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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4권
[허공의 창고]
때마침 그 모임에 있던 신변(迅辯)이라는 보살마하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보살이여, 그대의 명호(名號)를 허공고장(虛空庫藏)이라 하는 것은 혹 그대가 허공으로써 창고[庫藏]를 삼는 것은 아닌가요?”
허공장보살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 자체가 바로 허공이기도 하고 또 창고이기도 합니다.”
신변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렇다면 그대가 말하는 허공과 창고의 차별의 상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허공장보살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 허공에 대해 어떤 물질을 생각한다면, 나는 그대를 위해 허공으로 하여금 그 물질을 빗물처럼 내리게 하겠습니다.”
이에 신변보살이 지난날의 일을 들어 말하였다.
“저는 일찍이 우파라길상(優波羅吉祥)여래의 연화장엄(蓮花莊嚴)세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세계의 연꽂의 이름은 바로 일체광명변조(一切光明遍照)인 만큼 광명은 더할 나위가 없고 그 수량과 넓이는 1구로사(俱盧舍)에 달합니다.
그리고 백천의 꽃잎마다 맑은 향기와 부드러운 빛깔을 나타냄으로써 마치 가지율나(迦止栗那)라는 새의 털 솜[綿]과 같은가 하면, 그 연꽃이 몸에 닿을 때에는 극도의 쾌감을 느끼게 되고 향내가 또 한량없는 백천의 세계에 두루 풍기게 되므로, 저 세계의 보살들은 이 향내를 맡고 꽃을 보기만 해도 곧 선정을 얻습니다.
원컨대, 어진 이께서도 이 모임의 대중들을 위해 그와 같은 꽃을 뿌려 주십시오.”
곧 신변보살이 한결같은 마음과 청정한 뜻으로 기다린 지 오래지 않아,
허공장보살이 과연 그 큰 위신력(威神力)으로 허공에서 그와 같은 꽃을 뿌리니,
이 광경을 본 대중들은 모두 애락화(愛樂花)삼마지에 들었다.
이윽고 이들은 삼마지에서 나와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허공장보살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보살이시여, 당신께서 가지(加持)하신 지혜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희들이 다 이러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보장엄(寶莊嚴)이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대사여, 원컨대 저희 대중과 모든 유정들을 위해 허공으로부터 세말금(細粖金)을 빗물처럼 내려 주십시오.”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곧 허공으로부터 한량없는 세말금이 빗물처럼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보장엄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원컨대 허공으로부터 일체의 보배를 빗물처럼 쏟아 주소서.”
또한 그의 말이 역시 끝나기 전에 곧 허공으로부터 무량 무수의 갖가지 이름과 갖가지 빛깔의 갖가지 마니(摩尼) 보배가 빗물처럼 쏟아졌다.
이른바, 금ㆍ은ㆍ파지가(頗胝迦)ㆍ폐유리(吠琉璃)ㆍ마뇌(碼𥓲)ㆍ적주(赤珠)와 모사라장(牟娑羅藏) 보배ㆍ길상장(吉祥藏) 보배ㆍ사라무구광(娑羅無垢光) 보배ㆍ월광(月光) 보배ㆍ일광(日光) 보배ㆍ조요광(照曜光) 보배ㆍ주승광(珠勝光) 보배ㆍ섬부광(贍部光) 보배ㆍ화광(火光) 보배ㆍ차거(硨磲) 보배ㆍ벽옥(璧玉)ㆍ산호(珊瑚)ㆍ제청(帝靑) 따위의 보배와 덕장광(德藏光) 보배ㆍ적정광(寂靜光) 보배ㆍ징청탁수(澄淸濁水) 보배ㆍ불괴광명(不壞光明) 보배ㆍ건립안(建立眼) 보배와 선전(旋轉) 보배ㆍ석가(釋迦) 보배ㆍ능가(楞迦) 보배ㆍ승(勝) 보배ㆍ대승(大勝) 보배ㆍ 위덕치성(威德熾盛) 보배ㆍ길상장왕(吉祥藏王) 보배ㆍ 금강예(金剛橤) 보배ㆍ세광(世光) 보배ㆍ광미(光味) 보배ㆍ지광반월(持光半月) 보배ㆍ섬부단(贍部檀) 보배ㆍ섬부주광(贍部洲光) 보배와 천광(千光) 보배ㆍ구화광(矩火光) 보배ㆍ승장엄(勝莊嚴) 보배ㆍ 식열(息熱) 보배ㆍ무열뇌(無熱惱) 보배ㆍ제병(除病) 보배ㆍ정안(淨眼) 보배ㆍ정이비설신의(淨耳鼻舌身意) 보배ㆍ 조요지(照曜支) 보배ㆍ조요(照曜) 보배ㆍ 청광(靑光) 보배ㆍ황광(黃光) 보배ㆍ 파위가(頗威迦) 보배ㆍ파지가(頗胝迦) 보배ㆍ망(網) 보배 따위가 그것이었다.
