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2권
2. 보응수공양품(報應受供養品)
17) 건달바(乾闥婆)가 음악으로 부처님을 찬탄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때 성에 거문고를 잘 타는 5백 명의 건달바가 있었는데, 음악을 만들어 노래와 춤으로 밤낮 여래를 공양하니, 그 명성이 널리 사방에 퍼졌다.
그때 성 남쪽에 선애(善愛)라는 건달바왕이 있었으니, 그도 역시 거문고를 잘 탔다. 그가 음악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을 추면 온 국토 안에 누구도 상대할 이가 없으므로 매우 교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가 북쪽에 거문고를 잘 타며 음악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추는 어떤 건달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를 만나 보기 위해 여러 국토를 거쳐 열여섯 나라를 지나오는 동안, 한 줄 거문고를 타서 일곱 가지 소리를 내는가 하면, 그 소리마다 또 스물한 가지 음절을 나타냈다.
그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며, 스스로 기뻐하면서 즐기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미친 듯 취하여 방일하며 자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로 그 뒤를 따라 사위국까지 이르렀다.
이에 왕에게 문안하고 그 기술을 한번 시합하려는데, 그때 성곽의 신과 건달바들이 국왕에게 아뢰었다.
“거문고를 잘 타고 음악과 희소(戲笑)에 기술이 있는 남방의 건달바왕 선애가 이제 문밖에서 문안 드립니다.
왕의 측근에 거문고를 잘 타고 음악과 희소에 능란한 건달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와 함께 기술을 시합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원하옵건대 왕께서 그의 청을 허락하옵소서.”
이때 바사닉왕은 곧 문지기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하고 서로 만나 보고서 기뻐한 나머지, 선애 건달바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왕의 측근에 거문고를 잘 타고 노래ㆍ춤과 익살에 능란한 건달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저와 함께 기술을 한번 시험하여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왕이 곧 대답하였다.
“우리 서로가 꺼릴 것 없소. 여기에서 멀지 않으며, 나 또한 그대와 함께 그곳까지 가겠으니, 마음대로 한번 시험하여 비교해 보시오.”
왕은 그렇게 허락하고 세존의 처소로 나아갔는데, 세존께서 국왕의 뜻을 아시고 곧 그 몸을 건달바왕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7천의 반차시기(般遮尸棄) 천신으로 하여금 각각 유리(琉璃) 거문고를 손에 잡고 천상 음악을 울리면서 좌우를 둘러싸게 하였다.
이때 바사닉왕이 다시 선애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음악하는 신들이오. 그대는 이제 거문고의 기술을 한번 시합해 보시오.”
이 때, 선애왕이 곧 거문고 한 줄을 잡고서 일곱 가지 소리를 내고 다시 그 소리마다 스물한 가지 음절을 나타내자, 듣는 이들이 다 기쁨에 넘쳐 노래와 춤에 혼미해져 방일하고 자제하지 못했다.
그러자 여래께서 반차시기의 유리 거문고를 잡고서 한 줄을 튀겨 수천만 가지 소리를 내니 그 소리는 아름답고 맑으며 사랑스러워 듣는 이들이 춤추고 웃고 노래하고 기뻐하며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선애왕이 이 소리를 듣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자신의 거문고 탄 소리를 부끄럽게 여겨 곧 엎드려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대사(大師)로 모신 다음, 그 거문고 타는 법을 물었다.
여래께서는 선애왕이 교만을 버리고 마음이 이미 조복됨을 아시고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시자, 여러 비구들이 잠잠히 앉아 있다가 놀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곧 부처님 앞에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서 꿇어앉아 합장하여 도에 들어가는 절차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곧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며 법복이 몸에 입혀지고 사문이 되어 부지런히 정진하여 닦아 익혀서 얼마 안 되어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바사닉왕 역시 선애왕의 마음이 이미 조복됨과 동시에 다시 도과(道果)를 얻게 됨을 보고서 매우 기뻐하여 무릎을 꿇고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비구 스님들을 초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기와ㆍ돌 따위의 온갖 부정한 물건을 제거하고, 당기ㆍ번기를 세워 온갖 보배 방울을 달기도 하였다. 향수를 땅에 뿌리고, 미묘한 온갖 꽃을 뿌리고 침구를 안치해 두며, 한편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 공양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이러한 음악의 공양이 끊이지 않나이까?”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정각(正覺)이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멀리 교화하시다가 범마왕(梵摩王) 나라에 이르러 한 나무 아래 결가부좌하고 계시는 동안 화광(火光)삼매에 들어가서 온 천지를 비추시었다.
마침 범마왕이 여러 신하와 수천만 민중을 거느리고 성문을 나와 유희와 기악을 베풀어 웃고 노래하고 춤추던 차제에 멀리 부처님과 비구들이 그 나무 아래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광명이 너무도 빛나고 밝아 저 백천의 해와 같이 온 천지를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마음껏 기뻐하며 여러 기녀(妓女)를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엎드려 예배함과 동시에 음악을 베풀어 공양한 다음, 무릎을 꿇고 이렇게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과 비구 스님들께서는 대자대비하신 마음으로 궁중에 들어오셔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왕은 곧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받으신 다음 저 왕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시어 보리심을 내게 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범마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여러 비구들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저 부처님을 모두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 스스로 성불했기 때문에 이러한 음악으로 계속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