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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보살경 제4권
[몸은 5음이 모인 것이다]
이때 그 여러 보살마하살은 마음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소유한 몸은 5음(陰)이 모인 것이며, 이름이나 글자를 가지고 말하거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어떻게 하여 그들과 함께 선근을 심을 수 있을까?’
이때 세존께서는 그 보살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무소유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이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5음(陰)이 모여 화합한 몸을 말하라.
이들은 듣고 나서 마땅히 아견(我見)을 무너뜨릴 것이고, 또다시 마땅히 부처님의 깨달음[菩提]에 다가갈 것이니라.”
이때 무리 가운데 한 명의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을 애어(愛語)라 하였다.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무슨 일을 보는 까닭에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스스로 해석하시지 아니하고, 저 무소유보살로 하여금 해석하도록 권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이 무리들은 이와 같이 무소유보살에게 밤새도록 수순(隨順)하고 따르며 귀의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지금 이 보살마하살에게 말하기를 전하는 것이니라.”
이때 무소유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제가 보는 바를 그대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부처님의 몸[色]은 공(空)과 같고 제 몸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의 몸과 같이 일체 중생의 몸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중생의 몸[色]과 같이 일체의 숲과 약초(藥草)의 몸[色]도 그와 같습니다.
그 모든 세계의 화합된 모임의 색(色)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모든 공(空)의 색(色:身)과 나의 색(色:身)과 여래의 몸과 일체 중생의 몸과 모든 숲과 약초 등의 색과 모든 화합된 모임의 색은 두 가지 상(相)이 없으며, 알음알이가 없고 움직임이 없으며, 생(生)이 없고, 같음[等]이 없으며 등등(等等)이 없고, 행이 없으며, 말함이 없으며, 법(法:存在)이 아니며, 비법(非法:非存在)도 아니며, 법계(法界:存在의 世界)가 아니며, 법계가 거두어들이는 것도 아니며, 공(空)이 아니며, 비공(非空)도 아닙니다.
중생이 어리석어 이것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합니다.
허망(虛妄)과 탐착(貪著)과 인색함과 질투가 있습니다.
허망의 독화살을 뽑아버리지 못합니다.
인색함 가운데 있어서 은혜와 의리를 잃고, 무명(無明)의 그물에 덮여 선지식을 멀리하며, 많은 의혹이 있어서 이와 같이 법을 듣지를 못하여 마땅히 장애를 짓습니다.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수행하여 깨닫지를 못합니다.
모든 보살은 지혜와 훌륭한 방편이 있어서 더욱 허공과 같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모든 세간의 온갖 법 가운데 있어서 법이라고 하는 생각을 갖지 않으며, 하물며 또한 그 밖의 생각이겠습니까?
그들은 능히 이 법의 행에 듭니다. 지혜가 적은 여러 사람은 무색(無色)의 가운데서 이 생각을 하고, 희망하여 이 법의 행 가운데 들고자 하나 무색 가운데서 거짓으로 행(行)의 생각을 일으킵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곧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가운데도 이와 같은 것을 짓고, 색(色:身)이 짓는 바도 이와 같습니다.
허공(虛空)의 알음알이와 같이 저의 알음알이도 역시 그와 같고,
그의 알음알이와 같이 여래의 알음알이도 역시 그와 같고,
일체 중생의 알음알이도 또한 그와 같으며,
일체 중생의 알음알이와 같이 그 알음알이는 모든 숲과 나무와 약초의 알음알이도 또한 그러합니다.
모든 숲과 나무와 약초의 알음알이[識]와 같이 모든 세계의 화합의 알음알이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그 허공의 알음알이와 여래와 일체 중생의 알음알이와 모든 숲과 나무와 약초의 알음알이와 모든 세계의 화합의 알음알이는 두 가지 상(相)이 없으며, 알 수 없으며, 분별할 수 없으며, 생(生)이 없고, 등등(等等)이 없고, 행이 없고, 이름[名字]을 짓지 아니하며, 법이 아니고, 비법(非法)이 아니고, 법계가 아니며, 비법계(非法界)가 거두는 바도 아니며, 허공이 아니며, 허공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중생은 어리석어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지루하며 인색하고 탐착하며, 미혹(迷惑)하여 질투는 얽매이게 하고, 무명에 덮여 악지식(惡知識:나쁜 스승)의 거두는 바가 된 자는 각자가 스스로에게 미혹합니다.
이 법을 듣고자 하여도 장애를 만들어 받아 지니고, 독송(讀誦)하며 수행하여도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보살에게는 좋은 방편과 지혜가 있어서 머물고 집착함이 없으며 일체의 법에 있어서 법이라고 하는 생각을 갖지 않습니다. 하물며 어찌 다른 생각이겠습니까?
