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2권
17. 불설가전연무상경(佛說迦旃延無常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화제(阿和提)에서 유행하시고 계셨다.
이때 현자 가전연(迦旃延)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께서는 들으시오. 모여서 합해진 모든 것은 마땅히 이별하는 법입니다.
비록 지금은 안온하다고 해도 병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어린 사람은 당연히 늙어지며 오래 산다 해도 죽게 마련입니다.
마치 아침에 꽃에 핀 이슬이 해가 뜨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세간의 무상함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젊은이가 강건하다 해도 항상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해가 떠서 천하를 비추어도 머지않아 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나니 현자들이여,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사람이 태어나면 죽음이 있으며, 흥성하면 반드시 쇠함이 있는 것입니다.
일체 만물은 다 무상함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부서지고 쇠퇴하여 끝이 있는 것입니다.
마치 나무의 과일이 익으면 머지않아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만물이 무상한 것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으며 흥성한 것은 반드시 쇠해지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들지만 덜 구워진 것이건 잘 구워진 것이건 부서지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나니 현자들이여,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으며 흥성한 것은 반드시 쇠해지는 것이요, 태어난 것은 죽게 되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이에는 헤어짐이 있으며, 구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뜻대로 얻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때 나쁜 변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병이 생겨 여러 가지 감각기관이 위태로워지며, 몸은 질병을 얻어 명이 점점 소진하게 되고 뼈와 살은 삭아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안온함을 잃고 겪기 어려운 질병을 얻어 드디어는 괴롭다고 말하게 됩니다.
몸이 극도로 괴로워져서 무엇을 마셔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정도가 되며 의약을 써도 치유되지 않으며 신주(神呪)도 소용이 없고 만일 치유가 되더라도 더 나은 이익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의원이 이와 같은 것을 보면 드디어는 물러나 가버리니, 마지막에는 명이 다하여 채찍으로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을 당하게 되며 혹은 변하게 됩니다.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는 여섯 가지 고통이 있으며 고통을 당하게 되리니, 채찍으로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인 것입니다.
여러 가지 병이 몰려들어 의욕이 없어지며 자연히 그렇게 되어 기운이 바뀌고, 혹은 기운이 막혀 통하지 않게 되며 숨이 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나가는 숨도 극도에 달하고 들어오는 숨도 극도에 달해 여러 가지 몸의 맥이 끊어지려고 합니다.
좋았던 안색도 사라지고, 눕거나 일어나려면 누군가가 도와주어야 하고 누군가가 항상 먹여주거나 마시게 해주어야 합니다.
약을 먹고 죽을 먹어도 고통은 극도에 달하여 소화가 안 되며 허공이라도 잡고 싶을 정도입니다.
구슬 같은 땀이 흐르고 소리는 우레같이 울리며 냄새나는 고름이 저절로 나오고 몸은 그 위에 눕게 되며 드디어는 소멸되는 곳으로 돌아가 목숨이 다하여 정신이 몸을 떠나버립니다.
그리고는 들판으로 실려 나가 혹은 불에 태워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은 썩어서 악취가 나며 알아볼 수 없게 되고 나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뼈와 마디는 갈갈이 찢어지고 머리와 목은 각각 따로 분리되고 연이어 있던 힘줄은 끊어져 버려서 삭아서 회색의 흙이 되어 버리니, 일체가 무상한 것입니다.
그 때를 당하면 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머리와 발과 손과 다리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처음 죽었을 때는 무덤으로 가는데 부모와 형제와 처자가 다 함께 따라가며 친한 이나 알고 지내던 이들도 이와 같이 합니다.
울고 걱정하며 슬퍼서 부르고 탄식합니다. 가슴을 치면서 근심하다가 시신을 땅에 묻고 나면 각자가 돌아가고 결국 구해주지를 못합니다.
그 몸 홀로 그 일을 당하며 땅에 버려져서 기와나 자갈 같이 되어버리며 소리나 향기나 맛을 모르게 되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에 대해서도 모르게 되며,색욕이나 5욕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까닭으로 무상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며 공양하고 사문과 여러 도사들을 공경하고 보시와 지계와 재숙(齋肅)과 금지된 것은 안하는 수행을 하며 일어나서 맞이하고 전송하며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또한 합장을 합니다.
이제 여러 현자들이여, 이를 잘 살펴서 마땅히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과 이 몸이 있지 않음[非身]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에 게송으로 설하였다.
이미 이와 같이 큰 두려움을 보나니
사람의 몸을 구하려 해도 구하기 어렵네.
마땅히 정진하여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여러 가지 고통을 없애어 큰 안락을 얻으라.
옛날 과거 부처님 때에 한적하지 못했나니
나라는 생각을 하거나 방일하거나 하지 말았어야
생사의 근심과 지옥의 혹독함 같은
한량없는 고통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네.
애욕과 악을 행함 없음에 뜻을 두고
여러 감각기관의 조복을 받아 이를 말하네.
악이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말라.
적연함에 이르면 도적을 무찌르는 것과 같으리.
이것이 내 것이라고 말하지 마오.
내 것도 없고 우리 것도 없다네.
존귀하지도 않은 자신의 세력을 말하지 말고
몸의 여러 일을 다잡아 그 마음의 조복을 받아야 하네.
항상 부끄러워하여 그 몸의 때를 알고
그 몸과 목숨을 버려 집착하지 않으면
오랜 세월 동안 나쁜 세상에 나지 않으리니
조심하여 이런 우환 만나지 말아야 하리.
다시는 염라계에 가지 마오.
항상 부모에게 효순하고
공덕을 쌓아 뒷날을 보호하면
이로서 현성의 길에 빨리 들어서네.
뭇 안일함 구하지 말고 악한 일 행하지 말라.
잘못된 가르침을 이어 받으면 졸폭하게 되나니
이를 관찰하여 항상 보시하고
애욕과 온갖 더러운 번뇌를 버리시오.
그런 후 부모와 처자와 친속과
지혜로운 벗을 구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거역하지 않으면
장차 후세에 못 만나는 일 없으리.
만일 부모와 처자와 친속과 지혜로운 벗이
질병에 걸린 것을 구하고
그들을 구하려 함에 구하지 못하더라도
공덕과 지혜가 후세에 빛나리.
현자 가전연이 비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설하니, 비구들은 매우 기뻐서 즉시 그 가르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