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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속한 복(엡 1:3-14)
안유섭 목사 (반석교회 담임, 아르케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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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뿐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못지않게 복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복을 달라고 열심히 기도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복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면서 구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구하는 복과 성경이 가르치는 복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흔히 사람들이 추구하는 복은 분복(分福)이라고 합니다. 이는 히브리어로 헬렉(ק)라고 하는데, 전 5:19에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분복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하는 말씀대로 신ּ․불신간에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삶의 행복을 누리도록 해주시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응분의 소득을 뜻합니다.
이를 헬라어로는 유다이모니아(εὐδαίμονια)라고 하며, 보통 ‘행복’이라고 번역되는데, ‘좋다’라는 뜻의 유(εὐ) 접두어가 ‘마귀’ 또는 ‘세상 신’이라는 뜻의 다이몬(δαίμον)과 합하여 이루어진 말로서 ‘세상 신으로부터 오는 좋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세상 신의 정체는 마귀이므로 결국 마귀가 세상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 5:19에서 보듯 모든 행복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지 마귀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의 세상 행복은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음으로 해서 마귀로부터 오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아무튼 인간이 살아가는데는 이러한 행복이 소중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도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열심히 하나님께 구하는 것입니다.
성도가 이런 복을 구하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참된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더 중요하고 더 본질적인 복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심원하고 차원이 다른 복을 주시고자 하는 것입니다.
천국을 소유하는 복
그것은 바로 오늘 본문 3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입니다. 신령한 복은 헬라어로 율로기아 프뉴마티코스(εὐλογία πνευματικός)인데, 영적인 축복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령한 복이 어디에 속한 것이라고 말합니까? 하늘에 속한 복이라고 말합니다. 하늘에 속하였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세상에 없는 것을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복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천국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천국은 어떤 곳입니까? 세상은 죄와 고통과 눈물과 아픔이 가득하며 좋은 것이 있다고 하여도 일시적이지만, 천국은 가장 아름답고 완전하며 영원한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영광으로 충만하며 사랑과 평화가 영원한 나라, 그곳이 천국입니다. 그 나라를 우리에게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령한 복은 마 5:3-11에서 주님이 말씀하는 마카리스모스(μακάρισμος)의 복을 뜻합니다. 주님께서 심령이 가난하고 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에게 천국이 저희 것이 된다고 하신 그 복 말씀입니다. 산상수훈에 여덟 가지로 묘사하는 소위 팔복은 여덟 종류의 복이 아니라, 결국 한 가지의 복입니다. 천국을 소유하는 복입니다.
주님께서는 공생애 내내 천국에 대해서 가르치셨습니다. 처음부터 천국복음(마 4:23)을 말씀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시기 전까지 오직 하나님 나라(행 1:3)에 대해서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은 천국을 모르면서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세상에 열중하는 인생들에게 세상보다 훨씬 소중하고 본질적인 나라 천국의 존재를 알려주시고 또 그 나라에 들어가는 길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천국이 어떤 나라인지 비유를 통해서 계속 말씀해 주시고 또 그 나라에는 누가 들어가고 어떤 자들이 거절되는지를 가르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땅의 흙먼지에 묻혀 지내면서 천국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주기도문을 가르치시면서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마 6:10)고 하셨고, 모든 것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로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잘 깨닫고 있는 바울 사도는 에베소에 있는 교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첫 부분에서 먼저 주님이 그렇게 애써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천국을 소유하고 누리는 축복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오늘 본문에서 신령한 복, 곧 천국의 축복을 세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의 기업이 되었으며, 그것을 보증하기 위하여 성령으로 인쳐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본문을 세 단락으로 나누어 하늘에 속한 축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는 축복
첫째는 4-10절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곧 천국을 소유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죄인은 절대로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천국은 영원히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므로 죄가 조금도 있어서는 안 되며, 오직 의민만이 천국에 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의인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까?
그것은 7절 이하에서 주님의 대속의 피로 말미암아서입니다. 죄의 삯은 사망(롬 6:23)이며, 피흘림이 없이는 사하심이 없는(히 9:22) 하나님의 공의로 말미암아 모든 인간이 아담 안에서 본질상 진노의 자식(엡 2:3)으로 심판을 받고 죽어야 했으나 주님의 희생으로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죄인에서 의인이 되고, 또 하나님의 아들들이 된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신의 자녀로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벧후 1:4에서 우리가 신의 성품에 참예하였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었다는 것은 흙덩이로 지음 받은 피조물에 불과하던 우리가 우리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 변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내가 어떻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의 본질적인 변화를 영적인 안목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즉,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안에 있음으로써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껍데기를 보지 말고 우리 안에 이루어진 본질적인 변화를 보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우리를 자녀로 삼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하며,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과 깊은 사귐을 가지는 것입니다.
8-9절에 보면, 우리에게 지혜와 총명을 주셔서 하나님의 뜻의 비밀을 알리셨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뜻은 마귀가 지배하는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인 천국을 이뤄주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아버지의 뜻을 행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천국이 임하면 귀신의 나라가 쫓겨나갑니다. 마귀의 수하 세력인 귀신들이 저항을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들의 기도와 주님의 역사하심에 의해 이 땅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때가 악할수록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더 열심히 그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합니다. 우리 주님의 의로운 통치를 더욱더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기업이 되는 축복
둘째, 11-12절에서 하나님 안에서 기업이 되는 축복입니다. 여기서 기업이 된다는 말은 헬라어로 에클레로데멘(ἐκληρώθημεν)인데, 소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당연히 하나님의 소유가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기업이 되고, 하나님 소유가 된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 나라를 상속해 주신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영원한 나라의 영원한 상속자가 되는 복입니다. 우리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면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야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기업으로 삼고 또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인 천국을 기업으로 주시는 것입니다.