그들은 능히 이 행 가운데서 실행하고, 모든 사소한 지혜 따위로는 이 법이 행하는 바를 알 수 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 색(色:身) 등의 평등을 말하면 모든 행을 떠나서는 무너지고 흩어짐이 없고 다른 법도 없습니다.”
이때 대지가 진동하고 허공에는 꽃이 비 오듯 하였다.
이때 난조(難調) 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해서 허공에서 꽃이 비 오듯 합니까?”
부처님께서 난조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는 곧 그 5음(陰)은 공하여 둘이 없고 다름이 없으며, 머무는 바가 없고, 언설(言說)할 것이 없으며, 감추고 싸울 것이 없으며, 흩어지고 무너질 것이 없으며, 헤아릴 수가 없으며, 전도(顚倒)를 즐기지 않음을 말하는 것에 따르기 때문이니라.
이는 모든 부처님의 자재(自在)한 곳을 말할 때,
백천억 나유타 수의 온갖 하늘이 있는데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이 무리 가운데의 모든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 등 5천의 사람들도 모두가 무생법인을 얻었느니라.
미래의 세상에서 마땅히 부처를 지을 수 있어 명호를 불가설음취소생(不可說陰聚所生) 여래ㆍ응공ㆍ정변지라 하며, 나온 세상의 겁을 이름 지어 무주(無住)라 하는데, 이 인연으로 해서 대지가 진동하고 온갖 꽃이 비 오듯 하느니라.”
이때 여인으로 남자의 몸을 얻은 자들이 모두 함께 같은 소리로 게송을 설하여 말하였다.
허망과 허망이 아닌 것과
허망과 허망의 애욕(愛慾)을
이들을 제대로 알지.
이런 까닭으로 모두 수기(授記)한 것이지.
저희들은 이와 같이
일체가 모두 허망한 것을 알지.
이제 장부의 몸을 얻어
우리들은 모두가 두루 갖추었지.
나는 허망함을 듣고서
알고 이해하여 의심이 나오지 않지.
이와 같이 허망으로 돌아가
제대로 알고 말함이 없지.
참다움이 없고 참다움이 없는 가운데서
모든 중생을 속이지.
참다움이 없음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지.
무소유(無所有)의 교설(敎說)은
그 가운데서 감(減)하는 바가 없지.
또한 더함도 없지.
그 가운데서 시현(示現)함이 없지만
다만 거짓 이름을 가려 말할 뿐
평등하여 위험이 없고
말하여 흩어지는 곳도 없으며
이미 등등(等等)함도 없지.
하물며 이긴 사람에게 있어서겠는가?
그 색(色:身)은 색의 모양을 닮았지.
그 색은 갖가지이기 때문이지.
만약 색이 허망한 것을 알면
가히 참다운 자가 없지.
수(受:感覺)는 접촉하는 모양이 비슷하여
감각하는 까닭에 느낌을 이루지.
느낌[受]이 허망함을 알고 나면
그에게 참다운 것은 없지.
상(想)이 탐욕의 생각이라면
그 알음알이[識]는 생각으로서 나타나지.
생각이 허망한 것을 알면
그에게 참다운 곳은 없지.
모든 행에 자재(自在)함이 없고
거짓 이름으로 나타난 행이지.
모든 행이 허망한 것을 알면
그에게 참다운 것은 없지.
알음알이[識]는 뜻을 아는 것이고,
이런 까닭에 알음알이가 나타내 보이지.
만약 알음알이[識]가 허망한 것임을 알면
항상 허공과 같지.
이와 같이 모두가 허망하고
소유(所有)함이 있는 세상은 근심이지.
그 어리석은 무리는 알지 못하고
아견(我見)에 머물기 때문이지.
그들에게는 편안함이 없지.
그들에게는 물려 줄 것이 없고
그들에게는 머무를 곳이 없지.
그래도 어리석은 무리는 알지 못하고
이 법은 알기가 쉽지 아니하며
적멸(寂滅)의 글귀는 이해하기 어렵지.
게으름과 아상(我想)에 머물러
악의 지음으로 인하여 덮이고
소유(所有)가 없음을 보지 못하여
그의 말하는 바를 듣지 않고
말하여야 할 곳도 없으며
중간에는 둘 곳도 없지.
이때 남자의 몸으로 변한 여러 여자들은 이 게송을 말하고서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는 까닭에 오체를 땅에 던지고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이어 게송을 설하여 말하였다.
귀의하오니, 가장 크신 이이며
일체의 세계에 더할 나위 없는 이여.
세존께서는 크신 은혜 가지셨지만
그것들에 집착하는 바가 없나이다.
이 게송을 다 말하고 세존을 예경(禮敬)하여 합장하고서 머물렀다.
