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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문학 50년사 祝典8
『月刊頭陀文學』357권 발간, 전재
ㅡ50권6호 통357권, 2019년 6월호
[한국장수시 합동낭송시집]
한국 장수詩 합동 낭송회
- 두타시 낭송회 제357회 특집
* 일 시 : 2018. 6. 28.(금) 저녁 6시 30분
* 장 소 : 삼척시립박물관 중정中庭무대
頭陀文學 50年史 祝典
한국 장수詩 합동 낭송회
차례
* 초대 공연
색소포니스트 조은재
* 초대 손님 및 낭송 시인
김양호 / 삼척시장
이정훈 / 삼척시의회 의장
조관선 / 삼척예총회장
김대화 / 삼척문화원장
남기택 / 문학평론가.강원대 교양학부 교수
임 보 외 2분 / 서울 우리시낭송회
김영자 외 2분 / 서울 공간시낭독회
이무상 외 2분 / 춘천 수향시낭송회
김영애 외 3분 / 영주문인협회
이복재 외 1분 / 관동문학회
김진자 외 1분 / 동해문인협회
이성교 외 23분 / 삼척 두타문학회
진행|서순우 삼척두타문학회 회원
제1부
* 애송시 낭송
김양호 삼척시장 / 서시(윤동주)
이정훈 삼척시의회 의장 / 언제나 좋은 사람 (안숙현)
* 장수詩 낭송
시인의 밥 / 김영자(서울 공간시낭독회장)
피에로가 되다 / 이인평 (서울 공간시낭독회)
을왕리에서 / 유경희 (서울 공간시낭독회)
청산무靑山舞 / 임 보 (서울 우리시 낭송회)
연어알 / 임채우 (서울 우리시 낭송회)
전과자 / 전선용 (서울 우리시 낭송회)
바 다 / 이무상 (춘천 수향시 낭송회)
정라진 / 조성림 (춘천 수향시 낭송회)
탁 본 / 김현숙 (춘천 수향시 낭송회)
제2부
* 초대시 낭송
씨앗의 힘 / 최상호 (영주문협)
상사화 / 황정희 (영주문협)
바다에 그물을 던지다 / 강현숙 (영주문협)
선 물 / 이복재 (강릉문협)
통리역에 드리운 긴 그림자 / 박복금(강릉문협)
논골담화 / 김진자(동해문협)
* 두타문학회 제357회 시낭송
겨울바다 / 이성교
동방의 등불/ 정일남
찔레꽃 / 정연휘
춘설 / 김형화
어머니.2 / 박종화
늙은 소 울음/ 김진광
인도 라다크 카르둥마을 / 이창식
땅 / 이용대
아내의 손 / 정석교
돌은 언제 옷을 입는가 / 강동수
덫 / 정순란
그들처럼 다시 피고 지는 거야 / 서순우
꿈에 본 어머니 이봉자
달에게 / 박인용
하얀 발자국 / 심동석
허공 / 최광집
기억이 감감하다/박용섭
그대 앞에 서면/ 홍성래
봉황산 벚꽃 길 / 장금희
갯메꽃 / 박소연
새는 날개를 접었다 / 박군자
춘몽/서성옥
애송시 낭송
序 詩 윤 동 주
김 양 호 (삼척시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언제나 좋은 사람 안 숙 현
이 정 훈 (삼척시의회 의장)
아플 때면
같이 아파하고
기쁠때엔
같이 기뻐하는
참 좋은 사람
힘들 때면
먼저 손 내밀어 잡아주고
아플 때면
할머니 약손처럼
어루만져 주는
참 좋은 사람
그렇게
등불이 되고
믿음이 되고
행복이 되는
언제나 참 좋은 사람
우리 모두
서로에게 그렇게
참 좋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장수시 낭송
시인의 밥
김 영 자 (서울 공간시낭독회장)
수락산 밑에서 서울을 왕래하던 시인의
낡은 외투에서 꽃눈이 생겨난다
생겨나는, 살아나는 봄의 비밀
물이 물이 아니었다
물이 밥이었다
맥주 한 병 대접받았던
오래된 즐거움을 끌어안고 돋아나던
꽃받침의 온기와
단돈 천 원을 빌려 마셨다는 막걸리 한 사발이
고봉밥으로 둥둥 떠다니는 신의 은총이었다는데
시인에게는 설익지 않았던 완전한 밥이여
그 밥사발 밑동에 드리운
몇 뼘의 그늘을 나는 왜 보는가
지하 어둠에서 부서졌던 뼈와 뼈 사이의
살 마르던 고통의 날개 아직 서리고 있는가
햇살 맑은 봄날 오후, 시를 읽으며
멋진 세상이 나타난다고 좋아했던
시인의 선글라스를 내가 쓰고
막걸리 잔에 섞이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읽는다 시인의 웃음을 듣는다
봄의 직선이 내 등 뒤에서 지금 막 살아나는 중이다
* 천상병의 시 「막걸리」를 읽고.
