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인상과 믿음의 차이, 그리고 시스템1으 자율성을 알아보려면 <그림 3>을 유심히 보라
평범한 그림이다.
길이가 다른 직선이 두 개 있고, 그 끝에 화살촉 같은 꼬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붙어 있다.
아래 직성니 위 직선보다 문명히 더 릴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이고, 사람들은 당연히 보이는 대로 믿는다.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유명한 '뮐러리어 착시'를 나타내는 도형임을 알아볼 것이다.
자로 재보면 금방 일 수 있듯이 두 진선은 길이가 똑같다.
두줄의 길이를 쟀다면, 우리(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의시적 존재인 시스템2)는 새로운 믿음이 생긴다.
두 줄의 길이가 똑같다는 사실을 '안다'는 믿음이다.
이제 같은 문제가 나오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림 3>
하지만 여전히 아래 직선이 더 길어 '보인다.'
측정치를 믿기로 했지만 시스템1이 하는 일을 막지 못하다 보니,
둘의 길이가 같다는 걸 알지만, 같게 보기로 결심할 수는 없다.
이런 착시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직선 끝에 화살촉 모양의 꼬리가 붙으면 직선의 길이를 보이는 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착시 유형을 인지하고 필요할 때 그 유형을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다시는 뮐러리어 착시에 속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하나가 더 길어보이겠지만,
이런 착각은 시각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도 착각을 유발하는데, 이를 '인지 착각(cognitive illusion)''이라 부른다.
대학우너생 때 심리치료의 기술과 괗ㄱ에 고나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번은 강사가 임상의 지혜를 맛보기로 알려주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예전에 치료받을 때 치료사들의 실수를 수없이 겪었다며
당혹스러운 경험을 말하는 환자를 가끔 만나게 됩니다.
이제까지 여러 임상의를 거쳤지만 모두 실망스러웟다고 말하죠,
이런 환자는 예전 치료사들이 자기를 얼마나 이해하지 못했는지 명료하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치료사는 다르다고 재빨리 감지합니다.
치료사도 그렇게 느끼면서, 그 환자를 이해한다고 확신하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죠"
이 지점에서 강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환자는 받아줄 꿈도 꾸지 마세요! 밖으로 내쫓아버리세요!
사이코페스나 다름없어서 절대 도와줄 수 없어요"
여러 해가 지나 나는 그때 강사가 사이코패스의 매력을 경고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사이코패스 연구의 권위자는 그 강사의 조언이 적절했다고 확인해주었다.
뮐러리어 착시와 비슷한 사례다
강사가 가르친 것은 그 환자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느냐가 아니었다.
강사는 우리가 그 환자에게 느낄 동정심은 우리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스스템1에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전반적으로 의심하라고 가르친 것도 아니다.
치료가 번번이 실패한 환자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면 위험한 신호라고 주의를 준 것인데,
이는 길이가 같은 평행선이 착시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바로 인지 착각이고, 그 수업에서 나(시스템2)는 그 착각을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배웠고,
그 착각을 믿어서도 그것에 따라 행동해서도 안 된다고 배운 것이다
인지 착각에 관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그 착각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를 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시스템1은 즉흥적으로 작동하고, 마음먹는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직관적 사고의 오류를 막기는 어렵다.
편향은 시스템2도 미리 눈치채지 못할 수 있어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오류를 눈치챈다고 해도 시스템2가 감시와 노력을 강화해야만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경계가 삶의 방식으로 꼭 유익하지는 않을 뿐더러 비현실적이다.
자기 생각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지루한 일이고,
일상적 결정에 시스템1 대신 시스템 2를 가동한다면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최선은 타협이다.
실수가 일어날 법한 상황을 인지하는 법을 배우고,
심각한 실수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 때 그것을 피하려고 더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자기 실수보다 남의 실수를 알아보기가 더 쉽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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