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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4권
4.4. 인증연(引證緣)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에 어떤 부녀자가 있었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는 외도(外道)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얼굴 모습이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마땅히 속가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 왜 출가하였습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처럼 단정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음욕(婬欲)을 싫어하였고 그 때문에 지금 이렇게 출가하였습니다.
내가 속가에 살고 있을 때에 열굴이 단정하였기 때문에 일찍이 처분을 입어(결혼하여) 일찍이 아들을 낳있습니다.
그 아들도 점점 자리면서 얼굴이 단정하여 비할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음 여위어가고 허약해지면서 마치 병든 사람과 같아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곧 그 아이에게 병의 증상을 물었으나 아이는 말하려고 하지 않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자꾸 캐묻자 아이는 하는 수 없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잠자코 말하지 않은 것은 내 목숨이 온전하지 못할까 두려워서였습니다.
정녕코 자세히 말씀드려야 도리이나 너무도 염치없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어미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어머니와 사사롭게 정을 통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병이 났을 뿐입니다.〉
어미가 곧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옛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그러나 저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만일 그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아들이 혹 죽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도리를 어겨서라도 아이의 목숨을 보존시켜야겠다.〉
그리고는 곧 아이를 불러 그의 뜻을 들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침대에 올라갔더니 땅이 곧 갈라지면서 제 아들이 살아 있는 몸으로 즉시에 지옥으로 빨려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랍고 두려워서 손으로 아이를 잡아 당겼습니다. 그 아이의 머리칼을 움켜 잡았었는데 그 아이의 머리칼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내 품에 있습니다.
이 일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내가 출가한 것입니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법 가운데 출가한 사람은 아무리 계율을 깨뜨리고 죄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그 죄가 끝나면 곧 해탈(解脫)할 수 있다.”
『우발라화비구니본생경(優鉢羅華比丘尼本生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이 비구니가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그녀는 어떤 귀인(貴人)의 집에 들어가 항상 출가하는 공덕에 대하여 찬탄하면서 모든 귀부인들에게 말하였다.
‘자매들이여, 출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귀부인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아직 젊고 얼굴도 매우 아름다워서 계율을 지키기가 어려우므로 혹 계율을 깨뜨릴지도 모릅니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계율을 깨뜨릴 땐 깨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출가하십시오.’
그녀가 물었다.
‘계율을 깨뜨리면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지게 될 터인데 어째서 계율을 깨뜨려도 됩니까?’
대답하였다.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그저 떨어지고 말지요.’
모든 귀부인들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지옥에 들어가면 죄를 받을 터인데 어째서 떨어져도 좋다고 하십니까?’
비구니가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기억해 보니 나는 전생 어느 땐가 희녀(戲女:妓女)가 되어 온갖 종류의 의복을 입고 잡스러운 말을 했었습니다. 혹 어느 때는 비구니의 옷을 입고 장난치며 웃기도 하였었습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비구니가 되기는 하였으나 스스로 귀한 성(姓)과 단정한 것만을 믿고 마음에 교만함이 생겨 금지하는 계율을 깨뜨렸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옥에 떨어져서 갖가지 죄를 받다가 그 죄 받는 일을 마친 뒤에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증득하였습니다.
비록 계율을 깨뜨리더라도 도과(道果)를 증득할 수 있습니다.’
또 부처님께서 기환(祇桓)에 계실 때에 술에 취한 어떤 한 바라문(婆羅門)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비구가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阿難)에게 명하여 머리를 깎게 하고 법의(法衣)를 입혀주었다.
취했던 술이 다 깬 바라문은 갑자기 제 몸이 비구가 된 것이 놀랍고 두려워 곧 달아나버렸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 때문에 술에 취한 바라문이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은 한량없이 많은 겁 동안 전혀 출가할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술에 취하였기 때문에 잠깐 동안이나마 그런 조그만 마음을 내었다. 이 인연 때문에 그는 장차 출가하여 도를 증득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갖가지 인연으로 보아도 출가한 이익과 공덕은 한량없이 많다. 그러므로 속인들은 비록 다섯 가지 계율을 가지더라도 출가한 공덕의 크기만은 못하다.”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노류성(盧留城)에 우타선왕(優陀羨王)이 있었느데, 그는 총명하고 해박하게 통달하여 큰 지혜가 있었다.