....................................
김영자 시인 : 1997년 ‘문학과 의식’ 등단. 시집 ‘양파의 날개’ ‘낙타뼈에 뜬 달’ ‘전어비늘 속
의 잠’ ‘호랑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 외. 서울시인상, 한국시인상, 황조근정훈장
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녹색시인협회, 가톨릭문인회, 산림문학회, 미당문학회
회원, 시와 산문 문학회 회장 역임. 현 공간시낭독회 회장.
피에로가 되다
이 인 평 (서울 공간시낭독회)
슬픔이어도 좋았다
사랑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것
인생이 늘 모자라 흔들리는 것처럼
사랑이어서 어릿광대같이
슬픔을 머금고도 늘 웃는 얼굴로
한땐 그녀를 사랑했지
천만금을 준다 해도 이별은 슬펐지
사랑을 잃고 춤을 추는 게 싫었지만
피에로의 가슴은 따뜻해야 했지
빨간 코에 붉은 입술로
허공을 향해 사랑이 넘치는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북돋아주어야 했지
사실 난 버림받은 고아일 뿐이지
무슨 복이 저리 넘쳐서 행복할까 하고
나만 보면 흥겨워들 하지만
그것은 나 하나로 족한 별종이지
홀로 살아간다는 것
예전에 우리 형이 말해준 것처럼
외로움을 타고난 팔자라도
내 삶이 이토록 보기 드문 것이라면
기쁘게 견뎌볼까 해
아픈 고독을 고상하게 길러서
나 없인 못 살 것 같은 인연이 오면
침묵의 표정이 밝은 꽃으로 피어난
진짜 얼굴을 보여줄 거야
슬픔이어도 좋았던 기쁨을 죄다 엮어서
정말, 그녀를 다시 만난 듯
죽는 날까지 사랑하면서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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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평 시인 : 1993년 시 「여행자」 외 4편이 월간 <조선문학> 신인상에, 2000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시 「소금의 말」당선으로 등단. 시집 『길에 쌓이는 시간들』
『가난한 사랑』 『명인별곡』 『후안 디에고의 노래 1, 2집』 『소금의 말』과 서반
아어 번역시집 『Yo Soy Juan Diego Coreano』(『나는 한국의 후안 디에고다』)를
출간.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공간시낭독회
회장과 녹색문학상 운영위원 역임. 현 한국가톨릭문인회 감사, 한국산림문학회 이사,
계간 <산림문학> 편집주간.
을왕리에서
유 경 희 (서울 공간시낭독회)
선녀바위가 석양에 물들어
새악시 볼처럼 붉어가는
을왕리
하늘엔 별빛이 쏟아지고
바다엔 별빛보다 더 반짝이는
폭죽이 빛을 발하고
열정이 출렁이는 파도에 밀려와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밤바다
치마 끝자락에 젖어드는
포말에 몸을 맡기고
푸른 하늘처럼 빛나야 할 나를
건져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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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 시인 : 2007년 문예사 신인상 등단. (사)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한국문인협회 군포지부 회원.
청산무靑山舞
임 보 (서울 우리시 낭송회)
푸른 산 속 개울가 큰 너럭바위 위에
휘청거리며 움직이는 한 사람이 있네
짚신에 누더기 걸친 백발의 늙은이
한 손엔 청려장 또 한 손엔 호리병
볼그레한 얼굴에 들썩이는 어깨
흔들리는 품새로 보아 춤을 추나 보네
앞으로 몇 걸음 다시 뒤로 몇 걸음
좌로 몇 발짝 또 우로 몇 발짝
넘어질 듯 일어서고 쓰러질 듯 살아나고
호리병에 매달렸다 지팡이에 의지했다
밀고 당기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느리게 뒤뚱대는 게으름뱅이 춤사위
청려장의 장무杖舞요 호리병의 병무甁舞로다
근심 떨친 무애무無礙舞요 불로장생 선무仙舞로세
개울물의 현금소리 딱따구리 비파소리
청설모도 들썩이고 청노루도 껑충이고
흰구름도 너울너울 청솔가지도 휘청휘청
얼씨구나, 온 청산이 신명난 춤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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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林步) 시인 : 본명 姜洪基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함.시집에
『구름 위의 다락마을』 『산상문답』 『사람이 없다』 등 20여 권 간행함.
시론서에 『엄살의 시학』 『시와 시인을 위하여』 『좋은 시 깊이 읽기』
등 다수. 전 충북대 교수. 현 우리시회 편집고문.