세상에서도 입양하여 양자가 되면 주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자가 되듯이, 우리는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기업으로 받게 된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부모가 죽어야 상속을 받지만, 하나님 나라인 천국은 영원하신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사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를 나중에 죽은 다음에 내세에 주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주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땅에 살면서 주님이 다스리시는 천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국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죽어서 가는 영원한 천국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 이 땅에 임한 천국을 알지 못하고 그 천국을 누리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는 세상에만 사는 자들이 아닙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천국을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천국은 셋째 하늘로서 완전한 하늘나라는 아니지만,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백성 삼으시고 다스리시는 주님의 선하신 통치로 말미암아 지금 이 땅에 천국이 임하여 우리가 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기도문을 통해서도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 땅에 임한 천국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계속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천국백성은 하나님이 임하게 하셔서 주님이 지금 현재 다스리시는 천국에 참으로 살면서 주님의 통치를 기뻐하며 주님 안에 있는 자들입니다. 그러할 때 주님과 온전한 사귐의 관계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천국의 신령한 복을 깨닫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땅에 임하여 세워져가는 하나님 나라, 세상 사람들이 건설한 나라가 아니라 주님께서 세우신 나라를 살아야 합니다. 그 나라는 주님께서 세우시고 다스리시므로 영원히 쇠하지 않고, 영원히 거룩하고, 영원히 복된 나라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나라는 언젠가 멸망하지만 천국은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영원한 나라입니다. 이 세상보다 훨씬 더 소중한 나라, 말로 다할 수 없이 귀하고 복된 나라, 바로 그 천국을 살아야 합니다. 천국은 주님이 다스리심으로 세상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나라입니다.
성령의 인치심을 받은 축복
마지막은 13-14절에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은 것입니다. 여기서 인치심이란 소유권을 나타내거나, 어떤 문서의 신빙성을 보증할 때도 사용되는 말입니다. 또 인치심을 받았다는 말은 에스프라기스데테(ἐσφραγίσθητε)인데 ‘과거 수동태’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과거에 이미 보증의 도장을 찍어서 영원히 유효함을 나타내셨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또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가 더욱이 죄를 범하고 타락하여 심판의 대상이었던 우리에게 그와 같이 해 주신다는 것은 사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보증으로 우리 마음 가운데 성령을 보내셔서 확인 도장을 찍어두시는 것입니다. 확실한 증거로 삼기 위해서 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다는 확실한 보증입니다. 보증이라는 말은 아르라본(ἀρραβὼν)으로서 상호간의 약속을 법으로 보장받는 것인데, 하나님께서는 영원하신 성령으로 보증을 해서 영원한 약속을 지키시는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가 거듭나서 하나님의 자녀된 것과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을 기업으로 상속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 보증하여 주십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아담과의 옛 연합을 벗어버리고(골 3:9), 그리스도께 온전히 연합되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이전 것이 지나가고 새 것이 되었다(고후 5:17)는 표시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 속한 신령한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신령한 축복을 찬양함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세 가지 신령한 복을 주심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파합니다. 즉, 3절에서 ‘찬송하리로다’로 시작하는데, 이는 히브리적인 어투를 헬라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즉,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누리게 된 것을 찬양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바울 사도는 하나님이 주시는 신령한 세 가지 축복마다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함이라고 가르칩니다. 즉, 4-5절에서 아들들이 되게 하신 까닭이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하였고, 11-12절에서 하나님의 기업이 된 까닭은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함이라고 하였으며, 13-14절에서 약속의 성령의 인치심을 받은 까닭이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함이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하늘에 속한 신령한 축복을 받은 것을 깨달으면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을 무한히 찬양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이 놀라운 하늘에 속한 신령한 축복을 깊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축복은 하늘에 속한 것입니다. 땅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땅에 속한 육신적인 축복은 불완전하고,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것입니다. 언젠가는 썩고, 사라져 버리고 말 것들입니다.
그러나 하늘에 속한 신령한 축복은 땅엣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하고 영광스럽고 거룩하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참으로 귀중한 복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지금 세상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격렬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담의 타락 이후 이 세상의 공중 권세 잡은 자는 마귀입니다. 마귀는 인간에게 죄를 지어 고통을 당하게 하다가 사망의 정죄와 함께 영원히 멸망당하는 비참한 운명으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이 비참한 세상에 하나님께서 천국을 임하게 하셨습니다. 세상에 없는 가장 완전하고 가장 아름다운 천국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나라를 누리게 하시려고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를 삼으셨고, 영원한 나라의 상속자로 삼으셨고, 또 성령의 인치심으로 보증까지 해주셨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하늘에 속한 신령한 축복들을 생각해 보십시다. 생각할수록 우리는 너무나도 놀랍고 감격해서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를 선택하시고 하늘의 속한 신령한 복을 받게 하신 하나님을 날마다 찬송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