요약하여 말하면, 그 한량없이 쏟아져 내린 보배들이 다 이러한 종류의 것들이었는데, 이와 같이 그지없고 한량없는 뭇 보배의 이름은 한 겁(劫)동안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때 또 시왕(時王)이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대사여, 이 사바세계에는 한량없는 고뇌를 받는 유정들이 있으니, 그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여서 먹을 음식이 없고 누더기 옷에 거의 알몸으로 지냅니다.
또 아귀(餓鬼)들은 벌거벗은 몸뚱이에 머리카락을 풀어 헤쳐서 그것을 덮고 너무나 굶주린 나머지 항상 콧물이나 눈물이나 침이나 피고름 따위를 흘리니, 원컨대 이러한 유정들을 가엾이 여겨 의복과 음식으로 구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허공장보살이 역시 그의 가지(加持)하는 힘으로 곧 허공으로부터 갖가지 음식과 많은 의복을 내리니, 그 백천 가지의 그지없고 한량없는 빛깔과 모습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다.
게다가 훌륭하고도 미묘하고 가늘고도 부드러운 것이 저 가지율나(迦止栗那)라는 새의 털 솜보다 뛰어났으며, 몸에 닿을 때마다 극도의 쾌락을 주었다.
그래서 이 삼천대천세계의 빈궁하고 고독한 일체의 유정과 아귀들은 다 이와 같은 미묘한 의복과 음식에 힘입어 충족하게 되었다.
이어서 또 그 모임에 있던 의왕(醫王)이라는 보살이 허공장 보살에게 말하였다.
“대사여, 지금 이 세계에는 한량없는 유정들이 온갖 질병에 걸려 있지만, 그들을 돌보아 주는 가족이 없으므로 언제나 질병에 얽매여 큰 고통을 받고 있으니, 원컨대 이러한 유정들을 위해서 훌륭한 약초를 빗물처럼 내려서 그 많은 환자들의 질병을 다 제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역시 허공으로부터 한량없는 감로(甘露)의 미묘한 약이 빗물처럼 내리니, 그 약을 복용함으로 말미암아 모든 환자들의 질병이 다 사라지게 되었다.
이어서 또 최악취(摧惡趣)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원컨대, 그대의 큰 자비로써 3악취(惡趣)의 고통에 허덕이는 그 일체의 유정들을 구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역시 허공으로부터 큰 광명을 내어 지옥ㆍ축생ㆍ아귀들에게 비춰줌으로써 그 유정들이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얻게 하였다.
또 허공으로부터 갖가지 꽃다발ㆍ바르는 향ㆍ가루 향과 깃발ㆍ일산ㆍ등촉ㆍ음악을 내리기도 하고, 노비(奴婢)ㆍ처첩(妻妾)ㆍ동자ㆍ채녀와 상마(象馬)ㆍ거승(車乘)ㆍ택사(宅舍)와 성곽ㆍ도시ㆍ촌락ㆍ국토와 궁전ㆍ누각ㆍ화원ㆍ상탑(床榻) 따위와 값진 보배 수레와 그 밖의 네 마리의 소와 열여섯 마리의 소와 내지 천 마리의 소가 이끄는 수레를 다 허공으로부터 내려 주니, 이 모든 것이 다 허공장보살이 가지(加持)하는 힘 때문이었다.
그 때에 허공장보살이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들도 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 그 쓰임에 따라 보시하되, 마땅히 보시바라밀다를 구족하게 해야 합니다.”
이어 계장엄(戒莊嚴)이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그 많은 보시를 베풀어 보시바라밀다는 구족하셨지만, 어찌하여 계율바라밀은 또한 구족하게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곧 시방의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다 계율바라밀의 장엄한 공덕을 찬탄하니, 그 공덕을 찬탄하는 음성이 허공으로부터 들리는가 하면, 인욕ㆍ정진ㆍ선정ㆍ반야 바라밀의 장엄한 공덕을 찬탄하는 음성도 역시 그와 같이 들려왔다.
또 여러 부처님과 보살들로부터 그 모든 법을 찬탄하는 백천 가지 구절의 음성을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이 들었으니, 이 법의 음성으로 말미암아 삼천대천세계가 깨어났고 한량없고 수 없는 유정들이 다 3승(乘)을 닦아 성취하였다.
그 때에 보변광명(普遍光明)이라는 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물었다.
“그대의 허공의 창고는 이 세계에서만 유정들을 유익하게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세계에서도 이러한 일을 나타낼 수 있습니까?”
허공장보살이 보변광명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저 더러움이 없는 미묘하고도 청정한 천안(天眼)을 얻는다면, 시방 부처님의 모든 세계를 다 볼 수 있을 것이니,
도대체 어떠한 것을 보기 위해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입니까?”
그 때에 보변광명 보살이 곧 천안으로 그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의 시방 불세계를 관찰하니, 허공으로부터 내린 온갖 보물과 음식과 의복이 이 세계에서보다 조금도 덜함이 없이 같았고 공중으로부터 들리는 모든 미묘한 법의 음성도 더하거나 덜함이 없었다.
보변광명보살이 이 일을 보고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이 일체의 세계에 일찍이 없었던 온갖 보배를 나타냄은 참으로 부사의하고 측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원컨대 부처님의 위신의 힘과 어진이의 가지하는 힘으로 이 모임의 대중은 물론, 다른 세계의 일체 유정들까지도 널리 이러한 뭇 보배를 보게 하고, 또 허공으로부터 나는 법의 음성도 널리 듣게 했으면 합니다.”