연어알
임 채 우 (서울 우리시 낭송회)
인공 부화동의
석류알 같은
동그랗고 발간
연어알
하늘을 쪼개는 천둥과 번개
죽어야 끝나는 물살 거스르는 싸움과
귀 먹먹한 심해의 고독
간절한 소망의 나날이
네 안에 있나니
강을 따라 바다로 돌아가
동해를 지나 북태평양 한 바퀴 돌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너의 한 생
얼마나 사무친 물맛인가
석류알 같은 네 모습에 눈끝이 매워
드센 바다 앞에 천진난만하게
동그랗고 발간
연어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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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우(林采宇) 시인 : 2011 시집『새가 날아간 자리』로 등단. 시집『오이도』
『토끼의 뽀얀 연분홍 발뒤꿈치』 『소아과에서 차례 기다리기』가 있으며,
산문집 『시가 말을 걸었다』 등이 있다. 2018 우리詩신인상 평론부문 수상
現 (사)우리詩진흥회 이사장
전 과 자
전 선 용 (서울 우리시 낭송회)
별이 소낙비처럼 내리는 꿈을 꿉니다
파장이 클수록 정열적인 빛은 기가급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불운만 일까요?
폭발하는 빛의 입자
형용할 수없는 파열음이 벌겋게 쏟아져
감각적인 눈물이 흐릅니다
사랑에 뒤통수를 맞고 눈에서 번쩍거리는
별은 아름답지 않은 법
허공에 피는 꽃은 명이 짧은 족속
똥별 몇 개를 단 나는
別달린 전과자입니다.
..........................................
전선용 시인 : 大邱 출생2015 우리시 등단, 시집 『뭔 말인지 알제 』 2017 도서출판 움
제16회 용인문학 신인상, 제4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시부문, 제6회 포항 문학상, 제9회
농촌문학상 시부문, 제11회 복숭아 문학상 대상 각 수상, 月刊 우리詩 편집주간
바 다
이 무 상 (춘천 수향시 낭송회)
도심의 흙먼지 툭! 툭! 털고
바다 앞에 서니
세상 근심 간 곳 없고
날아 갈 뜻 상쾌하다.
아득한 수평선
밀려오는 세찬 파도
바다는 그 젊음으로
어족魚族들을 거느리고
어민들에겐 희망을 준다.
동해東海!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며
장엄한 일출을 맞던 바다
오늘 그 바다 앞에서
반가운 이웃들을 만난다.
...................................................
이무상 시인 : 1940년 춘천시 서면 현암리 출생. 1979 -1980sus 현대문학 2회 천료로 등단,
시집 「사초하던 날」「어느 하늘별을 닦으면」「향교골 시첩」「봉의산 구름」「끝나지
않은 여름 」등 다수, 춘천지명연구 「우리의 소슬뫼를 찾아서」 고희문집「나무로서서」등.
제2회 강원문학상, 제26회 강원도문화상 문학부문, 제2회 한국문학백년상 각 수상
정 라 진
조 성 림 (춘천 수향시 낭송회)
바다로 떠나는 주막인
포구의 옛 이름
나도 청춘을 포구에 벗어버리고는
먼 세월로 떠나갔다
기억의 여름 부두에는
진저리쳐지도록 따라오던
비린내가 있었다
뱃전에 수없이 부서지던 파도가
어시장에 쌓이고 쌓여
흥성거리던 고함들이
소주에 젖어 비틀거리기도 하였지만
비린내는 부두가 불러주던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였다
바다로 훌쩍 떠나고 싶은
꿈들의 발목이 처절하게 울던
숱한 밤들,
거기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봄 벚꽃이
바다 가득
배에 실려 가는 것도 보았다
이마를 씻는 파도를 넘기며
별들로 가득하던 그 밤이, 오늘
그래도 눈부신 수평선으로 달려오고 있다
.............................................
조성림 시인 : 2001년 「문학세계」 신인상, 시집 『지상의 편지』
『세월 정류장』『천안행』『겨울노래』 『눈보라 속을 걸어가는 악기』
『붉은 가슴』『그늘의 기원』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탁 본
김 현 숙 (춘천 수향시 낭송회)
“아버지, 등 밀어드릴게요”
헐렁한 환자복을 벗기자
훤히 드러나는 굽은 빨래판
눈물 거품 찍어
88년 동안 축적한
뼈의 문자를
탁본 한다
한지처럼 얇디얇은 살갗
뼈에 착 달라붙어
도무지
노구의 숨구멍은 어디인지?
등줄기 따라 흩뿌려진
이승과 저승의 돌다리
검버섯 길을
해독한다
이렇게
탁본하는 날엔
손끝이 떨리는데
“됐다, 이제 내가 씻으마.”
