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8 18:21 | 수정 : 2016.09.08 19:23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오는 10월부터 국내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한다.
한국IBM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천대 길병원이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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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프리 로다 한국IBM 대표(왼쪽)와 이근 가천대 길병원 병원장이 IBM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한국IBM 제공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종양 전문 왓슨)는 암(종양)을 진단하는 IBM의 인공지능 솔루션이다.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정형·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암 환자의 치료 방법(옵션)을 제시해 준다. 왓슨은 클라우드로 많은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연어로 제시된 복잡한 질문들을 이해하고, 근거에 기반을 둔 해답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왓슨은 세계 최고의 암센터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센터’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암 전문지식을 습득했다. 2014년 미국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왓슨의 진단 일치율은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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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의사가 IBM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모습. / IBM 제공
로버트 메르켈 IBM 글로벌 총괄 사장(왓슨 헬스 종양학 및 유전학 부문)은 “왓슨은 이미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1500만 쪽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학습했다”며 “의사들은 왓슨을 활용해 전문가 검토가 이뤄진 연구 결과와 임상 가이드라인, 전문가 소견을 얻을 수 있어 진료에 참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다학제 진료와 협동 진료에 왓슨을 참여시켜 암 환자를 진료할 것”이라며 “첫 진료에서 왓슨을 이용하면 의사의 진단 오류를 줄이고 검사의 남용을 방지해 의료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왓슨, 세계 50개 병원서 의료 서비스메르켈(
사진) 사장은 의사들이 15분 정도로 한정된 진료 시간에 왓슨을 활용하면 환자를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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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IBM 제공
그는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매년 70만 건의 종양학 관련 논문들이 발표되는 추세”라며 “의사들이 온종일 의료 정보와 문헌을 읽더라도 모든 내용을 숙지할 수 없는 만큼 머신러닝을 통해 암 전문지식을 학습한 왓슨은 개별 환자에게 빠르게 맞춤화된 방식으로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왓슨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태국,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유럽 등 세계 50개 종합병원에서 암 환자를 진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 “왓슨의 진단 정확도가 90% 이상인 만큼 세계 각국의 헬스케어 분야에서 왓슨을 도입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사장은 “과거에는 5년마다 의학 정보의 양이 2배로 늘어났지만 이 주기가 3년, 2년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2020년에는 40일 만에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40일 만에 의학 정보가 2배씩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정보의 습득을 통해 사고하고 인지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코그니티브(인지) 컴퓨팅 기술을 통해 왓슨이 인간의 뇌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암 진단의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길병원은 왓슨 서비스 어떻게 하나 왓슨은 IBM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으로 기본 엔진은 미국에 있다. 환자 데이터는 길병원이 보유한다. 길병원이 자체 서버에서 왓슨 솔루션을 빌려와 보유 중인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다.
김원종 한국IBM 부사장은 “IBM은 기본적으로 고객(환자)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며 “환자 정보를 컴퓨팅 파워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서 캐시(임시 저장 메모리) 형태로 입력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라우드 서버에 입력되는 환자 정보는 식별할 수 없도록 암호화된 데이터로 전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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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대 길병원 전경 / 길병원 제공
길병원에서 왓슨은 두 가지 형태로 환자를 진료한다. 우선, 담당 의사에게 조언해주는 형태다. 의사는 자기 진료실에서 왓슨에 접속, 환자 상태에 따른 진단 정보를 얻는다. 담당 의사는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을 여러 의사와 논의한 뒤 하나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병원 내 별도 왓슨 진료 장소를 두고 환자들이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이 왓슨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언 단장은 “10월 15일부터 암 환자 진료에 왓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병원 내 진료 장소를 마련하고 있으며, 진료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등 진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썬 왓슨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별도의 이용료를 받을 계획은 없다”면서도 “어느 정도 서비스가 정착되면 정부와 논의를 거쳐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서비스 이용료를 진료비에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데 있어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IBM과 길병원은 “왓슨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김 부사장은 “환자 정보는 길병원이 보유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며 “최근 국내에 클라우드 센터를 열었는데 왓슨 엔진을 이곳에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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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IBM 제공
이언(
사진) 단장은 “왓슨이 의료 서비스에 적용되는 것을 자율주행차와 비교해서 바라보는 시각들이 많다”면 “왓슨은 자율주행차로 치면 내비게이션에 가깝기 때문에 운전자(의사)는 길 안내를 참고하지만, 꼭 그길로 가지 않아도 되며 결국 최종 판단은 운전자(의사) 몫"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사장도 “왓슨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암 치료 옵션을 제공할 뿐 어떤 치료 방법을 선택할지는 의사가 자신의 판단력과 딜레마 해결 능력 등을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며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왓슨이 도입됐다는 것은 의사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왓슨을 통해 인간(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왓슨은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며 “최종 진단과 처방은 결국 의사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편 왓슨이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 기반인 데다 국내 암 환자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사장은 “왓슨은 영어를 기반으로 암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게 맞다”라면서도 “의료 정보나 문헌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고 의사들 역시 영어를 구사할 줄 알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왓슨이 제시한 치료 방법을 의사가 한국어로 환자에게 전달하면 되고, 한국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왓슨이 환자의 의료 정보를 분석해 제시한 치료 방법에는 ‘어떤 문헌과 사례에 기반을 뒀는지’에 대한 레퍼런스(참조)가 첨부돼 있다”며 “의사도 환자를 진료할 때 최신 가이드라인이나 저널을 참조하기 때문에 왓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위암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경우 한국은 수술·항암치료인데, 미국은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로 서로 차이점이 있다”면서도 “이러한 차이가 국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