론 기린’이 된 화자를 조국인 ‘노인’은 ‘하마 잊’진 않았을 것이다. 화자는 ‘이리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는 ‘바깥은 거친 들’에 다닐 수가 없고 ‘맘둘 곳 몸둘 곳 없어’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노인의 손’을 기다린다. 그러나 ‘해가 또 한번 바뀌거늘’ 노인은 오지 않고 ‘이 밤도’ 화자는 태평시대를 요구하는 울음을 ‘맘놓고 울들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에서 ‘퉁 흔들’ 수 있는 ‘그’는 ‘내 기린’을 말한 것이고 ‘퉁 흔들’ 수 있는 것이기에 ‘내 기린’은 ‘거문고’를 비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화자가 자신을 ‘거문고’라고 하면서 다시 ‘기린’으로 상징한 것은 ‘거문고’인 화자가 해야 할 역할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기린’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기린 ②〖민속〗성인이 이 세상에 나올 징조로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짐승. 몸은 사슴 같고 꼬리는 소 같고,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오색이라고 한다.
‘거문고’를 다시 ‘기린’으로 비유한 것은 ‘조선’이 성인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곳이었음을 말하려 한 것이다. 이 땅이 일제에게 강점 당하기 전인 ‘20년 전’에 화자는 태평한 시대를 알리는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일제가 이 땅을 강점한 뒤로는 태평한 적이 없어 강점당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태평성대를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에 쓰였다. 시의 내용으로 살펴 볼 때에 시인이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을 시에 투영하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나고 새해가 바뀌는 즈음의 어느 날 밤이다. 해가 바뀌는 데도 조선은 광복이 될 기미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의 광복을 소망하고 광복이 되어 다시 자신이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역할을 되찾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런데 조국의 광복을 의미하는 노인이 올 기미가 없다. 그래서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져 ‘해가 스무번 바뀌’고 ‘또 한번 바뀌’도록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문을 아주 굳이 닫고’ 바깥으로 나오질 않는 것이다. 바깥은 ‘이리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떼들 쏘다니’고 있는 ‘거친 들’이기에 나가면 이들의 헤침을 당한다. 그래서 나갈 수도 없다. 화자는 집안에서도 ‘맘놓고 울들 못’한다. 자신의 울음 소리를 듣고 ‘이리떼’와 ‘잔나비떼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거친 들’은 일제 강점기에 황폐화된 조선의 땅을 의미하고 ‘이리떼’와 ‘잔나비떼’는 조선을 점령하여 약탈하는 ‘일본인’과 이들에게 협조하며 동족을 괴롭히는 ‘친일파’를 비유한 것이다.
이러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을 ‘밤’으로 상징하고 광복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비유로 쓴 시이다.20080709수후0327맑고더움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