눈도 못 마주치고 흩어지는
허공의 목소리
산수유나무
지난해 묵은 피고름
가지 끝에 숨기는데
봄바람
황사 방망이가
툭툭
내 심장을
탁본한다.
........................................
김현숙 시인 : 2010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부문 등단, 2012년 <희망의 간격>시집,
2016년 <메콩강에서 별과 시를 줍다>여행 에세이 출간, 강원다문화복지신문 발행인,
춘천문협이사. (전)수향시낭송회장, 강원문협 춘천지부 회원, 시문학동인지 ‘시선’ 회원,
제2부
섹소폰 연주
초대시
삼척두타문학회
이성교 외
<초대시>
씨앗의 힘
최 상 호 (영주문협)
다수가 지배해 온 세상사 온갖 일은
순리는 원칙일 뿐 짓밟힐 때도 있다
드러난
권모술수만
손가락질 받는다
두 눈이 다 못 보고 두 귀도 어두워서
뒤늦게 알아본들 뒤집을 힘이 없다
굴절된
조각 정보가
굽어진 채 비칠 뿐
정의는 직진이나 소통은 회전하고
가뭄과 장마 있어 산천이 굳세지듯
힘 잃은
겨울 동안에
씨앗 힘이 뭉친다
..........................................
최상호 시인 : 199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영혼의 바다를 떠돌며”
(`99)외 6권 상재, 세계문학상 수상(2017). 현, 영주문협. 영주시조문학회,
아동문학소백동인회 회원
상 사 화
황 정 희 (영주문협)
운명의 고리를
풀려고 하지마라
그리움 흘러서
붉은 붓대 세우는 날
거스른
엇갈린 역류
그 사랑을 내가 쓴다.
만남과 헤어짐이
안달해서 된다더냐
깊은 맘 불꽃처럼
심지까지 사르는 날
견뎌온
기다림으로
절명의 시 다시 쓴다.
...............................................
황정희 시인 : 월간문학 신인문학상(2002년 7월)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 제1회 경북여성문학상, 제26회 나래시조문학상,
제3회 예천전국시낭송대회 최우상 각 수상. 시집 『꽃잎이 진 자리에』
바다에 그물을 던지다
강 현 숙 (영주문협)
푸른 눈은 심연의 하늘을 담아 하나라 한다
검붉은 미역 같은 몸 서림 풀어놓으라며
내 숨 만 있는 언저리에 생각이 닿도록
말하지 않으리라 했던 다짐도 무너지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약점이 둔감하게 된다
초조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으며
예상 못한 위기에도 절망하지 않는다
아끼지 못했던 꿈이 조약돌처럼 반질거린다
분노의 시간들이 냉정을 찾는다
사소한 반응이 파도에 반격한다
몫을 살아가다 이유 없는 방랑에 돌을 던지고
바다는 몸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혼을 담는다
갈매기처럼 한곳 만 바라보며 균등을 꿈꾸었지
평등주의가 천박하지 않는 다는 충격을 눈으로 보며
파도는 충만의 원리를 분배하며 하얀 꽃으로 일렁인다
돌아서기 전 오해가 사랑이란 합리적인 태도로 변하여
나침반의 순리로 일정했던 힘겨운 가치의 대담성이
혼란이 아님을 수확 한다
.........................................
강현숙 시인 : 초애 강현숙, 2013년 문학세계로 등단, 영주문협 사무국장
이 복 재 (관동문학회)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강이 있어야한다.
그 강엔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이 있어야 하고
만지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파아란 하늘이 보이는 거울이 있어야 하고
눈망울 가득 별을 그리워하는
눈물이 있어야 한다.
진달래꽃 지천에 피어나면 꽃향기 실어 보내고
수평선 그 너머로 달려간 갈매기 꿈도 실어 보내고
밤을 지새워도 초라하지 않는 이야기를 실어 보내야 한다.
거리에 쓰러진 세상, 아린 눈물, 가슴으로 보듬어
햇살 맑은 꽃그늘 아래로 소풍 가는 일처럼............
...........................................
