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6권
[악마 파순과 보리]
이때에 악마의 궁전에는 두 가지의 기(旗)가 있어서 첫째 것의 이름은 희상(喜相)이며, 둘째 것의 이름은 의상(疑相)이었는데 움직이면 나타나는 조짐이 있었다.
이때에 의상의 기가 갑자기 요동하므로, 악마는 보고서 놀라고 의심하며 불길함이 있으리라 염려하면서 곧 형상을 자세히 살폈더니, 정반왕의 아들 실달다가 금강좌에 앉아서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때에 악마 파순(波旬)은 질투심을 내어 몸을 변화시켜 사람이 되어서는 거짓으로 정반왕의 글을 만들어서 보살의 앞에 다가와 공경하며 문안하였다.
“어떻게 여기에 머물러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십니까?
제바달다가 태자의 궁전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못된 짓을 행하며 석씨 성바지를 죽이고 있습니다.”
보살은 처음 듣고는 세 가지의 착하지 못한 것, 즉 음욕을 생각하고, 친척을 죽이려하고, 성을 내는 것을 일으켰으나 악마의 하는 짓인 줄 알고는 다시 세 가지의 착한 것, 즉 첫째 욕심을 여의고, 둘째 살생하지 아니하고, 셋째 성냄이 없음을 성취하셨다.
악마는 다시 물었다.
“어째서 이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있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였다.
“나는 위없는 지혜를 구하느니라.”
악마는 말하였다.
“위없는 지혜를 그대가 어찌 얻겠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바로 악마요, 죄인인데도 한번 바라문에게 공양을 베풀고서 오히려 자재로운 과보를 얻었도다.
나야말로 셋의 큰 아승기겁 동안을 지나면서 수없는 백천 나유타 구지의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과 금은의 값진 보배를 버리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거늘 어째서 얻지 못하겠는가.”
악마는 말하였다.
“나는 한 번 바라문들의 모임을 베풀어서 부귀의 자재함을 얻었다 함은 그대는 나와 함께 증명할 수 있거니와
그대가 세 큰 아승기겁[大阿僧祇劫] 동안 지나면서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 등을 버리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다 함은 누가 그대를 증명하겠는가?”
그때 세존께서는 금강좌 위에서 곧 오른손인 금강 사제가(莎帝迦)의 만자(萬字)와 망만(網鞔)의 상호를 펴서 두려움이 없는 도장을 만들며 지면 위에 대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를 위하여 증명할지니라.”
그러자 땅의 신이 땅으로부터 솟구쳐 나오면서 합장하고 부르짖었다.
“악마왕이여, 나는 부처님께서 옛날 세 큰 아승기겁 동안 지나시면서 수없는 백천 나유타 구지의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나라ㆍ성ㆍ아내와 아들과 금은의 값진 보배를 버리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다 하심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니, 그대 악마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악마왕은 듣고서 마음에 놀람과 두려움을 품으며 잠자코 있다가 생각하기를,
‘만약 보살에게 도를 이룩하게 하면 나의 경계를 침범하고 나의 거룩한 빛을 빼앗으리니, 하늘 궁전으로 돌아가서 따로 못된 꾀를 내리라’ 하고,
곧 변화로 세 딸을 단정하게 장엄시켜서 부처님의 앞에 나가게 하자, 얌전하게 몸을 뒤틀며 거짓으로 우러러보면서 도깨비 노릇을 하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쓰셔서 늙은 할미로 변화시켜 머리가 희고 얼굴이 쭈그러져서 누추하고 파리한 것을 거울로 비추어 주매,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물러갔다.
악마왕은 보고서 일이 성취되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마음에 매우 괴로워하면서 즉시 36구지의 귀신과 도깨비 병정들을 거느리되,
몸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히고 손에는 창과 칼이며 활ㆍ쇠뇌ㆍ견삭 등 갖가지 무기를 가지게 하며,
다시 독룡과 사나운 짐승이며 코끼리ㆍ말ㆍ무소ㆍ범ㆍ이리와 야간 등을 모아서는 빨리 무더기로 같이 갔으며,
또 공중에는 우레와 번개와 벼락을 치며 바람과 우박을 때리면서 사면에서 한꺼번에 들이닥쳐 침범하게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눈으로 보시면서도 그 어리석고 헷갈린 것들을 가엾이 여기어 인자한 마음의 선정[慈心定]에 드셨다.
