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협회(ISO)와 국제전기술위원회(IEC)에서 미중일과 독일 등 유럽연합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등에 이해관계가 걸린 한국도 IEC 이사회 의장직에 도전해야 합니다."
최갑홍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의 출사표다. 지난달 13일 도쿄에서 폐막한 IEC 총회에서 정책이사회 이사로 재선된 최 원장은 2018년 IEC 의장직에 도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자타가 공인하는 ICT 선진국이고 신성장 동력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해 스마트그리드(SG), 전기차(EV),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이 안착되도록 소프트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2018년 IEC 의장직 도전,왜?-세계시장은 사실 완전한 경쟁체제가 아니다. 선진국들은 기술과 표준관련 국제기구에 앞다퉈 진출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중국과 일본이 마다하지 않고 각각 ISO와 IEC에서 의장직을 맡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장직뿐 만 아니라 국제기구 곳곳에 진출해 촉수를 드리우고 있다.
IEC 의장 직속으로 정책이사회(Council Board, CB)를 두고 있으며 CB는 아래에 표준관리이사회(Standard Management Board, SMB), 시장전략이사회(Market Strategy Board, MSB), 정합성이사회(Conformity Accessment Board, CAB)가 있다.
미국은 5년째 SMB 위원장직을 맡고 있고 중국은 2년째 MSB 위원장이다. IEC 의장국가인 일본은 당연직으로 CB 위원장이며 CAB 위원장도 맡고 있다. 특히 일본은 ESS 기술위원회 (Technical Commitee, TC)를 만들어 ESS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제표준이 나라마다 공통으로 통용되며 표준에 따라 물건을 만들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한다면 해외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최 원장의 도전은 명예도 명예지만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초고압송전 연료전지 등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산업의 중심이 섬유, 기계, 중화학을 거쳐 현재 전기전자와 IT에 이르렀습니다. 곧 에너지와 전기전자IT의 융복합 시대가 열립니다. IEC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ICT-에너지 분야 표준을 수립할 중책이 있습니다."
◇당선 가능성은?-최 원장의 IEC 위원장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제기구가 그렇듯 IEC도 지역이 순서를 정해 의장직을 맡아왔다. 2012년에 일본이 의장이었고 2015년 미국, 2018년 EU 순이 될 전망이다.
"지역안배 관행에 따르면 2018년에 EU가 의장국이 될 차례입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차기 의장 국가가 양보해 지역안배 관행에서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최 원장은 "2018년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 바람을 탈 수도 있고 ICT 강국에 걸맞게 IEC에 기여를 요구받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IEC를 뒷받침하는 스폰서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일중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 사실을 볼 때 우리 기업도 우리 산업 보호를 위해 IEC 기여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최 원장은 봤다. 또 최 원장은 IEC 의장 도전을 KTC 혁신과 표준-시험인증 제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제고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최 원장은 ‘더블KTC’를 모토로 2015년을 KTC 혁신과 중흥의 해로 삼을 예정이다. 올해 설비와 공간 재배치를 통해 일할 분위기를 조성한 연장선상에서 내년에는 제도 선진화, 사회적 책임강화, 지속가능 경영을 확립해 KTC를 국제수준의 시험인증기관으로 발돋움시킬 예정이다.
일반인들에게 표준화와 시험인증이 산업의 효능효율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사회전반에 안전, 보건, 환경 파수꾼 역할을 수행함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표준화와 시험인증이 절대 규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환경, 안전, 보건을 지키는 전략적인 틀입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안전, 보건, 환경을 지키는 기능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표준과 시험인증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고 국제규범화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갑홍 KTC 원장은 산업부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 기표원장, 표준협회장, 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KTC 원장을 맡으며 우리나라 기술 표준과 시험인증의 기준 마련과 정책 수립, 이행 실무 부서 수장을 모두 맡는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