그 때 어떤 부인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부인의 이름은 유상(有相)이었다.
단정하기 짝할 이가 없었고 게다가 덕망까지 있었으므로 왕이 매우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그 때 그 나라 법에 왕이 된 모든 사람은 손수 거문고를 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부인이 구석진 방에서 왕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있으면서 스스로 왕의 총애를 믿고 왕으로 하여금 거문고를 타게 하고 자신은 일어나서 춤을 추었다.
부인이 처음 손을 들었을 때 왕은 본래 관상을 잘 보던터라 부인에게 이미 죽을 상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그 남은 목숨을 헤아려 보니 이레를 넘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왕은 곧 거문고를 버리고 참담한 모습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
부인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대왕의 사랑을 받아 구석진 방에서 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고 스스로 일어나 춤을 추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는데, 왕께서는 무엇이 못마땅해서 거문고를 버리고 긴 탄식을 하십니까? 부디 왕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왕이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그러자 그녀는 은근하게 졸랐고 왕은 마지못해서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두려워하면서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석실(石室)의 비구니가 하는 말을 들으니, 만일 믿는 마음으로 단 하루 만이라도 출가(出家)하면 틀림없이 하늘에 태어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가하려고 하오니 부디 왕께서는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은 사랑하는 정이 두터웠기 때문에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 육 일째 되는 날에 당신이 떠나도록 꼭 허락하겠소. 그 뜻을 어기지 않으리이다.’
드디어 육 일째가 되자 왕은 부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착한 마음으로 출가하기를 희망하였으니, 만약 하늘에 태어나게 되면 꼭 와서 나를 보도록 하오 나도 곧 떠나는 것을 허락하겠소.’
이렇게 맹세하여 마치자 부인은 좋다고 허락하고 곧 출가하여 여덟 가지 재계(齋戒)를 받았다. 그리고는 그 날 곧바로 꿀물을 마셔 뱃속을 다지고 이레째 되는 날 곧 목숨을 마쳤다.
그는 이 좋은 인연을 타고 천상에 태어나서 본래 맹세 했던 일을 생각하고 왕의 처소로 내려왔는데 치성한 광명을 왕궁에 두루 비추었다.
그때 왕이 물였다.
‘당신은누구요?’
하늘(그녀)이 곧바로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왕의 아내 유상(有相)부인입니다.’
왕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여기 와서 앉기 바라오.’
하늘 사람이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왕을 관찰해 보니 더러운 냄새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습니다.
다만 파거의 맹세 때문에 이렇게 와서 왕을 법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스스로 탄식하며 말하였다.
‘지금의 저 하늘 사람은 본래 나의 아내였으나 하루 동안 출가하여 곧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정신과 뜻이 고상하고 원대하여 나를 더럽고 천하게 보는구나.
그렇다면 어찌 내가 지금 출가하지 않겠는가?
내가 일찍이 들은 말로는
〈하늘의 손톱 한 개가 한 염부제(閻浮提) 땅의 가치만하다〉고 하였는데
내가 어찌 이 한 나라만 가지고 만족해 하며 집착한단 말인가?’
이렇게 말하고는 왕의 자리를 버려 아들에게 물려 주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아라한이 되었다.”
또 『지도론」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공작(孔雀)새가 비록 색깔들로 장엄한 몸을 지녔다 해도
기러기와 학(鶴)이 멀리 날 수 있는 것만은 못하며
속인들이 비록 부유하고 고귀한 힘을 지녔다 해도
출가한 사람의 깊은 공덕만은 못하다.
또 『잡비유경(雜警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형제가 있었는데 집안 형편이 부귀하여 살림살이와 재물이 한량없이 많았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 의지할 데가 없었고 비록 형제라고 하더라도 뜻과 생각이 서로 달랐다.