이복재 시인 : 1992년 시세계 신인상. 시집 ‘그대 가슴에 별의 띄워 놓고’,
‘선물’ ‘풍경 속 풍경’등 상재, 강릉예술인상 및 관동문학상 수상 등,
전 강릉문협회장. 현 관동문학회장
통리역에 드리운 긴 그림자
박 복 금 (관동문학회)
나한정 어귀 잔설은
깨어있는 강산이 두려워
어둠에 웅크리고
사라진 탄광촌 마을 순환열차 추억은
고달픈 삶의 눈금을 세고 있다
희뿌연 연기 자락에 묻어간
시름 풀어놓을 무성언어는
포장마차 속 호탕한 웃음소리로
사라져 갔고
광산촌 마을엔
허물어져 가는 아픔 다스리던
노을과 함께 서서히 등불을 밝히는
혼돈의 하루,
사슬로 묶어 둔 골짜기 바람은
세월과 시간을 잊고
일만 가지 사념들이
흩어져 있는 간이역에서
울지도 못한 채 겁을 먹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
박복금 시인 : 1999년 원간 한국시 등단. 시집 ‘초당골 바람의 말’
‘오늘 하루 그대가 되어 풍경에 손목 이끌려가다’ 등 상재. 강원문학 작가상,
가톨릭문학상 수상, 강릉여성문학인회 회장. 관동문학회 부회장
논 골 담 화
- 묵호등대 그 불빛 아래엔
김 진 자 (동해문협)
평생을 발아래 바다를 두고 살아 온 사람들
고샅길 산등성이에 매서운 바람이 들이쳐도
아부지들은 먼 바다로 * 이까바리 나가셨다
남자들이 떠난 지붕 위엔
밤이면 별꽃들이 저 혼자 피고 지고
아침이면 가난이 고드름으로 달려
온종일 허-기는 식구들처럼 붙어 있었다
칼바람에 온 몸을 싸맨 채
이까배를 가르고 명태 내장을 다듬으며
덕장에서 꾸덕꾸덕 명태가 마를 동안
그리움도 외로움도 얼었다 녹았다
설움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수없이 오르내리던 비탈진 골목길엔
닳아버린 고벵이 관절처럼
주인 없는 대문이 녹슨 채 삐걱거리고
허공에서 딸그락딸그락 명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올 즈음
한 해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부지들을 기다리며
등대는 밤이면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애타게 애타게 손짓을 했지만
아부지들은 먼 바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세월은 구불구불 논골로 돌고 돌아
그 옛날 새 새댁 옥희 엄마는
기억도 희미해진 할머니가 되었다
망부석 처럼 서 있는 묵호등대
그 불빛 아래엔
조갑지만큼이나 숱한 사연이
못다 한 이야기로 담벼락에 피어나고
고봉밥처럼 넉넉하게 정을 나누며
바다바라기를 하는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따딱 붙어서 살고 있다
..................................................
*논골담화-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골목길에 논골담화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이까바리- 묵호사람들이 먼 바다로 오징어 잡으로 갈 때 쓰던 말
.......................................
김진자 시인 : 2000년 열린문학 봄호로 등단,
동해여성문학회장 역임, 현 동해문협 회장
고향의 숲
이 혜 란 (동해문협)
길을 잘못 들어
한참 헤맸던
유년의 숲
다시 찾았습니다
어린 눈에 거대하게 비쳤던 수풀바다
이제 달리 보이는 건
평생 안고 산
막연한 그리움 하나
간밤에 일던 바람
휩쓸고 지나갈 새
들켜 버리고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꿈 한 자락마저
놓칠라
또 놓칠라
내 속에 있는 것들을
주절주절 다 내뱉고 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더 허기지는 마음처럼
산다는 것이 다 그럴진대
몹쓸 탐욕 놓지 못하는
자아(自我)가 문득 낯설어
꿈 한 다발 꾸다 만
슬픈 일상
통곡의 강이 되어
그 숲 해거름
내리내리 흘러갑니다.
..........................................
이혜란 시인 : 2007년 시사문단 산73번지 등단,
2002년 신사임당 문예경연대회 시 부문 수상,
동해 문협 회원, 현 동해여성문학회 회장
겨울 바다
- 閔暎 兄에게
이 성 교
친구여! 바다빛깔을 보게
항상 우는 듯 웃는 듯
무엇을 전하고 있네.
어제 밤까지는
榮岩線에서
살아온 얘기를 하다가
바닷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港口처럼
열려지네.
친구여!
진정 우리들의 겨울은
鏡月 한 잔에
풀릴 것인가.
停車場마다
人情을 먼지처럼
뿌려놓고 가는
蔚珍行 버스.
山모퉁이를 돌 때마다
흰 갈매기가 하얗게 손짓을 하며
겨울을 잠재우고 있네.
친구여!
우리도 먹통을 풀어
울릉도까지 내던지면
저렇게 바다처럼
영원할 수 있을까.
.....................................
* 鏡月 : 강원도 江陵에서 나는 소주 이름
<나의 애송시>
정 일 남
동방의 등불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나라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곳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낙원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라
찔 레 꽃
정 연 휘
무명의 하늘 가는 길목
산자락 길섶에
소복한 여인들이 흐드러져 있다.
