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을 처음 만난 건 도봉구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도봉N이라는 마을신문에서 ‘도담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인터뷰하면서였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돌봄 체계와 내용 안에서 그저 조마조마 내 아이를 맡기고 ‘을’의 입장에서 돌봄을 구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어린이 집의 모습인데 그와는 다르다는 어린이 집.
“육아를 공동으로 한다고? 누구랑 누가?” “이걸 양육자들이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어떻게” 당시 임신을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매우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어서 정말 내 일 알아보듯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도담 터전이 창동 주공1단지 아파트에 자리를 하고 있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건 양육자와 교사가 함께 아이들 돌보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함께 아이들 돌보는 문화를 만드는 어린이집. 어린이집 운영의 전반에 양육자가 참여할 수 있고 교사와 협의를 하면 어린이집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어린이집. 그때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어린이 집의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먹거리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안전 먹거리를 이용하고 있다니... 그 때 인터뷰를 마치면서 나도 아이가 태어나면 도담에 보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담을 만난 건 운명이었어요..ㅋㅋㅋ
그로부터 2년 뒤 첫째 준영이가 태어났고 준영이의 돌봄은 당연히 도담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육아가 처음인지라 뭐든지 서툴었던 저는 하마터면 도담에 준영이를 보내지 못할 뻔 했지요. 도담에 이야기를 해놓았으니 당연히 날짜 맞춰 입학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등록을 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요... 도담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송년회에 다음해 입학 예정된 가정을 초대하여 미리 인사하고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행사 초대 전화를 받고 그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 행사가 아니었다면 도담과의 인연이 맺어졌을까요?^^ 도담과의 인연은 둘째 치고 어린이집 자체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갔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행사들로 예비 구성원의 적응을 돕는다는 것도 참 따뜻했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내가 원하지 않아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구성되어지는 그룹에 어쨌든 적응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고 그리 해야 함이 큰 어려움이었는데 그 과정의 힘듦을 조금이라도 덜 어주려는 도담이 참 멋졌습니다.
또바기도 저도 원가족이 모두 부산에 있어서 첫 아이 육아를 오롯이 또바기와 제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교생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학교 등교 시간이 8시까지여서 준영이 등원 대책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딸기가 그런 고민있으면 도담하고 상의 하면 되지 뭘 그리 어려워해하냐며 한 달 간 7시30분에 출근해서 준영이 돌봄 해주시겠다고 선뜻 말씀해주셨어요. 사실 친혈육도 그렇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었는데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쉽게 일이 해결되는 은혜로운 경험을 하고 ‘도담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공동체가 대체 뭐길래 이럴 수 있는 거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딸기의 넓은 아량과 깊은 배려, 아이들 돌봄을 해야 해서 관리하는 좋은 체력이 큰 몫을 하셨지요.
정기적인 반 모임을 통해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믿고 기다려줄 줄 아는 양육자의 태도를 배웠고, 안전사고가 있은 후 안전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구성원들과 도담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열나게 토론하면서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5세반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과 진입 장벽 낮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머리 뽀개지게 토론하면서 구성원간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담 보육의 가치인 자연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 그 속에서의 배움과 성장을 담아내는 ‘생태적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깨우치면서 실천하는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정도면 어린이 집이 아니라 어른이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이렇게 도담과 살아온 지 올해로 10년. 도담을 통해 맺어진 관계는 짧지 않은 세월만큼이나 견고하여 코로나 시기 교육과 보육의 공백을 함께 메꾸기도 하고, 급한 일이 있을 때 서슴없이 서로의 아이들을 맡아 하룻밤을 돌봐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친혈육은 없지만 도담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맺어진 인연들로 이제는 도담이 있는 도봉구가 우리가족에게는 고향보다 더 따뜻합니다.
도담을 통해 아이들과 양육자가 행복하게 살며 성장하고, 그 행복과 성장을 토양으로 도담 또한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고 도담의 품에서 더 많은 이들이 서로 돕고 자라가면 좋겠고 이런 좋은 도담의 공동체 문화가 우리 지역에서부터 널리 널리 퍼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우와~ 10년!
