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대장엄경 제7권
16. 빈바사라왕이 세속의 이익 받기를 권하는 품[頻婆娑 羅王勸受俗利品]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닉은 보살의 분부를 받들어 대왕과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며 여러 석가 성바지들을 편안히 위로하여 근심과 괴로움을 떠나게 하였으며,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 없애고 사냥꾼에게서 교사야 옷과 청정한 법의 옷인 가사를 바꾸어 입고, 이에 비류 범지(脾留梵志)라는 고행하는 여인의 처소에 나아갔느니라.
때에 그 여인은 보살을 청하여 다음 날에 재(齋)를 베풀었으므로 청을 받고 나서 다음에는 파두마(波頭摩) 범지라는 고행하는 여인의 처소에 갔느니라.
때에 그 여인도 보살을 청하여 다음 날에 재를 베풀었으므로 청을 받고 나서는 다시 리바타(利婆陀)라는 맑은 행을 하는 선인(仙人)의 처소에 갔느니라.
때에 그 선인 역시 다음 날에 재를 베풀었으므로 청을 받고 나서는 다시 광명(光明)과 조복(調伏)이라는 두 선인의 처소에 갔는데, 그 선인들 역시 보살을 청하여 다음날에 재를 베풀었느니라.
비구들아, 보살은 차례로 비사리성(毘舍利城)에 이르렀는데, 성의 곁에 신선이 있었으며, 이름은 아라라(阿羅邏)였느니라. 3백의 제자들과 함께 살면서 언제나 제자들을 위하여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말하였느니라.
때에 그 선인은 멀리서 보살을 보고 희유한 생각을 내어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을 자세히 살필지니라.’
그러자 제자들도 선인에게 아뢰었다.
‘우리도 보매 그 사람 모습의 단정함이야말로 옛날에 없던 일입니다. 어디서 왔습니까?’
비구들아, 나는 그때에 아라라에게 물었다.
‘당신이 증득한 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닦아 행하려 하오니 원컨대 나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선인은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가 증득한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나니,
만약 배울 수만 있으면 그대에게 널리 말하여 닦아 익힐 수 있게 하리라.
만약 맑은 믿음이 있는 선남자가 나의 가르침을 받으면 모두 있는 바 없는 곳의 미묘한 선정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비구들아, 나는 선인이 말하는 것을 듣고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몸소 힘써 나아가는 생각의 신정을 지니어 믿음과 슬기를 즐겨 바라며 혼자 한 군데 있으면서 언제나 부지런히 닦아 익혀 마음에 방일함이 없이하여 반드시 저 선인이 얻은 법을 증득하리라’라고 하고,
이에 부지런히 닦아 익혀 마음에 싫증내거나 게으르지 아니하였더니, 얼마 안 되어 모두 증득하였느니라.
이미 선정을 얻고 나서 선인에게 가서 말하였다.
‘큰 선인이시여, 당신은 오직 이것만을 증득하셨습니까, 다시 다른 법이 있습니까?’
선인은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오직 그것만을 얻었으며, 다시 다른 법은 없습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그러한 법이라면 나도 이미 실제로 증득하였습니다.’
신선은 말하였다.
‘내가 증득한 것을 그대 역시 잘 증득하였으니, 그대와 함께 머무르면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어야겠습니다.’
비구들아, 이때 선인은 매우 서로 존중하며 최상의 미묘한 공양 거리로써 나에게 공양하였으며, 모든 학도들 중에서 나 한 사람을 그의 동등한 벗으로 여겼느니라.
비구들아, 나는 그때에 생각하였다.
‘선인이 말한 바는 괴로움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법이라야 괴로움의 원인을 능히 떠나게 될까?’