산 따로 숲 따로
외로운 산협
여인들이 어깨 부비며
제자리 떠나지 못하고
하얗게 하얗게 흐느끼고 있다.
산 높고 골 깊어
드러누운 대관령 산그림자
한恨이 높고 깊어
무명의 하늘 문 들지 못하고
산자락 길섶에
머리 풀고 어깨 추스르며
하얀 영혼
서럽게 서럽게 흐느끼는
오백년 조선조 여인들.
춘설春雪
김 형 화
집나간 아들 돌아옵니다
타향살이 오랜 세월만큼
아득한 들길
흰머리 흩날리며 돌아옵니다
어미는 눈을 감고
넋은 구천으로 오르는데
아들은 아직
빈소殯所에 들지 못합니다
어머니 . 2
박 종 화
탱자울에 달이 뜨면 싸리문 밖에 계신
어머니, 당신 보고 싶어 오늘도 바람 앞에
서 봅니다 솜바람 수런대는 감나무 밭머리
그 푸르고 아련한 추억의 길 위에 점점
싸아하게 온 몸으로 퍼지는 그리움 키웁니다
무심한 세월만 어찌 탓할 수 있으며
하얗게 바래지는 보고픔의 알갱이들도
한 번 그윽한 눈빛으로 어루만져
무거운 짐 이고 진 육신의 덧칠한 아릿한 상처
그 흔적들을 다둑이며 달래며 흘러 모인
어깨 따사롭게 감싸 안은 오십천, 동해바다
유유한 몸짓 애써 외면하지는 않겠습니다
오늘도 하이얀 탱자울 꽃 만발할 때 봉황산
달 떠오릅니다 밤바람 너무너무 좋아라
감나무 밭머리로 나서 봅니다 푸르고 청빈한
한 줄기 안스런 그리움 숨죽여 일으킵니다
어머니,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보고 싶습니다.
늙은 소 울음
김 진 광
길 갈 때도 밭갈 때도
소는 늘 앞에서 걸었다
소고삐 잡은 아버지도
농사일에 코뚜레 끼운
늙은 소 한 마리로 살았다
소가 우리를 먹여 살렸다
소가 우리를 공부시켰다
소가 뒤에서 걷는 날은
소 팔러가는 날이다
앞에서 소가 되어
뚜벅뚜벅 걷는 아버지
늙은 소의 큰 눈망울에
아버지가 담겨간다
늙은 소의 발굽처럼
굳은 살 박힌 아버지 발바닥
음무우-
뒤돌아 크게 한번 울고
이승의 산을 짐 지고 넘었다
- 호지의 오래된 미래*에 답하다
이 창 식
내 여로 위의 호지 애인이여,
레에서 누브라벨리로 가는 카르둥라
하늘을 흔들고 있는 오색 타르쵸 보며
고산증에 시달리면서 넘고 있소.
설산雪山 물 흘러내려 만든 카르둥 마을,
노란 유채, 푸른 보리밭, 말똥지붕
그 마을 한 폭 안, 그 여자 오래된 집,
내 유년의 살대 마당이 여기 있소.
꿈속의 그 여자처럼 내준 차를 마시며
오히려 맹방리 여름 바다향을 깊게 맡고 있소.
내 마음 속의 오래된 미래를 다시 읽으며
호지 애인이여, 묻고 싶소.
카르둥 마을 사람들이 오래된 미래인가를.
왜 달라이라마 옴마니반메홈 새긴 돌판,
그 마음씨 왜 읽어내지 못했는지 궁금하오.
카르둥마을 눈썹 짙은 그 여자집에서
내 유년의 흑백 가난을 빵과 함께 씹으며
오래도록 맹방리 보리밥 똥냄새를 느끼오.
지금 여기 그리운 똥집 한 채 짓고,
다시 부수는 것을 거듭 하며, 그 집 그늘
내 고향처럼 내 마음 속 깊게 자리하오.
당신이 본 라다크 똥집, 지워질수록
히말라야 높이 한치씩 낮아지리라 보오.
척박한 길 위의 오아시스 카르둥마을에서
호지 애인, 당신을 닮은 그녀의 눈, 눈빛
아주 오래, 깊게 찍으며 마을길로 또 나서오.
마을 밭두렁에는 여름 꽃별들이 쏟아지고 있소.
..........................
*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인도 라다크의 체험적 생태보고서.