아직 2년더 남았으니 남은 기간 도담에서 10년치 내공을 많~~이 나눠주세요^^
저보다 더 된 13년차들도 계시고, 아마들도 모두 열성적이고~~~ 각자 몫의 합이 참 좋은 도담. 저도 제몫 잊지 않고 하도록 할게용!
뭉게구름의 글에 쪼꼬미들 사진에 눈물이 주르륵 나네요.. 발동동 1인으로 여길 안왔으면 어쨌을까 아찔하네요ㅜㅜ 10년 내공으로 마음 내어주셔서 감사해요 뭉게구름
도담에 말하면 안되는게 없더라구요~ 이젠 발 동동 애타는 마음은 고이 접어둬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제든, 무엇이든 위드 도담!^^
정말 이정도면 어린이집 아니고 어른이집 ㅋㅋ 공감했어요^^ 도담과함께한지
10년이라니~~~ 사진도 추억돋네요*^^*
도담의 구비구비에서 먼저 고민하고 애써준 분들 덕에 10년이죠. 참 고마운 분들이 많아요.
올해도 '어쩌지?'의 순간을 '와~'로 바꾸었던 사안들이 많았네요.^^
도담 모두의 덕분~~^^
어디서 많이 본 집이 첫 사진으로 ㅋ 10년의 세월이 어찌 다 담기랴~~ 도담에서 환대해주던 뭉게구름의 마음이 생각나서 따뜻하네요♡ 쭉 함께해용♡♡
늘 편히 집 내어주어 모임 잘 했는데... 어서 그때처럼 뭉칠수 있길 고대합니다~ 글쓰며 지안 아기때 생각에 빠졌었네요..
쭉, 함께할 든든한 친구들~~🥰
진짜 "어른이집" 딱 맞는 이름이네요 ㅎㅎ 도담에서 만난 인연 평생 가즈아~~
평생 가고도 남지~~~ 함께여서 정말 좋아!^^ 같이 하자고 했던거 원없이 다 하자요~
어머 벌써 10년~~
아이 어른도 성장하는 도담ㅋㅋ
도담이야기마다 나오는 딸기~~우리모두의 친정엄마같아요
13년차 납시셨어요~ 덕분에 모두 도담도담 잘 자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딸기는 모두의 양육자~ 우린 딸기 보유 어린이집!^^
@준영, 지안맘(박정민)_뭉게구름 정말 세월이 어마어마하네요… 그정도 세월이 흐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옛날 사진이랑 많이 꺼내 보여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다겸맘(김준희)_햇살 10년, 훅 지나가서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도 잘 안나서 더더욱... 카페에 사진을 잘 기록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글 쓰면서 새삼 아이들 어릴적 떠올리는 요즘입니다. 카페 사진 다 보고, 다운받고 있는 중요~ㅋ
도담 홍보단으로 시작한 릴레이 글인데 매주 어떤 가족의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 되는 두근함이 생겼어요 💛 준영, 지안이네는 진짜 시작부터 인연이 있었네요 너무 신기 해요. 아이들 아기때 사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너무 귀여워🙈
맞아요~ 주인공이 우리다보니 재미가 쏠쏠하네요. 또바기는 전 가정 다쓰고나면 책으로 엮으면 좋겠다고 해요. 정말 그럴수 있음 좋겠네요!^^
절 여기로 이끌어준 은인!!뭉게구름!!ㅎㅎ 댓글까지 다보니 이쯤되면 우리.. 종교같아요ㅋㅋㅋㅋㅋ 뭉게구름 졸업하면 어쩌지요ㅜㅜ
혜숙샘, 혜정샘 덕이 더 컸지요~~~^^
졸업은 생각만해도 싫지만 피할 수 없으니 있는 동안 푹 스며들다보면 연은 또 이어지겠지요? 봄이, 여름이 결혼식도 갔었던 인연이잖아요~ㅋㅋㅋ
결혼식에 갔었다고요????? 우와~~~~~~~
@규빈맘(조은샘) - 사슴 ㅋㅋㅋ 뭡니까~ 언제적 글을...
연우 할머니의 지인으로 갔었지요~ 관계가 썩 괜찮거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