그리고는 곧 그때에 비사리성을 나와서 점차로 노닐며 다니다가 마가다국(摩伽陀國) 왕사대성(王舍大城)으로 가서는 영취산(靈鷲山)에 들어가 홀로 한 곳에 살았는데, 언제나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들의 수호를 받았느니라.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온천문(溫泉門)으로부터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였는데, 걸음걸이는 자상하며 곱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며 앞은 5주(肘)를 살피고 마음은 어지러움이 없었나니, 성중 사람들은 보살이 옴을 보고 희유한 생각을 내어 모두가 말하였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일까. 이는 산신일까, 이는 범왕일까, 이는 제석일까, 이는 사천왕일까?’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의 깨끗한 몸이야말로
밝은 빛을 헤아릴 수 없었나니
위의는 죄다 두루 갖추고
마음은 고요하여 아주 부드러웠네.
영취산에 살고 있으면서
스스로 집 떠난 법을 지키며
그 일찌거니 아침때에는
가사 입고 발우를 가지고 나서
몸과 마음을 조복하려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였네.
몸은 금을 녹인 더미와 같고
좋은 모습으로 장엄한지라,
길 곁의 남자거나 여자이거나
보는 이는 싫어할 줄 몰랐느니라.
성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백성들
이 훌륭한 사람이 오는 것 보고
모두가 희유한 마음을 내어
달려와서 다투며 쳐다보면서
이 사람은 매우 기특한데
지금 어디로부터 오시었을까 했네.
여러 채녀들은
모두 미묘한 누각에 올라
그 창문의 사이사이로
엿보기를 잠깐도 쉬지 않았네.
길거리도 모두가 가득히 차고
저자도 죄다 텅 비었나니
하는 일들을 버려 버리고
모두 와서 보살을 문안하였네.
어떠한 사람이 허둥지둥하고 가서
빈바사라왕에게 말하기를
지금 어떠한 범천이 와서
성에 들어와 밥을 빌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혹시 이는 하늘의 제석이오며
야마천이든지 도솔천이요
화락천이거나 타화자재천입니다.
사천왕이 아니면 일월천이요
혹시 이는 라후(羅睺) 등일 것이며
비류질다라(鞞留質多羅)거나
박리(薄離) 등의 하늘들일 것입니다.
또 어떤 이는 왕에게 말하기를
이는 바로 영취산 산신인지라,
왕은 이제 큰 이익 얻으시리니
대왕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때에 왕은 이러한 말을 듣고서
마음에 큰 기쁨을 내어
스스로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
멀리서 보살의 몸을 살펴보았네.
상호가 매우 단정 엄숙하여
마치 순금의 무더기 같으므로
왕은 곧 좌우에게 칙명을 하여
보살에게 음식을 바치었었네.
아울러 사는 곳을 찾게 하려고
뒤를 따라 보내어 살피게 하매
사자(使者)가 보살을 따라갔다가
영취산에까지 보고서는 갔네.
돌아와서 대왕에게 말을 하면서
보았던 일들을 자세히 알리매
왕은 일을 듣고 나서는
더욱더 희유한 맘 불어났었네.
어느 날 일찍이 아침나절에
수레를 차리어 몸소 가 뵈오려고
멀리서 바윗돌의 안쪽을 보자
빛나는 모양이 아주 깨끗했으며
위용(威容)이 매우 엄숙하고 좋아서
움직이지 않음이 수미산과 같았네.
여러 시종들을 치워 버리고
걸어가서는 앞으로 나가
보살의 발에 예배드리고
가지가지로 위문하였네.
그리고 보살에게 아뢰옵기를
대사(大士)는 어디서 오시었으며
고향은 어느 곳이며
부모는 바로 뉘시옵니까.
그는 바라문이십니까.
그는 찰제리십니까.
혹은 바로 선인이며 성인이십니까.
어진 이는 사실대로 말씀하소서.
보살은 왕에게 대답하기를
저의 아버지는 수단왕이고
설산 아래에 살고 있으며
성의 이름은 가비라입니다.
백성들은 매우 평안하고 즐거운데
위없는 도를 구하기 위해
그 때문에 지금 집을 떠났습니다.
