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유월치차경 하권
17. 기방품(譏謗品)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이 경전을 듣고도 믿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도리어 헐뜯고 비방하면 무슨 죄를 얻으며 어느 곳으로 나아가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잠자코 있어라. 또한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만약 믿지 않는 이가 있을 경우 비방하다가 얻게 될 죄를 듣게 하면 혹 스스로 고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5역죄(逆罪)를 지었거나 또는 삼천대천세계의 사람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흉악한 죄앙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법을 비방하는 이가 있으면 그 죄는 여기에 이르리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항하강가의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부처님의 탑사(塔寺)를 파괴하거나 훼손하고 부처님이 니원(泥洹:涅槃)에 든 뒤에 사찰을 불태운다면
죄는 어떠하겠느냐? 많겠느냐, 그렇지 않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이들이 받을 과보는 마땅히 보고 들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마땅히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이 죄를 설하여 나타내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부처님의 법을 헐뜯고 혼란하게 하여 소멸해 없애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그 죄가 매우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을 비방한 사람도 그 재앙이 이와 같으리라.
만약 다른 이를 만류하여 이 경을 배우지 못하게 한 이의 죄는 또한 어떠하겠느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가령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이 열 가지 선행(善行)을 닦고 또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내었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의 눈을 뽑아버린다면 그 죄가 어떻겠느냐?”
아난이 말하였다.
“그 죄는 매우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천중천이시여. 무앙수 겁 동안 항상 태어날 때마다 봉사가 될 것이요 또한 니리(泥犁:地獄)에서 불에 타는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하여 은근히 부촉하노니,
가령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비방하여 한 사람이라도 금지하게 하고 이 법을 얻지 못하게 한다면 그 죄는 저것보다 더 클 것이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발심하여 큰 도를 구하되, 이 경을 의심하지만 비방하지는 않는다면 그 죄는 어떠하며 어디로 나아가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도에 대하여 발심하고 앞뒤로 의심함이 약간의 수만 되어도 언제나 모든 불ㆍ세존을 어기고 멀리하되 그 의심낸 수만큼 따르게 되고, 또 의심한 수만큼 약간 겁 동안 도의 가르침과는 어긋나게 되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믿어 기뻐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까지 금지시켜 그들로 하여금 배우지 못하게 하면 그 사람은 어떠한 재앙으로 어떤 몸을 받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죄를 받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아.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연설해 주셔서 이 사부 대중들 가운데 혹시라도 그런 이가 있거나, 미래 세상 변두리 지역의 국토에 있는 여러 큰 나라의 백성들 가운데 이 경의 법을 듣고 많은 의심을 내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그들로 하여금 믿고 알아서 다시는 비방하지 않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사람은 마땅히 일만 해(姟)나 되는 큰 몸으로 태어나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괴로움과 독으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사람의 혀는 큽니까, 작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사람의 혀는 너비와 길이가 각각 사만 리나 되어 얼룩소에 멍에를 메어 오백억 년 동난 혀를 갈게 되며,
각 오백억 년 동안 마땅히 구리 녹인 물을 삼키게 되어 그 불꽃이 타올라 그의 몸 위에 구릿물이 뿌려져서 태우고 굽고 지지게 되리라.
왜냐 하면 그가 말을 삼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그때 이 모임에 온 사부 대중들이 이 말을 듣고 옷자락과 털이 모두 곤두서고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서 땅에 쓰러져 동시에 한목소리로 불쌍히 여겨주기를 간청하며 잘못을 뉘우쳤다.
“마땅히 이 선남자와 선여인을 위하여 그 죄를 구원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독으로 아프고 약간의 고뇌를 당하는 일과 그 몸이 장대(長大)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지 않게 해 주십시오.”
또 다른 사람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금세(今世)와 후세에서 마음에 의심 일으킴을 스스로 살펴 알지 못하고 지금 현재에도 부처님 앞에서 시방 모든 불ㆍ세존의 경전 속에 들어있는 가르침을 어겨서 음개(陰蓋)가 덮였건만 스스로 그 허물을 보지 못하거니와
이제 모두 스스로 부처님 앞에 귀의하여 죄업이 덮어 가리지 않게 하겠사오니, 부디 부처님께서 그 원래 지은 죄를 사(赦)하여 주십시오.
비유하면 마치 어리석고 아둔하며 지혜 없는 사람이 저 바른 이치를 어긋나게 하여 스스로 죄를 지었을 때, 오직 부처님께서만이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그 원죄(原罪)를 사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구나. 족성자와 족성녀가 이 법을 의심하여 지었던 자신의 죄를 알고 그 재앙을 뉘우치고 있으니, 밝은 태양이 어둠을 제거해주는 것과 같느니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이 모임에 있는 대중들이 마음 속에 의심을 내었기에 마땅히 이런 죄를 얻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비록 의심을 내었으나 이제 다시 그 죄를 뉘우쳤으니, 이 무리들의 죄는 오히려 경미(輕微)해졌느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그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숨이 끝날 때에 지옥에 들어가 하나하나의 털구멍마다 고통을 받고 마땅히 다시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근심이 있겠지만 그리도 그 나머지는 모두 그치게 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부처님 앞에서 의심을 버리고 잘못을 뉘우쳤으므로 시방에 무수한 여러 부처님께서 불쌍히 여겨 은덕을 베푸실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아난아,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땅히 스스로 살펴야 하나니,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고통을 당할 일을 했을지라도 이 경전을 듣고 기뻐해야 하고 마땅히 의심을 내어서는 안 되느니라.
만일 불법과 성중(聖衆), 그리고 과거ㆍ미래ㆍ현재 부처님의 거룩한 법의 가르침을 버리고자 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이 경전을 믿어 지녀서 외워 읽고 독송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