형은 도(道)에 대하여 논의하기를 좋아하였고 동생은 가업(家業)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 아우는 형이 가업을 친근히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항상 혐오하고 한스럽게 여겨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형제로서 부모를 일찍 잃었으니 생활에 대해 부지런히 생각해야 할 터인데도 도리어 가업을 버리고 사문(沙門)만 쫓아다니면서 불경만 듣고 받아들이니, 사문이 어찌 형님에게 옷과 음식과 재물과 보배를 준답니까?
집은 점점 빈곤해지고 재물은 날로 줄어들어 남의 비웃음을 사게 되니, 게으름을 피우다가 가문[門戶]을 망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을 이어받는 것이 곧 효도가 됩니다.’
형이 대답하였다.
‘다섯 가지 계율과 열 가지 선행으로 삼보(三寶)를 공양하고 도로써 어버이를 교화하는 것만이 효도가 될 뿐이다.
도(道)와 속(俗)이 서로 반대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도가 즐거워하는 것을 속은 미워하고, 속이 보배로 여기는 것을 도는 천하게 여긴다.
지혜롭고 어리석음이 같지 않음은 그 도모하는 것이 마치 밝고 어두운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슬기로운 사람은 어둠을 버리고 밝은 데로 나아가며 도로써 진실함을 성취한다. 네가 지금 즐거워하는 것은 고뇌(苦惱)의 위장(僞裝)에 불과하거늘 그것이 어찌 괴로운 것인 줄 알겠느냐?’
그 아우는 분노를 머금고 머리를 가로 저으며 믿지 않았다.
형은 그 모습을 보고 곧 동생에게 말하였다.
‘너는 집안 일을 탐(貪)하여 재물을 귀하게 여기고, 나는 항상한 도를 좋아하여 지혜를 보배로 여기니 그러므로 지금 곧바로 집을 버리고 복밭[福田]에 귀명(歸命)해야겠다.
세상에 기탁하고 있는 목숨을 생각하면 그 홀연함[忽]이란 바람에 날라는 먼지와 같아 덧없음이 갑자기 이르고 죄에 얽힌 바가 된다.
그러므로 세상을 버리고 욕심을 피하여 편안한 데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동생은 형의 의지(意志)가 도(道)에 뜻이 있을을 암고 잠자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형은 곧 집을 버리고 시문이 되었다. 그리하여 밤낮으로 정진(精進)하고 좌선(坐禪)하며 사유(思惟)에 맞게 수행하여 도과(道果)를 증득하였다.
동생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동생은 가업(家業)을 탐하고 일찍이 법을 위하지 않다가 그 후에 목숨을 마치고는 소로 전락하였다.
그 소는 살지고 매우 컸기 때문에 장사꾼이 그 소를 사들여 소금을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였다. 그렇게 자주 오가면서 그 소는 차츰 말라가더니 결국은 전과 같이 회복하지 못하고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마침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였다.
장사꾼이 매를 때리자 머리를 흔들면서 겨우 조금 움직였다.
그 때 형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닐다가 멀리서 그 아우들 보고 곧 동생에게 말하였다.
‘아우야, 너는 본래 농가[田宅]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네 스스로 몸을 던져 축생 가운데 떨어져 소가 되었구나.’
형은 곧 위신력(威神力)으로써 그 본래의 운명을 비추어 보였다.
아우는 곧 제 신세를 알아차리고 눈물을 흘러면서 자책(自責)하였다.
‘착하지 못한 일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아끼고 탐하고 질투나 일삼으면서 부처님의 법을 믿지 않고 거룩한 대중들을 경멸하고 업신여겼으며, 형의 말을 믿지 않고 항거하기만 했다.
그런 까닭에 지금 소가 되어 매우 피곤하게 고생하고 있지만 후회한를 어찌 미칠 수 있겠는가?’
형은 그 아우의 생각을 알고 못내 슬퍼하면서 곧 소의 주인에게 그 자초지종 [本末]을 다 이야기해 주었다.
장사꾼은 그 말을 듣고 곧 그 소를 형에게 주있다. 형은 소를 끌고 가서 절로 보내 삼보를 생각하게 하고 때맞추어 밥을 먹여 주었다.