이에 허공장보살이 곧 그의 말대로 다시 갖가지 보배를 내려서 이 모임의 대중과 다른 국토의 일체 유정들로 하여금 다 보게 하니, 그들 각자는 모두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 때에 왕사성(王舍城)에 머물고 있던 5백 명의 여인들이 함께 허공장보살의 처소로 와서 다음과 같이 간청하였다.
“저희들이 듣기로, 대사께서는 일체 유정들의 소원을 다 원만히 성취시켜 주신다고 하는데, 지금 저희들의 남편은 다 죽었으나, 죽어서 어디로 나아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대사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남편의 모습을 보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허공장보살은 곧 위신의 힘으로 5백 명의 여인들을 위해 각각 그 본래의 남편의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서게 하고는 여러 여인들에게 말하였다.
“여인들이여, 이 사람들이 본래의 남편인지 아닌지를 자세히 보아라.”
그러자 여인들은 각각 그 본래의 남편의 모습을 보고는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 남편은 각자의 여인을 따라 본래의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레 동안에 걸쳐 그 여인들을 위해 설법하여, 모두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성취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게 하였다.
그 때에 5백 명의 여인들은 허공장보살의 처소에 나아가 한결같은 마음과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저희들은 이제 모든 법의 상(相)이
허깨비나 허공과 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들 남편의 모습을 보여 주심으로써
저희들은 최승의 업을 성취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을 일으키는 변화야말로
본래가 공(空)하여 무심한 것이니
이러한 번뇌 없는 법을 통달하여
그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겠습니다.
이에 다 보리의 마음을 내어
유정을 제도하기를 원하오니
저희들에게 기별[記]을 주신다면
앞으로 성불하여 유정을 제도하고
모든 것을 조복하시는 여래와 같이
후세에서라도 넓은 행을 닦으리니
이 미묘한 법의 비에 젖은 저희들은
이제 큰 도사께 이렇게 찬탄합니다.
또 한편으로 어느 곳에서 5백 명의 장부들이 적(賊)에게 해를 입을 무렵에 마침 공중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유정들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 주는 허공장이라는 보살이 있으니, 그대들이 그 보살에게 귀의하여 예배한다면 반드시 적의 해가 없으리라.”
이 소리를 들은 장부들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같이 마음을 모아 이구동성으로 외치길, ‘나무 대허공장 보살’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곧 허공장보살은 조화로 만든 5백 명의 사람들을 허공에서 내려보냈는데, 그들은 장부들 앞을 가로막고 서서 적들에게 말하였다.
“이들은 다 빈궁한 사람이니 살해한들 무엇하겠느냐? 차라리 우리들을 죽여다오.
이제 그대들에게 필요한 의복이나 영락 따위의 모든 물건을 모자람 없이 다 주겠으니, 부디 이들의 생명을 해치지 말아라.”
곧 적들은 조화로 만든 사람만을 살해함으로써 5백 명의 장부들은 다 공포를 벗어나 안온하게 되었다.
그들은 다함께 허공장보살의 처소로 나아가서 공경히 합장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희들은 대사의 덕택으로 생명을 보전하였기에 여기에 와서 이렇게 예배드리는 것입니다.
대사의 크나크신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으니,
원컨대 저희들에게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함께 그 법을 받아 지님으로써 두 가지의 이로운 행을 성취하게 해 주십시오.”
허공장보살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이미 두려움에서 벗어났으니, 이제부터는 각각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어서 스스로도 이롭고 다른 사람까지도 이롭게 하는 그 두 가지의 행을 성취해야 하리라.”
허공장보살이 말을 마치자, 그들은 한꺼번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서 곧 백천의 가치에 해당되는 훌륭하고도 미묘한 의복을 허공장 보살에게 받들어 공양하였으며, 나아가서 일체의 부처님께도 다 공양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도 그들에게 다 기별(記莂)을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한량없는 겁을 지나 미래세에 보리의 법을 닦아 성불할 것이니, 그 명호는 무포외(無怖畏) 여래ㆍ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다(三藐三佛陀)이니라.”
[허공의 창고는 다함이 없다]
그 때에 사리자(舍利子)가 대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 허공의 창고를 얻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기에 그 창고가 고갈되지 않고 일체 유정을 다 베풀어도 다함이 없는 것입니까?”
허공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께서는 어찌하여 이 허공이 고갈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사여.”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대덕 사리자여, 허공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다함이 없는 성질의 것인 것처럼, 제가 지금 지니고 있는 선근과 공덕도 역시 그러합니다.
왜냐 하면 제가 이 보리를 위해 한량없는 겁을 지나면서 한량없고도 그지없는 선근을 쌓아서, 저 허공처럼 다함이 없는 것에 회향하였기 때문에 아무리 베풀어도 고갈되거나 다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덕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허공의 창고를 시설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제가 보리의 마음을 낸 그 때부터이므로 허공의 창고를 시설한 것도 그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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