이 용 대
하늘과 다름없이
여기에도 숨은 빛 있었는데
우러르기만 했었지 내려다볼 줄 몰랐다
근육이 마구 파이며
허리가 잘리고 끊어져도
어금니를 지그시 눈물과 함께 깨문 땅
성자와 악한이 함께 묻히는 살 속은
길지와 흉지가 애초에 따로 없었듯
응달과 양달로
나누지 못할 뭍으로
약도 독약도
다 받아들이는 넓은 품
하늘이 용서라면 땅은 사랑이다
다다를 수 없는 별 쫒다 생긴
가리지 못할 흠집을
흙으로 매워주는
어머니의 유산이다
아내의 손
정 석 교
물줄기 타고 오르내리던 아내의 손등
지느러미 달고 은어가 되어갑니다
헤진 상처 깁듯 투정도 말끔히 세척해
곱게 포개어 놓은 그릇들이 빙그르
자맥질로 마지막 물살을 튕겨냅니다
플롯 음역처럼 푸른 음표 쏟아내는
접시와 아내의 손,
식솔의 마음 푸른 하늘처럼 펴 놓다가
방안 곳곳 싱싱한 이파리로 채워내고
행복한 식탁 매일 차려 놓습니다
햇살 꽃 펼쳐내는 주방의 연주
스칠 때마다 윤기 돋는 세간들이
부신 웃음 연신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음밖에 놓인 가장이라는 남편의 칭호
아내의 내력이 돋은 꽃무늬 벽지 아래
물기 걸린 행주치마 툭툭 털어내고서도
행복한 연주 찾아내지 못합니다
가족으로 쉬이 무임승차 같은 기거
묵정밭 푸릇한 싹 틔우듯
닳아 무뎌진 마음 다시 들춰 낸 봄날 오후
아, 성찰의 눈
깊고 넓은 아내의 손,
가족을 받쳐주는 단단한 사랑이었구나
강 동 수
열꽃으로 피워 올린 아픔이
모여 있는 곳에 초대되었다
좌대위에 정좌하고 앉아있는 저 돌은
언제 꽃피웠는가
백지처럼 순결한 몸을
처음으로 만난 물길에 몸을 허락하고
환희에 몸을 떨던 순간들이
한 점 꽃잎으로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새겼다
불어난 강물 속에서 벗어나
오랜 아픔을 몸으로 말하고 있는
수석전시장
유심히 살피는 사람들의 관음증에
누워있는 돌들이
부끄러움에 떨고 있다
선명한 아픔이 깊을수록
오래 감상하는 사람들
돌은 언제 옷을 입는가
덫
-카드
정 순 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와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그대는
단맛에 취하고
고열과 사경을 헤매다 쓰러진다
가면처럼 색색
파고드는 미끼
어둠의 벼랑에
위험스레 매달려
패가망신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자주 꺼낼수록 주름살 깊어지고
죄의 구덩이로 밀어 넣은 유혹
치료받기 힘든 상처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지는 통증
죽음의 깊은 그림자
덫에 걸려 몸부림친다
그들처럼 다시 피고 지는 거야
서 순 우
봄 끝 무렵 두고 나온 그 집 마당에는
아직도 꽃 뿌리 진을 치고 있을 터
그립다가 절박하다가 결국
숨어 따라온
국화랑 분꽃 그리고 알 수 없는 하나
조막만한 화분에 새들어
미어터지게 살아 보겠다 따라 온 게야
여름 겨울 지나
태양이며 노을도 맘껏 먹으며
손톱만한 분꽃 피었다 지고
알 수 없는 보라 꽃마저 피었다 지고
부대끼며 그저 지켜보던 국화
추워도 더워도 어쩌지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냥 바라볼 동안
점 같은 씨 하나 말없이 남기던 분꽃
그래
산다는 건
그 꽃 씨 하나의 힘 같은 것일지도 몰라
지지고 볶는 일일지도 몰라
나도 비좁게 얹혀
그들처럼 다시 피고 지고
그렇게 사는 거야
이 봉 자
많은 세월 구름처럼 흘러가는 동안
그리운 어머니 꿈길에는 보이질 않았네
기일 며칠 앞둔 오늘에서야
하얀 찔레 꽃 같은 달무리 하얗게 이고
어머니 꽃무늬 치맛자락
바람결에 나풀거리며 저만치 걸어오셨네
그 옛날 어머니는 막내딸 시집보내려고
입쌀 머리에 이고 이십리길
조개장터 걸어가 목화 솜뭉치와
화려한 양단이불감 바뀌어 이고
저녁 어둑한 돌담장 골목길 들어오셨네
철없는 딸은 어머니 고단함도 모른 채
보따리 풀어놓고 그냥 좋아라 했네
어느덧 강산이 다섯 번은 더 바뀌어도
장롱 속 양단이불은 어머니 사랑
변하지 않고 그리움 배불리 품고 앉아있네
꿈에 본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지네
달에게
박 인 용
술 한 잔 채워 달에게 술을 권하고
이태백의 詩를 읽으며 낭만에 젖어
베토벤의 달빛 소나타를 듣는다