그 후 그 소는 죽어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그 때 많은 장사꾼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은 생활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시도 하지 못하고 도의(道義)도 알지 못하니 죽어서도 그럴까 두렵구나.’
그리고 그들은 함께 출가하여 처자도 버리고 진귀한 패물도 모두 버린 채 사문이 되었다. 그러하여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은 나머지 모두 도를 증득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보건대 세간의 재물과 보배는 사람을 이롭게 하지 못하며 삼존(三尊)을 받들어 공경하면서 몸을 닦고 도를 배워야만 어느 세상에서나 편안함을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부법장경(付法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아라한인 사야다(闍夜多)존자가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덕차시라성(德叉尸羅城)으로 갔다. 그 성에 이르러서는 그곳이 참연(慘然)하다고 하여 기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길을 조금 더 가다가 길에서 까마귀 한 마리를 보고 흔연(欣然)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제자들이 스승에게 물었다.
‘부디 그 인연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존자가 대답하였다.
‘내가 처음 성에 이르렀을 때 성문 밑센서 어떤 귀선을 보았는데, 그 귀신은 나에게 몹시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의 어머니는 저를 위해 음식을 구하려고 성 안으로 들어가 어머니와 이별 한 지 오백 년이나 지났습니다.
저는 배도 몹시 고프고 너무나 피곤하여 목숨이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존자께서 성 안으로 들어가 만약 우리 어머니를 만나거든 저의 고통을 말씀해 주시고 빨리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더라고 말씀 해 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성 안으로 들어가서 곧 그 어머니를 만나 아들의 뜻을 자세히 말했더니,
그 귀신의 어머니가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성 안에 들어온지 벌써 오백 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사람의 눈물이나 침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저는 이미 아이를 갓 낳아서 기력마저 몹시 떨어져 있는 처지이다 보니 설령 침[唾]이라도 조금 얻게 되면 다른 귀신들이 그것을 빼앗아 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 우연히 침을 조금 얻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성을 나가 제 아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성문 아래 큰 힘을 지닌 귀신들이 많이 있어서 감히 무서워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존자께서 나를 성 밖으로 내보내 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곧 그를 데리고 나와 그 아들에게 먹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곧 귀신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나 되느냐?〉
귀선이 나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이 성이 일곱 번이나 이룩되고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귀신의 말을 듣고 오랫동안 나고 죽는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해 슬퍼하였다. 그런 까닭에 참연하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 까마귀는 과거 구십 일 겁(劫) 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명호는 비바시(毘婆尸)였다.
나는 그 때 장자(長者)의 아들이었었지만 출가하려 하였다.
아마 그 때 출가 하였더라면 틀림없이 아라한이 되었을 터인데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고 억지로 아내를 얻게 하였다.
나는 이미 아내를 맞고 나서도 다시 출가하겠노라고 간청하였다.
그러자 부모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아들 하나만 낳으면 곧 출가를 허락해 주겠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뒤에 아들 하나를 낳있다. 아들의 나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집을 떠나려고 하였다.
그런데 부모님은 아이를 시켜 내 다리를 붙들고 울면서 말하게 하였다.
〈아버님께서 저를 버리시면 누가 저를 기르겠습니까? 먼저 저를 죽인 뒤에 떠나십시오.〉
나는 그 때 이런 모습을 보고 나서 애정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 곧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 너를 위하여 다시는 출가하지 않겠다.〉
저 아이 때문에 그 때부터 구십 일 겁 동안 다섯 갈래의 세계에 흘러 다니면서 일찍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였다가 지금 도안(道眼)으로 보니 저 까마귀가 바로 예전의 내 아들이었다.
그것이 어리석어서 오랫동안 나고 죽음 속에 있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 그 때문에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출가를 방해하면 이 사람은 그 죄의 과보로 항상 악한 세계에 태어나 갖은 고통을 받으면서 해탈을 얻을 수가 없고, 악한 세계의 죄를 마친 뒤에 또한 인간 세계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맹인(盲人)이 되어 눈이 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만약 어떤 사람이 출가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마땅히 열심히 방편으로 권하고 도와서 그것을 성취하게 할 것이요, 말리지 않아야 하느니라.”
