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론 제6권
대법대론 중 인시설문 11
총설(總說)을 게송으로 말하리라.
불세존과 성문들이며
변화로 된 사람[化人]과 먹는 것[所食]과 4대종(大種)이요
슬며시 없어지는 것과 연기와 불이 훨훨 타는 것이며
최후에는 허공과 같고, 나타난 것이 없는 것 등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불세존은 저 변화로 된 사람을 변화시키고 묘한 빛깔로 단엄하며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고 대인의 상호를 갖추어 그 몸을 장엄하며,
만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면 변화로 된 사람은 잠자코 있고,
만일 변화로 된 사람이 말을 하면 부처님께서 곧 잠자코 계시는가?
저 성문(聲聞) 제자도 변화로 된 사람을 잘 화작(化作)하여 모습이 단엄하며 머리를 깎고 [사문의] 옷을 입고 사문의 모습을 지으면서도,
무엇 때문에 변화시킨 이가 말을 하면 변화된 이도 말을 하고,
변화시킨 이가 잠자코 있으면 변화된 이도 잠자코 있는 것인가?
[답] 불세존은 언제나 삼마지(三摩地)에 머물러 마음이 자재하시기 때문에 들고 남이 빠르고 장애가 없으며 어느 때나 반연하는 것[所緣]을 버리지 않으나,
성문은 그렇지 않아서, 세존처럼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갖추고 마음이 자재하시며 이미 피안에 이르신 분과는 동일하지 않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께서 변화로 만든 사람은 묘한 빛깔이 단엄하고,
[세존께서] 말씀할 때는 잠잠하고 잠잠할 때는 능히 말을 하지만,
저 성문이 변화로 만든 사람은 비록 모습이 단엄하고 머리를 깎고 [사문의] 옷을 걸쳤다 하더라도,
변화로 만든 이가 말을 하면 곧 말을 하고, 잠잠하면 곧 잠잠해지니, 자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어떤 이가 말하기를,
‘만일 부처님께서 변화로 만든 것은 성문이 변화로 만든 것과 같고,
성문이 변화로 만든 것은 부처님께서 변화로 만든 것과 같다’고 한다면,
4대종(大種)을 갖춘 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혹은 갖추지 못한 것인가?
[답] 4대종을 갖춘 것이다.
[문] 변화로 된 이는 만들어진 물질[所造色]이라고 말하는가, 혹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답]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말한다.
[문] 변화로 된 이는 사유하는 것이 있는가, 사유하는 것이 없는가?
[답] 여기에는 두 가지로 생긴 바가 있나니,
하나는 연지(緣持)요, 둘째는 상성(想成)이다.
만일 연지로 생긴 것이라면 곧 사유가 있으나,
만일 상성으로 생긴 것이라면 곧 사유가 없다.
[문] 저 변화로 된 이가 어떻게 마음이 자재할 수 있는가?
[답] 여기에도 두 가지로 생긴 바가 있나니,
첫째는 연지요, 둘째는 상성이다.
만일 연지로 생겼다면 그 변화로 된 이는 곧 마음이 자재하지만,
만일 상성으로 생겼다면 그 변화로 된 이는 마음이 자재하지 못하다.
[문] 변화로 된 이의 중간 상태는 4대종을 갖춘 것이라고 말하는가, 혹은 갖추지 못한 것인가?
[답] 4대종을 갖춘 것이라고 말한다.
[문] 중간 상태는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말하는가, 혹은 말하지 못하는가?
[답]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말한다.
[문] 중간 상태는 사유(思惟)하는 것이 있는가, 사유하는 것이 없는가?
[답] 이것은 사유하는 것이 있다.
[문] 중간 상태에서 어떻게 마음이 자재하게 되는가?
[답] 만든 이[能作]를 따르니, 저절로 마음이 자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 변화로 된 이가 먹은 음식이라면 그것은 장부에서 어떻게 소화가 되는가?
이것은 변화로 된 것이기 때문이다.
[답] 여기에도 두 가지의 생긴 바가 있나니,
첫째는 연지요, 둘째는 상성이다.
만일 연지로 생겼다면 그 음식은 소화되지만,
만일 상성으로 생겼다면 그 음식은 곧 소화되지 않는다.
[문] 저 변화로 된 사람은 언제 사라지는가?
[답] 여기에도 두 가지의 생긴 바가 있나니,
첫째는 연지요, 둘째는 상성이다.
만일 상성으로 생겼다면 그는 곧 사라질 수 있지만,
만일 연지로 생겼다면 혹은 사라지기도 하고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문] 어느 때에 이르러 사라지는가?
[답] 만든 이를 따른다.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나 아수라(阿修羅, Asura)나 혹은 착한 모양이거나 혹은 악한 모양일 때 그가 사라지면 곧 바로 사라진다.
[문] 무엇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답] 중간(中間)과 최후(最後)와 서로가 멀리 떨어지는 것이며, 나아가 제 모양으로 돌아가서 머무르는 것이니, 이런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 무슨 인연으로 성인이 불을 변화해 낼 때에, 연기가 있는 것인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마음이 자재하기 때문에, 그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곧 연기가 있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은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불로 변화할 때에, 불길이 치솟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마음이 자재하기 때문에, 그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불이 타면서 불길이 치솟는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은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불을 변화해 낼 때에, 오직 자기 몸과 자기의 의복만을 태우고 다른 것은 태우지 않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을 따른다. 그의 마음이 자재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때문에 오직 자기의 몸과 자기의 의복만을 태울 뿐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은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성인이 불을 변화해 내어 그 몸을 태울 때에,
다만 허공만이 보이고 그 외의 온갖 그림자나 형상은 없으며,
그리고 그 밖의 것은 모두 드러내 나타내는 것이 없는가?
[답] 성인이 불로 변화할 때는, 그 지방(地方)의 상태와 가고 앉고 하는 처소가 모두 변화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불이 불의 경계에 섞여 널리 모두를 태우므로 다만 허공만이 보이고, 그 외에 지니는 그림자나 형상이 없으며, 나머지는 모두 다 드러내 나타내는 것이 없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