왕은 거듭 조아리며 말하기를
어진 이는 지금 한창인 소년이라
얼굴이 매우 단정하시며
다섯 가지 욕심 낙을 받아야 할 터인데
어찌하여 걸식하며 다니십니까.
나는 이 나라를 베풀어 주어
그대와 함께 통치하리니
이제야 다행히 서로가 만나
마음속이 매우 기껍습니다.
원컨대 친한 벗이 되어 주시어
함께 왕위에 나아갑니다.
빈산과 숲과 들 가운데를
무엇하러 혼자 살기 즐기십니까.
보살은 이러한 때에
부드럽고 연한 소리의 가락으로
천천히 대왕에게 대답하기를
나는 이제 아주 세간의
영화와 자리들을 사모하지 아니하고
적멸(寂滅)을 구하기 위해
그것들을 버리고 집 떠났거늘
하물며 이에 왕의 나라이리까.
다시 탐을 내고 부러워하는 것은
마치 사갈(娑竭)용왕 같나니
큰 바다를 궁실(宮室)로 삼을지언정
어찌 다시 소의 발자국에서
사랑하고 집착하는 마음 내리까.
대왕은 마땅히 아셔야 하리다.
다섯 가지 욕심의 그지없는 허물은
능히 지옥에 떨어지게 하고
아귀와 축생에도 떨어지게 합니다.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멀리하며
버리기를 침을 뱉듯 해야 하나니
애욕은 마치 과일이 익은 뒤에
저절로 머지않아 떨어짐과 같습니다.
또 공중의 구름 같아서
잠깐 만에 변하고 없어져 버리며
빠른 바람이 나부끼고 침과 같아
잠시라도 머물러 있지를 않습니다.
만약 다섯 가지 욕심에 집착하면
해탈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니
누구든지 지혜 있는 선비라 하면
큰 고통의 원인을 구하리이까.
사람이 욕심을 아직 얻지 못하면
탐욕의 불이 아주 훨훨 타지만
만약 이미 얻어 놓으면
더욱더 만족함이 없어져 버리며
얻고 나서 사랑하다 떠나게 되면
문득 큰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하늘 위의 미묘한 즐거움이며
인간 중에 자못 훌륭한 과보를
가령 세간의 사람들에게
두 가지 과보를 모두 받게 하여도
마음은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고서
이것 얻고 또다시 다른 것 구합니다.
마치 더위에 고생하는 사람이
목마를 제 짠 물을 마신 것처럼
다섯 가지 욕심도 그와 같아서
바라고 구한 것에 쉬는 때가 없으며
언제나 나고 죽는 가운데 있으면서
바퀴 돌듯이 늘 끝이 없습니다.
만약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깨끗하게 모든 감관 거두어
샘이 없는[無漏] 거룩한 도 증득하리니
그래야 비로소 만족을 안다 합니다.
왕은 이제 몸을 살피셔야 하리니
무상하여 단단함이 없는 것이요
아홉의 구멍에는 항상 흘러넘치며
여러 가지 괴로움의 기관(機關)입니다.
나는 비록 5욕을 받는다 하더라도
탐내거나 집착을 내지 않으며
적멸의 즐거움을 구하기 위함이니
그 때문에 이제 집을 떠났습니다.
빈바사라왕은 말하기를
거룩합니다, 큰 길잡이시여.
나는 본래 신하로서 그대를 섬기리니
그대 바로 제왕의 태자이신데
5욕의 영화를 능히 버렸습니다.
제가 이제 세속의 이익으로 권한 것은
반드시 한량없는 죄를 얻으리니
오직 원컨대 큰 자비로써
가엾이 여기어 나의 허물 버리소서.
마땅히 이 경계에서
부처님의 보리를 증득하시어
원커대 저를 버리지 말고
저도 큰 이익을 얻게 하소서.
이에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보살의 발에 예배드리고
백천의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자기의 궁전으로 돌아갔었네.
보살의 조복한 마음이야말로
세간의 의지요 머무를 데 되나니
따라 이롭게 하면서 가고 머무르는데
니련(尼連) 강에 가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