세상 사람들의
외롭고 슬픈 마음을 달래주고
아름다운 술까지 마시게 하는
보름달아
금삼의 피를 보고 분노하는 제왕
과거사를 헤집고 뒤져대는 추종자들의
한 풀이 복수극이 되풀이 되는 곳
여기는
죄와 벌의 땅
법이 권력을 만드는지
권력이 법을 만드는지는
모호 하지만
권력에 충성하는 법의 속성은
여전히 변함없다는 걸 알고 있는가
보름달아
나 유년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너에게 진 빚이 너무 많구나
당장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 된다면
너의 짐은 한결 가벼워지겠지만
너는 더 이상
지구의 위성으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을까
오늘밤
산산이 흩어지는 낭만의 편린을 붙잡고
애증의 강을 건넌다
사랑과 미움은 본시부터 같은 것 이니까
하얀 발자국
심 동 석
네 불온한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네 낡은 간을 내놓으라고
따라오던 낮달이 반월도半月刀 치켜드는 저물녘
푸른 기억의 울대를 겨누는 칼날 위로
무녀의 치마처럼 떨리는 바람소리
대숲 바람소리
그대
그대는 지워버렸나
발자국 하나
칼날 무뎌가는 상현달이
계수나무 몰래 품고 침실로 가는 새벽
먼 강물 건너오는 발자국 하나
겁 없이
겁 없이 뜨거운 이마로 끓고 있다
하-얀
발자국 하나
허 공
최 광 집
허공은 말이 없다
하늘과 땅 사이
아득히 멀고도 가깝다
허공 속에는
없는 것이 없다
모자람도 없고
넘치지도 않는다
허공은 삶의 공간이다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우리들의 보금자리다
내가 온 곳도 갈 곳도 없다
기억이 감감하다
박 용 섭
그 날의 아픔이 옥쇄처럼 죄어온다
백년인가 천년인가 기억이 감감하다
더듬어 생각해보니
죽음이 스쳐갔다
문경새재 구비구비 돌아서 내려간다
상처가 옹이 되어 살아남은 소나무
역사의 회오리바람
어깨를 치고 갔다
아파 울고 서러워 울던 그 날의 기억들이
벼람 끝에 매달려 벼락 맞은 대추나무
벽조목
온몸 불타서 애물이 보물되다
어둔 세상 불 밝히라고 관솔이 되었다
썩은 세상 녹이라고 한줌 소금 되었다
작아져
큰 것 살리려
텅빈 몸이 되었다.
그대 앞에 서면
홍 성 래
삶에 지친 모습으로도
그대 앞에 서면
나는
생기로 가득 찬다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그대 목소리
그대 웃음소리 하나로
활력이 솟아 오른다
아무런 말 한 마디 하기 싫다가도
그대를 마주하면 나는
달변가가 된다 웅변가가 된다
사랑의 음유시인이 된다
왜일까
그 대답을 나는 모른다
내 마음 사로잡고 있는
그대만이 안다
봉황산 벚꽃 길
장 금 희
봄 안개 자욱한
봉황산 오르는 길
지천이 벚꽃이다
구경나온 사람들은
마음의 꽃가지 하나
피우고
정라진
삼척바다 눈맞춤하며
천국으로
나비되어 날아간다
앞서 오르는 아낙네여
봉황정에서
잠시 쉬어 가자
꽃은 지면서도
저리 아름다운가
갯메꽃
박 소 연
새는, 날개를 접었다
박 군 자
물오른 내 희망의 끝
걷다가 뛰다가 소리 외치던 내 꿈
열정 속에 살아온 삶의 순간순간은
한 마리 새의 질주였다
눈을 뜨며 번쩍이는 삶의 모습
외면하고 싶은 서류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 이런 시간 속에
새는
날개를 접고 싶어 한다.
春 夢
서 성 옥
봄날입니다
늦은 밤 당신과 함께 살았던 옛집을 찾아 왔습니다
상수리나무 검은 숲에서 소쩍새 울음이 들려옵니다
밤새는 지저귀지 않고 속울음을 토해 내고 있습니다
그대와 함께 살았던 우리 집 앞, 배나무
그때처럼 배꽃은 흐드러져 내리는 달빛에 슬프더이다
싸락눈처럼 쌓이는 梨花 ...
그 배꽃 한 잎을 손바닥 달빛에 올려놓고
그대를 봅니다
月刊頭陀詩
50권6호 통357권
2019년 6월호
서성옥 발행인
유재용 인쇄인
두타문학회 발행처
http://cafe. daum.net/scdoota
성은기획 인쇄처
25916. 삼척시 중앙로 285번지
Tel 033/574/5804
2019년 6월 28일 인쇄
2019년 6월 2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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