이때 세존께서는 장로(長老)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무소유보살이 물은 바를 받아 지녀라. 나는 지금 이 법을 설법하여 널리 사람을 위하여 빛내고자 하느니라.
아난아, 그대는 어떠한 중생이든지 그로 하여금 마땅히 이 법의 근본을 듣게 하는 자가 되어라. 그들은 듣고서 능히 널리 뜻을 이해하고 글귀를 아름답게 꾸밀 것이니라.
그들 모두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결정할 것이니라. 만약 듣고서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여도 뒤에 점차로 마땅히 이와 같이 그 뜻을 이해하고 수행하며 깨달아 많은 백천 나유타 수의 여러 선근(善根)을 심게 하여라. 왜냐하면 무소유보살에게 이와 같은 바람[願]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무리 가운데 여러 여자들이 대승(大乘)에 머물러 있었는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필요가 있어서 아난에게 이 법을 수지(受持)하는 일을 부탁하십니까?
무슨 까닭이십니까? 저는 지금 이미 이와 같이 법의 근본을 받아 익히고 외워서 통달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 법의 근본을 듣고 미래의 세계에 있어서 마땅히 남을 위하여 말하고 아승기(阿僧祇) 백천 나유타 겁 가운데서 이 법을 빛내고자 합니다.”
이때 무리 가운데 백의 비구와 6백의 비구니와 2백의 우바새와 우바이가 있었고, 또 나유타 수의 여러 천자(天子)들이 있었는데, 온갖 꽃을 세존에게 뿌리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수다라(修多羅:經)는 능히 일체를 비추어 진실되게 나타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 법의 근본을 듣자마자 받아 지니고 독송하여 통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밝은 거울로 얼굴을 보는 것과 같고, 이와 같고 같아서 저희들은 이 법의 근본을 받아 지니기를 마쳤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과 미래세에 있어서 이와 같이 법의 근본으로 아승기 나유타 겁 동안 사람을 위하여 널리 말하고 이 행을 빛내어 마땅히 깨닫게 하겠습니다.
모든 중생을 위하여 저희들은 이와 같이 이로운 것을 알게 하겠으며 저희는 보리(菩提)에 머무르겠습니다.
어떤 것을 마땅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짓는다고 하겠습니까? 일체의 이익은 부처님 법에 갖추어 있는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로움과 명성(名聲) 등을 탐내지 않고, 이 법을 받아서 중생을 위해서 말하며, 또 이미 스스로의 신명(身命)을 위하지 않으며, 오직 일체의 모든 중생을 위하고, 일체 중생과 함께 온갖 즐거움을 갖추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모든 부처님의 법에 다가가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에게서 애착(愛着)의 모든 번뇌를 없애려고 하는 까닭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모두가 능히 이 법을 말하라.”
이때 해(海) 자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소유보살은 일어나지도 않았고 또 이와 같은 것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 법의 근본을 말하여 마땅히 빛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마땅히 정법(正法)을 받아 지니고, 또 일체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법행(法行)을 합니다.
그는 또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통달하며, 역시 남으로 하여금 독송하고 통달케 하며, 가르침과 같이 알게 합니다.”
이때 무소유보살이 해(海) 자매에게 말하였다.
“아승기를 백천 겁 지난, 그때에 한 겁이 있는데 이름은 법보개부(法寶開敷)라고 한다. 그 겁 가운데서 닷새가 다 차면 여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다.
그때 한 분의 부처님이 계시는데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셔서 난항당(難降幢)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이름 하신다.
그때 역시 또 많은 중생들이 있는데, 번뇌가 극심하여 몸과 마음을 흐리게 하는 속에 머물러 업장(業障)에 덮여버려 번뇌는 더해지고 탐욕과 진심과 어리석음의 온갖 괴로움이 더하고 독을 품어 괴로워하였다.
선여인이여, 그때 그 난항당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게 나는 이와 같이 물었고, 그 부처님께서도 역시 이렇게 풀이하셨다. 지금 세존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풀이하신 바와 같았다.
선여인이여, 이와 같이 차례로 5천의 여러 부처님에게도 또한 이와 같이 이 같은 법의 근본을 여쭈었다.
그 모든 부처님께서도 또 나를 위하여 이와 같이 풀이하셨다. 지금의 세존 석가모니와 같이 모든 석가씨족(釋迦氏族)의 왕은 나를 위하여 풀이하였다.
착한 누이여, 그대는 지금 뜻을 편안히 하라.
착한 누이여, 나는 지금으로부터 미래세에 이르기까지 한량없는 아승기 수의 모든 불세존께 마땅히 이렇게 이 법의 근본을 여쭐 것이다. 소유하여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나라 안에도 역시 온갖 흐림과 번뇌하는 중생이 있으며, 혹은 적은 자가 있고, 혹은 또 곱으로 많은 번뇌를 가진 자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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