또 『출가공덕경(出家功德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비사리성(毘舍離城)에 들어가셨다. 마침 걸식할 때가 되었는데 비라선나(鞸羅羨那)라는 어떤 한 왕자가 여러 채녀[婇女]들과 함께 높은 누각에 올라가서 모두 어울려 즐겁게 놀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즐거워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이 사람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틀림없이 목숨을 마칠 것이나, 만약 출가하지 않으면 혹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난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가서 교화하고 출가할 것을 권유하였다.
왕자는 권유하는 말을 듣고 엿새 동안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고 이레째 되는 날에 부처님께 가서 출가할 것을 청하였다. 그리고는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깨끗한 계율을 닦아 지녔다.
그리고는 곧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천(四天王天)에 태어나 북천왕(北天王) 비사문(毘沙門)의 아들이 되어 여러 채녀(婇女)들과 함께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누리면서 하늘의 나이로는 최고인 오백 년을 채웠다.
뒤에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서 제석(帝釋)의 아들이 되어 그 하늘의 수명인 천 살을 채우고
다음엔 염마천(炎摩天)에 태어나 또 그의 왕자가 되어 이천 살을 살았으며,
뒤에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 그 왕자가 되어 사천 살을 살았고,
다음에 화락천(化樂天)에 태어나 그 하늘의 왕자가 되어 팔천 살을 살았으며,
화락천의 수명을 마치고 다시 여섯 번째 하늘인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나 그 하늘의 왕자가 되어 여러 채녀(婇女)들과 함께 다섯 가지 욕락을 누렸다.
이것은 아래 세계에서는 가장 훌륭한 삶으로서 그 하늘의 수명 만육천 살을 살았다.
이와 같이 향락을 누리면서 욕계의 여섯 하늘을 일곱 번이나 오고 갈 때에 그 동안에 한 번도 일찍 죽은 일이 없었다.
하루의 출가(出家)로 이십 겁이 지나도록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天上)에 태어나 복을 받는 것이 자연 그대로였다.
최후로 인간 세상에서 부잣집에 태어나 재물과 보물이 넉넉하였고 장년(壯年)이 이미 지나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세속을 싫어해 출가하여 도를 닦아 벽지불(辟支佛)이 되었으니, 그 이름은 비류제리(毘流帝梨)였다.
그는 널리 하늘과 인간들을 제도하여 그 수효률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출가하는 공덕이야말로 한량없고 끝이 없어 무엇에도 비유할 수없다.
가령 사천하를 가득 메운 아라한을 만약 어떤 사람이 일백 년 동안 마음을 다하여 네 가지 일로 공양하되 모자람이 없게 하고 나아가 열반(涅槃)에 이른 뒤에는 각각 탑을 세우고 꽃과 향과 영락(瓔珞) 등 갖가지로 공양하여 얻어지는 공덕도
어떤 사람이 열반을 구하기 위하여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출가하여 계율을 지킨 공덕만은 못하다.
이로써 말하건대 출가하는 법은 참으로 존귀한 것이다.
조그만 재색(財色)으로 세속 일을 탐착하여 나고 죽음에 유랑(流浪)하면서 스스로 그 몸을 괴롭게 해서는 안되느니라.”
게송을 말한다.
삼산(三山)의 우화(羽化)는 마침내 이룰 수 없고
오열(五熱)의 깊은 근심[殷憂]은 한갓 스스로 얽은 것이라네.
다 함께 새장에 들어 티끌집에 살고 있으니
어떻게 고요함을 생각하여 위험한 성을 벗어나리.
경지(鏡智)의 원만한 법 빛나고도 맑으며
월행(月行)의 달리는 바퀴 밝고도 밝아라.
기울어진 길 기구(崎嶇)하니 너는 수레를 돌려라.
장년을 지나고 노년에 이르렀으니 어찌 함께 갈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