바로 그때에 정광 천자는 공중에서 큰 일산으로 변화하여 온 공중을 덮으며 바람과 우박과 칼과 화살 등의 갖가지 무기를 막자 모두가 하늘의 꽃으로 되었나니, 이른바 우발라꽃ㆍ발납마꽃ㆍ구모나꽃 등이 금강좌를 돌면서 마치 부처님께 공양을 하듯 하였는데
곧 삼마지에서 신통력을 부리어 많은 것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고 하나를 많은 것으로 만들며 공중에 올라가서 가고 서고 앉고 눕고 하며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 불을 내며 물 밟기를 땅과 같이 하는 등, 갖가지 신통 변화를 하여 마치셨다.
다시 그들의 포나아라(布捺誐囉)와 삿된 소견ㆍ의혹ㆍ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과 그 유정들의 욕심을 여읜 것, 욕심에 집착한 것과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등이며 근분정(近分定)을 이끌어서 해탈한 것과 해탈하지 못한 것을 자세히 살펴보자, 이와 같은 법들은 통달하여 분명히 알아졌다.
전생 일 아는 신통[宿命通]으로써 악마들과 중생들의 과거의 부모와 1생(生)ㆍ2생ㆍ백생ㆍ천생 내지 증겁(增劫)ㆍ감겁(減劫)과 수없는 겁 동안과, 세계 국토의 성바지와 권속과,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가난하고 천하며 오래 살고 짧게 살며 죽으면 나는 곳까지 자세히 살펴보자 증득하여 알지 않음이 없었다.
하늘 눈 신통[天眼通]으로써 악마들과 중생들의 미래에 나갈 갈래와 나고 죽음과 인과와 몸ㆍ말ㆍ뜻 등과, 선하고 선하지 못한 업과 과보를 받되 좋고 나쁨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마지막까지 환히 알아졌다.
또 다시 생각하되,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서 괴로움[苦]과 쌓임[集]과 사라짐[滅]과 도(道)인 4제(諦)의 행상(行相)과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후천적으로 일어나거나 선천적으로 갖추게 되는 것과 근본번뇌(根本煩惱)와 따름의 번뇌[隨煩惱] 등, 이와 같은 것을 생각하여 마치자, 번뇌 없는 지혜[無漏智]의 선관이 급속히 얻어져서 앞에 나타나며 견도(見道)와 수도(修道)의 두 가지 도가 단번에 버려지고 생기지 않으면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때 악마들은 즉시 모두가 물러나 흩어져서 다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실달다 태자가 금강좌의 위에서 죽었습니다.”
왕은 듣고서 권속들과 함께 슬피 울며 괴로워하다가 기절하며 땅에 넘어졌는데, 이때에 어떤 천인이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이미 위없는 보리를 얻으셨습니다.”
그러자 왕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라후라]
왕에게 아뢰기를,
“감로반왕께서 하나의 아들을 탄생하셨으며 야륜타라 역시 하나의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하므로,
왕과 여러 권속들은 모두가 크게 뛰놀았다.
그때 정반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여 거리와 길을 쓸고 뿌리고 하여 깨끗이 하게 하고 뭇 미묘한 향을 사르며 당기ㆍ번기ㆍ진주ㆍ영락을 세우고서 성의 네 문에 모두 금과 은의 값진 보배와 갖가지 재물을 모아 놓고 여러 사문과 바라문과 외도며 걸인들에게 보시하며 그들을 위하여 복을 짓게 하였다.
감로반왕은 아들을 낳을 때에 권속들이 기뻐하였으므로 이름을 아난타(阿難陀)라 하였고,
야륜타라는 아들을 낳을 때에 달에 월식이 있었으므로 이름을 라호라(羅護羅)라 하였다.
그때 정반왕이
“야륜타라의 아들은 부처님의 종자가 아니니라” 하였으므로,
야륜타라는 언제나 근심과 괴로움을 품었었는데, 왕궁의 후원 못 언덕에 보살석(菩薩石)이라는 하나의 돌이 있어서 라호라가 그 돌에 앉아서 장난을 하고 있으므로,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보고서 서원을 세우고 말하였다.
“만약 그가 부처님의 종자라면 물에 빠지지 말고, 만약 부처님의 종자가 아니라면 물 밑으로 잠기게 하소서.”
이렇게 서원을 하고서 손으로 돌을 밀어뜨리자 아이 역시 떨어졌는데, 돌이 물 위에 떠 있었고 아이도 오히려 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때에 정반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언덕 위에 와서는 아이가 이러함을 보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장하구나. 매우 있기 드문 일이로다.”
그때에 대지는 진동하고 부처님의 광명은 어두컴컴한 곳을 비추었으므로, 거기 있던 중생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가 보면서 귀명하며 엎드려 예배하였다.